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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178화 (178/220)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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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꽃이 피는 4월에 예정대로 규태의 결혼식이 열렸다.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을 위한 전세기가 동원되고 마이애미에 정박한 크루즈 선에서 벌어지는 결혼식 준비를 위한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현직과 전직 대통령까지 직접 참가하는 결혼식이라 경호문제가 말도 아니게 삼엄했다. 사흘 전부터 마이애미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끊이지를 않았다.

“너무 크게 일을 벌렸나, 정말 미친 듯이 참석의사를 밝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야.”

규태와 캐서린의 결혼식이 다가오면서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초청장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결혼식의 초청자 명단은 작성된 상태, 그래도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인물들의 연락까지는 규태도 막을 수가 없었다.

“한국 대통령이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연락이 왔다면서?”

“그래 그래서 초청장 보내줫다. 바쁜 양반이 결혼식에는 참가를 하겠다고.”

“여기 오면 자연스럽게 정상회담이 성사 될 테니까 아무리 바빠도 참석하면 손해를 보는 건 아니지. 엘 고어하고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테고.”

신정부를 구성하느라 한창 바쁜 엘 고어는 외국정상들과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아다. 한국정부입장에서 손해 보는 일이 아닌 것이다.

“엘 고어뿐이냐. 이 녀석도 어지간히 청개구리잖아. 지독하게 만나자고 해도 한사코 피하기만 했으니까.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만 하지.”

“엄청나게 바쁜척하는 놈이라니까.”

마크와 제리가 속삭이듯 규태의 뒷담을 태연스럽게 했다.

“그딴 소리는 나없을때나 하라고. 앞에서 태연하게 지껄이지 말고. 둘은 안 바쁘냐? 일도 다 제쳐두고 이틀이나 빨리 이곳으로 오게.”

“하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결혼한다는데 이참에 휴가를 즐겨야지. 바쁜 일은 전부 처리를 했으니까. 여기 와서 사람들하고 만나는 것도 일이라니까.”

“그럼 CEO의 가장 큰일이 사람만나는 건데 여기에 오면 그게 한꺼번에 해결이 되는데 어떻게 빠지겠냐. 사주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니까. 내일은 아주 바쁠 것 아냐.”

“휴우, 아예 작정을 했는지 사방에서 면담요청이 끊이지를 않는다.”

“평소에 사람들을 자주만나고 다녔으면 고생을 하겠냐. 한사코 이리저리 피해 다니기만 하니까 이때다 싶어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거지. 결혼식이 끝나면 새신랑한테 시간내달라고 하기가 쉽겠냐.”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라 규태는 쓴 입맛만 다셨다.

결혼 이틀 전에는 제리와 마크 같은 동료들이 몰려와 총각파티랍시고 술판을 벌이더니 하루 전에는 엘 고어와의 약속이 잡혔다.

워낙 만나자는 사람이 많았지만 시간이 한정되어있으니 다 만날 수는 없었고 제일 시간을 많이 배정한 것이 엘 고어와의 만남이었다.

“결혼을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만나고 싶었지만 서로 너무 바빴지?”

“궁금한 게 많아 보이는 얼굴이네요. 인터넷 때문에 그런 거죠? ‘

“전부터 인터넷이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고는 여겼지만 이번 선거처럼 커다란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미처 알지 못했었네.”

선거 막바지에는 선거가 거의 박빙으로 흘러가서 자칫하면 질수도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서 잔뜩 긴장했었다.

하지만 규태가 호언장담한 이후로는 일이 거짓말처럼 풀려 나갔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어도 결정짓지 못했던 선거의 흐름을 결정짓는 것을 보면 저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당시에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사실들이 돌이켜보면 더 커다랗게 느껴졌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선거운동을 겪어본 규태의 입장에서 보면 이 시대의 선거운동은 아무런 준비 없이 침략자들을 맞이한 마야문명처럼 순수하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아직 인터넷에서 형성된 여론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본 정치인은 드물었다.

“하여간 이번 일은 결코 잊지 않겠네.”

대선에 큰 힘을 발휘하고도 규태는 크게 엘 고어에게 요구하는 게 없었다. 빌 클린턴의 전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타의 후원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행동이었다.

