외전 4. 그 주정뱅이의 주사에 관한 고찰
엉망진창이었던 첫 고백 이후, 리암은 금주령 비슷한 것을 받았다.
“술은 손님이 왔을 때, 한 잔만.”
다행히 리암은 원래도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고, 본인에게도 고백의 순간이 충격이었던지라 금주령을 제법 잘 따르는 편이었다. 리암 혼자만 금주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 싶어 케이든도 술을 함께 끊어서 그런지 리암은 더더욱 아무 불만이 없어 보였다.
자기도 벌목 체험을 해 보겠다고 당당하게 도끼 한 자루만 들고 숲에 들어갔다가 조난되기도 하고, 활쏘기 연습을 해 본다고 붕붕 뛰어다니다가 마법을 건 화살을 잘못 쏴 아미르 성의 동쪽 담벼락을 거하게 부수는 등의 온갖 사고를 쳐도 용케 금주령만은 어기지 않고 지낸 지 2년 차, 케이든은 ‘슬슬 리암의 금주령을 풀어 줘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리암 본인은 술을 못 마시는 상황에 별생각이 없고 커피만 제시간에 마시면 음료에 대한 욕구는 다 해소되는 듯했지만, 그래도 케이든은 리암이 인생에서 최대한 다양한 것을 즐기며 살았으면 했다.
물론 걱정되는 부분은 있었다. 고백하던 날, 술을 한 병 마시고 그 지경이 된 걸 고려하면 리암은 술에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았다. 가끔 손님이 온 식사 자리에서 마시는 한 잔의 술에도 묘하게 기분이 붕 뜨는 것도 그렇고…….
깊은 고민 끝에 우선 리암의 주량부터 좀 파악해 놔야겠단 결론이 섰다. 리암 같은 마법사가 주량을 넘겨 술을 마시다 사고를 치면 여러모로 곤란해지기도 하고 어쩐지 리암의 주량이 별로 세지 않을 거란 예감이 서서였다.
케이든은 결론을 내린 그날 밤 바로 리암과 함께하는 술자리를 준비하였다. 술자리라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었고 간단한 안주와 리암이 선호할 만한 와인 몇 가지만 갖춘 간소한 자리였다.
놀래 주려고 미리 말을 하지 않았더니 씻고 나온 리암은 방에 준비된 것들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 반응에 케이든이 웃으며 술이나 한잔하자고 하니 눈을 깜빡이다가 그는 냉큼 팔을 뻗어 안주로 놓인 과일 치즈를 집어 먹었다. 술에는 별 관심이 없고 안주에 먼저 손을 대는 녀석이 귀여웠다.
연달아 치즈를 한 조각 더 먹으려는 녀석에게 그건 잠시 후에 먹어 보라 한 후 술을 따라 건네자 녀석은 고개를 기울이며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간식을 탐색하는 개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잔을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한참 경계하듯 잔을 살핀 녀석은 입술을 적실 정도로만 조심스럽게 술을 마셨다. 고양이들이 앞발에 물을 찍어 핥아 먹는 모양새가 리암이 술을 마시는 것보단 적극적일 듯했다.
일부러 녀석이 좋아할 달달한 술 위주로 준비했는데 술이 맛있다고 칭찬하면서도 술 한 모금에 치즈를 세 덩이 집어 먹는 리암을 보니 역시 저 녀석은 술에 큰 관심이 없구나 싶었다.
그래도 맛있다는 소리가 입에 발린 칭찬은 아닌지 녀석은 안주를 먹으면서 곧잘 술도 홀짝였다. 그래 봐야 한두 입 조금 마시고 다른 잔으로 넘어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리암은 술을 주로 한 입, 케이든이 따라 준 것은 정성을 봐서 두 입을 마셨는데 가끔 취향에 맞는 술들은 세입 정도 마시곤 했다. 그 술들을 따로 눈여겨봐 두며 케이든은 리암을 세밀히 관찰하였다.
