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215화 (215/220)

#215

선호작품 등록/취소

알림 등록/취소

지옥으로 가는 열차

“그럴까요? 코인투자는 너무 위험해서 선뜻 손이 가질 않네요.”

“하하, 제가 알리바바를 만들지 않았다면 코인에 발을 디뎠을 겁니다. 거기에서도 성공했겠지만 요. 가진 것 없는 젊은이들이 열광할 요소가 많아요. 중국인들은 도박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것도 이기는 도박이라면 더욱 미치듯이 빨려들지요. 비트코인투자는 누구나 이기는 게임이 아닙니까. 그러니 열광할 수밖에요.”

”누구나 이기는 게임이라? 마 사장은 그런 게임을 본적이 있나요? “

코웃음을 치는 규태를 마윈이 이상한 얼굴로 보았다.

“그럼 가격이 떨어진다는 겁니까?”

“당연하죠. 너무 위험해요. 혹시 마 사장도 투자한 게 있으면 서둘러 빼세요.”

규태의 말에 흠칫하는 마윈을 보며 규태가 속으로 혀를 찼다.

전혀 아무런 상관없는 것처럼 말을 하지만 이제 조금 있으면 비트코인가격은 폭락할 것이었다.

다름 아닌 규태가 그렇게 만들 것이니까.

“하하, 그렇게 위험하기야 하겠습니까. ‘

부정적인 모습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은 마음대로지만 그것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자신의 일이 아니었다. 알리바바 상장으로 막대한 부자가 된 마윈도 비트코인 투자에 손을 댈 만큼 중국에서 비트코인 투자는 일상인 모양이었다.

‘그러면 좋지.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물량을 떠넘겨야 해.’

이미 채굴한 비트코인의 상당량을 손에 쥐고 있는 규태에게 이런 분위기는 반가운 것이었다.

***

디지털 코인은 중앙에서의 통제를 극단으로 추구하는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극단적으로 막아야 하는 악이다.

빠른 이들은 벌써 비트코인을 이용해서 막대한 자산을 해외로 빼돌렸다.

규태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붐 때문에 상해와 광주, 심천등지에서 비트코인 바람이 일었고 그 바람은 지방까지 파고들었다.

흑사회의 성도지부 지부장인 곽륭은 요즘 들어서 수하들이 맡은 일은 하지 않고 코인인지 뭔가에 빠져 시간을 보낸다는 소리에 버럭 화를 냈다가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수하 중에서 제법 머리가 돌아가 책사노릇을 하는 상춘이 이걸 사면 엄청난 수익을 거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조금씩 사들이다가 생각보다 높은 수익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요즘에 아예 집이나 사무실이나 하루 종일 자신이 사놓은 코인가격을 확인하는 게 일이었다.

전부터 속을 썩이던 경쟁조직인 무산회는 공안의 단속으로 기세를 잃은 상태.

다행이 사천공안에 친분 있는 리둥성이 부장으로 취임하면서 일이 쉬워졌다.

그놈들도 공안에 손을 쓰기는 할 것이지만 역시 자신이 가진 관시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시도 때도 없이 부딪히던 놈들마저 잠잠하니 밥을 먹지 않아도 살이 질 것 같았다.

거기에 투자한 코인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걸 보면 지금이 자기 인생의 전성기 같았다.

“너는 많이 사두었냐? 요즘은 알트코인인가 하는 것도 사람들이 많이 산다면서? ‘

코인투자를 추천한 상춘은 요즘 지부장 곽륭이 자신을 예뻐하면서 조직에서 목소리가 커졌다.

아침마다 곽륭에게 들려 코인이야기를 하는 게 일상이었다.

“저도 많이 사기는 했지만, 감히 지부장님께 비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 하하, 그렇지, 내가 조금 돈이 많기는 하지.”

흑사회의 성도지부장이라서가 아니라 예전부터 곽륭은 조부에게 물려받은 자금이 많았다.

마흔이 갓 넘은 나이에 흑사회의 요직을 맡은 건 조부와 부친의 후광이었다.

대장정에도 참여한 공산주의자였던 곽륭의 조부가 살아있었다면 어쩌면 곽륭의 인생도 크게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부친의 선택은 암흑가였다.

부친의 선택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조부가 가지고 있던 재산을 전부 대학생이던 곽륭에게 물려주면서 꽤 큰 부자가 되었다.

부친의 대를 이어 암흑가로 들어왔지만 중국암흑가에서 홍얼다이 출신인 곽륭의 존재는 이질적이었다.

