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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212화 (212/220)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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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투자

셜리 기번은 타이거 펀드의 주식투자를 담당하는 임원이었다.

월가의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미친 캥거루라 불렀다.

호주출신도 아니면서 그런 별명이 붙은 건 미친 듯이 껑충거리며 날뛰는 투자기법이 종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지난번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에 대활약을 한건 당연할 일 이었다.

한동안 쉬면서 재충전을 하던 셜리는 탐스러운 먹잇감을 눈앞에 두고는 입맛을 다셨다.

“그러니까 이번 공략대상은 중국이란 말이네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거야. 알다시피......‘

“알죠, 알죠, 대외송금이 아주 힘든 나라잖아요. 외화를 빼내려면 공상은행을 통해야만 가능하고.”

중국시장의 악명이 높았다.

투자금액을 송금하는 방법은 중국정부가 지정한 공상은행의 계좌를 통해서만 인출이 가능하고 거기에다가 툭하면 온갖 이유를 붙여서 송금을 지연시키거나 거부하는 것으로 점점 악명이 쌓여갔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미국수출로 매해 거두어들이는 경상이익이 3천억 달러, 올해에는 4000억 달러의 경수수지 흑자가 기록될 전망이었다.

그렇게 쌓인 2조 달러의 달러화를 보유하면서 생긴 중국정부의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천안문 사태때 어떻게 해서든지 외국의 투자를 끌어들이려 발버둥 치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였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중국에 투기세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는 역시 외환통제가 심하기 때문. 이걸 우회할 방법이 있다면?

눈을 반짝이는 셜리를 보며 규태가 미소를 지었다.

역시 공격은 타이밍이 중요했다.

적은 피해를 보며 적을 압도적으로 이기려면 시기도 중요하고 무기도 중요하다.

“셜리, 혹시 비트코인이라고 들어봤어?”

셜리 기번의 머리위로 물음표가 달리는 것을 보았다.

2012년 비트코인이란 말은 소수의 너드들을 제외하곤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단어였다.

이제 막 거래소들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게임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그러니 금융의 최전선에서 숨 가쁘게 뛰어다니던 셜리가 비트코인을 알 리가 없었다.

“비트코인? 그게 뭔가요?”

“사토시라는 사람이 만든 디지털 화폐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지. 개념을 설명하려면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새로 만들어진 전자화폐라고 보면돼."

비트코인이 성장한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블랙머니를 숨기지 제일 쉬워서렷다. 선거 때가 되면 정치인들에게 차로 실어 배달하는 사과박스가 없어진 것도 마약거래대금을 달러로 정글에 파묻는 것도 비트코인이 만들어지면서 사라졌다.

중국정부가 앞장서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화폐를 강력하게 단속한 것도 가지고 있는 자금을 외국으로 빼돌리기 가장 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걸 조금만 비틀 면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아보였다.

2012년 비트코인의 가격은 130달러수준에 머물러 있다.

2009년 만들어지면서 2010년에 피자 두 판에 1만 코인을 바꾸면서 실물화폐와 거래가 시작된 것치고는 높은 가격이었다.

“그래서 비트코인이란 걸 어떻게 이용해서 중국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건데요?"

여전히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셜리를 위해 미리 준비한 자료들을 넘겼다.

이걸 시작하려면 셜리가 비트코인 거래시장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가격도 높여야했다.

개당 가격이 130불이면 너무 낮았다.

최대한 많이 채굴해서 물량도 많이 확보해야 하고 또 개당 가격도 1만 달러 수준까지 단기간에 높여야 했다.

규태의 전략은 단순했다.

비트코인시장을 중국에 최대한 많이 펼쳐놓는 것이다.

중국인들만큼 도박에 환장하는 사람들이 없다.

처음에야 잘 알지 못하니까 조심스럽게 접근하겠지만 수익이 나는걸 보여주면 미친 듯이 달려들 것이었다.

돈에 관한한 언제나 진심인 민족이니까.

거대한 풍선을 만들고 중국정부가 개입하기 전에 터트려 버리는 게 작전의 핵심이었다.

그러려면 전문가가 필요했다.

