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200화 (200/220)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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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아론 스튜어트

“두분이 어떻게 함께 오신 겁니까?”

“사실은 제가 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규태가 이문한이 건넨 명함을 받았다.

“하긴 국민연금 자산운영본부장이면 노리는 사람이 많지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권이 걸린 자리다보니 노리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하하, 그렇기도 하고 지난번에 막대한 수익을 내주셔서 제가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자리는 정의용차장이 승진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다니시는 블랙 록도 나쁜 곳은 아니죠. 연봉은 전보다 한참 더 늘어나지 않았나요?”

“하하,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국민연금은 성과급여가 작으니까요.”

“월가는 그런 쪽은 아주 확실하게 보수를 지급하죠. 꽤 많이 받으시겠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회장님이 그런 말을 하니까 어색하네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라면 연봉자랑좀 하겠는데. 회장님과 비교하면 코끼리앞에 모기 아닙니까.”

쑥스럽다는 얼굴로 대답하는 이문한의 모습에 규태가 피식하고 웃었다.

월가에서는 성과만 뛰어나면 보수만큼은 정말 정확하게 챙겨준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갈려나가는 대가였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소외된 사람이 있었으니 캘퍼스에서 일한다는 아론 스튜어트였다.

“이런 실례했습니다. 미스터 스튜어트 씨는 어쩐 일이십니까.”

두사람의 이야기에 언제 끼어들까 눈치만 보던 아론이 규태의 말에 화색이 됐다.

“궁금한 게 있어서 초면에 실례인줄 알지만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런 줄 알면 하지 않으면 되지 않습니까.”

“.......”

“.......”

규태 같은 거물에게 사전약속도 없이 이렇게 찾아오는 건 상당한 결례였다.

전부터 개인적으로 안면이 있는 이문한이 같이 오지 않았다면 절대로 약속을 잡지 않았을 것이었다.

아론 스튜어트는 얼핏 보면 연기금에서 투자 업무에 종사하는 펀드매니저라고 보기 어려운 외모였다. 정돈되지 않은 머리와 알이 두터운 안경, 자유로운 복장도 캘리포니아 퇴직연금에서 근무한 다기에는 아주 이질적이었다.

외모만 보면 벤처기업에서 밤낮으로 갈려나갈 전형적인 너드였다.

호기심이 엄청나서 떠오르는 의문이 있으면 밤낮없이 매달리는 그런 인종으로 보였다.

“......죄송합니다만 최근에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궁금해서 이렇게 찾아뵐 수밖에 없었습니다. 리만 브라더스에서 이젠 유동자산부 채권을 더 이상 발행하지 않는다고 해서요. 회장님의 지시 때문입니까? 혹시 그쪽에서 문제라도 생길 거라고 보시는 겁니까? MBS만 아니라 ABC나 CDO도 전부 발행하지 않으실 겁니까? 자산유동화를 중지한다면 주택가격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예측하시는 것으로 봐야합니까?”

아론이 입을 열때마다 규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왜입니까? 제발 말씀 좀 해주십시오.”

“미스터 스튜어트, 이게 대단한 결례인건 아시죠? “

대답을 해주는 대신 규태가 이마를 찌푸리며 괜스레 짜증을 냈다.

“....... 답답해서 그럽니다.”

“이건 아주 예상 밖이로군요. 저는 스튜어트 씨가 단순하게 얼굴이나 보자고 찾아온 줄 알았습니다. 이문한 매니저도 아니고 스튜어트씨가 초면에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아닙니까? 그런 투자비밀을 대뜸 말해줄정도로 우리가 친한 사이입니까?”

규태의 언성이 올라가자 아론 스튜어트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내려갔다.

“......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유를 알려주십시오.”

어지간히도 고집이 세보이는 모습에 규태가 고개를 내저었다.

