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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204화 (204/220)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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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START2

캘퍼스는 긴급이사회를 열어서 가지고 있는 금융상품들을 빠르게 정리해 나갔다. 이런 캘퍼스의 움직임은 다른 연기금에도 영향을 미쳐 가뜩이나 바닥이 난 시중자금을 더욱 바닥까지 떨어트렸다.

다들 하나같이 현금을 손에 쥐고 있을 뿐 누구도 투자를 하지 않으려 들었다.

마음이 급해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이 부족한 현금 유동성을 메우려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이자율이 갈수록 올랐다.

발등에 불일 떨어진 것은 투자은행도 마찬가지, 쏟아지는 연기금의 펀드환매요구와 모기지 상품의 중도 상환요청으로 몸살을 앓아야했다.

“이것보라고! 당장 연기금에 이번 달 말까지 환매해줘야 할 자금이 250억 달러가 넘는다고! 자금 스케줄이 있는데 이게 꼬였어 자칫하면 유동성이 부족할지 모르는데 들고 있는 건 손익불문하고 전부 팔아서 현금으로 들고 있어야 할 거 아냐! 지금 손해에 연연할 때가 아니라고! “

“어쩌라는 겁니까? 가지고 있는 채권을 팔려고 시장에 내놔도 사가는 사람이 없어요. 주식을 팔고는 있지만 이것도 만만치가 않다고요.”

“국채는? 그건 내놓으면 바로 나가잖아!”

“이미 들고 있던 국채는 전부 팔았습니다. 남은건 대부분 팔게 되면 엄청난 손해를 보거나 팔리는 않는 채권들이라고요.”

“난 모르겠네. 자칫하면......”

“시중에서 자금을 빌리면 되지 않습니까?”

“모르는 소리! 지금 시중에서 자금을 구할 곳이 있는 줄 알아. 은행들도 단기대출을 꺼려하는 판국이라고. 자금을 구할 수만 있다면 어디라도 뛰어가서 무릎이라도 꿇겠네. 얼마나 자금이 말랐으면 지금 은행들도 자금이 모자라서 휘청 이는 판국이야.”

베어스턴스의 자금담당임원인 리처드 마틴은 투자부서의 담당자와 한바탕 싸움을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왔다.

매일 마다 이어지는 이런 말싸움은 정말 지긋지긋했다.

아침이면 들어올 자금과 나갈 자금을 집계해서 자금계획을 짜 맞춰야 했다.

자금인출요구가 늘어나면서 하루하루가 전쟁이나 마찬가지.

이런 식이라면 얼마를 더 버틸지 몰랐다.

답답한 마음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지난번 이사회에서 모기지론의 문제를 책임지고 사퇴한 엘렌 슈워츠가 이젠 부러웠다. 베어스턴스는 점점 난파의 위기에 몰렸다.

부도지수가 있다면 이제 100점 만점에 90점을 넘었을까.

나머지 10점이 석 달 안에 채워질 것 같아서 두렵기만 했다.

1조 8천억 달러까지 올라갔던 고객투자자산이 1조 3천억까지 줄어들었고 이게 1조원 밑으로 떨어지는 순간, 파산이었다.

어떤 방법을 써도 베어스턴스가 회생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위기에서 벗어나 살아나려면 최소 600억 달러의 현금이 필요했다.

누가 그런 현금을 손에 쥐고 있을까.

베어스턴스의 주가도 1/3토막이 났고 여기에서도 계속 내려가는 추세였다.

담배를 피우며 고심에 빠져 있던 리처드 마틴의 사무실로 부하직원이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토쿄지점에서 환매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어디에서? 얼마나?”

“일본 GPIF(Government Penance Investment Fund)에서 300억 달러의 자금인출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보수적이고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 연기금의 자금인출요청이 시작됐다는 소리에 리처드 마틴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모기지론 대출 금융기관 인디맥 파산, 30억 달러 손실]

[미국 두 번째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 유동성위기!]

