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76화 (176/220)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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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I swear

맹세해요

By the moon and the stars in the skies

저 하늘의 별과 달을 두고

And I swear

그리고 맹세해요

Like a shadow that's by your side

당신을 곁에서 지켜주고 그림자가 되어 주겠다고

감미로운 노래가 흐르며 무릎을 꿇은 규태가 반지를 내밀었다.

대충 규태가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를 대충 짐작하고 있었던 캐서린도 반지를 보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캐서린이 한참동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규태가 물었다.

“나랑 결혼해 줄래.”

“......Yes.”

어느 사이 어두운 하늘을 비추는 달과 금문교를 배경으로 규태와 캐서린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규태가 결혼 사실을 제일먼저 알린 사람은 루드 터너였다. CNN을 비롯한 무수한 언론매체를 소유한 언론재벌 터너에게 이런 사실을 숨겼다가는 두고두고 불평을 듣는다.

“터너, 나 캐서린하고 결혼하기로 했어요.”

“저런! 어둠의 골짜기로 들어온 것을 환영하네.”

이미 3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친 루드 터너가 규태를 축하하면서 놀렸다.

“어둠의 골짜기인지 죽음의 골짜기인지는 살아봐야 아는 거고요. 다음 주쯤에 발표해주세요. 내용은 미리 보내줄게요.”

“OK 알았네. 이제부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한동안은 기자들 등쌀에 시달리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맛을 볼 테니까.”

“휴우, 할 수 없죠. 한번은 거쳐 가야 할 일이니까요.”

터너와의 통화를 끝낸 규태는 차례로 주변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언론을 통해 결혼 보도를 듣게 되면 기뿐 나빠할 사람들이 꽤 많았다.

가장 먼저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부모님께 전화를 하는 규태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두 사람의 결혼발표는 미국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겉으로 드러난 자산만 3,000억 달러가 넘는 세계 제일 부호의 결혼 발표였다.

결코 조용하게 지나갈 리가 없었다.

온갖 방송사들이 규태의 팔로알토저택 주변을 에워싸고 규태의 사진을 찍으려 덤벼들었다. 캐서린도 산호세의 집에서 사무실로 출근하다가 파파라치들에게 걸려서 혼쭐이 났다.

캐서린의 추정자산은 120억 달러. 규태에 비해서는 조촐하지만 여자로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부호였다.

두 사람의 정보만큼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잘 팔리는 정보는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피한 곳이 나파벨리의 포도주 밭에 지어진 저택이었다.

“제기랄 미친놈들. 내 집을 촬영하겠다고 헬기를 띄워!”

특종을 위해서라면 불물을 가리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당하고 보니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다들 눈이 뒤집혔습니다. 이럴 때는 무조건 조용하게 지내는 게 상책입니다.”

CNN이 특종으로 보도를 내고 워싱턴포스트지가 결혼기사를 올리자 미처 알지 못했던 신문과 방송, 파파라치들까지 떼를 지어서 규태주변을 마구잡이로 찍어 사진을 올렸다.

LA에 머물던 가족들까지 피해를 볼까봐 전용기편으로 한국으로 귀국했다.

“난리가 날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건 너무 심하네요.”

“당연한 겁니다. 그동안 보스는 이름난 부자지만 너무 은둔생활을 해서 언론에 얼굴을 비추는 일이 드물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이 정도까지 난리를 칠 줄이야.”

“이건 기사를 막기도 힘든 내용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 난리가 난겁니다.”

규태에게 조금만 이상한 내용의 기사가 실려도 악명 높은 타이거 펀드의 변호사군단이 출동을 했다.

무조건 최대한의 피해배상을 청구하고 시간을 끌며 들들볶아서 괴롭혔다.

거기에다가 CNN과 CBS, 워싱턴 포스트의 지배주주였다.

그렇게 철통같이 허락받지 않은 보도를 막고 있던 철옹성의 빗장이 열린 것이다. 결혼을 발표한 예비신랑을 취재하겠다는 것까지 막을 구실이 없었다.

“한국 쪽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결혼상대자가 한국여자가 아니란 게 아쉽다는 반응이었지만 캐서린의 사진이 퍼지면서 그런 말이 쏙들어 갔습니다.”