크레이지 캥거루 셜리 기번은 규태의 의중대로 시장을 확대하고 거품을 만드는데 최적화된 인재라고 할 수 있었다.

규태의 기대대로 셜리 기번은 유능했다.

단숨에 비트코인의 개념을 이해한 그녀는 어떻게 하면 최단시간안에 막대한 물량을 확보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빠르게 움직였다.

제일 먼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중국에 진출했다.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로 위장한 셜리의 회사는 중국전역 주로 변경지역에 공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채굴작업장을 신강과 티베트, 사천의 변경지역에 대규모로 깔았다. 중국의 지방정부는 오지에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셜리의 제의를 거절하지 않고 환영했다.

지방정부의 관리들에게는 공장에서 어떤 제품을 만들던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외국의 회사가 자신들의 담당지역에 공장을 만들었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는 실적이 중요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돌아가는 작업장에서는 막대한 양의 비트코인이 채굴되었다.

그 비트코인은 셜리가 미리 중국에 만들어 놓은 거래소를 통해 유통되었다.

이번 달에 중국전역에서 채굴한 비트코인의 양이 마음에 들지 않은 셜리가 책임자를 닦달했다. 중국에서의 채굴량이 줄어들자 직접 상해로 달려온 셜리였다,

도착하자마자 임원회의를 연 셜리가 매섭게 몰아붙였다.

“왜 캐내는 물량이 점점 줄어드는 겁니까? 내가 이번 달까지 200만개를 넘겨야 한다고 말했는데 184만개 밖에 나오지 않았잖아요? 16만개가 부족하네? 왜 이런지 마오사장 설명을 해보세요? 당신 능력이 부족한가요?”

셜리를 접대하기 위해 나왔던 마오량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정서에서 자기보다 나이어린 여자에게 당하는 모습을 부하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뜨끈해졌다.

“비트코인은 캐낼수록 채굴 난이도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가면 채굴량이 점점 줄어들······.”

“그럼 작업장을 늘리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중국에 아직도 설치하지 않은 지역이 많잖아?”

“들어가는 자금이 너무 많아서.....”

마오사장의 말에 셜리의 차가운 시선이 회사의 이사인 제임스 언더우드를 향했다.

“제임스 내가 투자자금을 결제해주지 않았나? 얼마든지 조달해 줄 테니까 빠르게 작업장을 늘려 돈 걱정을 하지 말고 했잖아.”

“그게......”

당연히 파견 나온 제임스는 마오량을 중심으로 한 중국직원들에게 닦달을 했지만 말이 먹히지 않았다.

제임스의 원망스런 눈빛이 마오를 향했다.

어찌된 영문인지를 대번 눈치 챈 셜리가 방향을 바꾸어서 마오를 다그쳤다.

“책임지고 물량을 확보하세요. 들어가는 돈은 얼마가 되도 좋아요.”

“지금까지 투자한 자금이 5억 달러가 넘습니다. 추가로 얼마가 들어갈지......”

마오량의 말처럼 지금까지 작업장을 중국전역에 설치하며 들어가는 자금만 해도 5억 달러가 넘었다. 그런데도 조금 더 속도를 내라고 채근하는 셜리 기번의 모습에 마오량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셜리 기번은 혀를 찼다.

좁은 중국에서 어린 시절부터 쪼들리며 살다보니 마오량은 스케일이 작았다.

젊은 시절부터 선물과 주식시장에서 명성을 얻은 셜리와 상대하려면 한참을 더 배워야 했다.

“이봐 마오사장, 내가 이번에 중국투자로 보스에게 배정받은 자금이 얼마인지 알아요?”

규태가 셜리에게 허용한 자금은 1200억 달러, 제아무리 중국이 잘나간다고 해도 이 돈을 어떻게 소화시킬 수 있을까가 고민인 셜리였다.

“.......”

“1,000억 달러가 넘어요, 1,000억 달러요. 이걸 위안화로 환산하면 얼마인지 압니까?”

투자금액이야기를 들은 마오량의 눈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꿈에서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큰 금액이 나온 것이다.

“이것 봐요. 지금 중요한건 얼마가 들어가느냐가 아니라고. 얼마나 빠르게 물량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셜리는 마오량을 상대하면서 가슴이 답답해왔다.

