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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재벌 참교육-117화 (117/139)

§117화 결자해지(2)

- 말도 안 돼!!

모니터를 통해 터져 나오는 이 장로의 경악성.

"……."

일 장로인 루이스 베르너는 눈앞의 결과를 이를 악물며 노려봤다.

납득할 수 없었다.

그 역시 이 장로인 벤 로쉬찰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심정이다.

'도대체 왜?'

막무가내로 부정하기 이전에 사태 파악이 우선이다.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모인 이들 중 육 장로로 서열이 올라선 노아 펠노러만이 반대의 뜻을 내비쳤었다.

신임 칠 장로는 당시 신분이 단원이었으니 차치한다면….

투표 결과는 지금과 반대로 반대표가 다섯 이상 나와야 했다.

그게 당연했다.

미래안의 소유자로 짐작되는…, 아니, 여러 번 암살이 실패한 사실로 루이스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현시운, 그에게 미래안의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과거 우로보로스의 초대 단주처럼 말이다.

하지만, 다른 장로들은 그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뜻이 바뀔 리 없을 거다.

그들 역시 이미 획득한 권리를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

자신과 벤처럼 현시운의 말살을 강하게 주장해야 마땅했다.

근데 왜 결과가 이렇게 나온 거지?

- 5대 2로 찬성표가 압도적이군요.

여섯 번째 모니터에서 젊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의 전임이었던 윌리엄 라인하트의 가벼운 말투와는 달리 진중해 보이는 음성.

"음…."

루이스의 시선이 신임 칠 장로를 향했다.

반년 전과 달라진 변수라면 단연 새로 장로가 된 그밖에 없다.

비록 이 장로의 파벌에 속한 후보가 신임 장로에 선출되지는 못했지만, 루이스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여겼었다.

제명된 일 장로만큼이나 젊은 알렉 도슨이 최종적으로 선출되었을 때도, 공교롭다고만 여겼지 크게 관심을 두진 않았다.

근데….

신임 장로 선출 때도 자신과 벤을 제외한 모든 장로의 표가 그를 향했었다.

그저 우연이라고만 여겼는데, 직면한 상황이 그때와 비슷해 보이니 의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의 대부호, 도슨 가는 1980년 후반부터 이름이 알려진 신흥 재벌이다.

역사가 천 년을 넘는 베르너와 로쉬찰트에 비하면 갓난아기나 다름없는 미미한 가문.

딱히 걸리는 부분이 없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오늘의 투표 결과에 어쩌면 알렉 도슨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갑자기 들었다.

이제 갓 장로직에 오른 이에게 그럴만한 힘이 있을 리 없다는 합리적인 판단에도 머릿속에 들어찬 의심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간사하게도 그를 향한 무관심이 지대한 관심으로 돌변했다.

- 큼, 크흠! 이,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찬반의 장'은 만장일치제가 원칙.

반대되는 편에 서더라도 상대의 압박과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힘을 가졌다면 끝까지 충분히 본인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다.

- 어떡하긴. 반년 전에 이미 한번 겪어봤잖아, 다들.

육 장로, 노아 펠노러가 진득한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 일 장로와 이 장로. 원하는 걸 말해 보시지?

약간의 조롱 섞인 말에 역시나 벤 로쉬찰트가 격렬히 반응했다.

- 닥쳐, 육 장로!

- 닥치라니? 그 무슨 섭섭한 소리야. '찬반의 장'은 물론 장로 회의는 토론의 장이잖나. 뜻이 다르면 대화로 이견을 좁혀가면 그뿐인 것을….

- 닥쳐! 닥치라고!

불같이 화를 내는 이 장로의 모습이 루이스의 시선에 잡혔다.

벤 로쉬찰트의 고개가 좌측 끝에서부터 우측 끝까지 돌아간다.

자신의 비밀방에서 삼 장로부터 칠 장로까지 쏘아보고 있는 걸 거다.

- 이게 대체 무슨 짓들이야!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뜻이었잖아!

- 반년의 시간이면 충분히 생각이 바뀔 법도 하지. 그리고 난 그때도 다른 의견이었네만.

- 그러니 넌 좀 닥치라고!

신경을 긁는 육 장로의 말에 이 장로가 다시 분기를 터트렸다.

설명이든 변명이든 해보라는 벤과 그에 외면하듯 시선을 돌리는 세 장로.