수사관을 그만둔 지도 2년 가까이 돼 가는데 그때의 버릇이 여태 남아 케이든은 지금도 모든 것을 파악하고 눈에 담아 두며 분석하려는 습관이 여전했다. 누군가는 불편해하고 감시당하는 것 같다고 못마땅해할 버릇이었지만, 다행히 케이든의 주된 관찰 대상 리암은 그런 케이든의 버릇을 아주 기꺼워하였다.
수사관을 그만두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습관적으로 리암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다가 문득 관찰당하는 상대는 기분 나쁠 수 있겠단 생각에 케이든이 미안하다 사과하자 리암은 수줍게 볼을 붉히며 그에게 말했다.
“케이든이 저를 이렇게 계속 바라봐 줬으면 좋겠어요.”
“…그대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니 기쁘군.”
전부터 리암의 굵은 신경줄은 감탄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래도 리암의 그런 면이 케이든의 예민한 면모를 무던하게 넘기게 해 주었으니 둘은 여러모로 잘 맞는 한 쌍이 아닐까 케이든은 생각하곤 했다.
리암의 소원대로 마음껏 그를 관찰하며 케이든은 리암의 술 취향을 정리했다. 2년 동안 그래도 아예 술을 안 마신 것은 아니었기에 짐작은 했었다만 리암의 취향은 달고 가벼운 와인 쪽인 것 같았다.
술에서 조금만 묵직한 맛이 느껴져도 슬쩍 눈썹을 찌푸리며 구석에 슬쩍 미는 손동작이 뻔해 웃음이 나왔다. 저렇게 모든 행동에서 기분이 티가 나니 독사들이 우글우글한 사교계에 내놓을 수가 있어야지. 리암이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노는 걸 즐기는 편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오랜만의 술에 자신도 모르게 들떴는지 별생각이 다 드는 것이 느껴져 케이든은 웃음을 삼키며 술을 마셨다.
조금씩만 마셨지만 그래도 여러 잔을 입에 대었기에 둘은 어느새 꽤 많은 술을 마셨다.
‘대충 반병 정도 됐으려나…….’
케이든은 리암이 마신 양을 가늠해 보며 그의 달아오른 얼굴을 바라보았다. 평소 한 잔만 마셔도 기분이 들떠 곧잘 흥얼거리던 녀석이 반병을 비우니 술기운에 눈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리암은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였다. 그는 술도 내려놓고 케이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갑자기 헤실거리며 웃었다. 취객의 등장에 케이든은 가볍게 웃었다.
반병에 이렇게 취하는데 한 병을 비우고 고백하러 온 날엔 얼마나 취해 있었을지 생각하니 웃겼다.
리암의 주량도 대충 알았고 저 상태에서 술을 마셔 봐야 맛은 제대로 느끼지도 못할 테니 슬슬 그만 마시게 할까 싶었다. 오래간만의 음주가 선사한 술기운에 케이든 역시 살짝 들떠 즐거운 미소를 띠며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리암을 불렀다.
“리암, 인제 그만 마시고 잘 준비를 할까?”
“…흑.”
“…리암?”
분명 방금까진 헤실헤실 웃으며 케이든을 보던 녀석이 이제 잠자리에 들지 않겠느냐 권하자 갑자기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푸른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원래도 리암은 감정이 휙휙 바뀌곤 했지만 이건 너무 갑작스럽지 않은가. 케이든은 리암이 이럴 때마다 자신의 스무 살 초반은 어땠는지 떠올려 보았지만 안타깝게도 10년도 전의 기억이라 잘 떠오르지 않았다.
케이든이 당황해 말문이 막힌 사이 리암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의 양이 점점 늘어났다. 눈물을 닦을 정신도 없이 딸꾹질하며 두 손을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모으고 훌쩍이는 리암의 모습은 사랑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우는 이유는 알아야겠다 싶어 케이든은 리암의 눈을 마주하며 조심히 물었다.
“리암? 우는 이유를 알려 줄 수 있을까?”
“…흐끅, 케, 케이든이랑 제가 이, 이렇게 결혼, 한 게 너무 놀라워서요……. 회, 회귀도 멈추고. 흑, 어떻게, 어떻게 이게 현실이지? 케이든이 어떻게 나랑 결혼을…….”