중국인 책임자가 이 모양이니 밑에 있는 이들도 한결같이 동작이 굼떴다. 생각 같으면 자신이 직접 나서서 움직이고 싶었지만 이건 뒤끝이 좋지 않다.

나중에 분명히 이번 투자에 대한 조사가 들어올 것이었다.

마오량을 책임자로 내세운 건 뒤의 일을 감당할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화가 나지만 애써 삭히며 셜리 기번은 마오량을 달랬다.

“이게 얼마가 투자되는 일인지 알아요? 그러니까 조금 더 실적을 올리라고요. 실적!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요. 지방정부의 관리들에게 얼마를 때려 박던지 나는 상관없으니까 실적을 올리라고요!”

“알겠습니다. 작업장을 최대한 늘리겠습니다.”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를 구사하려던 마오량이었지만 미국에 있던 셜리가 달려와서 불벼락을 내리자 비트코인 채굴속도가 확실히 빨라졌다. 캐낼수록 어려움이 늘어난다면 채굴장을 늘리면 그뿐.

지방정부의 관리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쯤이야 웃으면서 결제를 해줄 수 있다.

펄펄뛰는 셜리 기번의 계획대로 중국거래소는 빠르게 물량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단기간에 최대물량 확보. 최대한 300만개 이상의 비트코인 물량을 확보하는 게 목표였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물량부터 확보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 2013년까지는 비트코인 500만개를 수중에 쥐는 게 목표였다.

작업장에서 캐내는 비트코인의 숫자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셜리 기번은 중국인 책임자인 마오량을 강하게 닦달했다.

자기보다 나이어린 셜리에게 욕을 얻어먹기 싫은 마오량이 죽을힘을 다했다.

마오량이 나이어린 셜리에게 닦달을 당하면서도 다른 중국인들과는 다른 행동을 하는 이유가 있었다.

다니던 회사에서 잘리고 일거리가 없어 헤매던 마오량을 잡아준 것은 타이거 펀드였다.

중국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지만 그 내면에는 한결 치열해진 전쟁이 존재했다.

마오량이 다니던 회사도 그 여파로 문을 닫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마오량의 아내가 크게 아팠다.

아픈 아내를 치료할 돈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그를 구원해준 사람이 셜리였다.

셜리는 마오량의 아내를 미국으로 보내 수술을 받게 해주었고 자식을 미국으로 유학보내 주었다.

어려울 때 헤아릴수 없는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절대로 배신할 마음이 없었다. 그와 함께 일하는 중국인 임원들도 마찬가지처지였다.

마오량은 기본적으로 태자당 출신이다.

그의 조부는 중국의 초대주석인 마오쩌둥과 인척이었고 함께 대장정에도 참여한 공산당의 원로였지만 너무 일찍 죽었다.

그의 부친역시 마찬가지 60년대 문혁의 광풍 속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고아나 마찬가지인 마오량은 그의 조부와 부친이 공산당의 간부였기에 태자당에 속해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뒤에 배경이 살아있을 때였다.

몰락한 마오량의 일가족은 숨을 죽이고 살아야 했다.

그런 마오량을 구원해준 것은 중국에 마땅한 책임자를 찾아다니던 셜리 기번이었다.

중국에 비트코인 붐을 일으켜야 하는 임무를 맡은 셜리는 중국의 독특한 정치체계에 주목했다.

중국정부의 권력을 쥔 세력은 공청당출신.

현주석인 후진타오의 지지 세력인 공청단이 권력을 쥐고 있다지만 장쩌민을 중심으로 하는 상해방도 만만치 않은 위세를 자랑했다.

치열한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이 추구하는 노선이 크게 다른 건 아니다.

그저 중국의 주인이나 마찬가지인 중국 공산당의 최고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의 싸움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중국의 원로들의 후계인 태자당이 존재했다.

태자당의 인물들은 상해방과 공청단에도 반쯤 발을 걸치고 있었다.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마오량은 바쁘게 움직였다.

아직도 살아있는 조부의 친구들과 부하들과도 만남을 가졌고 그 자식들과도 친분을 만들었다.

하나같이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요직에 있는 이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마오량의 작업속도도 빠르게 진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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