“지금까지처럼 소신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되실 겁니다.”

“경제문제가 가장 난제야. 알다시피 닷컴버블이 붕괴되면서 경제가 엉망이 되지 않았나. 돌파구가 필요해.”

8년 가까이 경제가 성장을 계속하던 미국경제는 작년에 닷컴 버블이 붕괴되면서 추진력을 잃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연준에서 6%까지 올렸던 기준금리를 다시 2%선가지 낮추었지만 아직 경제는 이전과 같은 활력을 되찾지 못했다. 경기가 침체하는데도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세계경제를 짓눌렀다.

나름 스태그플레이션의 해법을 제시한 밀튼 프리드만교수의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이 주류로 떠오른 것도 이 무렵이었다.

미국경제만 아니라 일본과 유럽경제의 침체도 계속되고 있어서 세계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걸 타파하기 위해 새로운 엔진으로 선택된 곳이 중국이었다.

중국의 숙원이었던 WTO가입이 이루어지고 전 세계의 자금이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값싼 중국의 노동력을 이용한 공장들이 줄을 지어 지어졌고 중국의 값싼 제품들이 미국시장으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투자라면 저도찬성입니다.”

“알아보니 중국투자를 많이 했더군. 앞으로 중국의 경제가 꾸준하게 성장할 것이라 보는 건가. 러시아의 페레스트로이카는 결국 실패로 끝이 났네. “

“청나라 말까지 세계의 총생산 70%를 차지햇던 곳이 중국입니다. 12억 6500만의 공식인구를 가진 중국의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요. 러시아와 중국은 다릅니다.”

중국에 배팅을 하면서도 과연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가 컸다.

러시아의 경제개혁에 대한 실패를 교훈삼아 강력한 통제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시도는 훌륭한 성과를 거두게 된다.

“성공해도 문제야.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은 결코 믿을 수가 없는 나라니까.”

2000년의 중국은 자본이 부족해서 외국에서 투자를 받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중국 자체적으로 투자자금조달이 가능해지면서 특유의 배타성을 드러낸다.

“전적으로 그 말에 동감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앞으로 많은 시간이 지나야 가능한 이야기가 아닙니까.”

중국을 싫어하는 규태가 오히려 중국의 편을 들어주는 이상한 모양이 되었지만 사실은 사실.

중국을 자본주의 체제로 끌어들이는 일은 세계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었다.

빠르게 커지던 나스닥이 휘청하면서 갈 곳을 잃은 투자자금이 중국시장에 투자되면서 미국경제도 활력을 되찾게 된다.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를 하던데 성공할 수 있다고 보나?”

"제조업이라면 몰라도 인터넷 기업들이 제대로 성공할 확률은 낮다고 봅니다. “

“어째서?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나? “

“중국 공산당이 나중에는 전부 통제를 하려고 들테니까요.”

“중국정부가 감히 미국기업들을 통제하려고 든다고?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미국의 정치인들은 중국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새로 대통령에 취임한 엘 고어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라도 미국정부에서 통제가 가능한 일본정도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 문제였다.

중국정부가 얼마나 막무가내로 돌변할 수 있는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규태는 한참동안 엘 고어에게 중국의 사정을 설명했지만 그래도 엘 고어는 이해하지 못했다.

2차대전이후로 세계의 패권국가로 자리잡은 미국만 보면서 자라온 정치인에게 중국이란 낯설고 기괴한 국가였다.

그래도 포기할수는 없었다. 약속이 시간이 다 되도록 규태는 엘 고어와 중국문제를 주제로 한참동안 이야기 나누었다.

규태만큼 바쁜 대통령은 약속시간했던 시간이 지나자 총총히 사라졌다. 규태의 설명에 엘고어가 얼마나 중국의 사정을 이해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규태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마 나중에 중국을 때리게 되는 행정부는 공화당 정권이 될것이었다. 그때 누가 대통령이 될것인지는 가봐야 아는것이고.

잠깐 생각에 잠겼던 규태는 다음 약속을 잡은 인물과 마주앉았다.