“우리 결혼이 곧 2주년인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케이든은 저도 모르게 삐죽 올라가는 입꼬리를 관리하기가 어려웠다. 이 녀석은 어떻게 나날이 귀여워지지?
그때나 지금이나 조금만 쿡 찔러도 눈물을 펑펑 흘리는 걸 보니 리암의 주사는 아무래도 우는 것인 듯했다. 정확히는 감정 과잉 쪽 아닐까?
다른 문짝만 한 사내놈이 울고 있으면 보기 추했을 텐데 리암은 희한하게 우는 것조차 사랑스러웠다. 이것이 제 눈의 콩깍지만은 아니길 바라며 케이든의 리암을 달래기 위해 손을 뻗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리암의 손을 쥐려는 순간 리암은 손을 뒤로 빼 사람의 손이 닿은 길고양이처럼 자연스럽게 케이든의 손을 피했다.
“……?”
케이든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믿기지 않아 눈을 깜빡였다. ‘손을… 피했어? 리암이? 내 손을?’ 무슨 희롱이라도 당한 것처럼 자기 손을 꼭 쥐고 훌쩍이고 있는 리암의 태도는 더 가관이었다. 이 녀석, 술버릇이 대체.
졸지에 술에 취한 어린 애를 희롱한 어른이 된 배우자의 어처구니없는 얼굴은 보이지 않는 듯 리암은 꼭 쥔 손을 무릎에 내려 두며 고개를 푹 숙였다.
“제, 제가 그때… 고백할 때 막, 흑, 울면서 조르고, 우리 처음 자는 데도 어떻게 하냐고 물어, 보고 계속 울고……. 막 그래서 흐윽, 고, 곤란했죠. 미안해요……. 오늘은 안, 흑, 안 그럴게요.”
“…….”
전부터 생각했지만, 리암은 평소 사람 눈치를 안 보고 자기 좋을 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곰처럼 보이곤 하는데, 이럴 때의 녀석은 확실히 여우였다. 그렇지 않고선 이렇게 케이든의 욕구를 자극할 만한 말만 골라서 할 리가 없었다.
말을 이으면서도 계속 우느라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들썩이는 리암을 가만히 바라보던 케이든은 아무 대답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훌쩍이는 리암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인기척에 눈물범벅인 잘생긴 얼굴이 의아한 빛을 띠며 위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그 반듯한 얼굴을 손으로 붙잡고 그대로 고개를 내려 녀석에게 입 맞췄다. 익숙한 수선화 향기가 맡아졌다. 그의 손 아래에서 살짝 바르작거리다 모르는 척 입술을 벌리는 녀석의 몸짓이 수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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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든은 본래 엎드려 사내를 받는 자세를 좋아하지 않았다. 네 발로 엎드려 물건을 받아 내고 등 뒤에 달라붙어 박아 대는 꼴이 짐승이 흘레붙는 자세 같았기 때문이었다. 리암 역시 케이든이 이 체위를 질색하는 것을 알기도 하거니와 그는 케이든의 얼굴을 보며 하는 것을 좋아하였기에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사정이 달랐다.
자연스럽게 리암을 침대로 끌어들인 케이든이 그의 배 위에 올라타자 눈을 바쁘게 굴리던 리암은 슬그머니 손을 들어 그렁그렁한 파란 눈과 붉어진 콧방울, 눈물 자국이 남은 얼굴을 가렸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케이든이 눈썹을 꿈틀대며 리암의 손을 떼려 하였지만, 리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성장을 마친 남자는 소년 같던 시절보다 힘이 더 세어져 그가 작정하고 버티면 케이든도 예전처럼 그를 무작정 힘으로 이겨 내기가 힘들었다. 성숙해진 모습은 사랑스러웠지만 이런 부분은 조금 성가시긴 했다.
하지만 리암은 여전히 리암이었기에 그를 이겨 낼 방법이 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얼굴을 가린 손을 억지로 떼길 관둔 케이든은 대신 목소리를 낮게 깔며 물었다. 그 엄격한 목소리에 리암은 눈 부분을 가린 손가락을 살짝 벌려 그 사이로 케이든을 바라보았다. 짙어진 파란 눈이 여전히 순했다.
