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220화 (220/220)

#220

그리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었다.

진짜로 트레비스를 해고한 이유는 창업자이지만 수많은 구설에 휩싸이며 우버의 주가를 떨어트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내 갑질같은 논란 속에서 결국에는 CEO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가지고 있는 우버주식 대부분을 팔고 회사와 결별한다.

싹을 미연에 자른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규태는 미래에 불거질 불안요소들을 하나하나 정비해 나갔다.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는 새롭게 구성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었다.

투자요청을 받아 추가로 자금지원을 하기로 한 테슬라의 사장인 앨론 머스크와 추가 투자이야기를 나눈 규태는 집으로 돌아왔다.

엄청 돌아다닌 것 같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속한 지역은 역시 실리콘 벨리였다.

테슬라의 본사만 해도 팔로알토에 있으니 규태가 주로 머무는 팔로알토의 저택과 거리가 아주 가까웠다.

이렇게 미래를 준비하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갔다.

그리고 2019년 중국에서 시작된 질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TV에선 중국의 무한을 중심으로 시작된 질병통제를 위해 도시를 봉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이미 규태는 2019년 하반기부터 가진 주식을 상당수 정리했다. 보유하고 있던 원자재도 정리해 창고를 비웠다.

이런 지시 때문에 한동안 타이거 홀딩스를 중심으로 설왕설래 많은 이야기가 떠돌았지만 지시는 착착 이행되었다.

나중에 코로나 19라는 이름이 붙여진 질병은 중국전역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지만 이 시점에서 이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갈거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규태를 괴롭히는 건 매서운 캐서린의 시선이었다.

“당신..... 설마..... 이 사태를 일으킨 건 아니죠?”

너무 빠른 대응 때문에 의심받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집일 줄이야.

규태는 이마를 찌푸렸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나도 올해 중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조심을 하려고 했던 거야. 알잖아 내가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내가 돈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런 짓을 할 정도로 파렴치한은 아니야.”

규태가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들을 기회로 삼아온 이력을 잘 아는 캐서린이었기에 규태의 말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알죠, 당신이 위기를 느끼면 이상해진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당신을 오라클이라고 하잖아요. 이번에도 제대로 예측했나 보네요.”

식스센스, 그러니까 예감이 다른 이들과는 아주 차별되고 발달했다는 것이 수많이 많은 이들이 규태의 투자를 분석한 결과물이었다.

2010년대 이후로 규태의 투자성공에 관한 분석은 대학에서도 붐을 이룰 정도로 수없이 많이 이루어졌다.

마지막의 결론은 동일했다.

거대한 성공을 거둔 타이거 그룹의 성공비결에는 규태의 예측력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것.

함께 살고 있는 캐서린도 그렇게 여기는 모양이었다.

이따금 술에 취했을 때 털어놓는 회귀했다는 이야기보다는 훨씬 납득하기가 쉬웠나보다.

캐서린이 규태를 몰아 새우는 이유는 뻔했다.

규태가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생명공학 회사들이 맹렬하게 일하고 있으니까 조만간에 백신을 만들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이게 워낙 변이가 잘되는 바이러스라 앞으로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매년 접종을 해야 할걸.”

막대한 자산을 가진 규태의 투자는 단기간에 집중으로 이루어진다.

말 그대로 돈과 인력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야 옳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약회사들이 맹렬한 기세로 백신을 개발 중이었다.

원역사에서 제일먼저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나 MRNA 원천특허를 가진 독일 기업들도 인수를 해서 함께 연구 중이었다.

“그럼 조만간에 이번 사태도 해결이 되겠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무한의 화장장 시설이 부족해 시신을 처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이야기를 들은 캐서린의 눈가가 붉어지는 것을 보며 규태는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규태의 계획대로라면 빠르게 코로나 19는 종식이 될 것이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는 놈들은 계속 나온다.

백신을 불신해서 맞지 않겠다고 버티거나 변이종이 나올 때마다 한 번씩 몸살을 앓아야 했다.

불행하게도 이 사태가 지난다음부터 세계간의 이동은 예전처럼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자유롭게 세계를 여행하는 이들은 이제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을 뿐이었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 분쟁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냉전시대가 시작된다.

싸움이 시작된 것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부터였다.

중국의 코로나 19근원 론에 맞서 중국정부는 여러 가지 시도를 했지만 중국의 입지는 급격하게 좁아진다.

원인은 나중에도 밝혀지지 않았다.

책임론을 우려한 중국정부의 조직적인 증거파기 때문이었다.

“그럴 리가 진짜는 이제부터가 시작일걸. 저거 변이성이 강해고 전염성도 강해서 좀처럼 막기가 쉽지 않아.”

홍콩독감이나 메르스처럼 이번 사태를 단순하게 여겼던 캐서린이 큰 충격을 받았다.

“설마요? 스페인독감이후로 대규모 전염병은..... 당신 설마 이게 스페인독감처럼 대유행을 하게 될 거라고 보는거에요? 중국에서 그치지 않는다고요?”

