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재벌 참교육-38화 (38/139)

§038화 등급 상승

친숙한 화면.

핸드폰 잠금을 해제하자마자 유레카의 기본화면이 액정 위로 떠 올랐고, 동시에 하나의 메시지창이 열렸다.

[유레카 애플리케이션 '우수 이용자' 등급 상승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우수… 이용자?"

정식 이용자 등급이 끝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우수 이용자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유레카 애플리케이션의 업데이트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지금 바로 업데이트를 시작하겠습니까?]

[동의 / 거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전개다.

현시운은 얼떨떨해하는 와중에도 손가락을 동의에 가져다 댔다.

예전 정식 이용자로 업데이트되었을 때처럼 하얀 바탕의 설치화면으로 넘어갔다.

[유레카 애플리케이션 업데이트를 시작합니다.]

[업데이트가 완료될 때까지 전원을 끄지 마세요.]

"……."

시운은 그날 밤 쉬이 잠들지 못했다.

* * *

똑똑-

"…음?"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현시운은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투자운용 2팀 팀원인 전민아가 살짝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 네. 무슨 일이죠?"

깜빡 졸았나 보다.

전민아는 들고 온 결재판을 시운의 앞에 내려놓았다.

"지난주 투자 실적 보고서와 차주 투자 계획서입니다."

"음… 두고 가세요. 확인해보고 결재할게요."

"네. 근데…, 부장님?"

결재판으로 손을 뻗던 시운은 전민아의 부름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네?"

"혹시 어디 편찮으신가요?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여서요."

"아…. 아닙니다. 그냥 어제 잠을 좀 설쳐서 그런 겁니다. 괜찮으니 걱정 말고 일 보세요."

"다행이네요. 그럼 전 이만 일 하러 가보겠습니다!"

다시 본래의 씩씩한 모습으로 돌아온 전민아는 활기찬 걸음으로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평소 시운이 사무실에서 졸거나 한 적이 없다 보니 어디 아픈 건 아닌지 걱정했었나 보다.

부하직원의 염려가 썩 기분 좋았다.

시운은 웃으며 결재판을 펼쳤다.

일자와 투자 종목, 투자 금액과 수익 금액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보고서.

시운이 한참 실적과 차주 계획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데, 갑자기 시야 안으로 오렌지색 뚜껑의 비타민 음료가 들어왔다.

"음?"

뭔가 싶어 고개를 들었더니 장구영이 어색한 웃음을 띠며 음료를 가리켰다.

"드, 드시고 하십시오.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처럼 아직 부끄럼이 많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이따금 보이지만, 외향적인 전민아와 합을 맞추며 일해서 그런지 확실히 예전보다는 많이 능동적으로 변했다.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시운이 고마움을 표시하자, 장구영은 쑥스러운지 쭈뼛대더니 이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끼릭!

뚜껑을 따서 음료를 목으로 넘겼다.

시큼 달곰한 맛에 혀끝이 찌릿해졌고 덩달아 흐리멍덩했던 정신도 번쩍 뜨였다.

비타민 음료를 단숨에 비운 시운은 다시 결재판으로 시선을 옮겼다.

확실히 졸음이 가시다 보니 보고서 위의 숫자들이 아까보다 훨씬 더 눈에 잘 들어왔다.

차주 투자 계획서까지 확인을 마친 시운은 결재란에 사인을 마쳤다.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더는 없나 확인해본다.

딱히 없었다.

한가해진 시운은 핸드폰을 슬며시 꺼내 들었다.

"……."

어젯밤 우수 이용자로 등급이 올랐다.

우수 이용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은 예전의 정식 이용자 승급 조건과 비슷했다.

500억 원을 모으면 되는 처음과는 달리 달성해야 할 금액이 부쩍 늘어서 그렇지.

1조 원.

우수 이용자 승급 조건은 1조 원의 자산을 모으는 것이었다.

거의 다다랐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어젯밤 알림음이 울리던 순간에 1조를 넘어섰을 줄이야.

그때가 뉴욕 증시가 개장해있는 시간대였으니 스피어에서의 투자 성과가 반영되면서 1조 원을 달성했을 거로 시운은 추측했다.

톡-

유레카를 실행시켰다.

모퉁이에서부터 무지갯빛이 생겨나 중앙으로 모여드는 인트로는 전과 다름이 없었다.

