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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187화 (187/220)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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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처리

‘와! 씨! 이번에는 정말 죽을 뻔했네. 마지막에 육감이 발동하지 않았으면 그냥 저세상 아냐?’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몇 번이나 되돌려 봐도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재산이 아무리 많으면 뭐하는 가. 이렇게 하다가 훅 가버리면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꼴이었다.

팔로알토로 돌아온 다음에도 한동안 규태는 칩거생활을 계속했다.

이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바로 아내 캐서린이 간절하게 바라던 2세가 생긴 것이다.

“여기 뱃속에 내 아이가 있단 말이지?”

아내의 조금 부푼 배를 어루만지는 규태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어렸다. 이전에도 아이를 가져보았지만 이상하게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고 입가가 씰룩거리는 게 예전 경험과 달랐다.

“나보다 뱃속의 아이를 더 좋아하는 거 아냐?”

“아니 당신이 더 사랑스럽지.”

규태의 말에 캐서린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나한테 그런 말은 처음이야. 달콤한 말은 전혀 못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하네?”

규태는 쓴웃음을 웃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깨닳은 게 많아. 마지막에 진짜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겼거든. 경호를 맡고 있던 폴마저도 위험이 없다고 단언했고.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 그때그때 표현하자라는 생각이 들더군.”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마지막에 위기가 있었다는 말만 들었던 캐서린이었다.

“그래서 위험했다는 말은 들었어. 경호하던 특수부대 내부에 테러리스트가 침입해 있었다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누구라도 선뜻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였다.

“그게 그럴 수 있었던 게 그 사람들이 테러리스트가 아니었기 때문이야. NSA 소속의 특수부대였어,”

쓰게 웃으며 미처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털어놓는 규태의 말에 캐서린도 충격을 받았다.

“어째서? 미군의 특수부대가 어째서 당신을 노린 거야.”

규태는 차근히 전 NSA국장의 명령을 따른 부대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듣던 캐서린이 경악했다가 다시 마지막에는 눈물을 흘렸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던 캐서린이 물었다.

“아이를 가져서인지 내가 감정이 너무 풍부해졌나봐. 당신을 죽이려던 자들을 불쌍하게 여기면 안되는데.”

“죽은 사람들의 정체는 비밀에 붙여질 거야 미국정부소속의 특수부대원들이 민간인을 암살하려다가 실패한 일이니까.

캐서린이 들고 있던 손수건에 코를 시원하게 풀었다.

“킁, 그래서 당신은 어쩌려고.”

“받았으니 돌려줘야지.‘

“뭘?"

규태의 말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는 캐서린이 귀여웠지만 규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정체를 드러낸 적들처럼 요리하기 쉬운 상대가 없거든.”

백악관에서 아침신문을 보며 커피를 마시던 고어가 기묘한 표정을 했다.

“끄응, 요즘 사건사고가 아주 아주 자주 일어나는군.”

“우리는 눈을 감고 적당히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몇인가? 죽은 자들이?”

“오늘 아침까지 열일곱입니다.”

“많이도 죽는군. 군수산업체의 사장들이 다섯이고 국방부 소속의 장군도 넷이나 죽었다면서,”

저번에 911에 연관된 군 장성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있었지만 살아남았던 강경파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예, 전부 사고사로 깨끗하게 처리가 되었습니다.”

엘 고어의 입장은 미묘했다. 성질 같으면 당장 지난번 911에 연관된 정보를 공개해서 배후세력을 초토화 시켜버렸으면 싶지만 그랬다간 내전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네오콘들의 기반이 강력하게 남아있는 남부의 돌아가는 사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CIA가 나서서 처리한건 아니고?”

역시 이런 일의 스페셜 리스트는 누구나 알다시피 CIA지만 그런 기미도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엄연하게 CIA가 국내에서 활동하는 건 불법이었다.

“FBI에서 철저하게 감시를 했습니다만 조금도 그런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누가 봐도 사고입니다. 사고!”

