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94화 (194/220)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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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프라투자

“엘 고어의 인기가 올라가겠는데. 대선이 가까운데 공화당에선 속만 끓이겠다.”

군대가 출동하면서 안정을 되찾은 뉴올리언스를 찾아 재건을 약속하는 TV속 엘 고어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이상적인 대통령처럼 보였다.

“그나저나 남부의 피해가 엄청나네, 미시시피강 제방이 터졌다면서?”

“하필이면 태풍이 만조하고 겹쳐서 그렇다는 데, 낡은 제방을 보수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못했데.”

“루이지애나가 가난하긴 가난하지.”

특별한 산업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저지대다 보니 제방의 중요성이 높은데 제때 보수를 하지 못해서 제방이 터졌다면서 주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모하고는 통화했어?”

“응, 두분다 LA에 계시니까 마음이 정말 편해. 자기 이럴 것 같아서 이모네 가족을 LA로 부른 거지?”

“내가 말했잖아, 이번엔 초대형 태풍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정말 고마워, 이모 이웃에 아는 사람들도 많이 다치고 실종됐데. 워낙 갑작스럽게 태풍경보가 내려져서 대비할 틈이 없었나봐. 이모네 집이 태풍 때문에 반파되긴 했지만 그거야 내가 도와주면 되니까.”

규태가 미리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뉴올리언스에 사는 이모들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자 캐서린은 몸이 떨렸다.

엄마가 잘못되고 나서 이모들은 엄마처럼 캐서린을 돌봐주었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얼굴을 한 캐서린의 손을 규태가 살며시 잡아주었다.

낮잠을 자던 에단이 깨어나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둘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빠, 우리 밖에 놀러가자.”

“지금?”

“응, 엄마도 같이 놀러가자.”

규태와 캐서린이 한동안 할머니의 빈소를 지키느라 혼자두었던 아들이 꽤 심심했었는지 오랜만에 아빠 얼굴을 보자마자 놀라가자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형하고 누나들하고 노는 건 재미없었니?”

“재미있는데 누나하고 형들은 이제 집에 갔단 말이야.”

규태가 워낙 늦게 장가를 가는 바람에 에단이 집안에서 가장 어린아이였다.

여동생의 딸하고 사촌들의 자식들이 에단과 놀아주었지만 할머니의 상이 끝나고는 모두 집으로 돌아가면서 꽤 심심했던 모양이었다.

“그래 놀이공원가자.”

“정말? 와! 신난다. “

규태와 캐서린이 눈짓을 주고받았다. 잔뜩 신이 나서 밖으로 나가 준비를 하겠다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아들 녀석을 보며 규태가 캐서린에게 물었다.

“요즘 계속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 왜 저렇게 신이 난거지?”

“규태가 에단하고 같이 놀아준 지 오래됐잖아. 아빠랑 같이 놀게 돼서 신나서 그런 거지.”

캐서린의 말에 규태가 자책했다.

일을 줄였다고 해도 전혀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씩 일을 하다 보니 한동안 아들이랑 놀아준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캐서린이 함께 아들과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아빠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

아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건 조금은 반성해야 할 일이었다.

신이 난 아들과는 달리 규태는 조금 고민이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지?”

“그걸 외국인인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해. 여기 출신인 아빠가 알아서 해야지. “

“놀이공원에 가야겠다. 그런데 얼마 전에 디즈니에 갔다 오지 않았나? 또 가도 되나?”

캐서린이 규태의 말이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아이에겐 놀이 공원은 언제가도 정답이야.”

“에휴! 할 수 없지 비서에게 이야기를 해놓을게. 또 경호팀에 비상이 걸리겠군.”

규태가 가족과 함께 움직이려면 보통 준비를 해야 하는 게 아니었다.

규태가 혼자 움직일 때보다도 더욱 많은 경호원들이 달라붙는다.

규태일가만 사라지면 기뻐할 인물들이 한 트럭이다.

경호 팀장은 규태가 가족과 함께 움직이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다.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할 수 없지, 그 사람들은 그러라고 돈을 받는 거니까.”

미국의 경호팀이 전부 건너와서 규태와 가족들의 경호를 담당했다.

규태의 재산이 늘어날수록 경호팀의 숫자는 늘어났다.

잔뜩 준비를 마치 부부는 아들과 함께 용인으로 갔다.

놀이기구를 보자 좋아 날뛰는 아이의 뒤를 쫒아서 규태는 정신없이 기구를 타야했다.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기다리는 시간도 짧았다.

