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98화 (198/220)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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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시한폭탄

회사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레온회장이 다시 팔로알토를 찾아왔다. 엄청나게 시달렸는지 꽤 피곤한 얼굴이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방법을 선택하셨던데요.”

“돌아가서 궁리를 해보니 이방법이 제일 빠르고 깨끗하게 해결하는 길이겠더군요.”

규태의 지시를 해결하기 위해 레온회장이 선택한 방법은 모기지론을 담당하는 부서자체를 구조조정해 버리는 것이다.

“얼마나 해결이 됐습니까? ‘

"만기가 가까운 건 물론이고 조금 남은 것들도 대부분 다 쳐냈습니다. “

“그렇게 나요?"

이야기를 꺼낸 지 석 달 만에 업무보고차 들린 레온회장의 말에 규태가 혀를 찼다.

평소의 레온회장 답지 않게 엄청나게 과격한 방법으로 해결해버린 것이다.

담당부서를 날리고 그 인원들이 회사를 빠져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자산이 움직이게 만들었다.

"직접 투자금액이 2500억 달러에 나머지가 파생상품에 투자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예, 현재 회사에서 가지고 있는 제고물량이 2300억 달러정도 됩니다. 이것도 내년연말이면 자연스럽게 만기가 돼서 해결될 겁니다.”

진짜 박수를 칠만큼 과격하지만 깔끔한 일처리였다.

고객의 성향에 따라 채권투자를 선호하는 고객과 주식투자를 선호하는 고객으로 나뉜다. 큰돈을 다루는 연기금이나 재단들은 여유자금을 안정적인 채권으로 운영하기를 바란다.

이때 추천하는 것이 이자율이 낮은 장단기 국채대신에 주택대출을 담보로한 MBS와 CDO투자였다.

보증기관의 보증까지 받은 파생상품들이라 안정성을 높게 쳐주는데 가 이자율 격차도 5%를 넘어선다.

당연히 투자자들이 선호할 수밖에.

대형투자은행들도 고율의 수익률 때문에 자체적으로도 많이 보유하는 상품이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차근차근 풀어나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상품들의 내용을 세밀하게 파헤쳐보니 보통문제가 아니더군요.”

“그래요?"

“신용평가등급이 AAA로 구분된 금융상품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을 기반으로 만든 CDO가 나왔습니다.”

“........”

레온회장의 말에 규태도 할 말을 잃었다.

“정말 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어떻게 이렇게 됐나를 추적해보니..... 허참! 기가 막혀서. 만든 놈이나 신용평가를 한 놈이나 정확하게 팔아먹은 금융상품안에 뭐가 들어갔는지를 모르더군요. 이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신용등급 최우량 상품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기반으로 한 CDO가 들어가는 게요. 그건 정크본드 수준이 아닙니까.”

프라임 모기지론은 그래도 대상이 신용도가 좋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상품. 당연히 연체율이 낮고 이자율도 낮았다.

반면에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상품.

당연히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내가 회사의 담당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이걸 어떻게 생각 하냐고 하니까 대답이 가관이더군요. 허어."

말하기를 잠시 멈춘 레온회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직원이 뭐라고 했기에 그러십니까? “

“어차피 대출을 갚지 않으면 담보로 잡은 집을 팔아서 대출금을 회수하면 그뿐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CDO가 들어간 게 뭐가 문제냐는 겁니다.”

레온회장의 말을 들은 규태역시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래서 부서를 날려버리신거로군요.”

“예, 도저히 방법이 나오지 않게 싶더군요. 이번기회에 회사내부를 구조 조정할 필요도 느꼈고요.”

“잘하셨습니다. 그 직원이 너무 경기활황기에만 증권시장에서 일했나봅니다.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거 보면 말입니다.”

“그래서 회사를 한바탕 뒤집어엎어 버렸더니 알아 서들 다른 투자은행으로 빠져나가더군요. 회사가 가지고 있던 펀드 안에 들어있던 금융상품들도 알아서 들고나가더군요. 그래서 회사는 펀드 해지수수료에다가 금융상품판매이익까지 한꺼번에 짭짤하게 수익을 올렸습니다.

고객이 펀드에 투자한 금액을 중간에 빼가지고 나갔으니 자연스럽게 해지수수료가 발생한다. 거기에 이직한 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모기지론에서 파생한 금융상품들까지도 알차게 팔아먹었다.

단기적으로는 회사고객자산이 큰 폭으로 줄어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을 보듯 뻔했다.

