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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205화 (205/220)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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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진화

모건가문이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들의 자금사정이 꼬였다는 소리였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가하고 생각해봤지만 모건가의 자금줄이라 할 수 있는 케미칼뱅크에 뱅크런이 일어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또 다른 자금줄인 시티도 뱅크런에 휩쓸려 휘청거렸다. 지난 한 달 사이에 모건투자은행과 캐미칼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1조 달러가 넘었다.

모건투자은행과 케미칼뱅크, 시티은행, 워싱턴뮤추얼까지 모건이 들고 있는 대형 금융기관들이 하나같이 쑥대밭이 된 것이다.

그래서 메릴린치의 구제금융이야기에 슬그머니 모건투자은행과 케미칼뱅크의 지원이야기를 꺼냈다가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빌어먹을 놈들, 이제까지 사정을 봐주었더니 상황이 좋지 않다고 기어올라?’

이빨을 꽉 깨문 가이트너가 자신을 지지하는 이사들을 둘러보았다.

눈빛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인 가이트너가 입을 열었다.

“찰스이사가 어째서 모건투자은행과 캐미칼뱅크의 자금지원을 거절하는지 영문을 모르겠군요. 두 곳은 일시적으로 자금인출요구가 급등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것뿐입니다. 만약 두회사가 넘어가면 어떤 혼란이 닥칠지 모릅니다.”

가이트너의 주장에 찰스이사가 코웃음을 쳤다.

“두 곳이 유동성위기에 처했다면 지원해줄 명분이 우리에게 만들어 주어야 할 것 아닙니까? 만약 연준이 지원을 했다가 그 돈을 꿀꺽 삼켜버리면 그뿐 아닙니까. 대주주는 뭐하느라고 두 손 놓고 연준이 나서야 한답니까. 그 잘난 모건이 알아서 처리를 하게 내버려 둡시다.”

모건의 이름까지 나오자 참지 못한 가이트너가 벌떡 일어나 찰스의 멱살을 잡았다.

“뭐야 당신 말다했어.”

“그래 다했다. 지금까지 네놈들 멋대로 연준을 운영해놓고 위기에 처하니까 뭐? 연준지원? 지원 같은 소리하고 있네.”

“입이 달렸다고 말을 함부로 하는 거야? 당신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무사할 것 같은데, 이걸 어쩌나, 모건의 개가 사람소리를 하니까 정말 신기하군. 한번 멍멍해볼래?”

“이런 FXXX, 너 오늘 죽어볼래.”

“죽여 봐라, 죽여봐. 너같은 비실이한테 당할 내가 아니야.”

회의를 하다말고 감정이 격화된 둘이 멱살을 잡는 추태를 보이자 리처드가 고함을 질렀다.

“둘다 뭣들 하지는 짓입니까! 여기가 싸움판입니까! 연준이사회에서 이 무슨.... 다들 진정하고 품위를 지키세요. 품위를!”

둘은 씩씩거리면서도 자리로 돌아갔다.

리처드가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짚었다.

둘로 대표하는 세력간의 팽팽한 세력다툼 때문에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회의내용은 계속 제자리를 맴돌았다.

메릴린치에 대한 지원은 결정이 됐지만 모건투자은행과 캐미칼은행에 대한 지원여부를 두고 설왕설래 말싸움을 벌이느라 정작 지원규모를 정하지 못했다.

“진정들 하시고 자리에 앉으세요. 빨리 유동성 지원을 결정해야 메릴린치를 살릴 것 아닙니까? 날이 밝아서도 이지경이면 메릴린치는 파산이에요!”

리처드 연준의장이 서둘러 격앙된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회의를 진행해 메릴린치를 지원하려 했지만 다급하게 들려온 소식에 회의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아니 회의를 계속할 필요가 사라졌다.

백악관에서 날아온 소식은 메릴린치에 대한 유동성 지원 거절이었다.

이것은 월가의 일은 월가 안에서 해결하라는 행정부의 분명한 시그널이었다. 그리고 메릴린치의 부도가 얼마나 커다란 파장을 남길지에 대한 오판의 결과이기도 했다.