결혼식 당일 규태와 캐서린은 어떻게 식을 마쳤는지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수많은 하객들이 참석해 둘의 결혼을 축하해주었다.

바쁜 휘트니와 셀린이 축가를 부르는 결혼 피로연이 시작되어서야 간신히 정신이 돌아왔다.

규태는 이번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할 게 못된다고 생각했다.

회귀 전에 여러 번 식을 올렸지만 첫 번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간단한 약식으로 한 결혼식이 대부분이었다.

첫 번째도 화려하다기 보다는 평범한 한국 직장인의 결혼식이었다.

화려하게 장식된 크루즈 선에서의 결혼식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이어진 결혼식 피로연에서 사람들이 건네주는 샴페인을 얼마나 마셨는지 다음날 아침에 깨어났을 때

지독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건 신부인 캐서린도 마찬가지.

늦은 시간에 도착한 자메이카의 리조트에서 일주일의 허니문 기간 동안 모든 일을 손에서 놓고 규태는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자메이카에서의 허니문 기간을 끝내고 팔로알토로 돌아와서도 두 사람은 일을 줄였다.

대부분의 일들은 밑에 사람들에게 떠넘겼고 신혼을 즐겼다.

자신이 하는 일을 너무 좋아해서 전국을 떠돌던 캐서린도 모든 일을 부사장인 강현에게 떠넘겼다.

둘의 목표는 올해 안에 아이를 갖는 것이었다.

규태의 나이도 나이지만 규태보다 세 살이나 많은 캐서린도 더 늦으면 아이가 잘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둘이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한여름의 뜨거운 공기가 점점 싸늘해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규태는 마음속으로 갈등했다.

911이 다가오고 있었다.

***

911테러는 나중에도 정확하게 정의하기 힘든 묘한 구석이 있는 사건이었다.

미국에는 수많은 정보기관들이 존재했다. 이들은 저마다 엄청난 예산을 소모하면서 자신들의 존재의의를 과시하려고 들었다.

CIA와 NSA가 대표적인 정보기관이다.

엄청난 예산을 잡아먹는 정보기관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911테러가 일어나게 방치했다는 사실은 음모론에 불을 붙이기 충분했다.

당장 규태만 해도 수상한 알카에다의 움직임을 금방 알아차릴 정도였는데 이걸 미국정부가 까맣게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규태의 지시를 받은 해롤드가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알카에다가 미국에서 테러를 벌이려고 하는 건 정황이 분명합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지시를 받은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란 자가 주축이 되서 작전을 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상당수의 조직원들이 미국에 잠입해서 테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규태의 지시대로 정보를 수집한 정보책임자 해롤드가 내린 결론이었다.

“정부에 슬쩍 알려 줬는데도 미적지근한 반응이더군요.”

심지어 대통령인 엘 고어는 테러의심 정황을 하나도 보고 받지 못하고 있었다. 중간에서 정보가 위로 올라가는 걸 막는 자가 있다는 소리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미국 정부의 행동을 보면 의심쩍은 구석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정부내부에서 알카에다와 내통하는 세력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아마도 테러를 막을 수 없을 겁니다.”

규태의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911 테러에 수많은 이들의 목숨이 사라지지만 과연 규태가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막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었다.

“아마 전쟁이 필요한 거겠죠?”

“이라크전쟁이 끝나고 한동안 너무 조용했지 않습니까. 큰 전쟁이 벌어지지 않으면서 군수업체들의 손실이 막대합니다.”

조지 부시를 대통령으로 밀던 군수업체들이 결코 엘 고어가 당선됐다고 가만히 손 놓고 놀고 있을 리 없었다.

이들과 손을 잡은 건 역시 석유업체.

미국 정부의 대표적인 정보기관인 CIA와 NSA에 그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1차 이라크전쟁동안 40달러까지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전쟁이 끝나고 난후에 20달러를 넘지 못하고 장기간 낮은 가격을 유지했다.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국제유가가 오를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군수업체와 석유업계 이익이 맞았으니 어떤 방법으로든 전쟁이 벌이지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만큼 두 업계의 미국 정계 장악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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