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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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투자대상
“어떻게 할 건데? 서버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 작년에만 30억 달러가 넘게 들어갔다고!”
위튜브의 고질적인 문제는 엄청나게 늘어난 동영상을 유지하는데 드는 막대한 서버이용료였다.
2005년 야후에서 인수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위튜브 가입자는 1억 명을 넘어섰다. 거기에 이들이 올리는 엄청난 숫자의 동영상은 위튜브가 해마다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는 주범이었다.
원역사와는 다르게 잘나가는 야후지만 위튜브부분은 야후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야후도 신규 데이터센터를 만들며 최대한 버티고는 있지만 더 이상은 버티기가 힘에 겨웠다.
생각만 해도 울화통이 터진다는 듯 제리가 투덜거렸다.
야후 위튜브를 인수한 것은 전적으로 규태의 지시 때문이었다.
원역사와 마찬가지로 야후의 전반을 책임지는 제리는 막대하게 들어가는 투자비용 때문에 인수를 미적거렸었다.
그러다가 규태의 강력한 지시 때문에 반강제로 인수해 떠안게 된 게 위튜브였다.
최근에는 인수비용만큼의 혹은 그이상의 엄청난 서버개설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예측보고서에 제리가 부들거리는 것이다.
모처럼 분기실적이 50억 달러를 넘어서며 최고의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위튜브 쪽에서 까먹는 바람에 평년과 같은 분기실적을 발표할 수밖에 없으니 저렇게 화를 내는 것도 이해가 되긴 했다.
“화내지 마라, 그게 나중에 야후를 먹어살려줄거다.”
“언제? 내가 은퇴한 다음에? 아니면 내가 죽은 다음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화를 내는 제리를 보며 규태가 이빨을 깨물었다.
돌아온 다음부터 예전과 다르게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은근슬쩍 규태의 지시를 무시하는걸 보면 아무래도 조만간에 한번은 손을 봐야할 것 같았다.
“당장 올해부터 이야기가 달라질 거다.”
“그럼 위튜브에 광고를 허용한다는 거지?”
지금까지는 회원 수의 증가를 위해 동영상 광고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이젠 때가 되긴 했다.
제리가 화를 내는 것은 아마 광고를 허용해달라는 시위일 것이었다.
짜증을 내려던 규태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광고를 막은건 회원수를 빠르게 늘리기 위함이었다.
가입자수가 목표에 도달했으니 이젠 막아두었던 광고를 허용해도 될듯했다.
“그래 이정도면 광고를 해도 되겠지.”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추가적으로 얼마든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있지만 막상 단기 실적에 목마른 제리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모양.
현재의 제리는 전생의 야후 + 구글 + 아마존이 가졌던 위상을 한꺼번에 가진 말 그대로 실리콘벨리의 떠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존재였다.
대표인 제리도 잡스와 함께 실리콘 벨리의 상징이나 마찬가지.
추앙받는 제리의 입장에선 회사에서 자신의 실적을 갉아먹는 위튜브가 눈의 가시인건 분명했다.
그래서인지 시간만 나면 규태에게 위튜브 광고를 허용하라는 압박을 넣었다.
처음에 인수할 때부터 광고는 규태가 허용할 때까지 금지시켰으니까.
제아무리 제리가 잘나가도 회사인 주인인 규태의 명령을 어길 정도로 간이 붓지는 않았다.
"우아아아아~"
갑자기 제리가 두 손을 치켜들고 함성을 질렀다.
주변에서 제리와 규태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오던 것을 지켜보던 직원들이 화들짝 놀랄 정도로 큰 함성이었다.
“야! KT가 위튜브 광고를 허용했어!”
때마침 건너편에 보이는 위튜브의 직원들이 갑작스런 함성에 놀란 눈을 했다가 제리의 말에 같이 함성을 질렀다.
“Great! Great! 보스가 광고를 허용했다.”
한참동안 함성을 지르던 직원이 갑작스럽게 화급하게 복도를 달려갔다.