미 재무부는 메릴린치가 부도를 내도, 피해금액이 1,000억 달러 정도에서 그칠 것이라 판단하고 자금지원을 거절했다.

하지만 메릴린치의 부실자산규모가 6,000억 달러로 집계되면서 위기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먼 바다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란 해일은 점점 규모를 키우면서 미 전역을 뒤덮었다.

10개 은행중 8곳이 부실투자손실로 상반기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간 직후 시티와 BOA,캐미칼은행등 유수의 금융기관들에서 뱅크런이 일어났다.

[ 프레디맥 부실자산 규모 추정불가 파산신청]

[페니매이 경영진 교체, 추가 자금지원 요청, 연준 불가 결정 내려. 결국 파산신청수순.]

그리고 프레디맥과 페니매이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일이 더욱 커졌다. 주가지수는 폭락하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대공황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

그리고 사태를 막기위해 고심하던 행정부와 연준은 결단을 내렸다.

급하게 불려 들어간 백악관에서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엘 고어는 초췌한 모습이었다. 거침없이 들이닥치는 금융 위기 속에서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이것 참 모건은행들 자금인출 이거 자네 작품이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발뺌할 셈인가. 모건투자은행하고 캐미칼은행에서 엄청난 돈이 빠져나갔다는 정보를 들었는데. 두 곳을 망하게 만들 셈인가?”

한사코 발뺌을 하려던 규태는 엘 고어의 심각한 모습을 보곤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지만 힘들 것 같습니다. 모건에서 자금을 풀기 시작했거든요.”

자신들이 가진 자산을 남겨두고 평소처럼 연준을 이용하려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제야 저금통을 털기 시작한 모건 가였다.

“그자들이 얼마나 많이 지원을 할 것 같은가?”

“현금이 부족해서 지원을 해도 4~5,000억 달러를 지원할 것 같네요.”

“썩어도 준치라고 역시 모건이로군. 이런 상황에서 그 정도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니 말이야.”

“모건 쪽은 지난 가을부터 눈치를 챘던 것 같습니다. 조만간 금융위기가 올 거라는 것을 말입니다. “

“자네는? 자네는 언제 알았나? 그자들보다도 훨씬 빨리 움직이지 않았나?”

위기를 예측했으면서도 알리지 않은 것에 섭섭한 모습을 보이는 엘 고어를 보며 규태가 머리를 긁었다.

“알기는 했지만 이게 떠벌이고 다닐 수도 없는 문제라 서요.”

“휴우, 자네를 원망하면 뭐하겠는가. 다른 자들은 전부 경기가 호황이라고 들떠서 미친 듯이 날뛰었는데.”

“......”

“자금 지원을 해주게.”

“어디를요?”

“지원할 은행들의 목록이 여기 있네. 주식을 사건 자금을 지원하건 살려만 놓게.”

엘 고어가 건넨 목록을 보던 규태가 머리를 흔들었다.

“연준이 허가를 해줄까요? 은행인수는 연준이 허락해야 가능합니다.”

“어디서 약을 팔고 있나. 이미 리처드와 이야기를 끝냈네. 표시해둔 곳들을 인수하면 연준비준을 원하는 데로 얻을 수가 있을 거네. 이것 말고 추가로 다른 곳을 인수하려고 한다면 나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네.”

으름장을 놓는 엘고어의 말에 규태가 실소를 터트렸다.

“아마 이 목록에 있는 금융기관들을 인수해도 공격이 들어올걸요. 아시지 않습니까. 저 두 번 공격당했습니다. 배후가 어디인지는 짐작하고 있을 텐데요.”

“알지 모건, 록펠러, 와버그, 로스차일드 등등 구시대의 유물들이 버젓이 살아서 자네를 노렸었지.”

“이번에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그자들에게 연준은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니까요. 제가 그걸 건드리는 겁니다.”

제아무리 거대한 부호가문이라 할지라도 시대가 바뀌면 재산 단위가 틀려진다.

그리고 부자들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게 된다.

굴뚝 산업을 중시하는 구시대 가문이 새롭게 성장하는 산업에 가진 부가 뒤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

새로운 신참을 반겨주는 권력자는 세상에 없다.

그게 포식자일 경우는 더욱 그랬다.

