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79화 (179/220)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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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테러가 일어나기 전까지 규태는 최선을 다해 미국정부를 설득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마치 거대한 벽이라도 놓여있는 듯 한 먹먹함에 규태는 깊은 무력감을 느껴야 했다.

자신이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었다.

규태는 뉴욕에 있는 회사 직원들과 가족들을 캘리포니아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기억속의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었다.

“Jesus Christ, 이건 꿈이야?”

“맙소사······.”

“이건 말도 안 돼!”

TV에서 민간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를 연달아 들이 받는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이 하나같이 신음을 내뱉었다.

이건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였지 설마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나같이 모두가 엄청난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규태는 충격에 찻잔을 든 손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 알면서 다시 보아도 여전히 충격이었다.

“회사직원들은 전부 안전한가 확인하세요.”

“전화는 이미 폭주해서 불통이지만 야후 메신저는 작동합니다. 만약에 사태에 대비해서 준비를 해두었으니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제 어떻게 될까요? 믿어지지 않지만 미국이 공격을 받았다고요!”

“더 이상 추가적인 테러는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방금 전에 납치된 UA93편이 추락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테러에 이용하기 위해 납치되었다가 승객과 납치범들이 싸우다가 추락한 것으로 보인답니다.”

이런 내용까지는 아직 TV방송에서 말해주지 않았다.

“그게 정말입니까? 민간 여객기가 추가로 추락했다고요?”

“예, 또다시 테러에 사용될 걸 예상하고 만약의 경우 경로를 벗어나는 비행기는 즉각 격추명령이 내려졌답니다.”

“......”

아직까지 버티고 있던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또다시 비행기가 날아와 부딪히자 남쪽건물이 버티지 못하고 붕괴되는 모습이 TV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중계 되었다.

“맙소사!”

“하나님!”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이 탄식하며 눈물을 흘렀다.

한참동안 입만 벌린 채 TV를 지켜보던 규태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규태의 앞에 놓인 쪽지에는 세계무역센터만이 아니라 국방성이 사용하는 건물인 펜타곤도 함께 공격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피해내용까지는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상당부분 펜타곤 건물이 파괴된 것으로 보아 인명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였다.

어느 사이 규태의 옆으로 다가온 캐서린이 손을 잡았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한 아내의 손을 잡자 떨림이 가라앉았다.

회사의 인명피해는 미리 준비를 해서 막았지만 처리해야 할 일은 산더미였다.

충격에 빠진 미국사회는 침통한 기운에 빠진 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막 미국국민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대처내용을 직접 연설한 엘 고어가 규태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정보부에서 알아내지 못한 상세한 내용은 엘 고어가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미 수차례 테러에 대한 경고를 날렸던 규태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건 밑의 정보기관이 부정적인 보고를 올렸기 때문이었다.

이제 엘 고어는 CIA와 NSA를 신뢰할 수 없었다.

규태가 가진 정보망에서 세세하게 파악한 테러에 대한 내용들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정보기관들이었다.

“자네 정보를 무시해서 미안하네. 그래 이번 테러가 오사마 빈 라덴이 두목으로 있는 알카에다의 짓이라는 건가.”

구체적으로 이번 테러가 자신들이 한 일이라고 발표하는 단체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규태는 알카에다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렇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이 만든 알카에다의 조직원인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라는 자가 이번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했습니다. 미리 두 달 전부터 미국에 들어온 알카에다의 조직원들이 19명입니다.”

“.....정말 믿어지지 않는구만. 나는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네.”

충격을 받은 건 엘 고어도 마찬가지였다. 진주만 공격이후로 외부의 공격에 미국본토가 노출된 것은 처음이었다.

“저도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누굴 믿어야 할지를 모르겠네. 자네의 이야기에 여러 번 정보기관들에게 테러위험을 이야기했는데 내가 들은 보고는 가능성이 네거티브였네. 절대로 미국이 공격받을 일은 절대 없다는 보고였네. .....이러니 내가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건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는지 엘 고어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냉정하기로 유명한 엘 고어였지만 이런 비상사태에서는 허둥거릴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짐작하시고 계시겠지만 이번일의 배후에는 군산복합체와 석유업계가 버티고 있습니다.”

“......”

“테러를 막기 위한 시도를 원천봉쇄한 건 미정보부내에 존재하는 이들의 손발들이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엘 고어의 말에서는 주변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이의 고뇌가 느껴졌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나중에 진실을 파헤칠 수 있겠지만 먼저 국민들의 분노를 달래주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충격에 빠져있어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미국국민들은 시간이 흐르면 복수를 원하게 된다.

피의 복수를 원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게 미국대통령의 현실이다.

이건 누가 대통령의 자리에 있다고 해도 앞으로의 진행과정은 외길 수순이었다.

“국민들에게 알카에다의 범죄를 알리고 오사마 빈 라텐의 송환을 요구하십시오. 만약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요구에 불응한다면 그 다음은 전쟁입니다.”

탈레반이 정군을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 다음은 당연한 수순으로 전쟁이다.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끝내야 합니다. 아마 배후세력은 더 큰 전쟁을 바랄 겁니다만.”

아프가니스탄 침공까지는 그렇다 해도 있지도 않는 화학무기를 들먹이며 이라크까지 침공하는 건 지나친 것이었다.