“왜 얼굴을 가리는 거지?”
“…얼굴이 엉망인 게 부끄러워요. 저 오늘은 안 할래요, 케이든.”
아래를 바짝 세워 두고 이런 소리를 해 봐야 설득력이 없었다. 술기운에도 불구하고 잔뜩 발기한 것이 적나라하게 느껴지고 있는데 정작 저 순한 눈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울상이었고 젖은 목소리는 오늘은 부끄럽다는 소리만 앵무새처럼 반복하였다.
사실 그동안의 경험상 이 상태로 그냥 해도 분명 오래지 않아 좋다고 허리를 움찔댈 것이 훤했지만…….
케이든은 어쩔까 고민하다가 곧 피식 웃으며 고개를 숙여 리암의 손등에 입 맞췄다. 얼굴을 가린 흰 손등을 잘근잘근 깨물고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리암에게 말했다.
“사랑을 나눌 때 꼭 얼굴을 마주 보고 할 필요야 없지.”
그의 말에 리암은 슬쩍 손가락을 접어 숨겨 두었던 파란 눈을 드디어 드러내었다. 케이든은 바다 같은 눈망울을 보며 눈을 접어 웃었다. 그의 손이 리암의 등 뒤로 향했다. 그의 손이 등을 파고들자 슬쩍 허리를 드는 몸짓이 앙큼했다. 리암의 엉덩이 위에 모양 좋게 자리 잡은 움푹 팬 보조개를 슬쩍 문지르자 간지러운 듯 리암이 허리를 움찔거렸다.
뒤로하는 자세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못 해 줄 것도 없었다. 이럴 때만큼은 눈치 빠르게 웃음기 띤 붉은 눈과 집적이는 손길의 의중을 읽어 낸 리암의 눈이 사냥 직전의 짐승처럼 동공이 확장되었다. 케이든이 그 솔직한 반응에 짙은 미소를 짓는 순간 그의 어린 짐승은 급히 케이든에게 달라붙어 왔다.
등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무게가 선명했다. 엎드린 채 성기를 받고 있어서일까, 몸을 가르며 들어오는 압박감이 유독 선명하게 느껴졌다. 평소에도 몇 번이고 오갔던 아래를 익숙하게 벌리며 들어오는 두꺼운 귀두의 존재감에 케이든은 한숨 같은 신음을 내뱉었다.
“흐읏……. 하아…….”
케이든의 신음을 듣곤 몸을 더욱 숙여 그의 귓바퀴를 잘근잘근 무는 리암의 몸짓에 등에 사내의 무게가 더해짐과 동시에 그의 것이 안을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흐읏……. 읏! 응!”
천천히 그러나 거침없이 들어온 두꺼운 물건이 그의 안을 가득 채우며 입구 부분의 볼록 튀어나온 쾌락 점을 문질러 왔다. 익숙한 쾌감에 케이든이 신음을 흘렸다. 버거워하면서도 탐욕스럽게 그를 삼키는 내벽을 벌리며 리암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네 발로 선 짐승처럼 엎드려 리암의 것을 받고 있으니 눈을 감아도 배 속을 채운 그의 것에 모든 신경이 쏠렸다. 케이든이 낯섦과 수치에 입술을 잘근잘근 물고 있을 때 그의 입술을 벌리며 반듯한 손가락이 그 사이로 파고들었다.
“입술… 상하니까, 차라리 제 손을 물어요.”
“…읏, 흣!”
그러다 다치니 손 치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술 사이에 자리 잡은 손가락 때문에 제대로 된 말이 튀어 나가질 않았다. 케이든의 입술 사이에 손가락을 끼워 넣은 채 리암이 허리 짓을 하며 내벽 안에 제 것을 박아 넣었다가 깊은 곳에 들어간 성기로 그가 느끼는 지점들을 문질러 주는 몸짓에 케이든은 참지 못하고 신음만 흘렸다.
“하아……. 좋아요. 케이든, 내 사랑.”