외교안보수석인 홀시의 말에 엘 고어가 코웃음을 쳤다.

“그런 사고가 그자들에게만 줄줄이 일어나는 게 정상으로 보이나?”

“그럼 어떻게 볼까요? FBI의 조사에서도 단순한 사고라고 밝혀졌는데요. 자칫하면 대통령이 타깃이 될 뻔했는데 증거가 없어서 체포도 못하고 그냥 넘어가야 할 판이었는데요.”

홀시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시원하게 잘 죽었다는 표시가 역력했다.

“그래도 법이란 게......”

“아이고 그러십니까? 앞으로 그걸 원하시는 데로 철저하게 지키다가 돌아가시면 법 잘 지키는 모범시민이라고 묘비명에 새겨 드립죠.”

“이것 봐 홀시, 내말은 농담이 아니라고.”

“엘고어, 나도 장난이 아니야. KT가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내버려둬. 살해됐다는 증거가 나오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자동차사고, 심근경색, 추락사가 연달아 일어나는 게 정상이란건가? 이건 누가 봐도 의심스럽잖아?”

“에베베, 난 안 들려.”

귀를 막아버리고 아예 못들은 척하는 홀시의 모습에 엘 고어는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안보수석자리에 앉혀놓은 리처드 홀시는 명문코스를 밟아온 엘리트지만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호불호가 아주 분명한 성격이었는데 제일 싫어하는 게 네오콘이었다.

이번에 알려지지 않은 자들이 대규모로 죽어나가자 드러내놓고 박수를 쳤다.

“그런데 로버트 브래드웨이는 아주 의외야. 그자가 공화당에서 온건파에 속하는 행동을 자주해서 네오콘일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야.”

어제 날짜로 죽은, 그러니까 사인이 고층에서 추락해 자살로 마무리된 로버트 브래드웨이 하원의원이 네오콘이란 사실은 외부에서는 전혀 알지 못햇엇다.

“그작자들은 하나같이 바퀴벌레들이야. 규태가 어떻게 파악했는지는 몰라도 배후가 되는 세력들은 정리하고 있으니까 우린 지켜보기만 하자고.”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 마음이. "

“고어 너, 그거 병이다. 또 정의의 용사 흉내 내고 싶어서 그러지. 그거 하고 싶으면 정치인하지 말라고 대학시절부터 내가 그랬잖아."

엘 고어와 홀시는 하버드 대학 동문이자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규태는 고지식한 엘 고어보다는 이런 식일에는 아주 강경론자인 홀시에게 진실을 밝혔다.

전부 25.

이번 일에 연루되어 목숨이 사라질 자들의 숫자였다.

“그냥 딱 눈을 감고 있어. 걔네가 가지고 있던 제거명단에 너만 아니라 나하고 루튼이 끼어있었다고. 이친구야. 자칫하면 나하고 루튼은 영문도 모르고 요단강 건너갈 뻔했어. 그놈들이 구체적인 계획까지 만들었다고.”

가뜩이나 강경파인 홀시의 화를 끌어 오르게 만든 정보는 네오콘들이 이라크 전에 부정적인 반을 보이는 홀시와 재무장관 루튼까지 싸잡아서 처리를 해버릴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둘 다 엘 고어의 최측근이자 이라크전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인물들이었다.

규태가 보낸 정보를 본 홀시와 루튼은 치를 떨었다.

홀시는 좋아하는 등반 중에 사고사로, 루튼은 비행기 조정사고로 처리할 계획이 이미 짜여서 실행될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작자들이 이번에 제거되지 않았다면 홀시와 루튼은 자연스럽게 처리가 되었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평소처럼 고지식하게 정의니 법이니 떠들어대는 엘 고어가 못마땅하게 보이는 건 사람이라면 당연한일이었다.

