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재벌 참교육-30화 (30/139)

§030화 블루드래곤 픽처스(1)

"음?"

점심을 먹고 와서 잠시 인터넷을 살피던 강하민은 예의주시하던 장강 그룹의 기사가 메인에 떠 있자 바로 마우스 커서를 갖다 댔다.

[장강 그룹 장철구 회장 부인 이진희 여사, 오늘 오전 9시 11분 별세.]

[향년 62세. 빈소는 서울 장강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져.]

관련 기사를 들여다보던 강하민은 이상함을 느꼈다.

"왜 상주가 장기우지?"

그는 본처 소생도 아닌데 말이다.

강하민의 궁금증은 이어서 연 기사의 내용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한편, 장강유통 장세연 부사장은 어머니를 여읜 충격에 몸져누운 상태로, 자택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다는 그룹 관계자의 말이 있었다.]

"흐음…."

강하민은 기사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피 한 방울 한 섞인 장기우가 상주 자리를 맡았다?"

물론 모르는 사람들은 장기우가 본처의 막내아들인 줄 착각하지만.

어느 정도 정보에 빠삭한 이들은 지금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길 게 분명했다.

그걸 알고도 이렇게 강행한 거라면?

"장기우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건가?"

다른 자식인 장세연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만약 강하민의 추측이 맞는다면….

"장철구 회장…. 역시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군. 어떻게 친자식한테까지."

친형을 감옥에 보내고 두 동생마저 해외로 내쫓은 뒤에 그룹을 접수한 사람이다.

가히 피도 눈물도 없는 철혈회장으로 불릴 만했다.

강하민은 어제 '디오니소스' 문 앞에서 마주쳤던 장세연을 떠올렸다.

"…의외의 조력자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것도 적의 심장부에서 유용한 정보를 가져다줄 대체 불가의 주요 인사를 말이다.

일단은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이 먼저다.

"시운이가 잘 아는 흥신소가 있다고 했었지?"

그곳을 통해 이번 일을 한번 파고들어 볼까?

똑똑-

"들어와요."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문을 열고 들어온 건 현시운이었다.

흥신소에 관해 물어보려던 차에 당사자가 찾아와 마침 잘 됐다 싶었다.

"그것들은 다 뭐야?"

아직 점심시간.

강하민은 자유시간인 만큼 시운을 사적으로 대했다.

시운의 손에 들린 여러 책자를 보고 강하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시운은 웃으며 답했다.

"대본입니다."

시운은 양손에 든 대본 책자들을 응접용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대본?"

"네."

강하민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시운의 옆으로 다가왔다.

시운이 가져온 건 여섯 권의 드라마 대본이었다.

"사랑은 낙하산을 타고?"

그중 하나를 집어 든 강하민이 겉면에 적힌 제목을 읽었다.

사랑은 낙하산을 타고.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드라마다.

'하지만….'

올해 연말부터 종편 드라마 채널 TVM을 통해 방영을 시작하여 내년 2월에 종영되는 이 드라마는 매우 큰 인기를 얻게 된다.

비단 국내에서 뿐만이 아니다.

국내의 성공에 힘입어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웹플렉스'를 통해 드라마는 전 세계에 알려질 예정이다.

내년에 있을 팬데믹의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 사태에 바깥 활동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TV는 작은 위안이었다.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던 이들도 무료함에 웹플렉스에 접속하게 될 테고, 인기 순위 상위에 랭크된 '사랑은 낙하산을 타고' 첫 편을 궁금해서라도 보게 되겠지.

한번 시작하면 날밤 새우는 줄 모를 정도로 흡입력이 강한 게 K-드라마다.

그런 강점을 보다 부각한 '사랑은 낙하산을 타고'는 팬데믹의 사회 현상 속에서 유례없는 대박을 터트리게 될 거다.

"이 대본들은 다 뭐냐?"

"이 드라마에 투자해보려고요."

"드라마에?"

"네."

투자운용 2팀의 사업은 순조롭다.

정보 이용권으로 알아낸 종목들로 항상 월평균 수익률 50~70%는 고정적으로 확보한 상태이고, 장구영과 전민하가 머리를 맞대고 발굴한 투자 대상들도 5~10% 사이의 양호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운용 1팀의 수익까지 합치면 현재 미래투자신탁은 매월 1.5배씩 성장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날수록 분산해서 투자해야 하는 만큼 지금의 수익률보다 줄어들겠지만 그렇다고 성장세가 주춤하지는 않을 거다.

추후 해외 법인까지 설립되어 그곳을 통해 또 다른 투자를 이어나간다면 성장세는 두 배가 될 테지?

'그러기엔 정보 이용권이 부족하지만….'

월 구매 한도 3장이 이토록 아쉬울 줄이야.

해외 법인 설립 후 한동안은 미래투자신탁에 한 장의 정보 이용권만 쓸 계획이다.

나머지 두 장은 해외에 설립될 투자 법인의 몫이다.

그곳이 향후 벌어질 전장에서 적의 허를 찌르는 별동대가 되어줄 테니 얼른 키워놔야지.

그럼 그때까지 시간이 가도록 기다리느냐?

천만에!

