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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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계절
비트코인의 총발행량은 2100만개로 정해져있다.
초반에는 채굴 난이도가 말도 안 되게 쉽지만 채굴량이 늘어날수록 난이도는 급격하게 올라간다.
역사와 다르게 초반부터 열심히 여러 저기 작업장을 늘린 규태덕분에 채굴은 엄청나게 어려워졌다.
그리고 원 역사처럼 CPU보다는 GPU를 통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작업장이 압도적인 숫자로 늘어났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채굴장들 마다 GPU를 사들이다보니 시장에서의 가격이 엄청나게 오른 것은 물론이고 물량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중국에서 돌아온 셜리는 가장 먼저 규태에게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보고를 했다.
“비트코인 채굴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최신의 GPU를 확보할수 있어서 채굴장의 PC들을 모두 교체를 했습니다.”
“미리 엔비디아의 주식을 사놓은 게 다행입니다. 물량배정에서 우선권을 받으니까요.”
닷컴버블이 붕괴되는 혼란 속에서도 타이거 펀드는 엔비디아의 주식을 꾸준하게 사들였다.
규태야 디지털코인의 전성시대가 오면 GPU를 제조하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급격하게 오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랬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주식을 사들인다 여겼다.
그만큼 디지털 코인이 채굴되기 이전에 GPU의 쓸모는 게임을 하기 위한 용도에 불과했었다.
시장이 한정된다는 소리.
하지만 디지털 코인을 채굴하는데 GPU가 유용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만드는 족족 팔려나가는 GPU로 인해 엔비디아의 주가가 날개를 단 것이다.
거기에 타이거 펀드가 엔비디아의 대주주가 되면서 만드는 GPU물량의 최우선 배분을 받고 있었다.
코인채굴장을 운영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아직도 중국정부는 디지털 코인이 어떤 건지를 정확하게 모르니 큰 방해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갈지는 지금으로서는 파악하기 힘듭니다.”
“중국정부는 디지털 코인을 막으려 할겁니다.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 그 속도가 빨라지겠지요.”
셜리는 이미 전에도 중국정부가 떄가 되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말을 들었다. 하지만 굳이 이미 상당한 시장을 형성한 디지털 코인을 막아설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인민들을 통제하길 바라는 중국정부는 디지털 코인을 싫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겉으로는 디지털 코인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기들만 이용하려 할 테지요.”
“정부입장에서는 통제를 하려고 하고 막상 권력자인 자신들은 그걸 이용하려 한다는 말이로군요.”
셜리는 이내 규태의 말을 이해했다.
뇌물과 같은 검은 돈을 숨기는데 비트코인만큼 편한 게 없다.
중국정권의 최고권좌에 오른 이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부정부패의 혐의를 받고 있다.
상해방이나 공청단, 누구하나 부패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여러 가지로 이름을 바꾼 뇌물이 필요했다.
중국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유독 중국은 심했다.
“그러니까 중국시장을 장기적으로 보면 안됩니다. 단기간에 시장을 교란하고 빠지는 게 최상입니다.”
“언제면 중국정부가 움직이게 될까요?”
“가격이 폭하고 피해가 심해지면 개입을 시도할겁니다. 제일 먼저 신규코인의 IPO를 금지할겁니다. 그리고 거래소를 폐쇄하는 쪽으로 갈겁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쪽도 꽤 타격을 입겠군요. 신규 IPO의 금지라? 알겠습니다.”
“우리가 겉으로 드러나면 안됩니다, 단기간에 시장에 붕괴되면 중국정부도 속죄양이 필요해 질 겁니다. 대상이 외국인이라면 더 좋아하겠지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셜리도 마오와 만난 것도 조심하도록 합니다. 해롤드, 회사의 투자자들은 이미 전부 이름을 바꿨지요?”
조금이라도 남은 흔적을 지우는 일은 해롤드의 몫이었다.
규태의 옆에서 조용히 서있던 해롤드가 말했다.
”중국에 연관된 이들로 주주를 교체했습니다. 이제 문제가 생기더라도 우리가 연관됐다는 흔적은 남지 않을 겁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나중에는 중국정부도 규태의 짓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란 것에 전 재산을 걸수 있었다.
규태가 하고 있는 작업들이 중국에 결코 우호적인 것들이 아니기에 어차피 사이가 틀어질 것은 뻔한 사실.
기존의 중국투자도 모두 정리하고 비트 코인으로 갈아타는 중이었다.
“셜리, 전에도 말했지만 우린 최대한 높은 가격에 상대에게 물량을 떠넘기고 다시 받아야 하는 거 알죠.”
이게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다.
중국의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는 악마 같은 계획이지만 최대한 높은 가격에 물량을 떠넘기고는 폭락시키는 게 이번 작업의 목표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물량에 비해 아직은 가격이 낮습니다.”
비트코인 총채굴량이 780만개.
규태가 보유한 물량이 500만개 언저리였다. 나머지 280만개의 물량을 전 세계 각지에서 나누어 소유하고 있었다.
아직 가격이 낮으니 떨어져도 충격이 작다는 소리였다.
“걱정마세요. 이제부터 중국거래소들에서 레버리지 투자를 허용할겁니다.”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시장은 말 그대로 아무런 규제가 없었다. 거래소에서 레버리지 투자를 허용하는 것도 거래소에서 결정을 내리면 그뿐이다.
어디에서 허가를 맡을 이유도 없었다.
목표가격인 5만 달러까지 폭등시키고 300달러까지 재차 하락시키면 엄청난 혼란이 찾아온다.