우수 이용자로 승급했지만, 기본화면 역시 그대로였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건….

[잔여 정보이용권 수 : 9장]

어제까지만 해도 3장 남았던 정보이용권이 9장으로 늘었다.

우수 이용자가 되면서 월 구매 한도가 6장으로 늘어난 까닭이다.

승급과 동시에 구매 한도가 초기화되었고, 시운은 곧바로 60억 원을 질렀다.

'이렇게 되면….'

시운은 예비로 남겨두던 정보이용권 장수를 세 장으로 늘리고, 남는 여섯 장을 공평하게 나눠 스피어와 미래투자신탁을 통해 투자하는 데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등급이 상승하면서 달라진 것은 비단 정보이용권의 구매 한도 수만이 아니었다.

[위기 알림권 - 1,000 EP]

[대상자 등록]

[현시운][김현석][강하민][한진형][장세연][???][???][???][???][???]

위기 알림권에 등록할 수 있는 대상자의 수가 배로 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운은 대상자로 등록된 이름 옆에 생겨난 돋보기 창을 클릭했다.

[대상자 위치]

[현시운 -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실시간으로 대상자의 대략적인 위치까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위기 알림권으로 이용자는 대상자의 신변에 위험이 닥칠 것을 168시간 이내에 알려주는 '위기 알림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의 3일에서 7일로 위기 발생 시점을 알려주는 시간이 대폭 증가했다.

비록 이용권 구매 액수는 여전히 1,000 EP로 전과 동일했지만, 두 배로 늘어난 정보이용권 월 구매 한도와 위기 알림권 대상자로도 만족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건.

'이건 그대로네.'

시험 삼아 대상자 슬롯 하나에 아는 사람의 이름을 넣고 다시 해제해보았다.

[재등록 가능까지 남은 시간 : 239시간 59분 57초]

기존처럼 한번 등록한 대상자를 해제하면 슬롯이 잠기고 다시 열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일로 동일했다.

이런 제한 조건만 아니었다면 3일 간격으로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의 이름을 슬롯에 넣었다 뺐다 했을 거다.

'이 정도 핸디캡쯤이야, 뭐….'

원래 주어진 혜택이 크니 불만이라고 말하기도 뭣하다.

"음…."

등록 가능한 슬롯 네 개를 바라보며 한동안 고민하던 시운은 결국 한 슬롯을 누르고는 대상자를 등록했다.

[장기우]

녀석의 안위가 걱정되어서 귀한 대상자 슬롯을 할당하는 게 아니다.

꾸욱-

[대상자 위치]

[장기우 - 서울 서초구 서초동]

새로 생긴 기능으로 장기우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서초동이면 아무래도 장강 그룹의 본사인 장강 타워겠지?

포크레인 흥신소를 통해 주기적으로 녀석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지만, 이미 생겨난 유용한 기능을 활용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로써 장기우는 자신의 실시간 감시권 안에 놓인 거나 마찬가지다.

시운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뭔데 그렇게 재밌게 보고 있어요?"

"?!"

별안간 들려온 목소리에 시운은 화들짝 놀라며 핸드폰 화면을 뒤집었다.

"어, 언제 오셨습니까?"

강하민이었다.

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시운은 당혹스런 시선을 돌려 팀원들을 바라봤다.

장구영과 전민아는 슬쩍 시운을 돌아보더니 눈을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돌렸다.

"내가 조용히 하라고 했어요. 현 부장이 무얼 그리 재밌게 보고 있는 지 궁금해서. 근데…?"

강하민은 시운이 막을 틈도 없이 뒤집어놓은 핸드폰을 돌려서 보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빈 텍스트 창이 뭐가 재미있다고 그렇게 웃으면서 본 겁니까?"

액정 화면을 자신에게 보이며 묻는 그에게 시운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하…, 하하. 핸드폰을 보고 웃은 게 아니라 뭘 좀 생각하느라고요."

정보 이용자가 아닌 사람의 눈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텍스트 뷰어로 보인다는 첫 번째 도움말을 시운은 뒤늦게 떠올렸다.

'괜히 놀랐네.'

시운의 변명에 강하민은 미심쩍어하면서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 액정엔 여전히 유레카의 메뉴가 보였다.