[베어스턴스 자금인출 러시! 뱅크런 일어날까?]

[메릴린치실적 2/4분기 실적 80억 손실. 사상최대 분기적자기록]

이른 아침 걸려온 리처드의 전화목소리는 너무 낮고 침중했다.

그만큼 전화로 알려온 사안이 위중했다.

- 베어스턴스가 연준에 유동성 공급을 요청했네. 연준은 거절했고.

“얼마나 되는 자금지원을 요청한 겁니까?”

-520억 달러. 밀려있는 자금 인출요구가 그렀다는군. 아마 300억 정도가 밀려있고 나머지는 여유자금으로 들고 있을 요량이었던 것 같네. 새벽에 긴급하게 열린 이사회에서 격론을 벌였지만 결론은 자금지원거부로 결정을 내렸네.

“......”

-타이거가 베어스턴스를 인수할 텐가?

“......인수팀을 보내죠.”

유동성위기에 처한 베어스턴스의 처리문제는 월스트리트의 화두로 떠올랐다.

인수협상팀이 파견되어 인수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이면서 화산처럼 터져나오던 베어스턴스 투자자들의 자금인출요구는 슬며시 주춤해졌다.

규태의 사무실에 틀어놓은 TV에서는 베어스턴스의 인수이야기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토론자들이 나와 인수전망과 가격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규태가 물었다.

“가격협상은 잘되어가고 있답니까?”

“주당 가격문제로 한참 논의 중이랍니다. 30달러를 부른답니다.”

“아직 뜨거운 맛을 덜본 모양이네요. 우리가 철수하면 그대로 부도인데요.”

“설마 연준이 자신들이 이대로 망하게 두겠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월가은행들의 인수협상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문제는 역시 인수가격문제다. 그리나 실제 안으로 파고 들어가 보면 인수가격보다 더 신경 쓰는 건 퇴직하는 임원들의 퇴직금을 얼마나 지급하는 가였다.

주당인수가격이야 주주들의 문제지만 퇴직금은 인수과정에서 물러나는 당사자들이 몫이니까.

“올해에만 35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하는 은행치곤 인수가격을 비싸게 부르네요. “

시장에서 추정하는 베어스턴스의 적자규모는 250억, 하지만 규태가 보는 적자규모는 이보다 100억이 더 많았다.

“베어스턴스라는 자부심이 아직 남아 있겠죠.”

“그렇죠. 베어스턴스가 오래되긴 오래된 회사죠.”

규태도 순순히 샨의 말에 동의했다.

“인수과정이 길어지면 자산인출이 다시 시작되고 그렇게 되면 인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껍데기만 남게 될 겁니다.”

“인수를 서두르겠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인수협상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하세요. 10억, 20억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원래 모건이 베어스턴스를 집어먹은 가격이 2억 달러였다.

공포에 잠긴 시장을 핑계로 공짜로 베어스턴스를 잡아먹은 셈.

평소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인수가격이었다. 아니 연준에서 인수허가가 떨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모건은 자급사정이 어쩠답니까?”

“그쪽도 사정이 좋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모기지론 관련 상품을 처분해서 1,600억의 자금을 들고 있던 원역사와 다르게 모건도 모기지론 관련 상품의 부실문제로 골머리를 섞고 있었다.

반대로 가지고 있는 모기지론의 규모가 원역사보다도 더 커서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

AIG와 시티까지 모기지론의 부실화가 만들어낸 해일에 휘말려 유동성위기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나마 자금 여유가 있었던 BOA도 예금인출에 휩쓸려 발발 기고 있었다.

규태만이 자금여유가 넘쳐흘렀다. 베어스턴스를 인수하고도 남는 자금동원능력을 거침없이 뽐내면서 규태가 대주주로 있는 리만 브라더스로 시중 자금이 몰려들었다.