안을 문질러 줄 때마다 반기듯 그의 것을 조여 오는 내벽에 리암이 한숨처럼 흘리는 신음이 케이든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여전히 울음기가 남아 있지만, 쾌락과 만족에 잠겨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는 녀석을 삼키고 싶게 만드는 기묘한 구석이 있었다.
케이든의 등에 바짝 달라붙은 리암이 허리 짓을 할 때마다 물건이 쉬지 않고 깊은 곳을 처박았다. 몸 깊은 곳이 리암의 것으로 문질러지고 부딪칠 때마다 온몸을 울리는 감각이 올라왔다. 리암은 케이든이 그 느낌에서 도망갈 조금의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단단한 팔로 케이든의 배를 감싸고 그에게로 당겼다.
“흐윽……! 읏! 아, 아! 리암. 그만. 흣!”
조금만 앞으로 가도 그에게로 다시 당기며 좁은 몸속을 박아 오는 몸짓에 애원하듯 신음하다 케이든은 결국 단단히 세운 팔이 꺾이며 상체를 시트 위로 무너뜨렸다.
시트 위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으니 몸이 쓰러진 반동으로 더 깊이 들어간 물건을 내벽에 뭉근하게 문지르며 리암이 속삭였다.
“아……. 케이든, 흣. 어디까지 제 물건이 들어갔을까요? 여기? 읏…….”
“누르지, 으응, 말고. 흣…….”
리암은 제 물건이 어디까지 들어갔을지 궁금하지 않으냐며 큰 손을 들어 그의 배를 문질렀다. 안 그래도 가득 찬 배 속이 눌리는 느낌에 리암의 것을 조이는 안에 힘이 들어갔다.
리암이 약한 신음을 흘리며 배를 문지르는 손에 힘을 더했다. 배가 눌리자 제집인 양 그의 안에 들어온 것의 존재감이 더욱 선명해져 케이든은 더욱 높게 신음하였다.
“읏……! 아, 리…암. 응!”
리암이 배를 누르며 그를 자신에게로 더욱 당기자 케이든의 상체가 더욱 숙어졌다. 케이든은 가슴에 닿는 이불의 부드러운 감촉에 얼굴을 더욱 붉혔다.
리암과 함께하는 2년간 가슴은 어느새 케이든의 또 다른 성감대로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그는 유두를 간지럽히는 이불의 감촉과 그 작은 자극에도 올라오는 성감에 부끄러워졌지만 억지로 몸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때마침 리암이 제 물건을 꾸욱 집어넣었다가 귀두만 안에 남기고 쑥 빼내었다. 내벽을 문지르며 빠져나가는 성기의 움직임에 케이든은 붙잡힌 허리를 떨었다.
그 상태로 리암은 허리를 움직였다. 살결이 부딪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릴 정도로 선명했다. 몸이 흔들리며 가슴이 이불에 문질러지자 아래와 가슴이 동시에 자극되어 케이든은 본능적으로 가슴을 아래에 비비며 리암의 것을 조여 대었다.
“흐읏……. 읏! 아……!”
바짝 선 유두가 부드러운 이불에 비벼지며 뭉개지는 것이 느껴졌다. 리암이 허리 짓을 할 때마다 배 속이 거칠게 휘저어졌다. 케이든이 제 가슴을 아래에 문지르고 있는 것을 발견한 리암이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양손으로 케이든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은 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아아! 아……! 잠… 잠시, 흣……!”
그에게로 죽 당겨지며 가슴이 쓸리며 자극되는 감각과 뒤이어 내벽 깊은 곳을 쿵 들이박는 쾌감이 연달아 느껴지자 케이든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리암을 만류하였으나 리암은 대답 없이 케이든의 안에 제 것을 재차 박아 넣었다. 깊은 곳이 벌려지며 그곳이 눌리는 느낌과 함께 케이든은 사정했다.
“읏, 흐으…….”
제 성기에서 울컥 튀어나온 정액이 몸을 타고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느껴져 케이든이 몸을 부르르 떨자 리암이 몸을 숙여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케이든에게 속삭였다.
“케이든 가슴도 내가 문질러 줘야 하는데……. 이 자세로 하면 당신이 만족할 만큼 문질러 주기가 쉽지 않아서……. 아쉬워요. 역시……. 이 자세는 불편한 거 같아요. 그죠?”