내심 암흑가를 조정하기 위한 정부의 끄나풀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많았다.

또 그게 반쯤은 사실이었다.

곽륭이 부친의 대를 이어 암흑가로 들어오면서 관시를 통해 빠르게 성도지부장이란 높은 자리에 올랐다.

또 마침 시기가 좋아서 중국이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고도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주로 땅으로 가지고 있던 곽륭의 재산도 엄청나게 커졌다.

그의 주변에서는 곽륭을 많은 부동산을 가진 잘나가는 사업가로 알고 있었다.

곽륭이 제아무리 잘나가는 붉은 귀족이라 불리는 태자당 출신이라 할지라도 물려받은 재산을 중국에 두기가 무서웠다.

중국정계는 그만큼 부침이 심하고 잘못 발을 디디면 파멸이었다.

곽륭의 부친 곽지앙도 문화혁명과 하방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내야 했었다. 홍얼다이들이 다니는 빠이학교에 다닐 정도로 엘리트 코스를 밟던 부친 곽지앙이 암흑가로 빠진 건 그때부터였다.

부친에게 귀가 닳도록 그때의 어려운 이야기를 듣고 자란 곽륭도 내심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기회만 되면 가진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

“그런데 조만간 당국에서 규제를 할지도 모릅니다.”

웃음기가 가득했던 곽륭이 이마를 찌푸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걸 왜 당에서 단속해?”

상춘을 이뻐라 하는 건 머리가 비상하기 때문이었다.

곽륭이 부자이고 높은 자리에 있지만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머리 좋은 상춘의 머리를 빌릴 때가 많았다.

“인민들이 너무 쉽게 부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상춘의 말은 곽륭이 듣기에도 그럴듯했다.

당이 나라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알지만 정도가 있다. 당은 중국인민들이 너무 부자가 되어 천안문 사태 때처럼 정치적인 자유를 요구할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인민들이 너무 쉽게 부자가 된 다라? 확실히 그럴듯하군.”

비트코인 투자로 부자가 된 이들도 많지만 하지 않은 이들은 손가락을 빨아야 한다.

계속 오르기만 하면 좋겠지만 가격이 내려갈 때도 생각해야 하는 법.

“그래서 코인을 점차적으로 규제를 할 겁니다. 거래소의 문을 닫을 수도 있구요.”

“어떻게 하자고?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해외거래소에 계좌를 만들어서 지금 가지고 있는 코인을 전부 옮기시죠.”

“해외에? 조금 불안한데?”

중국에서야 무소불위의 존재지만 해외로 나가면 쓸 수 있는 힘이 한없이 줄어든다.

자신의 막대한 재산 절반을 중국밖에 두자니 강심장이라 자신하던 곽륭도 조금 가슴이 떨렸다.

그 정도로 코인투자에 많은 자금이 투자되었다.

“제가 모든 준비를 다해놓겠습니다.”

상춘의 말에 곽륭의 얼굴색이 단박에 살벌하게 변했다.

“그말 책임질 수 있어?”

살기어린 곽륭의 반응에 상춘이 마른침을 꿀꺽 삼겼다. 주변에선 돈많은 부호로만 알고잇는 곽륭의 진면목을 누구보다 잘아는게 상춘이었다.

경쟁자들을 치기위해 직접 손에 묻힌 피만 한바가지가 넘을 것이었다.

덩치는 그리 크지 않지만 성질이 나면 지랄 견처럼 날뛰는데 성깔이 보통이 아니었다. 죽은 조부가 군인 아니면 깡패 둘 중의 하나밖에 없다고 혀를 찼다는 부친의 성깔을 고스란히 빼다 박았다.

“당연합니다. 제가 대형하고 일한 게 한두 해입니까. 해외로 나가면 100배까지 레버리지를 허용하는 거래소가 있습니다.”

“그래 중국에서는 최고 10배 아니야? 100배라? 너무 위험할 것 같은데?”

“당분간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오를 겁니다. 이럴 때 한번 크게 당기셔야죠?”

곽륭의 입에서 마른침이 넘어갔다. 자신감을 비치는걸 보니 어지간히 자신이 있는 모양.

“저는 이미 투자를 해서 10억 위안을 벌었습니다.”

“10억 위안이라? 금액이 제법 많네? 처음에 얼마나 투자해서?”

“처음에는 2백만 위안으로 시작했습니다.”

상춘의 이야기에 처음에 심드렁하던 곽륭의 태도가 투자금액 이야기를 듣더니 변했다.