평일 낮이라 손님이 많지 많았지만 이상하게 시간이 흐를수록 놀이공원의 손님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아들 녀석과 놀아주느라 진이 빠진 규태가 쉬고 있는데 경호담당자인 토니가 규태에게 다가왔다.

“보스, 아무래도 보스가족이 여기 있다는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경호에 허점이 나올 수도 있고 그만 철수를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토니, 저기 봐 , 오랜만에 나랑 같이 왔다고 에단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지금 돌아가자고 할 수 있겠어?”

“그래도 가셔야 합니다.”

피도 눈물도 없다고 투덜거렸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가 없는일. 돈이 많으면 좋은 점이 많지만 가끔 나쁜 것도 있다.

아들과 놀아주겠다고 나왔는데 이렇게 중간에 돌아가야 하다니 함께 놀아주기가 정말 힘이 들었다.

“할 수 없지. 에단에게는 내가 말할게.”

규태는 잔뜩 신이 나서 한번 탄 놀이기구를 다시 타겠다고 들떠있는 아들에게 돌아가자는 말을 꺼내기가 힘이 들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아들은 규태의 말을 순순히 수긍했다.

“이렇게 놀다가 돌아가자고 하니 기분 나쁘지 않니?”

“나쁘긴 한데 어쩔 수 없잖아.”

“응?”

“내가 고집부리면 경호원아저씨들이 힘들다고 엄마가 그랬거든.”

“짜식. 누굴 닮아서 이렇게 똑똑한거야.”

캐서린이 에단의 교육을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지만 아들교육을 제대로 잘 시키는 것 같아서 한결 마음이 놓였다.

이전에는 하나같이 문제가 있는 놈들이라 정이 가지가 않았었다.

이제 4살짜리 남자아이지만 엄마를 닮아 잘생긴 외모는 규태와 많이 달랐다.

나이답지 않게 의젓한 모습을 보이는 아들을 보며 규태는 새삼스럽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나저나 이젠 살고있는 팔로알토 집을 옮겨야 하나를 보고 규태는 잠시 고민했다.

전용기를 타고 다니지만 공항까지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불편했다. 아예 집안에 비행장을 만들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

거기에다가 놀이공원을 만들면 아들과 같이 놀아줄 수도 있다.

파파라치들이 극성을 부리며 뒤를 쫒는 마이클 잭슨이 집안에 굳이 놀이 공원을 만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밤에 침대에 누운 규태가 자신의 생각을 아내에게 털어놓았다.

“캐티. 자?”

“응? 아니.”

아내와 둘만 있을 때 부르는 애칭을 부르는 규태였다.

“이번에 생각한 건데 우리 집안에 공항하고 놀이공원을 만들까?”

규태가 말을 꺼내자 처음에는 뭐이런 하는 표정을 하던 캐서린도 이어진 규태의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기 타러갈때마다 너무 불편하잖아. 집에서 공항의 거리가 그렇게 가까운 것도 아니고.”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일 때문에 공항을 오가는 일도 보통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미국의 많은 부자들이 집에 공항을 두기도 한다.

규태의 재산과 비교하면 발톱의 때정도 되는 부자들도 그러는데 규태가 집에 공항을 만들자는 말은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집안에 공항이야 만들면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해. 비행기 타러 공항까지 가는 것도 일이니까.”

“그럼 캐티도 찬성하는 거야?”

그러나 집안에 놀이공원을 만드는 건 조금 다른 문제였다.

“놀이공원을 만드는 건 반대야 굳이 그럴 필요가 있어? 놀이공원에서 놀고 싶으면 그냥 가면 되잖아. 이번처럼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지. 불편하더라도 변장을 하고 가면 되잖아. 규태가 디즈니의 대주주인데 특혜를 조금 요청한다고 디즈니에서 반대할 것도 아니고.”

“아니 그게.....”

“안된다니까!”

집안에 놀이공원을 만들겠다는 규태의 원대한 꿈은 초장부터 아내의 반대에 산산이 부서졌다.

한동안 한국에 머무르려던 규태의 계획은 이내 바뀌었다. 공화당의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한 엘 고어가 규태와 만나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재선에 성공하면 무려 16년간 연속 집권에 성공하는 민주당이기에 이번에는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현직 대통령을 상대하기에는 워낙 공화당의 후보가 약했다.

공화당이 대선에 참패하면서 네오콘들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남부의 집결이 흐트러졌다.