물론 시운의 눈에만.

"근데 어쩐 일이십니까?"

시운이 용무를 묻자 강하민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른 건 아니고, 지난번 팀장 회의 때 말했었죠? 하반기 공채 계획이 있다고."

"그랬었죠?"

"투자운용 2팀만 충원 계획서를 올리지 않아서 직접 확인하러 와봤습니다."

설립 초창기에 예상했던 것보다 미래투자신탁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에 강하민은 1팀 과장인 김문성을 주축으로 새로운 투자운용 3팀을 신설할 생각이었고, 아울러 고객 상담팀도 만들 계획이다.

지난번 블루드래곤 픽쳐스를 통한 드라마 투자 외에도 시운의 투자운용 2팀은 여러 영화에도 투자를 진행했다.

최근엔 영세한 연예기획사도 하나 인수한 상황.

알게 또 모르게 그쪽 업계로도 미래투자신탁에 대한 입소문이 번져나간 요즘 심심찮게 영화와 드라마 대본이 우편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이렇듯 미래투자신탁의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다 보니 투자 상담 문의 역시 전보다 훨씬 많이 들어오는 추세다.

이에 강하민은 하반기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려고 했다.

"저희는 딱히…. 아직 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장구용과 전민아는 입사 후 야근 한번 없이 정시 퇴근을 이어오고 있었다.

연장 근무를 할 만큼 일이 밀려있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초창기부터 시운이 자신의 부서엔 야근은 없다고 못을 박아둔 탓이 크다.

"으음, 현 부장의 업무가 너무 가중되어 있지 않나 생각되는데요. 투자할 종목 발굴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잖습니까. 거기에 진성전자, 우송에 이어 연예기획사마저 신경을 써야 하니…."

유레카와 정보이용권의 존재를 알 리 없는 강하민으로선 타당한 걱정이었다.

지분투자를 한 외부의 업체들도 처음 투자 당시에만 신경을 썼을 뿐, 이후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재량껏 운영하게 내버려 뒀다.

강하민이 생각하는 만큼 일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시운은 작게 웃으며 그에 답했다.

"아직은 할 만합니다. 나중에라도 힘에 부치면 그때 인력 충원 요청하겠습니다."

"뭐, 당사자의 의견이 그렇다면야…. 아! 하지만 면접 때 참석은 해야 합니다."

면접관으로.

강하민의 당부에 시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노라 답했다.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강하민의 뒷모습을 확인한 시운은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후우…."

자신의 눈에만 유레카의 메뉴와 정보들이 보인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니 적잖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의심받지 않고 부드럽게 넘기기는 했지만.

유레카 앱을 종료시키던 시운은 문득 궁금해졌다.

'우수 이용자가 끝일까? 아니며 더 상위의 등급이 있으려나?"

만약에 지금의 우수 이용자보다 더 높은 등급이 있다면 과연 달성 조건은 무엇일까?

아마도, 앞선 정식 이용자와 우수 이용자처럼 특정 금액 이상을 모으는 게 조건일 가능성이 크겠지.

과연 얼마일까, 그 금액이.

10조? 100조?

'설마 1경은 아니겠지…?'

1조의 만 배.

가늠도 되지 않는 액수다.

인류 역사상 1경 이상의 재산을 모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흔히, 역사와 전통이 깊은 유럽의 금융 재벌 가문인 로쉬찰트 가의 재산을 1경 이상으로 보기는 하지만.

만약, 지금보다 상위의 등급이 있다 해도 달성해야 할 금액이 경 단위는 아니길 시운은 속으로 빌었다.

부르르-

막 신경을 다시 업무에 집중하려던 순간, 진동으로 설정한 핸드폰이 울려댔다.

누군가 싶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빅스텝 엔터테인먼트 이승진 대표]

두 달 전에 인수한 연예기획사 대표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 상대방이 용건을 전해왔다.

"……."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상대방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던 시운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갔다.

이내 모든 이야기를 들은 시운은 짧게 답변했다.

"지금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전화상으로 결론을 내릴 일은 아니었다.

시운은 외근을 나갔다 오겠다고 팀원들에게 말하고는 곧장 사무실을 나섰다.

그가 향하는 곳은 망원동에 있는 빅스텝 엔터테인먼트의 사무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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