그 광경을 모니터로 지켜보는 루이스의 이마에 긴 주름이 파였다.

"그만하게. 이 장로."

- 하지만….

"어차피 만장일치제. 우리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그만이지.

- …….

루이스의 말에 수긍하는 듯 벤은 입을 닫았지만, 그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아마 고글 주주총회에서 생긴 일을 전해 듣는다면 그 화가 활화산처럼 폭발할지도 몰랐다.

- 정말 원하는 게 없나?

육 장로, 노아의 물음에 루이스와 벤은 침묵으로 화답했다.

그에 후드 아래로 드러난 노아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 평화적인 해결 방법이 무산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잘 알 텐데?

'찬반의 장'에서 다른 의견을 지닌 소수파의 뜻을 꺾는 세 가지 방법.

첫 번째 방법, 회유와 협박은 통하지 않는 상황.

세 번째 방법인 장로 해임 역시 '찬반의 장'을 통해 대상자를 제외한 전원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반년 전처럼 두 명이 반대의 뜻을 내비쳤으니 써먹을 만한 방법은 아니었다.

남는 건 두 번째 방법뿐이다.

상대의 명줄을 끊어놓는 것.

"우로보로스의 시작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함께 해온 건 나와 이 장로 가문밖에 없는 것 같은데?"

반년 전에 라인하트 가문이 알아서 떨어져 나갔으니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는 가문은 베르너와 로쉬찰트 뿐이다.

나머지 장로들의 가문은 우로보로스에 몸을 담은 지 불과 백 년도 채 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으로 유대계 장로들의 가문이 줄줄이 멸문하지만 않았어도 이렇듯 장로 회의가 새로운 얼굴들로 도배하는 일도 없었을 거다.

"그 긴 세월 동안 있었던 일들을 말로만 들은 그대들보다 나와 이 장로가 그런 싸움에 더욱 유리하지 않나 싶군."

나직이 내뱉는, 다분히 협박성 어린 말에 몇몇 장로는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수파냐, 소수파냐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루이스와 벤은 가진 여력을 다해서 나머지 장로들을 압박하든지 설득을 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죽여서라도 지금의 여론을 돌릴 생각이다.

저들 역시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겠지.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사실 루이스는 장로직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큰 위기감을 느꼈다.

아무리 자신과 벤의 세력이 전체의 4할을 넘으며 조직 내 가장 막강한 파벌로 이름이 났지만, 그건 나머지가 하나로 똘똘 뭉치지 않았을 때의 경우다.

뒤로 어떤 거래를 했는지는 몰라도 이번 '찬반의 장'에 단합한 모습을 보이는 나머지 장로들.

'쉽진 않겠군.'

그나마 루이스는 다행이라 여겼다.

전체 전력은 그들에 비해 처지지만, 천 년 이상을 우로보로스와 함께해오며 쌓인 노하우가 있다.

저들이 합심해서 대항하기 전에 각개격파를 하면 그뿐이다.

적이 움직이기 전에 이쪽이 먼저 움직여야만 했다.

"어차피 오늘은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으니 이만 회의를 파하도록 하지."

다들 비슷한 의견인지 별 거부감 없이 루이스의 말을 받아들였다.

하나둘 화상통화에서 나갔다.

어느덧 이 장로와 단둘이 남은 상황.

- 루이스 형님….

후드마저 뒤로 넘긴 채 한껏 걱정된다는 표정의 외종사촌을 보며 루이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삼 장로부터 오 장로까지 한 명씩 접선해 봐. 무슨 이유로 생각을 바꿔 먹었는지 캐내야 해. 입을 열 것 같지 않으면…, 제거해도 좋다."

- 알겠습니다. 그러죠!

정해진 행동방침에 벤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화상통화를 종료했다.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해서 그렇지, 명확한 목표를 준다면 그 누구보다 빠른 행동력을 보이는 이 장로다.

일단, 세 장로에 대한 견제와 압박은 문제없이 진행될 거다.

이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나다."

- 말씀하십시오, 일 장로님!

루이스는 자신의 오른팔인 가디언 1팀 수장에게 연락했다.

윌리엄 라인하트가 제명되고 새로운 칠 장로가 선출되면서 가디언 팀의 서열 역시 변화가 있었다.