“…말이나 못 하면. 읏. 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리암은 아직도 단단한 제 것을 천천히 뒤로 빼며 다시 구멍 안을 자극하였다. 짧은 간격으로 안을 쳐올리는 감각에 케이든의 손에 푸른 핏줄이 돋았다.
단단한 어깨에 리암의 따뜻한 손이 닿아 왔다. 리암은 케이든의 반듯한 어깨를 쓰다듬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래도. 이 자세도 좋은 점이 있어요.”
리암은 케이든의 목덜미에 입술을 갖다 대 살짝 깨물었다. 곧은 목덜미부터 천천히 내려와 그가 입 맞출 때마다 작게 움직이는 날개뼈에 입 맞추며 리암은 케이든의 등에 얼굴을 문질렀다.
“당신은 모든 곳이 아름다우니까……. 내가 움직일 때마다 좋다고 내 걸 삼키면서 움츠려졌다 펴지는 등이 너무 예뻐서, 너무 아쉬워요. 이렇게 아름다운 걸 당신한텐 보여 줄 수 없는 게…….”
“헛, 소리 좀 그만하고……. 윽, 흐읏…….”
케이든은 몸을 움직여 자신에게 바싹 달라붙은 리암을 떼며 두 팔을 단단히 받쳐 상체를 일으켰다. 리암이 제 몸을 좋아하는 것이야 새삼스럽지 않았으나 저 소리를 내버려 두면 리암의 성격상 그에게도 보여 주겠다고 이상한 짓을 할지도 몰랐다.
자신을 사랑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사 중의 본인을 제삼자의 시각으로 관찰하는 일은 사양하고 싶었기에 케이든은 부러 쌀쌀맞게 리암의 말을 잘라 냈다. 케이든의 의중을 읽었는지 리암은 작게 웃으며 케이든이 수월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그의 몸을 치워 주었다.
등을 누르던 온기와 무게가 한 번에 사라지자 살짝 아쉬움이 느껴졌다. 리암이 몸을 뒤로 무르며 깊숙이 들어왔던 그의 성기가 케이든의 몸에서 자연스레 빠져나갔다. 오랫동안 그것을 삼키고 있던 안이 아쉽다는 듯 벌름거렸다. 나가는 순간조차 케이든의 몸을 자극하는 그 감각에 케이든은 작게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떴다가 멈칫했다.
일으킨 상체 사이로 언제 사정했냐는 듯 단단히 선 자신의 것이 보였다. 만져 주지도 않았는데 안이 쑤셔진 것만으로 다시 발기한 그것은 당장이라도 사정하고 싶다는 듯 꺼떡이고 있었다. 그의 성기와 단단한 배에는 앞서 사정한 정액이 덕지덕지 묻어 그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그 너머로 힘이 들어간 단단한 허벅지와 여러 끈적이는 액체로 범벅이 되어 자신의 안에 다시 들어가고 싶어 하는 리암의 성기까지 본 케이든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낯이 홧홧해졌다.
언제나 케이든의 반응을 기민하게 살피는 리암은 케이든의 시선이 향한 곳을 쉽사리 눈치채고 눈을 반짝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아하.”
활짝 웃으며 그는 방금까지 자신의 것을 받아 내느라 아직 풀어져 있는 케이든의 구멍에 성기를 푹 박아 넣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케이든의 상체가 앞쪽으로 휘청였다. 이어지는 허리 짓에 몸이 흔들리면서도 케이든은 다리 사이의 움직임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리암은 케이든이 무엇을 보는지 알고 있다는 듯 동작을 늦추어 천천히 케이든의 안을 오갔다. 주름 하나하나를 느끼듯 느릿하게 오가는 성기의 느낌에 케이든이 듣기 좋은 신음을 흘렸다.
케이든은 리암이 오갈 때마다 흔들리며 액을 질질 흘리는 자신의 것과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자신의 안을 오갈 때마다 보이는 리암의 아래를 바라보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부끄러웠다.