‘그이상이 될지 이하가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상황에서는 누구도 알 수가 없지. “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심각한 얼굴로 말없이 TV를 바라보는 규태였다.

그제야 캐서린도 심각하단 사실을 느끼기는 한 모양이었지만 글쎄 제대로 파악하려면 아직 멀었다.

중국에서 시작된 질병은 한국과 일본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고 유럽에도 대유행을 일으켰다.

예방에 자신만만하던 미국도 마찬가지.

전 세계가 빠르게 확산되는 코로나 19의 공포에 사로잡혀버렸다.

사람들의 통행이 통제되면서 경제도 빠르게 추락했다.

주가역시 바닥을 모르고 추락.

전 세계의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했다.

규태는 사태가 심각하게 진행되자 가족들과 함께 한국 집으로 이동했다.

남들은 안전한 미국을 두고 한참 바이러스 때문에 고통 받는 한국에 들어가려 하느냐고 우려를 했지만 뭘 몰라도 크게 모르는 소리.

이미 미국은 오래전에 뚫렸다.

그게 크게 보도가 되지않아서 그렇지 미국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미국특유의 자유방임사상까지 더해지면서 점점 미국은 통제 불능이 되어갈 터였다.

그에 반해 안전하게 통제되는 한국이 훨씬 안전했다.

자식들의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규태는 떠나기 싫어하는 에단과 리즈를 강제로 끌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프랑스에 머물고 있던 동생의 가족들도 그리고 주요한 타이거의 핵심들도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다.

규태가 전용기를 타고 한국공하에 도착하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크게 중계되었다.

코로나가 확산되어가는 와중에 안전하다고 자신하는 미국을 떠나 규태가 가족들을 데리고 한국에 들어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정부와 국민들에게는 커다란 힘이 되었다.

그만큼 한국이 안전하다는 증거였기 때문이었다.

투명한 정보공개로 시시각각 일어나는 일들을 알리고 코로나를 예방하는 각종 준칙들을 질서 있게 지키는 한국에 대한 찬양기사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졌다.

규태가 미국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에서도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빠른 진단시약으로 코로나가 뚫렸다는 놀림을 듣던 한국이 오히려 가장 안전한 국가가 되었다.

“뉴욕은 어때?”

“난리에요. 지금 셧다운을 한다고. 이미 수많은 이들이 병원에 들어가도 자리가 없어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자진해서 뉴욕에 남은 셜리 기번은 규태와 화상통화가 이어지자 눈물을 흘렸다. 삽시간에 불어난 환자를 감당하지 못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는 이들의 숫자가 엄청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한국에 오자니까.”

“설마 미국이 이럴 줄은 몰랐죠. 미국이 정말 이럴 줄은 몰랐어요.”

“내가 말했잖아 미국은 의료체제에 있어서는 후진국이라고.”

“....그때는 믿기 힘들었는데 지금 보니까....... 심지어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서 장의사들마다 난리라네요.”

점점 분위기가 침울해지는 것 같아 규태는 얼른 화제를 바꾸었다.

“주식은 사들이고 있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주변의 아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온전하게 제정신을 가지기 힘들었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였다.

물론 그녀와 직원들이 머무는 지역은 이미 완전하게 독립된 지역. 사태가 벌어지기전 규태의 지시에 따라 가족들까지 전부 옮겨왔다.

“계획대로요. 그런데 지금 사도될까요? 지금같으면 미국이 회복되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진짜 이대로라면 미국이 망할지도 몰라요.”

사태가 벌어지면서 콧대높던 미국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셜리는 그 일에 절망하는 모양.

“설마 그럴 리가. 어제 보고를 받았는데 백신의 개발이 멀지않았어.”

“아! 그게 성공했다고요?”

이야기를 듣는 셜리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미 셜리도 백신의 개발이야기는 들은 상태. 설마 이렇게 빠르게 진행될 줄은 몰랐나보다.

“2상에 들어갔는데 성고하면 빠르게 3상으로 넘어갈 것 같아.”

2상에만 성공하면 그대로 접종을 시작할 것이었다.

제아무리 엄청난 질병이라도 백신을 만드는 건 시간과 돈의 문제였다.

다소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이젠 내일이 없었다.

예방에 효과가 있는 백신이라면 빠르게 사용승인이 떨어질 것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규태는 백신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백신을 생산하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추가로 백신생산시설을 확장해야 할까요?”

“그럴 필요 없어, 그냥 조금 로열티를 받고 특허를 풀 거거든.”

규태의 이야기에 놀라 셜리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만큼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특허를 쥐고 있으면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

거기까지 생각하던 셜리는 이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돈이라면 이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번 보스였다.

“...역시 보스는.....”

셜리 기번의 존경한다는 눈빛을 견디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규태는 이내 주식 매입내역을 확인했다.

주식뿐이 아니었다.

원자재 선물시장은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까지 경험했다.

