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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207화 (207/220)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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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투자 확대

시위가 격화되건 말건 경제위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리스에서 시작된 거친 경제위기의 불길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위협했다.

그들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아이슬란드와 같은 나라의 경제는 이미 초토화 되었다.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이들은 이러다가 유로존이 붕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를 느꼈다.

드러난 PIGS의 부채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타이거펀드에서 유렵으로 파견된 제인은 점점 불길이 꺼지기는커녕 온 유럽을 뒤덮은 금융위기의 공포감을 느끼며 불안에 떨었다.

사람들이 넘치며 활기 넘치던 거리는 스산하게 변화했고 길을 걷는 사람들마다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가뜩이나 불황에 빠져 들었던 영국경제는 끝을 알 수 없는 침체 속에 잠겨있었다.

영국은 유로존에는 가입하지 않고 파운드화를 사용했지만 대륙의 불황은 영국경제에도 치명타를 안겼다.

소비는 감소하고 국가부채의 양은 점점 늘어났다.

업무 때문에 파리에서 보름간 머물다가 이제 막 런던으로 돌아온 터라 피곤이 쌓였는지 동료인 다니엘은 일찍 방으로 돌아갔다.

제인과 팀장인 조엘 만이 호텔의 라운지 바에서 가볍게 한잔 하는 중이었다.

오랜 여행 탓에 몸이 피곤해서인지 불면에 시달리는 두 사람이었다. 자기 전에 가벼운 음주를 하면 쉽게 잠이 들 수 있어서 장기간의 비행이 끝나면 함께 위스키한잔 정도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러다가 유럽이 모두 망하는 거 아니에요? 파리도 난리가 아니었잖아요? 샹젤리제도 예전 같지가 않았어요. 예전에는 거리에 사람들이 바글거렸는데.”

“망하기는 뭘 망해? 망할 것 같으면 우리가 투자를 하러 돌아다니겠어?”

“아니 미국도 얼마 전까지 난리였잖아요. 그런데 유럽까지 난리인데 이게 어디까지 번져갈지 모르잖아요. 뾰족한 해법도 없고요.”

“해법이 없기는 왜 없어. 독일 놈들만 손해 보면 해결이 되는데.”

“그래요? 부실규모가 너무 커서 독일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고 보는데요?”

“독일이 총대를 메고 손해를 보겠다고 나서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야. 그런데 그게 쉬운 문제가 아니야. 가난한 지역의 부채문제를 위해 부자동네에서 더 많은 세금을 내달라고 하는 건데 독일국민 누가 좋아하겠어. 표가 떨어질게 보이는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게 당연하지.”

“그래서 독일이 난리를 치나 보네요. 지난번에 보니까 국회에서 아주 격렬하게 싸우던데요.”

금융위기에서 한 발짝 벗어난 독일이지만 남부국가들의 국가부채를 왜 줄여 줘야하는 지는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가 들끓었다.

독일정부도 국민들의 반대 때문에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지원에 소극적이었다.

EU와 IMF가 지원한 1,100억 유로의 지원금으로 불을 끄나 싶었지만 이것으로는 턱없이 모자랐다.

자금을 지원하면서 요구한 재정적자의 축소로 그리스는 격렬한 반대에 시끄러웠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야. 독일도 어쩔 수 업거든. 이런 식으로 계속 시간만 흐르고 위기가 진화되지 않으면 독일도 물건을 팔아먹을 시장이 사라지는 거니까.”

누가 뭐래도 유로존이 만들어지면서 제일 큰 혜택을 본 국가는 독일이었다.

유로존이 해체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도 독일이다.

정치적인 문제로 좀처럼 의견을 정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사이 이탈리아에 금융위기가 밀어닥치면서 옆 나라 프랑스가 타격을 입었다.

이탈리아의 국가부채가운데 프랑스 은행들이 보유한 규모가 3890억에 달했다.

