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216화 (216/220)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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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는 열차

아수라장.

한마디로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락한 중국이 정확하게 그 모양이었다.

전 국민이 투자하는, 가진 돈이 거의 없는 농민공조차도 어떻게 해서든 쥐고 있던 게 비트코인이었다.

가격이 올라갈 때는 매일이 축제였다.

하지만 가격이 폭락하자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이들이 속출했다. 경제수도라는 상해에선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리거나 다리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는 이들이 허다했다.

처음에는 투신자살자의 소식을 숨 가쁘게 전하던 방송들도 이젠 자살자들의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워낙 많이 자살하기 때문에 당에서 보도지침을 내린 것이다.

오가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쳐흘러던 거리는 인적마저 뜸해졌다.

일시적으로 막혀버린 자금흐름 때문에 가뜩이나 늘어나던 기업부도도 폭주했다.

“미쳐버리겠군. 출구가 보이지 않아. 빌어먹을 비트코인이란게 도대체 뭐하는 물건이야?”

국무원의 부총리인 리첸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충격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인민들의 모습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피우기 시작했다.

투자의 광기에 빠져들었던 인민들은 믿지 못하겠지만 리첸은 비트코인이란 디지털 코인을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편해보여도 국무원의 부총리란 결코 직책은 놀고먹는 자리가 아니었다.

알지도 못하는 비트코인이란 것이 폭락했다고 중국인민들의 경제상황이 극도로 나빠진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가 힘들었던 것이다.

“비트코인이란게 디지털 코인의 일종으로 중앙의 집중권력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듣기만 해도 위험한 물건이구만, 그래서 어째서 이런 일이 벌여졌냐는 거야?”

실무자들의 보고를 가만히 듣던 리첸이 혀를 찼다.

얼핏 듣기만 해도 당의 의사에 반하는 의미가 물씬 풍기지 않는가. 게다가 그 유명한 네덜란드 튤립버블의 냄새도 나고. 하여간 이런 바보짓에 중국인민들이 휘둘렸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투자성공담이 엄청났었습니다. 작은 자본금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SNS로 퍼지면서 문제가 커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중국인민들 가운데 비트코인 투자를 안 한 자들이라면 바보취급을 받았으니까요.”

실무진들의 보고에 리첸은 혀를 끌끌 찼다.

당의 의사는 중앙에 권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골치 아픈 지방군벌들이 주석 자리의 이양을 앞에 두고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시기에 이런 일까지 벌어지다니.

“가격이 5만 달러까지 올라갔다가 500달러까지 폭락하는 바람에.....”

“그렇게 까지 코인가격이 급등락을 할 수가 있었던 건가?”

“이건 오르고 내리는 제약이 없습니다. 빠르게 가격이 오르면서 인민들이 투자에 나섰는데 매물이 쏟아지면서 짧은 기간 안에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대충 이야기를 듣자니 가격을 폭락시킨 세력이 있다는 소리였다.

“어떤 놈들이야! 어떤 놈이 그런 짓을 벌인 거야. 당장 가격을 폭락시킨 놈들을 알아내도록 해! “

붉게 얼굴이 달아오른 리첸에게 쭈뼛거리며 첸시앙이 대답을 했다.

“저 동지, 비트코인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끄응!”

부하들의 대답에 화가 치밀어 오른 리첸이 이마를 짚었다.

이런 바보 같은 놈들 모른다고 할 게 아니라 만들 어서라도 매도한 놈을 찾아내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알아내란 말이야. 내가 주석동지께 어떻게 설명을 하란 말이야. 우리도 알지 못하는 이유로 인민들의 재산이 사라졌습니다. 우리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렇게 말하란 말이야!”

“......”

“당장 어찌된 영문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자를 찾아와! 저녁에 주석께 보고를 해야 한단 말이다.”