너무 갑작스런 행동이라 다들 눈만 동그랗게 뜨고 지켜볼 뿐이었다.
“저사람 왜 저러는 거야?”
“보스가 위튜브를 광고를 허용했다나봐.”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
“회사의 흑자가 대폭 늘어나겠지. 위튜브부분에서 계속 적자가 나서 흑자를 많이 까먹었잖.... 회사주가! 앞으로 주가가 엄청 올라가겠는데? 흑자가 대폭 늘어난다는 소리잖아!”
회사 1층 로비에서 담소를 나누던 직원들이 커다란 깨닳음이라도 얻은 양 하나같이 바쁘게 자신들의 사무실로 달려가는걸 보며 규태가 쓴웃음을 웃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사람들로 북적이던 로비가 한순간에 인적이 드물어졌다.
“야, 너 회사 기밀을 이대로 그냥 공개해도 되는 거냐?”
위튜브광고 허용 같은 중대한 사실은 이사회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보안을 지켰다가 때를 맞추어 발표를 해야 하는데 너무 기쁜 나머지 제리가 오버를 한 것이다.
두 손을 올리며 함성을 내질렀던 제리가 어정쩡한 얼굴로 규태를 돌아보았다.
“이거 내가 실수한 거 맞지?”
실수하게 맞다. 직원들이야 내부자 정보에 걸려 투자를 못하겠지만 이런 정보가 새어나가면 그렇지 않아도 급등하고 있는 야후의 주가가 날개를 달고 올라갈 것이었다.
이런 특급정보를 대책 없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발설한 제리의 행동은 너무 경솔했다.
“그래.”
“어떻게 하지?”
울상을 했지만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빨리 이사들 모아라. 더 늦기 전에 결정내리고 발표해야지. 잘못하면 뒷북이나 치다가 끝나겠다.”
“젠장, 빨리 이사회를 열어야겠네. 앤 나 제리인데 이사회 개최해야겠어. 그래. 급해 빨리 이사들에게 연락해. 지금 당장 이사회 연다고. 아니! 안건은.....”
제리가 빠르게 뛰어가며 자신의 폰으로 비서에게 연락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장례식장에 다녀와서 그런지 우울하던 제리가 물에서 나온 물고기처럼 팔딱거리며 뛰어다니는 것을 보며 규태가 머리를 저었다.
그리고 뒤돌아서 1층 로비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보았다.
정말 우라지게도 맑은 날씨였다.
[ 38.5 +8 ]
늦은 밤에 긴급하게 모인 이사회에서 위튜브의 공고허용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음날부터 야후의 주가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두 달 전에 300달러까지 올랐던 야후주가가 주식분할이후로 약세를 보이다가 특급호재를 만나서 강세를 보였다.
이로서 야후의 시가총액은 3,400억 달러로 닷컴버블의 붕괴전보다 높게 날아올랐다.
이것도 낮은 가격으로 1,2년 안에 야후주가가 최초로 1조 달러의 시총을 갖게 되리라는 전망이 커졌다.
물론 야후주식의 52%를 소유한 규태의 재산도 그만큼 불어났다.
날이 갈수록 야후의 주가가 심상치 않더니 연말이 되자 50달러에 근접했다.
시장의 예측보다 위튜브의 이용자숫자와 수익이 빠르게 늘어난 탓이었다.
위튜브의 이용자숫자는 1억을 넘어서면서 한동안 정체구간을 겪더니 훌쩍 2억 넘어섰다.
더 고무적인 사실은 이용자 숫자만이 아니라 시청시간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때 야후의 혹이라고 까지 불리던 위튜브가 이젠 앞으로 야후를 먹여 살릴 동력원이 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였다.
“어떠냐? 내말이 맞지?”