이번에 회사를 빠져나간 이들 가운데 월가에서 얼굴을 볼 사람은 하나도 없게 될 터.

아니 직원과 함께 막대한 고객자산을 빼내간 투자은행들도 살아남을 확률이 대폭 줄어들었다.

“그런 기특한 짓을 한 투자은행이 어딥니까? "

“베어스턴스와 메릴린치입니다. 골드만삭스도 조금 관심을 보이는 것 같더니 입질을 하지 않았고 기대했던 모건 쪽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더군요.”

“모건에서도 눈치를 챈 걸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모건이나 캐미컬은행은 예전부터 워낙 보수적으로 운영한다고 소문이 난 곳입니다. “

진짜 가장 큰 먹잇감이 입질을 하지 않았다는 게 아쉬울 뿐 레온회장은 규태의 뜻을 120% 확실하게 수행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욕을 많이 먹으시겠지만 내년 여름만 지나면 이게 얼마나 현명한 결정이었는지를 아시게 될 겁니다.”

“저야 보스께서 뒤에 버티고 계시는데 잘릴 위험도 없지 않습니까. 회사주식을 계속 사시지 않았습니까.”

계속해서 리만 브라더스의 주식을 사모아서 이제 규태의 의견에 딴지를 걸 주주도 없었다.

예전부터 규태는 가지고 있는 회사의 지분은 무조건 절반이상 사들였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사들일 수 있을 때까지.

리만 브라더스도 마찬가지. 앞으로 위기가 지나면 사고 싶어도 사지를 못할 주식이었다.

위기가 닥치면 연준의 지분을 가진 은행과 투자은행들을 죄다 먹어버릴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모건과 캐미칼은행의 투자자들과는 지분인수 이야기를 해보셨습니까? "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보긴 했지만 부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저쪽이 터줏대감이지 않습니까?”

레온과 이야기를 나누던 규태의 머릿속에 갑자기 한 가지 궁금했던 일이 떠올랐다.

“만약에 말입니다. 레온이 모기지론의 위험을 내년 말쯤에 감지했어요. 가지고 있는 모기지론 상품이 1,600억 달러인데 이걸 한꺼번에 처리를 할 방법이 있나요?”

규태의 질문에 레온회장이 난감한 표정을 했다. 한동안 곰곰이 생각하던 레온회장이 머리를 흔들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당연히 없지요. 누가 그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받아준답니까? 리스크가 감지되지 않은 지금도 그 정도 물량을 한꺼번에 처내려면 받아주는 쪽에서 이상하게 생각할겁니다. 그래서 저도 궁여지책으로 내민 게 리스크 매니징이야기고요. 지금 제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저를 반쯤 노망든 노친네라고 손가락질하지 않습니까.”

레온의 답변을 들은 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하는 놈이 있었다.

규태가 속으로 투덜거렸다. 아니 지가 혹부리영감이야.

1,600억 원도 아니고 달러인데 그럼 원화로 얼마야?

서브 프라임사태가 끝이 나고 모건과 캐미칼은행이 합병해서 만들어진 모건 캐미칼의 사장과 회장 자리를 오랫동안 차지했던 제이미 더미안의 이야기였다.

일화를 들어보면 사장자리에 취임한 제이미 더미안이 모기지론의 위험성을 깨닳으시고 회사가 들고 있던 1,600억 달러의 모거지론 연관 상품들을 한꺼번에 파셔서 회사의 어둠이 걷히고 환한 빛이 찾아들었다는 전설 같은 성공신화였다.

이걸로 막대한 현금자산을 확보하면서 서브 프라임충격으로 휘청거리는 베어스턴스를 단돈 2억 달러에 꿀꺽하시고 미국 2위의 저축은행인 워싱턴뮤추얼까지도 맛있게 드셨다.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아직 위험이 노출되지 않았어도 가지고 있는 모기지론 상품을 팔기가 힘든 판에 본격적으로 리스크가 빵빵 터지는 순간에 어떤 바보가 1,600억이나 되는 자산을 돈 주고 인수한단 말인가?

규태는 잠시 알 듯 모를 듯한 복잡한 기분을 느꼈다.

“생각해보니까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요. 그때쯤이면 금융시장에서 서서히 자금경색이 시작될 테고요.”

하지만 이내 연달아 들린 레온의 말에 규태가 무릎을 쳤다.

“아! 크게 고민할 문제도 아니었네요. 저같으면 그냥 보스에게 인수해 달라고 하겠습니다. 여유자금 많으시잖아요.”

바로 그거였다.