규태보다 세 살이 많지만 화려한 북유럽계통의 외모를 가진 캐서린이었다. 괜히 실리콘 벨리의 수많은 너드들이 그녀의 외모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린 게 아니었다.

운동도 워낙 좋아해서 나이가 규태보다 세 살 많지만 같이 사진을 찍으면 오히려 규태보다 어려 보였다.

“나도 이런데 캐서린은 일이 된답니까?”

“그렇지 않아도 도저히 일을 진행하기 힘들어서 내일 새벽에 이곳으로 오기로 했습니다.”

“잘됐네요. 당분간은 아예 휴가라 생각하고 쉬어야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두분 다 너무 바쁘게 지내지 않으셨습니까. 이번기회에 허니문 베이비를 만드시죠.”

“흠흠, 그게 그렇게 싶겠습니까.”

“노력을 하셔야죠.”

캐서린의 나이가 있어서 빨리 아이를 갖는 편이 낫다는 말은 이미 부모님에게도 귀가 따갑게 들었다.

“결혼식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아무리 주변이 시끄러워도 할 일은 해야 했다.

“배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주변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요. 쓸 만한 배가 있습니까?”

결혼식장 주변을 파파라치들이 에워쌀 생각을 하니 저절로 이마가 찌푸려져는 데 선상결혼식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규태의 지인들을 초대해야 하는데 그 숫자가 만만치 않았다.

“12만 톤짜리 대형 크루즈 선을 이용할 계획입니다. 최대 수용인원이 6000명이고 방의 개수만 2300개라 하객들을 충분히 수용합니다. 배에서 선상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지는 자메이카의 오초리오스의 리조트로 정했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캐서린이 오면 함께 의논해볼게요.”

처음에는 캐서린도 파파라치들을 가볍게 생각했었다. 워낙 전국을 누비고 다니니 저절로 떨어져 나갈 거라 여겼지만 실제는 전혀 달랐다.

어디를 가든지 따라붙는 파파라치들에게 질려버렸다.

방문한 회사내부까지 미리 숨어들어있는 끈질긴 파파라치들에 손을 들어버렸다.

새벽을 틈타 나파밸리로 달려온 캐서린은 진짜 기자들에게 시달렸는지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진짜 이러니까 할리우드 스타들이 기자들에게 공격적이 되는 거라고. 어디를 가든지 따라붙는데 잠깐 겪어도 질리는데 이걸 일상생활까지 한다고 생각하면 숨이 막힐 것 같아.”

“나나 캐서린은 잠깐 지나가는 거지만 할리우드 스타들은 정말 사정이 다르긴 하지.”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지내야 하는거야? 우리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규태도 캐서린의 불평에 동감했다. 언제나 주변을 의식하면서 살아야 하는 스타의 삶이 별반 행복해보이지 않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규태가 할리우드의 여배우들과 한사코 거리를 둔 것도 사귀어봐야 좋은 소리가 나올 것도 없고 사생활이 사라지는 것을 이미 경험한 탓이었다.

“이제 사흘만 지나면 파파라치들이 전부 유럽으로 달려갈 거니까 조금은 편해질 거야.”

“어떻게?”

“전용기에 우리하고 비슷한 외모를 한 사람들이 탈거거든.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니까 죄다 그쪽으로 몰려가겠지. 눈이 벌게져서 우리를 찾겠지만 그전에 미국에서 대형 뉴스들이 뻥뻥 터질걸. 그럼 더 이상 우리한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거야.”

놀라서 눈이 동그랗게 변한 캐서린을 보며 규태가 너털웃음을 웃었다.

회귀 전에 규태가 이런 경우를 한두 번 겪은 게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언론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방법을 수도 없이 알고 있었다.

‘톰형 미안해, 어차피 벌어지는 일인데 조금 빨리 터지는 거니까 그렇게 알아.’

아무리 규태가 부자라고 해도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끄는 일은 할리우드의 사생활이었다. 90년에 결혼해서 부부로 있던 할리우드의 최고 유명커플이 깨지는 시기에 이즈음이었다.

지금도 알음알음 부부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식이 흘러나왔지만 결정적인 뉴스 몇 방이면 세간의 관심이 전부 그곳으로 쏠릴 것이었다.