시운은 회사를 보다 빨리 키울 방안을 생각했고 또한 실천했다.

강하민의 방에 드라마 대본을 들고 찾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전에 대표님이 이 건물을 사면서 제게 한 말씀이 있죠."

"내가? 뭐랬더라?"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딱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답은 시운의 입을 통해 나왔다.

"신사동 가로수길이 사람들에게 아주 유명하니 그곳에 자가로 사옥이 있으면 신뢰감과 함께 홍보 효과가 있다고 했잖아요."

"아, 맞다. 이제 기억나네. 그랬었지. 근데?"

"드라마에 투자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금이야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회사 자금으로만 투자를 진행하지만, 나중엔 고객들도 유치하고 그래야 하잖습니까."

고객 유치를 통해 투자운용 자금을 늘린다면 그만큼 빨리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 제작 지원을 통해 잠재 고객들에게 회사를 미리 알려놓는 게 나을 거라는 시운의 설명이 이어졌다.

물론 대박이 나면 지금 벌어들이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수익도 느는 것이고.

"근데 너무 이르지 않을까? 우린 이제 업계에서 이름을 조금 알렸을 뿐인데…."

"드라마 제작 기간만 반년에서 1년 가까이는 걸립니다. 그 시간이면 미래투자신탁도 제법 알려졌을 때일 겁니다."

"제작 기간. 그래, 그걸 깜빡했군."

시운의 말처럼 슬슬 회사 홍보도 준비해야만 한다.

어떻게 알았는지 간간이 투자 문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회사를 알리면 기대되는 효과는 막대할 것이다.

'예비로 빼놓은 오백억 원 중에 일부만 드라마에 투자하면 되니 자금 걱정은 없고….'

곧 강하민은 결론을 내렸다.

"좋아. 진행해 봐. 세부 사항 결정되는 대로 결재 올리고."

"네, 알겠습니다."

방긋 웃으며 대본을 정리하는 시운을 보며 강하민은 문득 든 생각을 물었다.

"근데 왜 드라마야? 영화도 있잖아."

"그야 드라마의 노출 빈도가 더 높잖아요. 영화야 오프닝의 자막과 엔딩 크레딧, 이렇게 두 번이 다지만 드라마는 매회 그렇게 보일 테니까요."

시운의 설명에 강하민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게다가 이 드라마가 유례없는 성공을 거둘 거란 걸, 시운은 속으로만 읊조렸다.

덧붙이듯 시운의 말은 이어졌다.

"물론 괜찮은 영화가 있으면 거기에도 투자를 해볼 생각입니다."

드라마와 영화뿐만이 아니라 대중에게 회사를 알릴 수 있다면 다큐멘터리, 버라이어티, 심지어 엔터테인먼트에도 투자를 감행할 생각이다.

이미 시운의 머릿속에 대상들도 올라와 있다.

그걸 시작으로 가지를 치듯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시운의 목표는 재벌.

모름지기 재벌이라 하면, 문어발식 사업확장은 기본 덕목처럼 행하는 것이 미덕이다.

드림비전과 진성전자.

그리고 향후 만들게 될 가상현실 콘텐츠 기업, 넥스트로 만족할 시운이 아니다.

국내 유수의 그룹들처럼 다방면에 걸쳐 사업을 영위해 나가는 것.

그게 시운이 그리는 미래 그룹의 최종 형태였다.

"근데 너 오전에 우송 간다고 하지 않았어?"

강하민의 물음에 시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벌써 다녀왔죠."

"그래? 거기선 뭐래?"

"일단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아무래도 7년 전 자금 부족으로 초고순도 불화수소 생산을 하지 못한 데 미련이 많더라고요."

"계약 확정까지는 아직 멀었고?"

"지금은요. 내부 회의를 거쳐 내일까지 연락을 주기로 했습니다."

투자금의 규모와 지분율에 대한 상호 간의 합의만 무난히 도출된다면 계약 진행까지 크게 이변은 없다는 게 시운의 생각이다.

오늘 우송 사장의 얼굴에서 큰 기대감을 읽었다.

"잘 됐으면 좋겠네."

"잘 될 테니 걱정 마세요."

강하민의 시운의 자신 어린 말에 피식 웃었다.

시운이 저토록 자신이 있어 할 때 되지 않은 일은 없었으니까.

"아, 맞다! 해외 투자법인 설립 건 말이야."

"네."

"다음 달 초쯤이면 대략 가닥은 잡힐 것 같아."

미국 현지에 지인이 많은 강하민이 투자법인을 설립하는 건을 맡아서 처리하기로 어젯밤 술자리에서 결정했다.

설립 목적도 공유해놓은 마당이니 그가 알아서 잘 진행해주겠지.

"대표님만 믿고 맡기겠습니다."

시운의 신뢰 가득한 말에 강하민은 그저 웃을 뿐이다.

"대본은 두고 갈 테니 한번 보세요. 생각 이상으로 재밌더라고요. 대박 조짐입니다."

"그래, 시간이 날 때 읽어볼게."

마침 점심시간도 다 끝나가고 있었다.

용무를 마친 시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출입문으로 향했다.