가문들은 규태의 재산증식 속도에 경악하고 경계했다.

“기록을 보니까 전까지 비밀경호실에서 암살을 막아준 것 만해도 다섯 건이야. 이건 뭐 대통령인 나보다 더하더군.”

“알고 있습니다. 그건 고마운 일이죠.”

신참자를 제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암살이었다. 규태가 사라지면 그 부를 이을 인물들이 마땅치가 않아서 규태가 세운 제국은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으로 여기는 자들이 많았다.

그런 인식이 바뀐 것은 캐서린과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였다.

규태의 회사들도 완전하게 미국에 뿌리를 내려서 한두 명을 없앴다고 흔적을 지우기가 힘들어졌다.

이젠 전통의 가문들에게 규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가지고 있는 막대한 현금과 언제라도 동원할 수 있는 PMC까지.

콩고에서 시작한 규태의 PMC는 중부 아프리카를 장악하고 있었고 규모도 엄청나게 커졌다.

규태가 부르면 일개 사단병력정도는 가뿐하게 동원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할 텐가? 이젠 자네의 뜻대로 되지 않았나. 그만 위기를 진화해주게. 위기가 계속되면서 GM과 GE까지 흔들리고 있네. 자칫하면 산업전반에 걸친 공황이 얼어날 판이야.”

엘 고어는 규태가 모건을 제압하기 위해 일부러 위기를 만들었다고 여기는 모양.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원래 발생할 위기를 조금 부풀린 것에 불과하지만 그것만으로 엄청난 압력이었는지 원역사보다 50%는 더 큰 금융위기가 닥쳐왔다.

흔들리지 않았던 BOA와 모건투자은행, 캐미칼까지 뱅크런으로 흔들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젠 실물부분까지 위기가 밀어닥치니까 서둘러 불길을 진화하려는 모양이었다.

“자금을 동원해 부실금융기관들을 인수 하겠습니다만..... 대통령께서 연준의 허락은 받아 주시는 겁니다.”

“그래 내가 책임지고 막아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빨리 해결해. 이렇게 된 김에 이번기회에 모건과 록펠러의 영향력을 연준에서 지워버리자고.”

연준 내부야 리처드가 꽉잡고 있으니 허가에 별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이렇게 엄살을 떠는 건 행정부가 나서는 것을 막아달라는 이야기였다.

모건과 반모건으로 나뉘어 6:6 동수를 이루던 연준이사회는 2명의 이사가 반모건 편으로 넘어오면서 8:4로 승기가 기울었다.

제아무리 모건을 지원하자는 의견이 나와도 가뿐하게 무시할 수 있는 힘을 가졌으니 걱정이 없었지만 행정부에는 여전히 모건과 록펠러가 키운 세력이 잔존해있었다.

혹시 금융기관의 인수과정에서 터져 나올 행정부의 간섭을 막아달라는 부탁을 엘 고어가 받아들였으니 이젠 더 이상 거칠게 없었다.

규태는 인수팀과 M&A팀을 총동원해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들을 인수해 나갔다. 파산한 메릴린치의 직원들을 조각내서 리만으로 받아들였고 프레디맥과 페니매이의 지분 30%를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하며 자금을 지원했다.

그리고 모기지론 관련MBS와 CDO물량 1조 3,500억 달러어치를 여러 금융기관에서 정크본드 가격으로 인수했다. 이것만으로도 시중 자금사정이 대폭 나아졌다.

규태의 팀이 인수한 저축은행이 53곳, 은행의 숫자만 15개였다. 나머지 은행과 저축은행들도 자금이 돌자 서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고 당장 공황이 닥칠 것 같아 공포에 휘말렸던 이들도 정신을 차렷다.

규태의 자금투자와 맞물려 미행정부에서도 안정자금을 5,000억 달러 만들며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규태가 마지막으로 심혈을 기울여 인수한곳은 시티은행과 AIG였다.

뱅크런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위기에 처했지만 마지막까지 연준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며 인수를 거부했던 두 곳의 지분 30%를 인수, 경영권을 가져오면서 공황의 불길이 잦아들었다.

다 꺼진 것 같아 보였던 위기의 불길은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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