“스튜어트 씨가 기관투자가라고 해서 펀드운용자들에게 대접만 받아도 잘 모르시나본데 당신네 이사장이 찾아와도 지금 당신 같은 건방진 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규태가 목소리를 높여서 화를 내자 옆에서 살살 눈치를 보던 이문한이 사죄를 했다.

“죄송합니다. 전 아론이 여기로 온다기에 미리 약속을 잡은 줄 알고 따라 온 건데 아무래도 잘못한 것 같습니다.”

“이문한 매니저한테는 미안하지만 이만 나가주셔야겠습니다. 이 매니저에게는 내가 따로 연락을 하도록 하지요.”

“옙,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규태가 화를 내자 눈치를 보던 이문한이 얼른 아론의 팔을 잡아끌었다. 더 이상 버텼다가는 경비들이 와서 아론을 끌어낼 것 같은 분위기였다.

초반에는 반항하던 아론이 힘이 밀려서 밖으로 끌려 나갔다.

“스튜어트씨 당신의 무례는 당신 이사장에게 항의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서재 밖으로 나가자 규태는 머리를 흔들었다.

별 이상한 놈이 와서 초반에는 했지만 그다음부터는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생각할수록 아론의 발언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아론처럼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면 예측한 것보다 미리 서브 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았다.

눈치 빠른 일부 투자자들이 리만 브라더스의 모기지론 투자부분의 철수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단 말이었다.

아론 스튜어트가 왜 그렇게 막무가내로 정신 나간 행동을 했는지는 아론 스튜어트를 조사한 복일모의 보고로 이유가 밝혀졌다.

“리만에도 찾아가서 이유를 말해달라고 했다고?”

정말 정신 나간 놈이었다.

“예, 루이스 CIO가 단순히 리스크 헤징 차원이라고 그렇게 사유를 밝혔는데도 도통 막무가내였답니다. 그곳에서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해서 보스에게 까지 찾아간 것 같습니다.”

“아론 스튜어트 그 사람, 겉보기보다 유능한 투자자인가 보네.”

“캘퍼스에서도 투자수익률이 상당히 높은 펀드 매니저랍니다. 캘퍼스의 롤프이사장이 월가에서 막대한 연봉으로 초청해온 전문투자자지만 성격은 만나 보셨다시피 막무가내 기질이 고요.”

”실리콘벨리에서 일해야 할 사람이 월가에서 잘못 일을 하는거아냐? “

복일모가 규태의 얼굴을 멀뚱하게 보였다.

“맞습니다. NASA 출신이래요.”

“오호!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

“예전직장인 메릴린치에서도 꽤나 괴짜로 통했답니다. 자금 근무하는 캘퍼스에서도 별종취급이고요. 다른 사람들하고 투자하는 방향이 아주 다르다던데요.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규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 자칫 우리 투자내용이 외부에 퍼지면 곤란한 상황이 빨리 닥칠 것 같거든. 최대한 늦게 알려지는게 좋아.”

“그렇지 않아도 모기지론과 파생상품들의 거래규모가 리만이 조직개편을 한 직후에는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눈치채고 간을 보는 건가?”

“그렇죠. 어쩐 일인가 주변을 살피느라 그런 겁니다. 혹시 모르니까 한번 한숨을 돌리는 것이기도 하고요. 주춤하던 발행량이나 거래량이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투자은행들만이 아니라 저축은행들도 아주 신이 난 것 같더군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 있겠는가.

조금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이들도 어느새 예전처럼 거침없이 상품발행과 거래를 늘렸다.

“서브 프라임의 연체율이 올라가지는 않고?”

“아직은 특별한 우직임이 없습니다. 주택을 담보로 추가 대출이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실직한 이들로 집을 사고 그걸 담보로 추가로 대출받아서 생활비로 쓰는 모양입니다.”

“전형적인 버블시장이네. “

“그렇다고 봐야죠. 그런데 이게 정말 언제까지 갈까요?”

버블이란 게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르지만 오를 때는 미친 듯이 시세가 올라간다.

