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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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투자
여동생의 반응에 규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원하는 게 뭔데?”
“재단 자금을 늘리자. 한국에도 지원을 많이 하겠지만 미국도 지원대상이 많잖아?”
“흐음. 재단자금을 늘린다?”
규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동생의 제안은 그리 나쁜 게 아니었다. 알리바바의 상장이 끝나면 대충 들어올 돈이 120억 달러였다.
처음에 알리바바의 주식을 살 때는 그게 규태에게도 큰돈이었지만 지금은? 규태에겐 그리 큰돈이 아니었다.
지난 금융위기를 틈타 유럽과 미국의 주요상장주식들은 대부분 싹쓸이해서 주머니 속에 넣은 규태였다.
록펠러나 카네기가 말년에 자산사업의 규모를 대폭 늘린 이유가 뭔가.
압도적인 부자에게는 그만큼의 시기와 질투가 따라 붙기 때문이다. 말은 안 해도 규태를 시기하고 질투할 자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에 널리고 널렸다.
“나쁜 생각이 아니야. 많이 벌었으면 그만큼 사회에 환원하기도 해야지. 생색도 나고.”
규태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자 여동생 미려의 얼굴이 밝아졌다.
사실 미려는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었다.
규태가 투자에 성공하면서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할 때 미려는 큰 생각이 없었다.
그저 오빠가 성공했구나. 이제 집안에서 돈 걱정을 할 필요는 없구나 정도.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재단은 필연적으로 복지센터와 깊은 관련을 지날 수밖에 없다.
이리저리 얽혀있는 한국의 복지센터들은 하나같이 제각각이었다.
부패한곳은 적당히 처내고 잘하는 곳은 지원을 하면서 미려는 많은 경험을 쌓았다. 처음에는 큰돈을 가지고도 내가 이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할까 의구심을 품었었다.
오빠인 규태가 지원하는 금액은 보통사람들은 생각하기도 힘든 큰 금액이었었다.
매년 10억 달러. 한화로 1조가 넘는 돈이 매년 미려의 재단으로 들어왔다.
어지간한 한국의 부자 전 재산에 해당하는 금액을 재단에 지원금으로 전달됐다.
어지간한 돈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미려도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을 정도였으니까.
세월이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드는 법, 미려도 재단의 자금을 효과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을 알았다.
이제는 보다 많은 돈이 들어와도 제대로 지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먹었을 무렵 알리바바의 상장이란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그래서 미려는 진짜로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만들어 두었던 자신의 계획을 실현할 기회로 삼기로 했다.
한국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가. 이건 미국도 마찬가지.
자신이 한국에서 재단규모를 확대하고 미국에선 캐서린이 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생각보다 너무 쉽게 규태의 허락이 떨어지자 미려가 기뻐서 팔짝팔짝 뛰었다.
“진짜! 진짜지! 알았어! 나중에 말 바꾸면 나 정말 화낼 거다.”
오빠의 허락을 얻은 미려는 재빨리 아이들과 함께 있는 캐서린에게로 달려갔다.
오빠가 말을 바꾸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발언권이 가장 강한 사람의 지지를 얻는 것.
그런 의미에서 캐서린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아주 중요했다.
“허허, 저거 눈치 정말 빠르네. 누가 실권자인지 정확하게 알고있네.”
혼자 남은 규태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직 정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있던 캐서린에게 달려간 여동생은 한참동안을 뭐라고 떠들었다.
아마도 자신에게 늘어놓았던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것이겠지.
이야기를 듣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반대할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
규태는 가만히 얼마를 지원해야 할까를 계산했다.
여동생은 모르지만 알리바바만이 아니었다. 규태가 투자한 투자회사는 홍콩에 상장한 텐센트의 지분도 상당수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인터넷 포탈업체의 대표주자로 성장한 바이두 또한 알리바바와 비슷한 규모로 회사규모가 자라고 있었다.
이걸 기회로 삼아 중국 IT기업의 대표인 3개 기업의 주식을 이번기회에 대폭 털어낼 참이었다.
그다음은.....
규태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에는 규태의 암중견제로 중국은 이전처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들고 있던 중국인터넷 기업들의 주식을 털어낸 다음부터 중국에 제대로 본때를 보여줄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규태가 흉중에 품고 있던 계획을 실행하면 미국에 대항하는 G2라는 압도적 위상을 자랑했던 중국의 위상은 아예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었다.
총합 300억 달러까지 재단지원금을 늘리겠다는 이야기에 평소에 어지간한 일에도 무덤덤했던 캐서린이 화들짝 놀란 것이다.
“정말 재단금액을 그렇게 나 늘릴 거야? 생각보다 금액이 많은데? 미려는 100억 달러정도를 이야기 하던데?”
시끄러운 한낮이 지나고 저녁식사까지 마친 늦은 저녁 캐서린과 규태는 단둘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 그 정도는 돼야 내가 중국에 투자한 금액을 뺄 명분이 생기거든.”
“왜 중국에서 자금을 빼게? 요즘 중국경제가 잘나가잖아? 작년 경제성장률이 10.6% 정도였나?”
“정확하게 작년에 거둔 실적이 10.68%”
규태가 보다 정확하게 수치를 말했다.
자체적으로 흔들리기는 했지만 중국의 경제성장은 거침이 없었다. 인구가 14억이나 되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중국이 10%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이루며 잘나가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했다.
이건 전적으로 금융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일환으로 중국경제를 키워주자는 암묵적 합의의 결과였다.
미국과 유럽은 흔들리는 경제를 살리고 불황을 탈출할 돌파구가 필요했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탄탄한 수출기반을 갖춘 중국은 딱 알맞은 대상.