제이미 더미안에게도 배후에 돈 많은 진짜 보스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허참! 정말 쉬운 문제였네요.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현금이 많은 보스를 두고도 괜한 고민을 한겁니다. 하하하.“

규태가 웃자 영문을 모르는 레온도 함께 따라 웃었다.

***

겨울로 접어들 무렵 10월달에 연준의장의 자리에 취임한 리처드가 규태를 찾아왔다.

“정신없이 바쁠 텐데 어쩐 일이에요? “

“바쁘기는! 일이야 다 밑에 사람들이 하는 거고. 나는 젠장 도장찍는 허수아비야. 그리고 찾아오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기는.”

사람들이야 연준의장이 북치고 장고치고 다 하는 줄 알지만 사실 연준의장은 여러의견을 내는 이사회의 조정자에 가까웠다.

실질적으로는 7개의 지방은행총재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금리와 통화량에 관련된 중대한 일들을 결정한다.

막 취임한 리처드가 20년이 넘게 자리를 지킨 알렌 그리스펀의 후임이 되었으니 막말로 독이든 성배나 마찬가지였다.

누가 봐도 리처드는 결코 만만한 후임자는 아니었지만 노는 마당이 달랐다.

반월가 쪽에 가까운 리처드에게 연준은 적의 근거지나 마찬가지였다.

절대적인 카리스마로 군림하던 절대군주가 사라진 다음 후임자가 되는 것은 당사자에게 꽤나 불행한 일이었다.

“다 알고 받아들인 거잖아요?”

“그래도 나도 사람인데 가끔은 외롭다고. “

“그 정도예요?”

“그래, 지방은행총재들이 제대로 말을 안 들어. ‘

“전부다요?”

“아니 2개는 중립 2개는 내편, 나머지는 알지?”

“그럼 2개 빼고 나머지 5개가 말을 안 듣는다는 이야기로군요.”

“.......”

“과반의 지지를 얻어야 뭐든 할 수 있잖아요? 리처드 진짜로 식물 연준의장이네요. 쯔쯔.”

“그만 놀리라고. 전에는 나한테 그냥 연준의장 자리를 받아들이라며.”

바이든 국무장관이 바짓가랑이를 잡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누구보다 믿는 규태가 받아들이라는 조언을 했기에 어렵게 연준의장자리를 승낙한 것이다.

빙글빙글 웃으며 리처드를 놀리던 규태가 정색을 했다.

“이젠 사적인 이야기는 그만하고 진짜 일이야기를 하죠.”

“그래. 갑자기 나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뭔가? 그것도 조용하게 보자니?”

”요즘 위화감 느끼지 않아요? “

“위화감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경기가 너무 과열되는 것 같다고 느끼지 않냐고요.”

“글쎄? 경기과열이라? 실업률이나 경기 선행지표들도 나쁘지 않고 경기가 특별하게 과열되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주택경기가 조금 빠르게 오른다는 생각은 했지.”

썩어도 준치라고 적들로 둘러싸인 연준에 앉아있으면서도 핵심을 찾는 것을 보면 역시 리처드였다.

“빠르게 올라가는 주택경기지수말인데요. 이런 자료 본적 있어요? “

“이게 무슨 자료인가?”

나이를 먹으며 찾아온 노안 때문에 안경을 낀 리처드가 규태가 내민 서류를 한참동안 훑었다.

충격적인 내용이 담긴 자료를 한참동안이나 보던 리처드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게 사실인가? 정말 숫자조작 하나 없이?”

“뭐 하러 숫자를 조작하겠어요. 현실 그대로를 표시한 숫자입니다.”

“말이 되나? 프레디맥과 페니매이가 보증한 모기지론 금액이 8조 달러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발행금액이 7조 5천억 달러를 넘었다고? 누가 이런 멍청한 짓을 허용한 거야! “

규태가 내민 서류를 본 리처드의 얼굴빛이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모두 헙쳐서 15조 5천억 달러, 이게 당장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지만 주택시장의 불황에 접어든다면 미국은 초대형 폭탄을 들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누구긴 누구겠어요, 잘난 정치인들과 욕심 많은 월가사람들의 합작품이죠.

경쟁을 위해 규태를 풀어준답시고 투자은행과 은행의 투자제한마저도 사정없이 풀었으니 단기성과에 미친 월가 놈들이 무슨 짓을 벌이겠는가.

나중에 죽더라도 당장 성과급을 받겠다고 별의 별 미친 짓을 서슴없이 자행했다.

꽤나 충격을 받았는지 리처드가 한참동안 뚫어져라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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