들고 있던 서류를 집어던지며 화를 내는 리첸이었지만 화를 내는 부총리 리첸이나 금융담당 서기인 첸시앙도 비트코인이란게 뭐인지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서둘러 달려가는 첸시앙을 보며 리첸은 이마를 짚었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젊은이들이라면 단박에 이해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 자리에 오른 이들은 새로운 디지털 코인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다.

아들놈이 투자를 한다는 소리를 얼핏 들었는데 그게 아마도 디지털 코인이었던 모양이다. 그놈에게 설명을 듣는 게 빠를 것 같았다.

전화기를 들며 리첸이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이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는데 자신이 뒤따르지 못한다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했다.

가격이 폭락하면서 여러 가지 긴급 조치를 내렸지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를 정확하게 짐작하는 이가 국무원에 없었다.

이렇게 중국정부가 사태수습에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규태는 준비된 작업을 차근차근 시작해 나갔다.

미행정부가 규태의 계획을 접하고 가장 우려하는 것은 새로운 경제 동력원의 상실이었다.

중국경제가 성장하면서 세계경제는 기나긴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이라는 침체에서 벗어났다.

돈을 풀면 경제는 성장하지 못하고 물가는 오르는 현상을 말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기나긴 장기집권중이던 주류경제학인 케인즈 학파의 쇠퇴를 불러일으켰다.

이를 대신해 떠오른 이론이 밀턴 프리드먼으로 대표되는 시카고 학파였다.

레이건과 부시로 대표되는 12년간의 공화당 정부가 말하는 조세를 낮추면 조세수입이 늘어난다는 정책을 펴게 된 이론적 근거였다.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늪에서 미국경제가 벗어나게 된 것은 새로운 산업인 그것도 미국의 절대적인 우위를 지니는 IT기업의 성장과 다른 하나는 중국경제의 엄청난 성장이었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세계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중국경제의 성장이 침체에 빠진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에게는 엄청난 힘이 되어주었다.

너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을 손 봐줘야한다는 것에는 미행정부내에서도 이견이 없었지만 중국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자칫 또다시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악몽을 되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했다.

그래서 규태가 중국을 대신해서 주목한 나라가 인도였다.

어차피 인도는 중국이 빠르게 임금상승과 외국인 투자자에게 불합리한 경제외적인 문제들이 자주 일어나자 대체제로서 주목을 받게 되는 나라다.

인도의 가장 큰 문제는 형편없는 인프라와 국민의 교육수준이었다.

21세기에 아직도 카스트제도가 온존하며 외부에서 볼 때는 턱없는 상식 밖의 일들이 태연하게 일어나는 나라이기도 했다.

규태가 접촉한 인물은 현총리가 아닌 차기에 집권하는 인도 인민당의 나렌드라 모디였다. 파키스탄과 인접한 구자라트주의 주지사를 2001년부터 계속 연임하고 있는 나렌드라의 인기는 생각 외로 높았다.

또 현집권세력인 인도국민당은 장기집권의 폐해를 고스란히 노출하면서 인도 국민들에게 인기를 잃었다.

다음 선거에서는 반대세력이 집권하는 게 거의 확실한 상황이었다.

차기를 노리는 이들 가운데 선두주자라면 역시 나렌드라 모디였다.

겉으로는 구자라트 주에 대한 경제투자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실제로는 인민당이 다수당이 된후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모디와 얼굴을 익히려는 목적이 더 컸다.

구자라트 도시 중 하나인 수랏에서 벌어진 투자협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수랏은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화 하는데 성공한 첫 번째 도시이기도 하고 인구수가 350만이 넘는 대도시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투자회의에서 규태는 100억 달러의 투자를 천명했다.

또 추가로 250억 달러의 추가투자를 약속하면서 단일 투자자로서는 초대금액의 투자를 기록했다.

큰 어려움이 없이 끝난 투자회의 다음에 규태는 원하는 대로 나렌드라와 비공식적인 자리를 함께했다.