2백만으로 10억을 벌었다면 그게 얼만가? 단순히 생각해도 500배 아닌가.

“야! 이씨! 그걸 왜 이제 이야기해!”

분한 마음에 버럭 화를 냈다. 곽륭이 부자라고 해도 자신의 재산 절반정도 되는 금액을 상춘이 비트코인 투자로 벌었다는 소리에 저절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선뜻 말씀드리기에 위험하니까 그랬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갈 것 같으니까 대형께도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곽륭이 비트코인에 투자한 금액은 전부 3억 위안의 금액이었다. 이걸 상춘의 말대로 투자에 성공하면 그게 얼마인가.

투자금액에서 적어도 100배를 벌게되면 그게 얼마인가!

막대한 자금을 위험한 투자를 한다는 게 조금 가슴이 떨리기는 했지만 이내 마음을 정했다.

고향이 산둥지역인 곽륭은 언제나 스스로를 산동호한이라 자부했다.

산둥호한이 그깟 돈 몇 푼에 가슴이 떨려하다니 숨을 크게 내쉰 곽륭이 결정을 내렸다.

“그래 알았다. 네게 믿고 맡기마.”

상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곽륭이었다. 중국에선 두목의 자리에 오르면 반드시 책사를 두었다.

곽륭의 책사는 다름 아닌 상춘.

책사의 말을 믿고 곽륭은 레버리지 투자를 시작했다. 누가 들었으면 지옥으로 가는 특급 열차를 탔다고 혀를 찰 노릇이었다.

좋을 때는 모든 일이 좋다.

하지만 나쁠 때는 모든 일이 나쁘다.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5만 달러까지 치솟자 중국전역이 떠들썩했다. 코인 거래소에서 10배까지 레버리지 투자까지 허용했기에 벼락부자들이 1억 위안을 벌었느니 10억 위안을 벌었느니 자신이 얼마나 벌었는지를 자랑질하기 바빴다.

거리마다 고급승용차들이 즐비하고 더 이상 중국은 개도국이 아니라 선진국이란 자신감으로 떠들썩했다.

“준비됐지?”

“예 만반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회사가 보유한 개수가 총 300만 비트코인.

620만까지 가졌던 보유량을 가격을 올리면서 절반가량 청산한 상태였다. 청산가격이 개당 3만 8천불이었다.

청산 금액만 1,2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질러! “

5만 달러가 넘던 비트코인이 한 달 넘게 제자리를 지키더니 어느 사이 아래로 방향을 틀었다. 쏟아지는 매물 때문에 3만 달러까지 내려가자 매물이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급등한 탓에 조정기간을 거치는 것이라 설명했다.

다시 비트코인으로 자금이 몰려들었다. 가격이 싸진 타이밍에 추가로 매수하겠다는 이들이 늘어난 탓이었다.

매수세가 커지자 비트코인의 가격이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3만 달러까지 내렸던 비트코인 가격이 4만 달러를 넘어서자 중국시장은 다시 활기가 돌았다.

주춤했던 매수세가 늘어나고 벌어들이는 막대한 자금으로 소비를 늘렸다.

일본의 80년대를 연상시키는 버블이 중국전체를 감싸고 돌았다.

‘3,8000 Sell 124’

‘3,6500 Sell 250’

.

.

.

1,4000 Sell 2000’

코인가격은 급락하고 매물은 폭포처럼 쏟아졌다. 처음에는 가격하락을 반겼던 이들도 끝없이 쏟아지는 매물에 손을 들어버렸다.

사흘 만에 5만 달러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이 1만 달러까지 폭락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것도 잠시 다시 이어진 매물공세에 비트코인 가격은 1천 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석 달.

불과 석 달사이에 비트코인 개당가격이 5만 달러에서 800달러까지 떨어지자 버블로 흥청거리던 중국전역이 무덤처럼 변했다.

자살하는 이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자금이 경색되며 파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불황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자 발이 느린 당국도 참을 수가 없었는지 디지털 코인 거래소시장 폐쇄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미 4,5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중국을 빠져나간 뒤였다.

레버리지를 이용해 투자한 이들의 손실액까지 합치면 중국인들의 투자손실액만 1조 4천억 달러가 넘었다.

중국이 가진 외환보유고를 넘어서는 엄청난 손실이었다.

금융당국이 긴급하게 유동성을 지원하고 금리를 낮추었지만 이미 만시지탄(晩時之歎)이었다.

WTO에 가입한 이후 거침없이 승승장구하던 중국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