"아, 참! 시운아."

"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시운이 돌아봤다.

"너…. 잘 아는 흥신소가 있다고 했잖아, 어제?"

"네, 그런데요?"

"거기 나 좀 소개해줘라."

"……?"

시운의 의아한 시선에 강하민은 음흉스럽게 웃었다.

"쓸만한 조력자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거든."

시운은 더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 *

드라마 제작사 '블루드래곤 픽처스' 대표인 백진섭은 한 드라마 대본을 손에 든 채 오만가지 생각들을 다 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건 '사랑은 낙하산을 타고'의 7화 대본이다.

두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깨닫고 본격적인 로맨스가 시작되는 편이기도 했다.

예정대로 제작이 되어 방영된다면 감탄하며 볼 7화겠지만….

"제작이 가능해야 말이지."

지금 드라마 판은 방송국에서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을 맡던 과거와는 다르게 짜였다.

별도의 독립된 제작사에 외주를 맡겨 완성한 뒤 자사의 채널을 통해 방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 제작비는 방송국이 대부분 부담하는 편인데, 그것도 믿을만한 제작사, PD, 작가일 때의 경우다.

백진섭이 1년 전 독립하여 세운 '블루드래곤 픽처스'는 아직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낯선 이름이다.

거기다 '사랑은 낙하산을 타고'의 대본을 쓴 작가는 이제 막 서브 작가에서 벗어난 신인.

백진섭은 자신의 고향 집이라 할 수 있는 SBC에서마저 대차게 까였다.

그나마 종편 드라마 채널인 TVM에서 백진섭의 이력과 대본의 가능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이에 백진섭은 TVM을 매일 들락거리며, 제작비 지원을 성사시키려 노력했지만 결국 돌아온 답은 이것이었다.

우선 2화 분량까지 제작해서 들고 와보라는.

백진섭의 입장에선 무척이나 황당한 제의였다.

무슨 데모 테이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의 성공에 중요한 것은 연출과 극본도 한몫을 하겠지만, 역시 배우들의 연기력과 인지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모든 배역들을 세팅한 상태에서 촬영이 시작되어야 하는 건데, 2화까지 만들어 와서 숙제를 검사받듯 평가받으라니.

대놓고 거절하기 껄끄러우니 불가능한 주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과거 SBC 드라마국 소속일 때, 여러 편의 드라마를 성공시킨 이력이 있는 자신이었다.

불과 1년 만에 달라진 본인의 위상에 백진섭은 허탈감을 느꼈다.

"제작비만 있으면…."

지금껏 자신의 제작사를 무시하는 모두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정도로 대작을 만들어 보일 건데.

방송국에 기대를 할 수 없었던 백진섭은 제작비를 투자받기 위해 여러 투자사에 대본도 돌렸다.

하지만, 다들 신생 제작사와 신인 작가라는 말에 제대로 보지도 않는지 지금껏 연락이 없다.

주연으로 점 찍어둔 배우들의 소속사에서는 대본이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면 캐스팅에 응하겠다고 답변이 돌아왔지만, 역시나 돈이 문제다.

이대로 이 드라마가 엎어진다면, 자신을 믿고 극본을 쓰고 있을 작가에게 면목이 없다.

"여기에선 연락이 오려나?"

대본을 내려놓은 백진섭은 자신의 명함첩에 꽂힌 한 장의 명함에 시선을 주었다.

[(주)미래투자신탁]

[투자운용 2팀/팀장]

[부장 현시운]

미래투자신탁이라….

처음 들어보는 회사였다.

게다가 찾아온 부장이란 사람은 이제 겨우 대학을 졸업했을 것 같이 어려 보였다.

당연히 사기꾼이 아닌가 의심을 했었다.

- 드라마를 하나 기획하신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저희도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데 대본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이 바닥에서 알음알음 소문이 도는 거야 일상다반사였다.

이미 여러 배우 소속사와 투자사에 뿌려놓은 대본만 수십 권.

저작권 협회에 미리 저작권물 등록을 해놓았기에 도용의 위험은 없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알지도 못하는 이에게 대본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백진섭의 의중을 알아챘는지 젊은 부장은 미래투자신탁의 간략한 소개와 함께 투자실적들을 준비해온 문서로 설명했다.

운용자금만 삼천억이 넘는 투자회사.

젊은 부장의 말이 사실이고, 여기서 투자만 해준다면 이번 드라마의 제작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진다.

그의 설득에 넘어간 백진섭은 6화까지의 대본 책자를 건넸다.

늦어도 3일 안에 답을 주겠다고 했는데….

이제 하루 남았다.

'제발! 거기에서라도 투자가 성사되길!'

이대로 멈추기엔 너무나 아까운 작품이다.

그렇다고 다른 제작사에 넘기기엔 배가 아플 것 같고.

백진섭은 평소에 찾지도 않았던 하나님, 부처, 알라신까지 속으로 부르짖으며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그때.

덜컹-

별안간 출입문이 열리며, 한 남성이 들어왔다.

"아이고, 백 대표님. 그간 별일 없으셨죠?"

그의 등장에 백진섭의 얼굴은 와락 일그러졌다.

기다리던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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