그의 수치를 자극하듯 리암이 즐거운 목소리로 노래하듯 그에게 말했다.
“이 자세가 좋은 점이 또 있었네요. 다행이에요. 흐읏, 당신도 이 자세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서.”
“아……! 흣, 헛, 소리를 자꾸, 으응…….”
타박하는 말에도 리암은 맑게 웃으며 손을 아래로 뻗어 케이든의 것을 잡았다. 이미 사정 직전인 성기를 붙잡는 감촉에 케이든의 눈이 크게 뜨였다. 곧고 모양새 좋은 손이 그의 성기를 단단히 붙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천천히 오가던 그의 성기가 속도를 더하여 거칠게 안을 쑤셔 박기 시작했다.
“아! 리, 암……! 흐윽! 응! 손은, 떼……. 흣!”
리암의 손이 성기를 조일 때마다 내벽이 덩달아 달아올라 리암의 것을 조여들었다. 머리가 엉망진창이 된 것 같았다. 그가 시선을 뗄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케이든의 성기를 손으로 조였다 흔들어 대며 안을 쿵쿵 깊은 곳까지 찍어누르는 허리 짓에 정신없이 흔들리다가 케이든은 단말마 같은 신음을 흘리며 사정하였다.
울컥 성기에서 솟구쳐 오른 정액은 평소와 다른 자세 때문인지 가슴과 턱밑까지 튀어 올랐다. 입술에도 살짝 묻은 액체를 닦을 생각도 못 한 채 케이든이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그의 허리를 붙잡은 리암이 성기 뿌리까지 빈틈없이 집어넣으며 그의 안 깊숙한 곳에 사정하였다.
정신없던 사정의 여운 속에서도 안에서 퍼지는 이질적인 감각에 케이든이 살짝 몸을 떨며 숨을 몰아쉴 때 등 뒤로 갑자기 무거운 덩치가 힘없이 얹어졌다.
“…리암?”
갑작스럽게 등에 더해진 무게에 케이든은 조심스럽게 리암의 이름을 불렀지만 오래지 않아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있었다. 귓가에 들려오는 새근새근 숨을 몰아쉬는 소리, 힘없이 축 처진 팔. 리암이 케이든의 등 뒤에서 잠이 든 것이었다.
“허…….”
케이든은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이 상태로 잠드는 건 또 무슨…….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는 리암의 깜찍함과 경악스러움에 대한 감탄은 잠시 미뤄 두고 케이든은 몸을 움직여 리암의 것을 빼내었다. 리암의 것이 빠져나가자 그가 안쪽에 싸 놓은 정액이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져 기분이 묘했다. 하여간 살다 살다 별 경험을 다 해 본다.
“그러고 보면……. 이 녀석 처음 잤을 때도…….”
문득 떠오른 첫날 밤에 케이든은 멈칫했다. 생각해 보면 리암은 첫날 밤에도 사정 후에 뒷정리고 뭐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까무룩 잠들었었지. 엉망이었던 그다음 날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올라 케이든은 눈을 치뜨고 잠든 리암을 새삼 노려보았다.
그땐 리암은 취한 상태에, 처음이었고 잠자리 매너 같은 것은 아무것도 몰랐으니 그랬겠구나, 라고 생각했었다만 인제 보니 리암의 술버릇이 섹스 후에 정신을 놓고 그대로 잠드는 것이구나 싶었다.
술만 마시면 울보에 잠보가 된다니……. 술버릇 한번 참 고약했다.
괜히 속으로 흉을 보면서도 케이든은 부드러운 눈으로 리암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이래도 귀여워 보이니 하여간 큰일이다.
리암의 흉을 보다가 몇 년이 지나도록 나아지지 않는 제 눈의 콩깍지에 탄식하던 케이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몸을 돌려 리암을 끌어안았다.
리암은 그때나 지금이나 울보고 잠도 많은 녀석이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다음 날이 되도 도망가지 않을 것이니, 이 정도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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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억!”