투자은행중 미리 모기지론 관련 상품들을 정리하고 파생상품 투자로 거액을 벌이들이고 잇는 리만만이 유일하게 월가에서 거대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

부익부, 빈익빈.

현재 자금시장의 상황이 이랬다.

격론을 거듭하던 베어스턴스인수협상은 한차례 인수팀이 가격문제로 철수한 후에 불어 닥친 인출러시로 새벽에 급하게 타결되었다.

주당 인수가격 12달러, 12억 5천만 달러의 가격으로 베어스턴스를 타이거 펀드가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협상타결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자 바닥으로 내리 꽂았던 주가가 우상향하면서 거침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다시 부도러시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시티은행과 AIG가 휘청거렸다.

불안한 금융시장을 견디다 못한 예금자들이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고 알려진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심야에 열린 연준이사회에서 뱅크런에 휘말린 은행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격론을 거듭했지만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은행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어디를 얼마만큼 지원해야 하는지는 저마다 의견을 갈렸다.

초저녁부터 시작된 회의가 예상보다 길어지며 심야까지 이어진 탓에 피곤한 리처드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가이트너, 당신의견은 모건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거요?”

“그렇습니다. 자금상황이 어려운건 골드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메릴린치 아니요? 그런데 당신은 왜 모건과 골드만을 지원하자는 이야기를 꺼내는 거요?”

“말이 나오는 한군데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금융계를 한꺼번에 돕자는 거 아닙니까?”

“웃기는군! 당장 숨이 넘어가게 생긴 메릴린치지원 논의에 갑자기 두 곳의 지원이야기가 끼어드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네요. 지난번에 베어스턴스 매각논의를 할 때는 자금사정이 좋은 모건에 넘겨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더니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이젠 자금지원을 해야 한다는 거요.”

캘리포니아 지역은행총재인 찰스 맥거번은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꺼내드는 폴 가이트너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12명으로 이루어진 현재 연준 이사회의 멤버는 정확하게 반으로 갈려있었다.

모건과 반모건.

둘의 입장을 대표해 폴 가이트너와 찰스 맥거번이 서로 으르렁거렸다.

찰스 맥거번의 말처럼 폴 가이트너의 모건과 골드만을 지원해야 한다는 말은 정말 생뚱맞고 궁색하기 그지없었다.

“그건.... 하여튼 이번에 대규모 예금인출사태가 나면서 모건과 골드만도 자금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닙니까.”

“흥, 당신 뒤에 있는 어느 분께서 갑자기 자금상황이 좋지 않게 변한 모양이로구려.”

“그런 소리는 함부로 지껄이는게 아냐!”

“왜 내가 진실을 말하니까 찔리나 보지.”

평소에도 의견이 갈리기 일쑤인 두 사람이었지만 이번 안건은 정말 첨예하게 다툴 수밖에 없었다.

느닷없이 자금지원을 하라는 지시를 받은 가이트너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 그가 모건의 힘을 등에 업고 연준이사가 되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연준에서 모건의 입장을 대변하며 승승장구하던 가이트너의 처지가 이상해진 것은 리처드 그래이엄이 연준이사장의 자리에 오르면서 부터였다.

큰 이견 없이 모건가의 입김이라면 양보하던 이사들이 슬슬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는데 위기가 닥쳐오면서 금융시장이 어려워지자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자금사정이 좋은 모건에 베어스턴스를 넘기자는 자신의 의견이 이사회에서 무시되는 것은 물론이고 모건에 대한 자금 지원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이렇게 퉁명스런 반응을 보이는 찰스 같은 자들도 나왔다.

가이트너가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모건의 상황은 심각했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도움을 주었을 캐미칼은행도 뱅크런에 휘말린 상태.

두 곳으로부터 빗발치는 자금지원 요청을 받으면서 단단히 주의를 받았다. 자금지원을 반드시 통과시키라는 지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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