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세계최고의 부자
리만브라더스의 레온회장은 자신의 임기 마지막을 장식할 사업으로 선정한 셰일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미전역의 땅을 사들였다.
적극적으로 개발 중인 퍼미안 분지의 땅은 물론이고 일리노이 주 인근에 집중적으로 위치한 셰일 분포지역의 땅도 대거 사들였다.
셰일의 분포는 전 세계적으로도 흔한 편이지만 개발이 느린 것은 개발 중에 막대한 물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이에 부수되는 환경파괴도 만만치 않고 생산된 원유와 가스를 수송할 수단도 문제였다.
또 법률적으로 미국은 개인의 소유한 땅의 지하에 묻혀있는 광물 권까지 인정해주는 법률을 가진 탓에 지주들이 적극적으로 셰일개발에 나설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
중국은 미국보다 많은 셰일을 가진 나라지만 소모되는 물이 부족해 개발이 지지부진한 반면 미국은 퍼미안 지역에서만 세계최대유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와르 유전에 버금가는 엄청난 세일유전을 발견하게 된다.
“레온 회장님, 바켄지역에서도 추가로 셰일이 발견됐습니다.”
지역 지질조사를 나갔던 조사요원들이 가져온 보고서를 받은 리처드 케인이 반가운 소식을 들고 레온에게 달려왔다.
새롭게 탐사중인 노스다코타의 바켄지역은 남부 텍사스와 함께 미국셰일가스를 생산하는 두 축이다.
전성기에는 하루에만 170만 배럴을 뽑아 올리며 미국에서 생산하는 770만 배럴의 18%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리만 브라더스의 셰일 팀이 하는 작업은 미북부 베켄지역에 추가로 매장된 셰일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기존에 셰일업자들이 확보하고 있는 셰일지도는 규태가 준 지도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셰일 팀은 지질 전문가를 동원해 이런 차이를 확인했다.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확실히 셰일이 넓게 분포된 모양이로구만.”
“맞습니다. 미리 토지를 확보해 놓는다면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개발이야 업자들에게 맡기면 그만이구요.”
“그래 조사한 지역의 토지는 사들이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비밀스럽게 사고 있으니까 토지가격이 올라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에 발견된 지역은 기존조사에서는 세일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발견했더라도 채산성이 없다고 알려져 있으니까요.”
“그래 자네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조심해야지. 사실이 새나가면 토지가격이 엄청나게 뛰는 건 알지? “
토지를 인수하는 명의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서 리만이 인수하는 것을 모르게 숨겼다.
자칫 토지매입 정보가 새어나가면 토지가격이 급등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레온회장이 젊은 시절 살던 동네 근처에서 석유가 발견되었었다. 한적한 시골동네이던 마을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었다.
버려져 있다시피 했던 토지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갔었다.
평범한 시골마을에서 자란 레온회장이 학비가 비싼 동부지역의 명문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부친이 가지고 잇던 토지의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평범한 시골마을은 오일노동자들로 붐비는 동네로 바뀌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허송세월하던 동네의 형들도 오일채굴장에서 땀을 흘리며 일을 했다.
레온회장이 고등학교시절의 기억이라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워낙 충격적인 일이었기에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
“당연하죠. 저희는 프로입니다. 그 정도 보안을 지키는 일은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셰일 팀의 팀원들은 엄청난 연봉을 받는다. 비밀스럽게 움직이고 있지만 이들이 거두는 수익은 엄청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셰일을 확인하고 토지를 매입하는 단계까지 하나같이 비밀을 요하는 일들 투성이었다.
대가는 엄청난 성공보너스.
“그래 앞으로도 잘해주기를 바라네.”
리처드와 이야기를 하는 레온회장의 눈에 검은 황금이 묻힌 지도가 크게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서랍을 열어 규태가 건넨 지도를 확인했다. 지금까지 확보한 물량으로는 부족했다.
국제유가가 70달러를 넘어 100달러까지 오른다는 예측이 무성한 때였다.
지금까지 사들인 지역의 토지명단을 건넨 리처드가 방을 나서자 리처드는 날카로운 눈으로 자료를 훓었다.
아직 레온은 배가 고팠다.
나이를 먹어 은퇴를 앞두고 벌이는 작업이지만 그가 회장으로 있는 리만을 위한 마지막 프로젝트였다.
이게 성공하면 앞으로도 리만은 투자은행업계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을 것이었다.
매입한 토지들은 조만간 리만의 만들 펀드에 편입될 것이었다. 그리고 장기간 리만의 새로운 수익원이 되어줄 것이었다.
그다음은 자신의 뒤를 잇는 새로운 세대가 나타날 것이었다.
이미 레온회장은 다른 월가의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가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거둔 커다란 성공 때문이었다.
은퇴를 코앞에 둔 레온회장은 지도를 보며 미소 지었다.
회장경쟁에서 밀려나 야인처럼 살아가던 자신의 앞에 나타나 리만 브라더스의 회장 자리를 맡아 달라 요청하던 규태의 얼굴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그때는 20대에 불과했던 규태도 이제는 마흔이 넘은 장년이 되었고 자신도 나이를 먹을 데로 먹었다. 그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만족스러운 인생 후반기였다.
멋진 인생이었다.
레온은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다.
닷컴버블이 붕괴된 이후로 IT업계는 극심한 자금난을 겪어야 했다.
벤처기업이란 사기꾼과 동의어로 사람들에게 인식될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했다.
극심한 침체를 겪던 IT기업이 되살아난 것은 살아남은 기업들이 엄청난 수익을 거두면서 부터였다.