거대한 덩치만큼이나 둔중하지만 한번 성장의 시동을 건 중국경제는 무섭게 떠오르고 있었다.
“신기하단 말이야. 경쟁자가 나타나면 어떻게 해서든 발목을 잡으려고 드는 게 정상인데. 미국이나 일본, 독일이 가만히 보고 있다는 게.”
“경제위기를 이제 간신히 넘어가잖아. 엄청난 자금이 중국으로 들어갔다고, 이 돈으로 중국이 뭘 하겠어. “
해마다 기록하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본격적인 투자자금의 유입. 이러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게 있다.
“부동산 가격이 뛰어오르겠지? 이건 중국정부가 속으로 손대고 싶어 하던 분야 아니야?”
중국의 권력자들은 막대한 토지를 여러 회사 명의로 가지고 있었다.
토지의 가격이 올라간다는 건 권력자들의 주머니 속으로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의미였다.
“권력자들이 막대한 토지를 쥐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지. 사실 눈치를 봐서 그렇지 공산주의사회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이 못할게 뭐가 있다고.”
서방세계에선 중국도 경제가 성장하면 러시아처럼 내부의 분열로 붕괴될 것이란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동양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의 산물이었다.
유구한 중앙집권의 전통을 지닌 동양사회는 북한의 3대세습도 가능하게 했다.
21세기에 왕정도 아니고 명색이 공산주의 국가라는 나라에서 3대 세습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혀를 찰 노릇이었다.
좌우간 가까운 시일 안에 중국은 결코 분열하지 않는다. 하지만 규태가 존재하는 한 중국의 전성기는 그래 오래가지 않을 것이었다.
규태의 얼굴에 이린 비릿한 미소를 본 캐서린이 투덜거렸다.
이런 미소를 짓는 남편은 꼭 일을 터트렸다.
“당신 딴 생각을 하는 모양인데. 나한테도 말해주면 안 돼?”
“흠흠, 내가 무슨 딴 생각을 했다고 그래?”
규태가 속마음을 들켜 화들짝 놀라서 머리를 휘휘 내저었다.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반응하는 거 보니까 꿍꿍이가 있는 건 확실한데.”
캐서린의 눈이 가늘어지는걸 보며 규태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아이 둘을 낳고 난 다음부터 캐서린의 촉은 규태에 한정해서 귀신같았다.
“...... 그냥 대충 넘어가자. 대놓고 말하기가 곤란한 일이거든.”
“알았어. 내가 그냥 넘어가도록 할게.”
숨겨야 할 일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성격이 아닌 캐서린이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규태의 뼈를 때리는 캐서린의 말이 들려왔다.
“보나마나 중국을 한번 손봐주려고 하는 일이겠지.”
“......."
“내가 바본줄 알아. 연준의 지분으로 모건하고 로스차일드를 손봐줬다면서. 그다음 단계야 뻔하지. 이제 중국마저 주저앉히면 당신의 걸림돌이 완전히 사라지는 거잖아. 묘하게도 당신은 중국에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지금 같으면 중국이 언제 미국을 넘어설지 모르잖아.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속도로 중국이 성장한다면 2025년에 비슷한 크기까지 따라잡을 것 같다면서. 워싱턴의 바보들이야 중국을 만만하게 보고 내버려두겠지만 당신은 아니잖아 당연히 중국을 흔들어야지.”
“내가졌다. 지금 준비 중이거든.”
“그 일환으로 오바마를 지원하는건가?”
현재 미국의 대통령은 공화당 출신의 매케인이었다.
하지만 이번대선에선 건강문제로 재선출마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 베트남전에서 포로로 잡혀 오랜 수감생활과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이 막중한 격무에 시달리면서 터져 나왔다.
규태는 지속적으로 공화당이 네오콘의 수중으로 떨어지는걸 막아왔지만 이젠 한계에 도달했다.
남부지역에 기반을 둔 네오콘은 완전히 공화당의 주류로 자리를 잡았다.
“그래 이젠 때가 된 거지.”
오바마가 정계에 진출한 십 년 전부터 규태는 꾸준히 오바마를 지원했다. 그리고 중국의 위험성을 누누이 경고했다.
말이 통하는 오바마가 백악관의 주인이 된다면 그때부터 중국에 대한 작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참 길게 도 본다. 하려는 일을 십년도 넘게 준비를 해왔다는 소리잖아?”
사실은 규태가 미국에 온 80년대부터 준비한 일이었지만 아내에겐 사실대로 말하진 않았다.
규태의 중국투자 규모는 엄청나게 크지만 언제든지 자금을 회수하고 떠날 수 있도록 만전의 준비가 끝난 상태.
규태는 단 한 번도 중국을 믿지 않았다.
규태가 노리는 시기는 후진타오주석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시진핑이 중국주석의 자리에 오르는 타이밍이었다.
언제나 권력교체기에는 외부의 충격에 약한 법이다.
적이 약해지는 시간에 맞추어 공격을 하는 건 병법의 기본중의 기본.
“그런데 오바마가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를 이길 수 있을까? 힐러리의 인기가 만만치 않은데?”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 클린턴의 민주당내 입지는 압도적.
다음 대선후보는 힐러리 일거라고 보는 것은 물론이고 대통령자리까지 한 번에 오를 것을 기대했다.
“힐러리가 지금은 경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결국에는 오바마가 이기게 될 거야.”
“흑인인데다가 중앙정치 경력도 길지 않잖아.”
“그게 오바마가 승리하는 이유지. 부패한 기득권에 신물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많거든.”
하지만 그런 기대는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오바마로 인해 깨어질 것이었다.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되는 오바마는 원역사보다 4년 정도 늦게 대통령이 되는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다.
규태는 이를 위해 막대한 선거자금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