“감사합니다. 큰 어려움이 없이 투자협의를 마쳐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별말씀을 요. 앞으로 인도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었습니다. 그 첫 번째로 구자라트 주에 대한 투자를 계획한 겁니다.”

원하는 것을 예상외로 얻어내어 온화한 얼굴을 한 나렌드라 주지사와 화기애애한 이야기를 한참동안 나눈 규태는 비행기에 올라 미국으로 돌아왔다.

비행기 안, 규태와 투자회의에 함께한 복일모가 우려를 표했다.

“구자라트에 너무 퍼준 것 아닐까요? 나렌드라 주지사는 로또에 맞은 기분일겁니다.”

90년대부터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변화를 일으켜 개방을 하고 있는 인도였다.

밖에서 알려진 것과 달리 아직도 인도경제는 계획경제의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래서 외부투자자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없는 땅이었다.

규태가 협의한 총 350억 달러의 투자는 인도에서 쉽게 얻어낼 수 없는 막대한 금액의 투자인 것이다.

“투자금액이 큰 건 어쩔 수 없어. 여기는 투자를 하려면 크게 해야 하는 땅이야. 중국보다도 기반이 열악하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야 해. 발전소, 상하수도,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공장을 돌려야 한다고 여기고 시작해야 하는 땅이야. “

인도를 꺼려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극심한 빈부격차와 위생이었다.

아직도 집에 화장실이 없는 주택이 대부분.

정말 투자하기가 어려운 나라였다.

그래도 이 나라에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인구가 12억 2020년에는 14억의 인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2050년까지 중국을 제치고 세계인구1위를 차지하는 15억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인구대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꾸준한 출산율로 인해 인구피라미드도 이상적이었다.

일본과 한국의 뒤를 따라서 급격하게 출산이 감소하는 중국과 달랐다.

“투자제한 규정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자칫하면 투자를 하고 빼앗길......”

이야기를 하던 복일모가 미소를 짓는 규태를 보곤 이내 머리를 흔들었다.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

혹시라도 인도경제가 흔들려서 투자금액에서 손실을 본다면 모를까 만에 하나라도 규태의 투자재산을 건드렸다간 그다음은 뻔했다.

쿠데타를 일으키던 선거에서 지게 만들던 규태에게 손해를 입힌 이들은 하나하나 찍혀 나갈 것이었다.

그럴 힘이 규태에게는 있었다.

현재 규태가 가진 공식적인 직함은 없었다.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 외부출입을 좀처럼 하지 않기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기자들이 뒤를 미친 듯이 쫒았지만 크게 얻는 게 없었다.

은둔의 지배자니, 21세기에 모건이니 하고 거창한 이름이 붙었지만 규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이제 말을 하고 뛰어다니는 둘째 리자에 대한 생각만이 그득할 뿐이었다.

투자협의를 위해 함께 인도에 온 리만브라더스의 레온회장이 느긋하게 요즘 돌아가는 경제상황을 이야기했다.

단연코 월가에서 가장 큰 화제는 중국경제가 겪는 어려움이었다.

“중국이 심각하답니다. 개방이후로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지 모른다는 소식입니다.”

“그래요? 한번은 넘어질 때도 됐죠. 너무 탄탄대로만 달려오지 않았습니까.”

“허허, 그렇습니다. 어린애는 성장하면서 넘어지고 엎어지고 하면서 크는 거지요.”

WTO가입이 성공한 이후로 10%에 가까운 성장을 계속한 중국경제였다.

작은 규모의 개도국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라면 한번은 흔들려야 할 타이밍이 아닌가.

자신은 중국과 전혀 상관없다는 얼굴로 태연하게 레온과 이야기를 나누는 규태의 모습에 내막을 아는 이들을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전혀 중국투자와 관련된 내용을 모르는 레온회장이야 그렇다 쳐도 중국경제를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이 아니던가.

복일모는 머릿속으로 중국에서 자살자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소식을 꺼내려다가 그냥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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