어차피 장로들과 마찬가지로 가디언 팀들 역시 서열에 따라 권리나 책임의 크기가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2란 숫자보다는 1이 나은 법이다.

'그러고 보니….'

기존의 가디언 1팀인 찰리 정의 부대는 새로운 칠 장로가 선임되면서 해임될 운명에 처했었다.

현시운을 제거하라는…,시켰던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으니 루이스로선 그들을 받아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신임 칠 장로의 선출과 함께 새로운 가디언 팀을 선임하면 찰리 정과 그 팀원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입막음 당할 운명이었다.

그런데 알렉 도슨은 딱히 선임할 인물이 주변에 없다는 이유로 기존의 찰리 정 팀을 자신의 가디언 팀으로 재선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것부터가 이상했던 건데…."

왜 자신은 크게 경계하지 않았을까.

곧 '찬반의 장'에서 현시운의 제거를 결의하게 될 거란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사소한 것을 살피지 못한 건가.

인제 와서 생각하니 그게 오늘의 패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듯 보였다.

- 네?

혼잣말을 들은 수족이 되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네. …당장 급한 일은 없나?"

- 네, 일 장로님. 통상적인 업무들 외엔….

"칠 장로."

- 네?

루이스는 한 차례 심호흡하며 말을 이었다.

"알렉 도슨, 그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 뭔가 조금이라도 특이한 게 있으면 즉시 보고하도록 하고."

-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노아 펠노러."

- 네.

"제거해."

- …명하신 대로 행하겠습니다.

루이스는 용건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알렉 도슨이 이번 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어떤지도 중요하지만, 당장 상대 진영의 우두머리를 자처하고 나선 이는 육 장로, 노아 펠노러다.

"전쟁터에선 적장의 목부터 노리는 게 순리지."

그렇게 읊조리면서도 내심 칠 장로가 무척 신경이 쓰이는 루이스 베르너였다.

그래도 대세에 크게 지장은 없을 거로 그는 여겼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지만,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뤄질 거라고 루이스는 자신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현시운이 이미 적들과 함께한다는 사실까지 유추하지 못했다.

미래를 아는 힘.

경시하진 않았지만, 경계에는 실패한 것이다.

* * *

"안녕하셨습니까? 미래 그룹의 현시운입니다."

현시운은 밝은 목소리로 수화기에 대고 인사했다.

'찬반의 장'의 결과는 하루 전에 윌리엄 라인하트로부터 상세히 전해 들었다.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어 한바탕 붙게 된 상황.

유레카 사용도 평소보다 훨씬 늘게 될 거로 예상한 시운은 이때를 위해 정보 이용권을 아꼈다.

현재 잔여 정보 이용권 수만 서른두 장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위기 알림 대상자 슬롯도 늘려 그 자리에 노아 펠노러를 비롯한 우로보로스의 여섯 장로를 모두 집어넣었다.

굳이 루이스 베르너와 벤 로쉬찰트까지 넣은 이유는 하나다.

우수이용자로 승급하면서 개방된 또 다른 기능.

대상자 위치 실시간 확인.

반경 10km의 권역을 나타내는 정도지만, 상대가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 있는지 아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 …….

시운의 인사에도 정작 전화를 받은 상대는 묵묵부답이다.

"여보세요? 전화 연결이 잘못됐나?"

제대로 연결된 걸 알면서도 시운은 너스레를 떨었다.

그에 불편한 심기를 상대는 헛기침으로 나타냈다.

- 크흠! …갑자기 무슨 일이지?

마뜩잖다는 투의 목소리.

나이에 비해 무척 걸걸한, 중국 특유의 성조가 사투리처럼 튀어나오는 그의 영어에 시운은 빙그레 웃었다.

"왕원 회장님. 그간 별고는 없으셨습니까?"

- …….

안부를 묻는 시운의 말에도 대꾸하지 않는 그는 신진 그룹의 명예회장인 왕원이었다.

시운 때문에 일선에서 물러나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된 그로선 별안간 걸려온 전화가 달가울 리 없었다.

- 자네와 내가 서로의 안부를 물을 사이는 아니잖나. 어서 용건이나 말해보게.

바짝 날이 선 음성에도 시운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좋은 투자처가 있어서 알려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우로보로스의 일, 이 장로를 공략하기 위해 중국 자본까지 끌어들이려는 시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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