그중에서도 제일 선두를 달리는 기업은 역시 애플이었다.
아이폰을 성공시키면서 기존강자들을 제치고 선두의 자리에 오른 애플은 거칠 것 없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선구자이며 애플의 선장이던 잡스의 죽음이후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후임인 팀 쿡이 잘 회사를 추스르면서 회사의 가치는 점점 높아졌다.
불만은 엄청난 수익을 거두면서도 배당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잡스가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나면서 트라우마라도 생겼는지 회사에 현금을 쌓아두려고만 할뿐 배당을 하지 않았다.
잡스가 사장일 때는 주주들의 압력을 가볍게 넘어갔지만 후임자인 팀 쿡은 그 정도 카리스마를 가지지 못했다.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규태가 예고 없이 애플의 본사로 찾아온 것은 충격이었다.
“애플의 작년 수익이 830억 달러아닙니까? 그런데 배당을 얼마나 한다고요?”
“3%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섭게 노려보는 규태의 시선을 마주보지 못하고 팀 쿡이 애써 눈을 돌렸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짜게 배당하는걸 최고의 선이라 여겼던 잡스의 후계자답게 팀 쿡의 배당성향도 높지 않았다.
세금을 줄이려 본사주소를 아일랜드로 옮긴 애플의 CEO다운 행동이지만 규태는 이걸 봐줄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지금까지 쌓인 현금자산만 1,500억 달러가 넘는데도 배당을 그렇게 하겠다고요? 지금 애플 주가가 얼만지나 아십니까?”
“압니다. 그래서 배당을 적게 하겠다는 겁니다.”
팀 쿡도 나름 할 말이 있었다.
애플주식을 들고 있으면 1년 동안 수익이 50%가 넘었다. 280달러까지 내려갔던 애플의 주가가 1년 동안 450 달러를 넘었다.
조만간 500달러를 넘는다는 예측이 대세.
치솟는 주가에 이사회에선 배당압박이 심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규태는 만족스럽지 가 않았다.
예정된 배당을 3%에서 5%로 올리는 것이 팀 쿡과 마주한 규태의 목표였다.
이미 애플주식의 41%를 소유한 규태였다.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주식을 팔아치운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르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애플과 아마존의 주식을 사서 모았다.
여러 명의로 분산되어 있어서 외부에선 정확하게 규태가 보유한 지분을 알지 못했지만 CEO인 팀 쿡까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규태는 가지고 있는 인텔 주식을 조금씩 팔아치우고 팔았던 마이크로 소프트의 주식을 되사들였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새롭게 CEO를 임명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란 업종에 들어간 다음부터였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MS의 새로운 사업 방향이 정해지면서 장기적인 전망이 어두운 주식들을 팔아치우는 것이다.
2,019년까지 새롭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목표였다.
그중 핵심인 애플의 배당성향을 목표대로 높일 수만 있다면 나쁜 일이 아니었다.
지분은 겨우 1%에 불과한 월급쟁이 CEO인 팀 쿡은 이 욕심꾸러기 대주주의 갈망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미 21세기의 로스차일드라 불리며 석유부국인 사우디 왕가의 재산과 비견되는 개인재산을 가진 대주주가 이렇게 욕심을 부리는 것을.
넋이 나갈 정도로 팀 쿡을 호통 친 규태는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우호지분까지 합치면 애플 지분의 절반을 넘게 소유한 규태의 제안을 팀 쿡이 감히 거절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애플과의 협상에서 성공한 이후로 규태는 투자한 기업들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지만 자잘한 것에는 꽤 신경을 썼다.
오라클에도 간섭하기 시작해서 최고 CEO이자 다혈질인 래리 엘리슨이 은퇴하겠다는 선언을 하게 만들었다.
제 딴에는 대주주인 규태의 간섭을 벗어나기 위해 협박이라고 한거겠지만 래리 엘리슨과는 크게 친분이 없는 , 사실은 좋지 않게 보는 면이 강한, 규태였기에 래리 엘리슨이 은퇴의사를 표명하자마자 가뿐하게 이사회를 통과 시켜버렸다.
나이를 먹으면서 독불장군기질이 더욱 강해진 래리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게 하나둘 투자한 회사들의 경영자를 바꾸었다.
투자한 회사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던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이었다.
이에 따라 IT업계에선 바싹 긴장을 했다.
최고의 투자자이자 벤처 창업자들에게 우호적인 입장에 서있던 규태의 마음이 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몇 개 회사에만 관여할 뿐 그 이상으로는 나서지 않자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자네는 파면이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주춤하던 우려는 실리콘벨리에서 이름 높은 벤처기업의 하나인 우버의 창업자인 트레비스를 해고하면서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대주주인 타이거 펀드의 감사팀이 전격적으로 들이닥쳐 사내조사를 거친 후에 열린 이사회에서 내린 결정은 한동안 실리콘 벨리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버의 창업주인 트레비스는 스티브 잡스와 제리 양의 뒤를 있는 벤처기업가로 이름 높았기 때문이었다.
우버가 만들어진 이후로 단숨에 유니콘의 자리에 올랐고 평가액이 600억 달러가 넘었는데도 창업자를 해임한 것이었다.
우버는 성장의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오만한 모습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면서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놓쳤다.
동남아는 그랩이 중국은 디디추싱이 새롭게 우버의 대체자로 자리를 잡았다. 이들 시장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뼈아픈 실책이었다.
경영자 교체는 이른 성공에 오만해진 IT기업들의 기강을 잡는 다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