이미 군산 복합기업들은 배후에서 세밀한 계획을 짜 놓고 이라크를 침공할 명분을 찾고 있을 것이었다.

그것까지는 용납할 수 없었다.

후세인이 용납할 수 없는 독재자이고 자국민을 학살한 살인마인건 사실이지만 그게 젊은이들이 피를 흘릴 이유는 되지 못한다.

“전쟁이라? 내가 꼭두각시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로군.”

누가, 왜, 어떤 이유로 그런 일을 벌였는지 환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가게 되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기다리십시오. 오사마를 잡고나면 배후세력도 찾게 될 겁니다.”

“..... 결코 쉽지 않을 걸세.”

“어려운 일인 것은 확실하지만 이대로 덮어둘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

전화기 너머로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졌다. 규태는 묵묵히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알겠네. 나도 준비를 하도록 하지. 그런데 말이야 이번에 타이거펀드는 증시하락에 배팅을 하지 않았더군. 월가의 투자자답지 않은 행동이야, 나도 모르게 비밀리에 투자를 한 건가?”

테러의 징후를 파악하고 경고까지 날렸으니 확실한 투자수익을 포기한 셈이다. 주동자급은 아닐지라도 미리 정보를 입수했던 월가의 놈들은 막대한 투자수익을 거두었다고 축배를 들고 있을 것이었다.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런 피묻은 돈은 벌지 않아도 될 만큼 저는 부자니까요.”

“그래! 자네는 그런 부자지. ...... 나중에 다시 전화를 하도록 하겠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끝내고는 온몸의 진이 빠져나갔다. 힘없이 소파에 축 늘어져있는 규태를 끄집어 낸 것은 캐서린이었다.

“엘 고어와 통화를 했다고. 대통령은 뭐라고 해? “

“미안하다더군. 내가 세 번씩이나 경고를 했는데도 이번 일이 벌어지도록 방조를 한 셈이니까 엘 고어도 얼굴을 들기가 힘들겠지.”

“알카에다란 테러조직의 짓이라며? 그놈들은 뭐하는 놈들인데 감히 미국에 테러를 감행한 거야?”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한 캐서린이었다. 대부분의 평범한 미국인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었다.

“알카에다는 CIA의 작품이야.“

“뭐라고? 그럼 이게....”

“아니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음모론처럼 CIA가 이번 테러의 배후는 아니야.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때 아랍의 젊은 무슬림들이 자발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전장에 나선 건 알고 있지?”

“그 정도는 나도 알아.”

“그때 만들어진 조직이야. 알카에다를 훈련시키고 정예요원으로 만든 게 CIA란 말이야. 그런데 그걸 미국에 써먹은 거지. 알카에다를 만든 오사마 빈 라덴은 와하비즘이라는 이슬람 수니파의 극단적 종파를 믿는 광신자거든.”

사우드가문이 건국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종교적 기반은 와하비즘이다.

19C 한미한 가문이었던 사우드 가문은 와하브들의 지원을 기반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건국한다.

이븐 압둘 와하브가 주창한 와하비즘의 근원은 쿠란의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복고주의 운동이지만 내용은 극단적이고 과격한 이슬람의 분파다.

19C 아라비아 중부를 장악한 사우드 가문과 와하브파는 1801년에 시아파의 성지인 이라크 카르발라를 점령하고 5천명이나 되는 시아파 무슬림들을 학살했다.

와하브들에게 정통교리를 따르지 않는 주변의 회교도들은 모두 이단이었다.

사우드 왕가와 와하브들은 왕국의 성립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극단적인 율법론자들인 와하브들이 테러의 지원세력이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비밀리에 건네지는 테러자금들 상당수가 사우디왕실과 와하브들의 지원에 의존했다.

이번 테러를 벌인 알카에다도 그중의 하나였다.

“그러고 보면 소련에 대항해서 키운 조직에 미국이 제대로 당한 셈이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캐서린의 질문은 평범한 미국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의문이었다. 테러에 분노하지만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를 모르는 것이다.

“이번 테러가 알카에다의 짓인 게 발표되면 분노를 부추기는 자들이 나올 거야.”

“그들은 뭘 원하는 거야?”

“돈, 막대한 돈이지. 이라크전이후로 미국은 큰 전쟁에 휘말리지 않았거든. 무기를 팔아먹어야 하는 자들, 값싼 석유가격을 원하지 않는 자들이 모여 큰 전쟁이 벌어지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 원하는 데로 그렇게 되겠지.”

지금까지 미국은 그런 식으로 흘러왔다. 2차 세계대전이란 커다란 전쟁에서 어부지리로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게 된 미국이지만 그 기간은 극히 짧았다.

세계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들을 아직 제대로 체화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수세기동안 세계패권을 장악했던 선임자인 영국의 경지를 따라가려면 까마득했다.

제 딴에는 있는 데로 폼을 잡고 있는 CIA가 하는 짓도 어설펐다.

내부에서 암약하는 벌레 때문인지 CIA는 오사마가 머무는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다시 아내의 손을 잡은 규태는 따스한 체온을 느꼈다.

끌어 앉고 아내의 머리에서 나는 향기를 맡으며 규태는 머릿속을 정리했다. 이제부터 시간과 타이밍의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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