처음에는 버블이라고 외면했던 이들도 미쳐 돌아가는 시장움직임에 저절로 빨려 들어가기 마련이다.

“낸들 알겠냐. 내년까지는 버틸 것 같은데 모르지.”

보고를 하던 복일모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저래 마음이 복잡하네요.”

“뭐가 복잡해?”

“제가 작년에 집을 하나 샀거든요.”

“어디에?”

“회사 가까운 로튼텅거리쪽에 비싼 값 주고 샀습니다.”

작년 초에 혼자 한동안 바쁘게 다니더니 집을 사서 그런 모양이었다.

“많이 벌었겠네? 여기주변 시세도 엄청나게 오른 것 같던데?”

“주택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그래서 고민이에요.”

“1년 사이에?”

“예.”

“정말 집값이 미쳤구나.”

“에이, 보스처럼 부자야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저는 신경을 써야 한다고요.”

규태가 복일모의 말에 헛웃음을 웃었다.

“무슨 소리야? 네 연봉이 얼마인데. 가지고 있는 주식으로도 많이 벌었잖아.”

진짜 평범한 월급쟁이라면 뒤통수를 후려갈길 소리였다. 회사주변의 주택가격은 재작년에 보통 100만 달러를 훌쩍 넘어간다.

또 타이거 벤처에 근무할 때 투자한 벤처기업의 주식평가금액도 엄청났다.

“에이, 주변에 온통 재산이 100억 달러가 넘어가는 억만장자들이 즐비한데 1억 4천만 달러에 불과한 제가 어떻게 돈가지고 자랑을 하겠습니까?”

“돈 많다고 자랑하는 거냐?”

“와아! 그걸 말씀이라고 하세요. 보스재산이 얼마인지 제가 대충 아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미안하다.”

뭐가 미안한지 모르겠지만 재산이야기가 나오면 규태는 작아졌다.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에단을 재운 캐서린이 서재로 들어왔다.

“뭐가 미안하다는 거예요?”

“일모가 돈이 없다고 투덜거려서.”

규태의 고자질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한 복일모였다.

“와아!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요.”

“일모, 돈 많잖아. 지난번에 투자 잘해서 많이 벌었다면서?”

“제가 부자는 무슨 부자예요. 보스나 캐서린에 비하면 거지죠.”

펄쩍 뛰는 복일모였다.

“그런데 지금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거야?”

“지난번에 말했지 주택시장에 거품이 과하게 끼고 있다고.”

“응, 그래서 내가 주택가격을 유심히 살폈거든. 확실히 집값상승률이 빠르게 올라가는 건 맞아. 전부다 오르긴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주변의 고급주택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가던데. LA도 마찬가지고.”

캐서린도 아이가 생기니까 부동산에 전보다 많이 신경을 쏟았다.

“전에 말했다시피 주택버블이 심해서 이런 추세라면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어휴, 이번에도 골치를 좀 썩겠네.”

버블이야기만 나오면 닷컴버블로 고생을 해서인지 학을 떼는 캐서린이었다.

“타이거 벤처도 대비를 하고 있겠지?”

“벤처야 준비할게 뭐가 있다고 내가 투자한 게 문제지.”

“응? 나도 모르는 투자가 있다고?”

“아니, 호호, 그게 아니고 나도 한번 투자를 해보고 싶어서 작은 금액을 굴리는 중이라고요.”

부부간에도 비밀은 존재하는 법. 아무리 부자라 할지라도 말하지 않은 아내의 재산을 자세하게 알고 싶지 않았다.

규태도 아내에게 자신의 재산을 전부 말하지 않았다.

재산규모를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규태정도의 부자는 재산분할에 대한 서약서를 쓰던가 이혼에 대비해서 다양한 대비를 하기 마련이지만 캐서린과의 결혼에는 그런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캐서린이 가진 재산이 많은 엄청난 부자인데다 이번만큼은 지난번의 실패를 반복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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