모든 원자재의 가격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쳤다.

“계획대로 전부다 사들이도록 해. 미 정부에서 꾸준하게 돈을 풀 테니까. 시장은 이제 바닥을 찍었어.”

셜리와의 영상통화를 마친 규태는 가만히 창밖을 보았다.

전의 역사에서 얼마나 지긋지긋하게 오래 끌었는지를 알기 때문이었다.

백신이 나왔어도 저마다의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특허를 공유하지 않고 이익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여유생산능력이 있어도 백신생산이 한없이 늦어졌다.

소위 말하는 후진국들은 백신이 개발되고도 끝없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규태는 조금의 로열티를 받고 특허를 풀어줄 계획이었다.

돈이야, 지금처럼 주식투자로 벌면 그뿐이었다.

휘청거리던 주식시장은 규태의 매수가 시작되자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뿌려대는 유동성에 서서히 활기를 되찾던 증시는 규태가 백신특허를 공개하자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코로나 불황의 끝이었다.

역사보다 빠르게 코로나 19가 종식되면서 증거를 숨기지 못한 중국에 미국에 선전포고를 날려대면서 예정대로 새로운 냉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갔다.

규태는 아내와 함께 목성궤도에 위치한 콜로니인 KT-11에서 멀리보이는 가니메데를 보았다.

지금까지 아내도 규태도 바쁘게 살아왔지만 이젠 은퇴할 날만 남았다.

인공장기이식수술이 보편화 되면서 인류의 수명은 끝없이 늘어났다.

그래도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 존재했다.

인간의 존재를 증명하는 뇌만은 건드릴 수 없었다.

인공뇌의 이식여부를 두고 끝없는 논쟁이 벌어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뇌만큼은 건드리기를 기피했다.

의학의 발전덕분에 백 살을 한참 전에 넘겼지만 규태나 캐서린이나 크게 외모의 변화는 없었다.

아내 캐서린의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규태가 입을 열었다.

“지금쯤 에단이나 리즈가 길길이 뛰겠는데.”

“이만큼 부모가 해줬으면 이젠 갚을 때도 됐죠. 메시지를 받았으면 이제 그만 놀고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아차렸을 테니까요.”

아이들이라면 끔찍하던 캐서린도 이젠 변했다.

“지금까지 놀았다고 하면 그 아이들이 섭섭해 할 것 같은데. 나름 열심히는 했잖아.”

“거대한 사업을 책임지는 자리를 온전하게 떠맡아보면 아이들도 자리의 무거움을 느낄 거예요.”

“그렇기는 하지.”

규태는 씁쓸하게 웃었다.

규태의 사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거대해져서 이젠 인류의 생활 대부분에 뿌리박혔다.

2080년 인류 대통합을 이루며 만들어낸 지구공화국의 주인은 공화국 국민이 아니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죽하면 KT공화국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형편.

그런 거대 기업의 최고자리에 오르게 되면 할 일이 많았다.

특히 규태는 지금까지 소외된 이들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게 자신이 회귀한 이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 자선에 몰두해서 인지 규태에게 적이 많았지만 친구는 더욱 많았다.

규태가 도움을 주어서 생명을 구하고 학교를 다니고 직장에 취직하고 결혼을 한 이들의 숫자를 따지자면 몇 억을 훌쩍 넘어간다.

버는 만큼 어려운 이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다.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이들이 많은 아프리카에서 규태는 성자라고 불리웠다.

“이젠 아이들도 혼자 힘으로 일어서는 법을 배울 때가 되었어요.”

악착같이 자리에 오르기를 거부하는 두 아이를 두고 훌쩍 떠나왔으니 지금쯤은 난리가 났을 것이었다.

전망 창으로 보이는 이오와 가니메데를 보며 캐서린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만큼 나이를 먹고 자식들도 컸으니까 이제 알아 서들 하겠죠.”

자리에서 벗어난 홀가분함을 느끼는 건 캐서린도 마찬가지, 아이들이 자라서 독립하자 캐서린도 예전의 일에 다시 뛰어들어 바쁜 날을 보내야 했다.

많은 재산을 가진 이들은 그만큼 일에 치일 수밖에 없었다.

규태나 캐서린 모두 일을 즐겼지만 이젠 조용히 살고 싶었다.

그래서 목성에 새롭게 위치한 콜로니로 함께 온 것이었다.

2,070년 이후 인류는 수많은 콜로니들을 만들면서 지구에서 벗어낫다.

콜로니의 가장 전망이 좋은 전망 창에 나란히 앉은 규태와 캐서린은 멀리보이는 목성의 화려한 풍광과 그 주변을 도는 위성들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시커먼 우주공간으로 빛나는 달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두 사람은 굳게 손을 잡았다.

그리고 시간이 되었다. 지구시간으로 뉴밀레니엄이 시작되었다는 신호가 울리자 규태가 아내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새로운 세기를 축하해 여보.”

“당신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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