케이든은 옆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벌떡 일어나는 인기척에 깊은 잠에서 서서히 깨어났다. 옆자리의 인기척은 자신의 움직임을 느낀 케이든의 눈꺼풀이 움찔거리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정신없이 부산스럽게 자신과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손을 바삐 움직여 제 잠옷 차림을 더듬어 보다가 급기야 이불을 살짝 들쳐 케이든의 옷차림도 확인해 보려는 낌새에 어이가 없어 케이든은 아직 남은 잠기운을 이겨 내 눈을 뜨며 물었다.
“왜? 또 도망가려고?”
“헉! 케이든!”
아직 잠에 잠긴 목소리가 무어 그렇게 위협적이라고 리암은 앉은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저런 열렬한 반응은 몇 번을 봐도 참 유쾌했다.
케이든은 절로 튀어나오는 하품을 하며 눈을 깜빡였다. 리암은 아침부터 먹이를 잃어버린 다람쥐처럼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하는 행동을 보니 전날의 기억들이 뒤늦게 떠오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술에 취해도 취한 순간의 기억들은 남는 건가. 그나마 다행이었다.
잠든 복장을 확인하려 한 거는 저번처럼 또 엉망으로 해 놓은 상태에서 잠들었는지 확인하려 한 거겠지…….
저 상태의 리암에게 정사를 마치자마자 기절하듯 잠든 리암의 몸을 케이든이 다 씻기고 옷도 입혀 침대에 눕힌 후 그의 안에 리암이 싸지른 정액까지 스스로 긁어냈다고 말해 줬다간 그대로 창밖에 몸을 내던질지도 모르겠다.
리암을 놀리고 싶은 거지 저 녀석이 눈앞에서 투신하는 꼴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니었기에 나중에 말해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케이든은 가볍게 목을 꺾어 스트레칭한 후 리암에게 말했다.
“생각보다 술이 더 약하더군.”
“몇 번 안 먹어 봐서요…….”
“그래 보이긴 했지.”
술이 약하단 소리에 리암이 민망한 듯 목 뒤를 만지작거리며 배시시 웃었다. 케이든의 눈치를 보듯 굴러가는 파란 눈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딱히 화가 나진 않았지만, 저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일말의 분노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케이든은 작게 소리 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술은 내가 있을 때만 마시는 게 좋겠어. 석 잔 정도가 그대의 주량인 듯하니 더 마시고 싶어도 자제하고.”
“…어? 마셔도 돼요?”
“나와 함께 있을 때 마시는 거라면 상관없지.”
리암은 술을 마셔도 된다는 것보단 그 추태를 보였는데도 금주령이 해제된 것에 더 놀란 기색이었다. 하지만 어디 가서 주량 이상 마시고 낯선 사람들 앞에서 엉엉 우는 게 아닌 이상은 굳이 금주령을 이어 가야 할 필요성은 못 느꼈기에 케이든은 어깨를 으쓱였다.
리암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빡이다가 이내 환하게 웃었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얼굴은 곧 케이든에게 덥석 덤벼들어 그를 껴안고 침대에 떨어졌다.
“네에!”
“무거워, 리암.”
그를 타박하는 말이 이어졌지만, 리암은 그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케이든을 껴안고 침대를 뒹굴었다. 그를 짓누르는 무게에 잠시 질린 표정을 지었던 케이든도 잔뜩 신이 난 강아지처럼 자신을 꼭 껴안은 온기에 곧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몸에서 힘을 빼었다.
그렇게 리암의 품에 안겨 있으니 피곤함 속에서 강제로 깨어난 몸이 다시 졸음을 향해 갔다. 케이든은 온기를 느끼듯 잠시 눈을 감았다가 곧 까무룩 잠이 들었다.
케이든을 껴안고 신이 나 작게 허밍 하던 리암은 곧 들려오는 규칙적인 숨소리에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다 빙긋 웃으며 허밍을 멈추었다.
그 역시 놀라서 강제로 잠에서 깨워진 것은 매한가지였기에 케이든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눈을 감았다. 머지않아 침실에 또 다른 조용한 숨소리가 더해졌다.
그들을 깨워야 하나 시종이 망설이는 것을 다른 시종이 만류하며 물러나고, 점심시간이 다 될 때까지도 붙어 잠든 두 사람의 평온함은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