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217화 (217/220)

#217

선호작품 등록/취소

알림 등록/취소

셰일투자

이 타이밍에 입을 열었다간 눈치 없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 뻔했다.

리만의 레온회장이 가진 정보망이 없겠는가.

규태가 뒤로 중국에 수작을 부렸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란히 앉아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능청을 떠는 걸 보면 나이를 그냥 먹는 게 아니다 싶었다.

레온회장의 모른 척에 발을 맞춰주는 규태도 의뭉스럽기는 마찬가지.

투자를 약속하기는 했지만 인도시장은 극도로 폐쇄적이다.

오히려 공산당이 꽉잡고 투자자들을 벗겨먹는 중국이 훨씬 낫다고 여기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중국이 훨훨 날아가는 동안 인도가 거북이걸음을 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중국의 대체투자자로 꼽히는 국가들이 하나같이 그만큼 성공을 못하는 이유는 기본 인프라와 인적자원의 차이, 이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었다.

“비트코인 투자로 중국의 손실이 엄청난가 봅니다. 중국인민은행이 열심히 돈을 찍고는 있지만 자금이 부족해서 은행들이 휘청휘청한다더군요. 그 와중에 중국증시가 폭락할걸 예측한 투자자가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다고 들었습니다.”

3,500까지 올랐던 상해지수가 1,500까지 내려가며 반 토막이 넘게 내려갔다.

완전히 대폭락이라고 봐도 좋았다.

그 바람에 중국정부가 자금부족을 해결하려고 엄청나게 진땀을 흘린다고 하던데.

규태는 잠시 등골이 서늘해졌다.

배후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당장 자신이 타고 있는 비행기에 미사일을 날릴지도 몰랐다.

“일모야, 이 비행기가 노선이 어떻게 되냐?”

혹시라도 중국 상공을 건너가기엔 괜스레 찔리지 않는가.

“대서양 노선으로 가고 있으니까 걱정마시죠.”

“휴우, 잘못하면 골치 아플 뻔했다.”

“허허, 무슨 일이야 있겠습니까?”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유 만만인 레온과 다르게 규태의 질문에 대답을 하던 복일모도 등골이 서늘했었다.

초강대국 미국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레온회장을 잘모르겠지만 중국 옆에 붙어 잇는 한국인으로 거의 대부분을 살아온 복일모는 중국이 얼마나 무모해질 수 있는지 모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참 한국은 재수도 없다.

옆에 있는 이웃나라들이 많고 많은 나라중에 하필이면 중국과 일본이라니.

잠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규태가 물었다.

“후계자선정은 잘되고 있습니까?”

“두 사람을 보고 있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규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레온회장의 몸이 예전과 달랐다.

노인은 하루만 지나도 몸이 달라진다더니 레온회장의 몸이 쇠락해가는 모습이 보기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4년만이라며 연준의장에 취임했던 리처드도 또다시 잡혀서 온갖 앓는 소리를 하기는 마찬가지.

길게 한숨을 내쉰 규태가 말했다.

“알아서 잘하시겠죠. 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전 관여를 하지 않을 겁니다.”

대주주의 지지에 레온회장이 허허웃을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규태의 재산은 눈덩이가 불어나듯이 불어나고 있었다.

덩치를 불려 세계 제1의 투자은행자리를 차지한 리만 브라더스도 규태의 재산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시티와 BOA,AIG까지 금융위기가 끝난 이후의 전리품들은 끝도 없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이번에도 크게 한탕을 한 모양.

중국이 흔들리는 배후에 규태가 있다는 것은 말해주지 않아도 눈치로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벌었을까?

내심 계산을 하던 레온이 머리를 흔들었다.

평생을 투자은행에서 일하면서도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떠오른 탓이었다.

규태는 인도투자에서는 마음을 비웠다.

규태가 실제로 노리는 진짜 투자처는 미국이었다.

인도투자는 백악관을 위한 제스쳐에 불과했다. 연준은 금융위기가 닥치자 위기극복을 위해 돈을 뿌려댔다.