그러면서 규태가 후원하는 매케인상원의원이 당내에서 정치적인 기반을 넓히는 중이었다.

재선을 축하하는 전화통화에서 느닷없이 백악관으로 찾아오라는 말을 남겼으니 규태가 영문을 몰라 하는 게 당연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왜 나를 찾는지 모르겠는데?”

“투자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금 미국경기가 나쁘지 않은데 무슨 투자? 주택부문이 활성화되면서 실업율도 하락중이고 물가도 안정적이잖아.”

엘 고어 재선의 가장 큰 이유는 이라크전이 사라지면서 정부재정이 압박을 받을 정도로 나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재정이 간접자본에 투자되면서 전체적으로 미국경제는 3%의 경제성장을 기록하며 활기를 띄고 있었다.

가장 성장률이 높은 중국의 10%경제성장에 비교하면 미미하지만 미국경제 크기의 경제가 3%성장을 기록한다는 건 대단히 경기가 좋다는 소리였다.

“공화당 매파들이 이야기하는 이라크와의 전쟁을 벌일 것도 아니고 어째서 나를 부르는 건지를 알아봐. 찾다보면 백악관에서 무슨 이야기던 나오지 않겠어?”

미대통령과 만나러 가면서 이유도 모르고가기는 그렇지 않은가.

규태의 지시가 떨어지자 오랜만에 비서실이 총가동되어서 바쁘게 뛰어다녔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엘 고어가 자신을 찾는 이유를 알아냈다.

“대통령이 나를 보자고 한 이유가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확충이라고? 그럼 그냥 하면 되잖아? 나를 왜 보자고 한거야?”

“보스 말고도 돈 좀 있는 부자들은 전부 다 부르는 모양입니다.”

슬글슬금 백악관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카트리나의 피해 현장을 둘러본 엘 고어가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미시시피 강 주변의 제방들이 너무 낡았고 제대로 된 보수공사도 되지 않아서 더 큰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다음부터 엘 고어가 결심한 것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세고 부유하다는 미합중국의 기반시설이 너무 취약하다는데 충격을 받았고 이에 따라서 재선이 되면 사회의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평소의 엘 고어답지 않은 이야기네?”

엘 고어는 첨단기술의 발전과 인프라 구축에는 큰 열의를 보였지만 수도나 전기, 도로 같은 간접자본의 구축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만큼 제방붕괴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하긴 그럴 법도 하지, 수도하고 전기시설들이 낡아서 재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언제나 돈이 문제지. 의회에서 인프라 투자로 자금을 투자하자고 하면 결코 승낙을 해주지 않을걸.”

그전부터 꾸준하게 사회 인프라의 재구축논의가 있었지만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행정부는 막대한 국방비를 감당하느라 엄청난 재정적자를 기록 중이었다. 거기에 무역수지 적자까지 미국을 괴롭히는 쌍둥이 적자문제는 언제나 골칫거리였다.

의회에서 재정적자를 늘리는 투자를 허용할리 만무였다.

“그럼 보나마나 국채발행 문제겠군. 리처드는 뭐라고 해?”

앨런 그린스펀이 20년간의 장기 집권했던 연준의장자리에서 물러나고 그 뒤를 잇기로 예정된 사람이 리처드 그래이엄이었다.

“연준에서는 따로 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이고! 엘 고어가 나를 따로 부른걸 보면 엄청나게 많은 채권을 사들여야 겠네.”

엘 고어만큼 규태의 자금사정을 대충이라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규태가 재산을 숨기기 위해 제아무리 여러 펀드로 분산시켰다고 해도 대통령의 눈까지 가릴 정도는 아니었다.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닐 겁니다.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따로 부르는걸 보면 한두 푼을 투자하란 소리는 아닐 것 같아서 규태는 가만히 앞으로의 상황을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다.

‘제아무리 많아봐야 2,000억까지는 부르지 않겠지’

“나쁘지 않은데? 어차피 천천히 모기지론에 투자된 자금을 빼내려고 했잖아. 엘 고어도 양심이 있으면 한꺼번에 채권을 인수하기를 바라지는 않을 테고 내년까지는 그 돈들을 전부 빼야 했는데 구실을 만들어 주는 거 아냐.”

모기지론쪽에 투자한 자금만 아니라 주식시장에 투자한 것들까지도 빼내야 했다. 서브프라임이 터지면 장기간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을 칠 테니 말이다.

엘 고어와 어떤 이야기를 해야 자금을 회수할 그럴싸한 구실이 만들어질까 규태는 가만히 혼자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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