할리우드 최고 유명커플인 탐크루즈와 니콜 키드만의 이혼뉴스라면 규태의 결혼소식 정도는 순식간에 덮어버릴 것이었다.

딱 일주일 난리 법석을 피우던 언론의 관심은 갑작스럽게 터진 톰 크루즈부부의 이혼이야기에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규태와 캐서린이 단 둘이 달콤한 허니문을 보내고 있는 사이에도 세상을 흘러갔다.

12월 8일 하원을 통과한 그램-리치-블라일리법이 상원마저 통과함으로서 월가의 숙원이었던 ‘글래스-스티걸법’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엄격한 구분을 나누던 ‘글래스-스티걸법’이 사라지면서 상업은행이 자회사로 투자은행을 거느리게 되는 게 가능해졌다.

금융 시장에서 치열하게 펼쳐지는 경쟁에서 이기려면 돈을 끌어오는 것뿐 아니라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데, ‘글래스-스티걸법’이 미국 상업은행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연방 의회가 ‘글래스-스티걸법’의 핵심 조항을 없애버린 것이다.

입법 명목이야 그럴듯하지만 어디까지나 월가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에 불과했다.

규태의 이익에 거스르는 내용도 아닌데다 2008년에 금융위기가 터지려면 법 개정은

필요했다.

그리고 진짜 목적으로는 규태의 투자에 글래스 스티걸 법은 너무 불편하고 제약을 많이 걸었다.

어쩔 수 없이 수많은 편법을 사용하면서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선을 오고 간 투자가 많았었다.

법 개정으로 이런 제약이 단숨에 사라져 버린 것.

이러거나 말거나 규태와 캐서린은 한창 결혼식 초청장 명단 작성에 열중했다.

일생에 한번뿐인 결혼식이라고 생각했는지 일중독자인 캐서린도 규태와 함께 작업을 했다.

“이거 명단 작성하고 확인하고 나면 또다시 빠진 이름이 나오고 정말 한도 끝도 없네.”

“이럴 때 실수하면 진짜 평생의 원수가 된다고!”

결혼식 초청 명단에서 실수로 빠졌다가 평생 서로 보지 않고 지내는 사이가 되는 일은 이따금 일어난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초청자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이 작은 실수지만 당하는 사람입장에서 치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다.

더군다나 규태와 캐서린이 결혼식에 초청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미국을 쥐고 흔드는 인물들이다.

크루즈선의 방배정하나라도 잘못되면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다.

규태와 캐서린이 다른 일은 모두 제처 두고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했다.

당연히 처음 결혼을 해는 캐서린이 힘든 작업에 투덜거렸지만 많은 경험이 있는 규태는 아주 노련하게 대처했다.

어떤 일이던 자꾸 하다보면 방법이 는다.

“이딴 일에 신경 쓰느라 해야 할 일도 못하고 이게 뭐야. 당장 내가 사무실에서 체결해야할 투자계약이 몇갠데!”

결혼식에 초대할 초청자 명단을 다시 들여다보던 캐서린이 짜증을 냈다.

하루가 멀다하고 넓은 미국전역을 누비던 캐서린에겐 좁은 집에만 갇혀있는 일은 형벌처럼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화가난 예비신부를 규태가 살살 달랬다.

“우리는 이제 슬슬 일을 줄여야한다니까. 나도 이젠 거의 일을 손에서 놨잖아. 캐서린도 마찬가지야. 이제부터는 아랫사람들한테 일을 맡겨야 한다고.”

나파벨리에 틀어박힌 이후로 규태는 모든 일을 손에서 놓았다.

이따금 중용한 사안만 보고를 받을 뿐 모든 시간을 캐서린에게 쏟아 부었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던 캐서린도 점점 규태를 따라서 일을 줄여 나갔다.

잔뜩 스트레스를 받은 캐서린의 성깔이 곤두섰지만 규태는 능수능란하게 어린신부를 조절했다.

겉으로 드러난 나이야 캐서린이 많지만 회귀 전까지 나이를 따지면 규태의 눈에 비치는 캐서린은 아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린 신부를 데리고 살려면 여러 가지로 번거롭고 힘이 드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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