헬리콥터에서 돈을 살포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구 뿌려대는 달러.

처음에는 마구 뿌려대는 달러로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인플레를 두려워하던 이들도 결국에는 무릎을 쳤다.

두려워하던 인플레이션의 압박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통화량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자금조달이 쉬워진 벤처기업들이 미친 듯이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손에 든 현금이 많아진 이들이 다투어 얼리 어댑터가 되었다.

애플과 MS,그리고 야후

이맘때쯤이었으면 역사의 흔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할 야후는 어마어마하게 잘나갔다.

야후마켓과 야후게임스를 분사해서 상장시키고도 여전히 야후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를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경쟁자인 애플의 주가 두 배 수준에서 더 큰 갭을 벌리며 날아 올랐다.

잡스의 죽음이후로 주춤하던 애플주가는 실적발표로 함께 다시 뛰어올랐다.

떨어지는 애플주식을 쓸어 담은 건 규태였다.

아마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첨단주라면 죄다 30%이상은 규태가 가지고 있었다.

“첨단주에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하실 겁니까? 애플주식을 사려고 해도 매물이 없더군요.”

이게 진짜로 궁금했던 레온이었다.

리만은 꾸준히 규태의 투자를 따라갔다.

중국시장에 투자할 때는 따라 샀고 IT기업에 투자할 때도 펀드를 조성하며 따라서 샀다.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엄청난 성공으로 돌아왔다.

바이 월드 펀드

한국 국민연금의 일정투자부분과 소액투자를 받아서 운용한 펀드는 대성공을 거두었었다.

엄청난 성공이후 펀드를 청산하고 한동안 내버려 두었다가 금융위기가 닥치자 다시 이 펀드를 되살렸다.

펀드의 판매야 말하지 않아도 대작.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사람들이 속출했었다.

원하는 대로 일인당 투자금액이 2,000만원으로 상향된 펀드는 투자개시 6개월 만에 120%, 1년 만에 300%의 수익을 내며 규태의 이름을 드높였다.

그이후로는 매년 30%~ 50%의 수익률을 유지하면서 체면치례를 하는 정도였는데 최근 들어서 다시 첨단주 투자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플보다는 야후죠. 회사주식들을 사놓으면 앞으로도 계속 큰 수익을 얻을 겁니다.”

“지금 주가도 엄청난데 더 오른다는 말입니까?”

턱없이 오르는 주가 때문에 버블이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다.

레온회장도 그중에 하나.

그런데 앞으로도 지금처럼 주가가 올라간다고?

“앞으로의 미래는 계속 첨단 IT의 시대가 될 겁니다. 당장 애플의 실적이 좋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클라우드시장을 누가 잡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지금은 엄청난 투자때문에 저평가 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주가가 크게 올라갈겁니다 .”

야후마켓의 주가가 예상보다 휘청이는 것도 클라우드 서버에 아낌없는 투자를 지속하기 때문.

야후마켓이 어지간한 자금을 가졌다면 휘청 이거나 따로 투자자를 구할 것이지만 규태는 그런 범위를 아득히 넘어간 자금을 소유한 투자자다.

사실 규태는 조금 후회하는 중이었다.

너무 열심히 달려온 탓에 주변에 적이 가득했다.

적당히 돈을 벌어들이고 편하게 사는 것이었는데 과거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전투적으로 돈을 벌다 보니 자신이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돈이 손에 들어왔다.

“첨단주 말고는요? 또다른 투자처가 있으면 알려주시죠. 투자자금은 밀려드는데 수익이 나지를 않아요. 수익이.”

앓는 소리를 하는 레온회장이 본색을 드러냈다. 바쁜 레온회장이 뭐하러 인도에까지 날아왔겠는가.

“셰일이라고 아십니까?”

“들어는 본 것 같습니다. 가격이 맞지가 않아서 생산이 활발하지 못하다고 들었습니다. “

초창기보다 낮아지기는 했지만 이당시 기술로 배럴당 30달러가 넘는 생산비가 들었다.