이런 점이 좋아서 편안한 하버드 대학교수자리를 내버려두고 참모로 백악관에 들어왔지만 확 이럴 때는 때려주고 싶었다.

“내가 너 한대 때려도 되냐?”

“....... 나 대통령이다?”

“아이고 그러세요? 나는 네 친구라네. 잔소리하지 말고 잘 들어. 나하고 루튼하고 합의했으니까 넌 입도 벙긋하지 말고 이번 일을 받아들여. 정보기관에서 쓸데없는 소리가 나오면 족쳐! 개자식들이 내가 위험하다는 정보가 그놈들 어디에서나 나온 적이 있었어? 다 쓸모없는 빵벌레들이야, 빵벌레! 말하고 나니까 더 열 받네. 루튼한테 말해서 정보부 예산을 확 깎아버려야지. 예산이 없어 굶어 죽어봐야 이놈들이 고마움을 알지!”

살벌한 광기까지 흘리는 홀시의 기운에 정치판에 들어서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엘 고어도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

911테러와 규태의 암살시도 불발이후로 팔로알토로 돌아온 규태는 칩거하면서도 주식을 사들이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골드만삭스의 주식 5%, 모건의 지분이 3.8%, 보잉의 지분 7.9%, 노스롭 9%, 록히드 마틴의 지분이 8.8%, GD 5.7%, 거기에다가 엑손모빌 7%? 여기도 사들였네요?”

“예, 펄펄 뛰기는 했지만 가지고 있는 정보를 푼다니까 더 이상 큰소리는 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팔로알토에 방문한 샨은 그동안 타이거와 블랙홀의 이름으로 사들인 주식들의 전체지분을 규태에게 보고했다.

평소였다면 온갖 쌍욕과 협박이 타이거 펀드로 날아왔을 터였지만 규태가 가진 정보는 이들 기업들의 목줄을 쥐기에 충분했다.

잘못하면 쿠데타 연루되어 국가반역죄의 죄목으로 처벌도리수도 잇는 범죄에 경영자들이 가담한 것이다.

“록펠러하고 모건가문에서 가만히 있었다? 확실히 찔리는 게 많은 모양이로군요.”

“이번일로 양 팔이 짤리지 않았습니까. 당분간은 숨을 죽일 겁니다.”

“그래봐야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이를 드러내겠죠.”

“그거야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보스, 이렇게 두 가문하고 계속해서 엇나가도 되겠습니까? “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샨이 모건가나 록펠러의 이름을 듣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쉬쉬하고 넘어가지만 미국에서 벌어진 큰일의 배후에는 이 두 가문이 꼭 끼어들어 있었다.

“어차피 그 작자들하고 우리는 양립이 불가능해요. 내가 가만히 있는 다고해서 내버려 둘 인간들도 아니고요.”

2,050년 이후에 확실히 그들의 이름이 들려오지 않게 되지만 그전까지는 여기저기 사건을 많이 일으킨다.

아직 힘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볼 때 규태는 느닷없이 끼어든 이물질이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걷어내야 할.

“이번에 다저스가 다시 살아나지 않았습니까. LA 레이커스의성적도 좋던데요?”

“제리가 어지간히 잔소리를 하더군요. 구단주가 눈곱만치도 신경을 쓰지않는다고. 하도 투덜거려서 구단 팔아버린다고 했더니 조용해지더군요.”

“진짜로 파실 생각이십니까?”

보고를 하던 샨이 반가워하는 모습에 규태가 머리를 갸웃했다.

“왜 그래요? 샨이 사려고요? 그러면 좋죠. 나야 이미.......”

규태가 보고 싶었던 건 레전드들의 전성기 활약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이미 볼 데로 다 봤으니 이젠 더 이상 큰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한때 주전들의 부상으로 디비전 우승이 고작이던 다저스가 다시 날아오르면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 명가의 부활을 알렸다.

한편으로 NBA의 레이커스도 파이널에서 2연패를 거두면서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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