이런 막대한 국채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으면서 프랑스까지 금융위기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과연 어느 나라가 안전한 나라인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부채에서 그래도 자유로운 국가는 유럽에서 오직 독일뿐이었다.

“유럽재정안정기금이 4,000억 달러가지고 있었지만 함부로 지원했다가 추가로 부실이 터져서 자금이 말라버리면 진짜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고. ‘

금융위기의 근원은 재정적자의 확대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정치적인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러니까 미국의 재정지원은 받지 않겠다는 말이잖아요.”

“재정지원이 그냥 해주는 건줄 알아. 얼마나 여러 가지 제약이 주어지는 줄 알아. EU에선 망하면 망했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을 늘어놓을 거라고. 미국만 좋은일을 EU가 받아들이겟어."

타이거 펀드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투자펀드지만 여러 인종과 국가의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타이거 펀드의 회장인 샨 나링햄만 해도 인도출신이었다. 제인은 하프 이탈리안 이었고 조엘은 남아공에서 태어나 이민 온 이민자였다.

함께 팀을 이루는 다니엘은 인도출신.

하나같이 저마다 다른 피부색과 핏줄을 가지고 있지만 오직 회사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

보수적이고 백인남자들이 득시글거리는 월가의 여느 다른 펀드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월가에서도 붙어있는 금융기관들과는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본사가 있는 타이거 펀드였다. 딱 그만큼의 거리만큼 타이거 펀드와 월가 안에 존재하는 금융기관들과의 여러 차별점이 존재했다.

백인남자이던 아니던 타이거 펀드는 철저하게 실력만을 보고 직원을 뽑고 승진시킨다.

CEO는 인도출신이고 대주주는 한국출신이었다.

엄청난 연봉과 차별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타이거 펀드의 최대장점.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유럽의 위기까지 여러 회사에서 선발되어 팀을 이룬 투자 팀은 반년 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의 임무는 떨어진 유럽 증시에서 가격이 떨어진 주식과 채권을 사 모으는 것이었다.

사들이는 종목은 미리 정해져 있었다.

자신들은 최대한 많은 지분을 싼 가격에 인수하면 된다.

시장에서 사는 경우도 있었지만 기존에 지분을 가진 대주주들과 협상을 통해 원하는 기업의 지분을 늘려나갔다.

결코 나오지 않을 것 같은 회사의 지분도 경기가 깊은 침체에 빠져들자 시장으로 흘러나왔다.

파리에서 투자를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온 것은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의 지분인수 협상 때문이었다. 불황에 보유하는 회사자금이 말라버리자 인수자를 찾는 중이었다.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제인의 전문분야였다.

타이거 벤처에 입사하면서부터 5년 동안 넘게 벤처기업의 투자를 담당하면서 많은 실적을 쌓아왔다.

“보스가 마지막 할인 판매라면서 유럽지역의 회사들을 사들이라고 했다면서?”

“그래요, 가지고 있는 현금 상당수를 털어서 쓸 만한 회사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죠.”

각각 팔로알토와 뉴욕에서 일하던 제인과 조엘이 유럽으로 온 이유도 지분인수작업때문이었다.

본사에서 영국시장쪽에 가장 군침을 흘리는 회사는 역시 ARM.

상당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펀드의 지분을 추가로 늘리는 게 목표였다.

이미 스페인에서는 ZARA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했다.

독일에서는 자동차회사의 지분을, 프랑스에서는 베르나르 아르노가 만든 LVMH의 지분을 매입했다.

매입하는 종목은 하나같이 나라를 대표하는 우량주들이었다.

그리고 경제위기로 헐값으로 폭락한 나라의 국채를 주어담는 작업도 함께 병행했다. 주요 매입대상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의 국채였다.

내일이면 다시 프랑크푸르트로가 코메르츠방크의 본사에서 320억 유로규모의 추가적인 채권매입 협상을 해야 했다.