원유가격이 30달러를 넘으면 세일에서 퍼 올리는 석유 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내려가면 생산도 줄어들었다.

세일석유나 가스를 취급하는 회사들의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오르내리는 유가에 따라 흥망성쇠가 복잡했다.

“석유는..... 기존에 자리를 잡고 있는 자들이 많아서.”

“그쪽부분의 텃세가 상당하지요.”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 독점 법을 직격탄으로 맞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듯 싶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쪼개 진 회사의 지분은 고스란히 들고 있었고 시간이 흘렀어도 석유업체에서 영향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투자하기가 곤란하다는 말이로군요.”

“예, 그래서 세일업체들이 영세한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큰돈을 가진 사람들이 석유는 피하니까요.”

규태가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석유를 직접 생산할 필요가 있나요? 석유가 나는 땅을 사면 되지 않습니까.”

“예? 땅을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듯 레온이 눈을 크게 떴다.

“예. 조사한 바로는 셰일이 분포한 지역에 미국에 산재해 있습니다.”

생각난 김에 규태가 알고 있던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꺼내들었다.

셰일은 생각보다 다양하게 분포했다.

세계적으로도 널리 퍼져있었고 미 전역에도 셰일이 발견된 지역은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은 퍼미안 분지, 그 옆의 버넷과 이글포드에서 대량의 셰일이 발견되었다.

퍼미안의 셰일이 가장 많이 퍼 올리는데 이것은 다른 곳보다 접근하기도 쉽고 물을 구하기도 쉽지 때문이었다.

“이 지도 내용이 정말입니까? 제가 알고 있던 것보다 세일이 분포된 지역이 훨씬 넓은데요?”

“당연히 사실이죠. 제가 엄청난 돈을 들여서 셰일의 분포를 확인한 지역들입니다.”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다음 전문가들을 도우언하면서 분포를 확인한 지도였다.

지도의 가치를 따지자면 1,000억 달러는 가뿐하게 넘을 것이었다.

미전역의 지도를 대충대충 동그라미로 표시해 놓은 것 같지만 이게 전부 셰일이 발견된 지역이라니.

셰일의 양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레온은 처음 안 사실이었다.

“이 지도가 사실이라면 땅을 사들이는 건 확실히 석유업체들의 견제를 비켜가는 방법이로군요.”

자원 먹는 하마인 중국경제가 흔들리면서 원유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셰일업체들이 버티는 건 점점 생산단가가 낮아지기 때문.

중국과 마찬가지로 원유수입국이던 미국의 수입량이 줄어드는 건 사우디 같은 원유수출국들의 코털을 건드리는 일.

조만간 셰일업체들을 죽이기 위한 치킨게임이 벌어진 날이 머지않았다.

낮아지는 유가에도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 셰일업체들도 생산단가를 낮추는 작업은 진행 중이었다.

“지도를 가져가셔도 됩니다.”

마른 침을 꿀떡 삼키면서 속에 담긴 말을 꺼내지 못하는 레온회장을 부처님 같은 눈빛으로 보던 규태였다.

“이걸 진짜로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투자은행으로 자금이 몰려들지만 정작 투자할 대상은 마땅치가 않았다.

첨단 주중에 진짜 돈이 될 법한 주식은 시장에 나오지를 않는다.

나와도 터무니없는 가격에 나오는 바람에 좀처럼 투자지분을 늘리기 쉽지 않은 판국.

규태가 건네준 지도는 이를 타개할 획기적인 묘책이었다.

“그런데 이미 땅을 사둔 것은....”

“그건 노코멘트하겠습니다.”

당연히 규태가 돈이 되는 일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이미 한참 전부터 사람을 통해 땅을 사들였다.

그 넓은 퍼미안 지역의 1/3, 이글 포드와 베넷지역의 절반을 사들였다.

더 사들이려다가 눈치가 보여서 레온에게 넘겨준 것이다.

레온도 대답을 들으려고 물어본 것은 아니라는 듯 이내 지도에 얼굴을 파묻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