거래가격이 원하는 대로 내려간다면 대략 계산해도 3,000억 달러의 손실이 한꺼번에 터져버린다.
거기에다가 레버리지까지 허용한다? 어쩌면 1조 달러를 피해금액이 넘길지도 몰랐다.
폭주하는 비트코인거래소의 거래가격이 떠올랐다.
모니터를 통해 폭주하는 비트코인의 가격을 확인하는 규태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상해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이 황푸 강이던가요? 나중에 강 수온이 높았으면 좋겠네요.”
***
미친 듯이 올라가는 비트코인 때문에 10배까지 레버리지 투자를 허용한 상해 디지털 코인거래소의 거래량은 미친 듯이 폭주하는 상태.
가격 또한 마찬가지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차익을 실현하는 매물이 나올 때마다 차곡차곡 매수하는 세력이 있다 보니 잠시의 가격조정은 있었지만 꾸준하고 빠르게 가격이 상방으로 치솟았다.
규태의 예언과도 같은 미래전망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지시를 받은 해롤드도 이미 수차례 경험한바가 있었다.
해롤드가 극도로 신경을 쓴 부분은 투자를 총괄하는 셜리가 중국의 비트코인과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다. 철저하게 여러 회사의 명의로 투자를 했고 중국인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허수아비들을 자리에 앉혀놓고 언론 플레이를 시작했다.
꾸준하게 관리를 해주어서인지 아니면 진짜로 자기들의 힘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하는지 초반에는 얌전하던 자들도 점점 콧대가 올라갔다.
겁 없이 날뛰는 이들은 하나도 제약하지 않자 여러 매체에서 뻔질나게 이들의 이름이 떠돌았다.
과장하기를 좋아하는 막대한 수익을 거둔 비트코인 투자성공자들의 이름 앞에는 비트코인의 신이니, 황태자니 하는 이름들이 붙었다.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이 3만 달러를 넘어서자 상해를 중심으로 중국전역이 들썩였다.
코인투자를 돈을 벌어서 산 값비싼 차와 집이 웨이보를 통해 널리 알려지자 중국의 코인투자는 광기마저 띄었다.
코인투자를 하지 않는 이들은 부자가 될 자격이 없는 얼간이 취급을 받았다.
너도 나도 있는 돈 없는 돈을 그러모아 코인투자판에 뛰어들었다.
코인투자의 열기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3만 달러에 도달하면서 조정을 보이자 주춤하는 것 같더니 이내 다시 전고점을 돌파하자 광기로 변질되었다.
너도 나도 뛰어든 코인투자로 인해 증시의 주식가격이 하락하고 당국의 제한조치를 무시하며 치솟던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는 모양을 보였다.
중국의 모든 자금이 블랙홀처럼 비트코인 거래소로 빨려 들어갔다.
당황한 중국정부가 비트코인 거래를 제약하는 조치를 내놓았지만 이미 광풍에 휘말린 중국인들의 비트코인투자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비트코인 투자는 모두가 부자가 되는 마법의 투자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 확실한 투자처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주식투자를 꺼려하는 이들도 채권에만 투자를 하는 이들도 미친 듯이 자신의 가진 돈을 털어서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발행갯수가 정해진 비트코인의 가격이 미친 광기와 합쳐지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보지 않아도 뻔했다.
투자 열기에 힘입은 알트코인이라 불리는 디지털 코인들이 발행되지만 개수가 정해지지 않다보니 가격안정성이 떨어졌다.
비트 코인 가격이 4만 달러를 돌파하자 중국의 관영통신인 CCTV에서 특보를 보낼 정도로 중국인들은 비트코인에 열광했다.
TV에선 24시간 변동하는 비트코인의 가격을 시시각각 내보냈다.
***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알리바바는 원역사보다 높은 가격이 81달러에 최초 거래가 시작되어 88달러에 거래를 끝마쳤다.
상장 벨을 알리바바의 CEO 마윈과 함께 울린 규태는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과 뜨거운 악수를 나누었다.
가벼운 상장행사를 마친 두 사람은 기념 파티에서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하는 가격보다 높이 형성된 거래가격때문인지 마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정말 가진 회사지분을 모두 정리할 계획입니까?”
“그럴 계획입니다. 원하시는 지분의 규모가 있다면 미리 말을 해주세요.”
가진 지분의 30%를 상장하면서 넘긴 규태였다. 줄어든 지분도 블록딜로 마땅한 투자자들에게 넘길 계획.
제일 먼저 지분을 팔아넘길 계획을 밝힌 것은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마윈이었다.
상장을 하면서 신주를 추가로 발행하고 구주를 팔면서 남은 규태의 지분은 28%.
그중 10%이상을 마윈이 가져가야 경영권에 큰 위협을 받지 않는다.
200억 달러의 돈을 동원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었다.
명목은 마윈이 규태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돈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중국을 지배하는 큰 축인 상해방과 공청단, 태자당이 하나같이 알리바바의 지분을 탐냈다.
그만큼 알리바바의 경영실적은 눈이 부셨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디지털 코인 시장이 눈부신 성장을 하면서 중국에 벼락부자가 속출하고 중국전역에서 막대한 소비가 일어났다.
“팔려는 지분을 전부 다 인수를 할 생각입니다.”
“28%전부를요?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겠습니까?"
“회사가 잘나가다보니 투자를 해주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다행이로군요. 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줄 알았습니다.”
“요즘 코인투자로 중국인들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너무 과하지 않을까요?”
마윈도 중국전역을 휩쓰는 비트코인의 광풍이 걱정되는지 들고 있는 술잔을 기울였다.
“어쩌겠습니까.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는데.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코인투자를 막았다간 누구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