2,3명이 짝을 지어 따로 움직이는 것은 여러 명의로 매입하는 회사의 지분율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지사에서 전담해서 지분을 사들이면 표시가 나기마련, 이들은 각자 주어진 페이퍼 컴퍼니의 명의로 주식과 채권을 사들였다.

“그런데 이 회사는 처음 이름을 들었거든?”

“어디 ASML요? 거기 네덜란드회사에요. 반도체 제조 장치를 만드는 회사인데 암스테르담에 가서 협상을 해봐야죠. 거기까지 가려면 일정이 꽤 빡빡하네요. 암스테르담투자은행이 들고 있 지분 3%를 사들이는 협상이 잡혀있네요.”

“대주주지분을 사기가 힘드나봐?”

“중요한 회사들은 대주주들이 지분을 손에 들고 팔지 않거든요. 지금처럼 자금사정이 어려우니까 매물이 나오는 거지. 아니라면 매물구경하기 힘든 회사들이에요. 시장에서 조금씩 사들일 수는 있겠지만 3%나 되는 대규모로 나오는 매물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 다고요. 암스테르담 투자은행도 이탈리아에서 자금이 물려있지 않았다면 가지고 있는 회사지분을 팔려고 하지 않았을걸요.”

“에휴, 반년을 떠 돌아 다녔더니 정말 힘들어. 이번달 안으로 모두 끝이 나겠지. 나이를 먹으니까 몸도 예전 같지 않고.”

“그건 저도 마찬가지인걸요. 내 얼굴봐요, 팽팽하던 얼굴에 주름이 많이 늘었잖아요.

처음 만나서 출발할 때에는 좋다고 하던 제인이 술 한 잔이 들어가자 푸념을 늘어놓았다.

회사자금으로 유럽을 여행하면서 비싼 숙소에 머무르고 엄청난 투자를 하는 기분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성취감을 준다.

반년가까이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작업을 계속하다보니 이젠 조금 신물이 났다. 극도의 긴장감속에서 비밀을 지켜가면서 투자를 하려면 보통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었다.

하루라도 빨리 빨리 작업을 끝내고 뉴욕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 이번 달 말까지 투자 작업을 전부 끝내야지.”

그리고 ASML의 지분 인수협상을 마지막으로 모든 작업이 끝난다.

“금액이 엄청나잖아요. 내평생에 이런 단위의 금액들을 만져보고 직접 투자해볼 줄은 몰랐네요.”

“그거 나도 마찬가지야. 포지션이 이렇게 많이 주어진 투자는 앞으로도 하기 힘들겠지.”

두 사람은 가만히 앞에 놓인 술잔을 기울였다.

지금까지 사들인 투자금액의 총액이 2,300억 달러규모.

최종적으로 투자를 끝내고 나면 2,800억 달러 정도의 투자가 종료하는 것이다.

다섯 개의 팀으로 나뉘어 유럽지역에 투자를 하고 있으니 투자총액은 가뿐하게 1조 달러를 넘어선다.

조엘은 속으로 회사의 자산규모를 생각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전체보유자산규모는 본사에서도 몇몇만이 아는 비밀이라 잘 알지 못하지만 이번에 유럽에 쏟아 부은 투자자금만 해도 얼마나 되는가.

남들은 금융위기나 서브프라임 모기지위기로 휘청거릴 때 타이거 펀드는 조금의 손해 없이 착실하게 규모를 키워나갔다.

투자를 총괄하는 보스의 예상대로라면 앞으로 유럽시장은 위기가 끝나고 다시 활기를 되찾을 터.

그때가 되면 타이거가 가진 투자자산규모가 얼마나 될지 까마득했다.

함께 다니면서도 비밀유지각서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는 힘들었다. 이렇게 가볍게 술 한 잔 하는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끝이 가까워지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였다.

조용하게 눈앞의 칵테일 한잔을 마신 두 사람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또다시 시작되는 내일의 힘든 일과를 준비하려면 되도록 일찍 자두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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