이사회에서 4분기의 결산내역이 회의에서 발표되자 규태가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야후의 4분기 결산실적은 350억 달러의 매출에 8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회의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것은 단연코 위튜브가 거둔 실적이었다. 45억 달러의
매출과 8억 달러 흑자라는 눈부신 실적을 기록한 위튜브의 담당 임원인 채드 헐리가 모처럼 활짝 웃음을 지었다.
야후에서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하는 부분이라는 비판 때문인지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어두운 얼굴이었던 채드에게 회의를 진행하던 제리가 실적 발표 후에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미안합니다. 내가 잘못 판단한 것 같네요. 채드 고생했어요.”
위튜브의 인수를 못마땅하게 여긴 건 제리만이 아니었다.
막대한 투자비용과 불투명한 수입구조를 우려한 여러 사람들이 유튜브 인수를 반대했다.
규태의 위튜브 인수를 지지한사람은 래리 페이지였다.
“하하하, 역시 저는 이럴 줄 알았다니까요. 역시 시간이 갈수록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날거라니까요.”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쭐거리며 자신의 선견지명을 뽐내며 큰소리를 치는 래리였다.
8억 달러의 분기수익을 거둔 것은 엄청난 성과였다.
적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이렇게 단기간에 흑자로 바뀌었다는 사실도 놀랍지 만 그 성장성은 하나같이 탐을 낼 정도였다.
막대한 자금력을 뽐내는 야후가 아니었다면 인수제의가 들어와도 벌써 들어왔을 것이었다.
인수반대를 했던 리만 출신의 재무담당이사인 에밀도 사과겸 축하를 하면서 회의분위기가 한결 훈훈해졌다.
“채드, 내가 잘 못 생각했네 이거 위튜브를 인수 못했으면 지금쯤 엄청나게 배가 아플 뻔했네. 이 정도로 성장이 빠르고 수익이 크게 날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네. 딸아이가 요즘은 TV를 보지 않고 하루 종일 위튜브만 들여다 보고 있다네.”
규태를 대신해서 다저스와 레이커스를 챙기느라 바쁜지 오랜만에 이사회에 참석한 마크였다. 녀석의 머리는 순탄하게 뒤로 후퇴해서 이제 남은 머리가 거의 없었다.
“내 조카도 그래요, 이거 앞으로 얼마나 더 클 수 있을지 두려울 정도라니까요.”
“그래 앞으로 야후를 먹여 살리는 큰 돈줄이 될 수 있겠어. 정말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니까.”
“앞으로는 사람들이 TV보는 시간을 줄이고 위튜브를 더 많이 볼 거라는 분석 자료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이 한동안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만큼 나이 먹은 이사들에게 위튜브란 존재는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한동안 좋아진 실적으로 화기애애하던 회의는 가장 첨예한 문제를 다루는 쪽으로 넘어갔다.
스트레스 운운하며 이사회에 꾸준히 불참하던 마크가 오랜만에 회의에 참석한 것은 녀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가 투자해서 대주주로 있는 이베이에 대한 지원안건이었다.
인터넷 검색부분은 꾸준히 성장해서 90%의 절대적인 아니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했다. 또 다른 부분인 야후마켓역시 마찬가지.
보통 사람들이 줄여서 야마(Yama)라고 부르는 야후마켓은 회사를 분리한 이후로 빠르게 성장하며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월마트와 코스트코를 맹렬한 속도로 추격 중이었다.
야마가 상장되기만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열광적인 지지 속에 다음해에 상장예정이었다.
상장공모가는 24달러로 상장이 성공하면 단숨에 520억 달러 규모의 회사가 되면서 단숨에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가장 큰 유통업체인 월마트에 이어 두 번째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회사가 된다.
80%가 넘는 절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야마의 가장 큰 고민은 경쟁자들의 시장점유율이 형편없어서 자칫하면 반독점법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아직까지는 인터넷기업이란 껍질 때문에 큰 고민이 되지 않지만 지금추세라면 상장후 몇 년 이내로 큰 문제가 될 확률이 높았다.
“언제쯤 문제가 터질 것 같나?”
“3년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그 이후로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