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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173화 (173/220)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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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규태는 엘 고어가 경계심을 갖게 만들었다는 것으로 만족했다.

“상대의 흑색선전과 마타도어는 어떻게 대처를 할 텐가? 그 인간들은 부자지간에 어떻게 그렇게 한결같은지.”

빌 클린턴도 아버지 부시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말도 안되는 온갖 루머와 마타도어를 겪어내야 했다.

자신의 선거운동보다 상대의 흑색선전을 이겨내는게 더 힘겨웠다는 후일담이 나왔을 정도였다.

그나마 클린턴은 부시가 이기고 있다가 뒤집힌 것이기에 진짜 쓴맛은 보지 못했었다.

엘 고어는 반대입장, 여론조사에서 이기고 있기에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 별별 루머가 다 떠돌아다니고 거친 진흙탕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건 맡겨주세요. 내게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이 있다니! 그게 정말인가? 어떤 수단을 사용하려고?”

엘 고어가 규태의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기쁜 소식이었다. 흑색선전이란게 정말 뻔한 상대의 수법에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치졸한 공격을 동원하는것이기에 선거에 이기고도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자신이 있다니까요. 이제 한 달만 기다리면 내가 어떤 방법을 동원하는지 알게 될 겁니다.”

규태는 큰소리를 치며 자신했다.

21세기 후반까지 살며 갖은 방법을 총동원한 선거운동을 다 경험해보았다.

솔직히 엘로 페이퍼를 사주해서 벌이는 부시일가의 진흙탕 수법은 너무 고전적이고 따분하기까지 했다.

기껏 동원하는 수법이란 게 황색언론의 기자하나를 사주해서 말도 안 되는 흠집을 잡고 이걸 공화당의 지지언론들에게 확대 재생산하게 만드는 수법이었다.

상대를 동성연애자라 몰아간다던가, 후보아내의 말실수 하나를 트집 잡아서 물고 늘어지는 식이다. 어떻게 해서든 상대의 흠집을 내고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지는 전략은 정말 치졸한 것이지만 선거 전략으로는 아주 잘 먹혔다.

사실이건 아니건 유권자들에게 이미지 하나만 심어주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규태가 자신하는 방법을 엘 고어가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규태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는 끝까지 말하지 않을 건가?”

“자세한 사실은 모르는 게 나아요. 그래야 나중에라도 말을 맞추기가 편하거든요.”

지금의 몰라도 나중에 혹시라도 규태가 사용한 방법을 트집 잡을 사람이 나탈날지 몰랐다.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는 몰라도 규태가 계속 큰소리를 치자 엘 고어는 반신반의하면서 돌아갔다.

“정말 자신이 있다고? 도대체 어떤 방법을 사용하겠다는 건가?”

엘 고어가 돌아가고 남은 자리에서 리처드는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을 했다.

말을 해주지 않았다간 끝까지 시달릴 것 같아서 규태가 자세하게 풀어놓았다.

“전국지가 지금까지는 큰 힘을 발휘했죠? 이유가 뭘까요? ‘

“그거야 동일한 기사가 전국에 배포되기 때문 아닌가. “

당연한 질문을 한다고 리처드가 언짢은 표정을 했다.

“지금까지는 그랬죠.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집니다. 지방의 작은 신문사가 쓴 기사도 전국에 퍼지는 건 한순간이거든요.”

“어떻게? 아! 자네가 운영하는 인터넷 포탈 말인가? 그게 과연 선거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아직 사람들은 신문기사를 읽는걸 더 선호한다고. 누가 컴퓨터로 보는 신문기사를 읽는다고. 에이 난 또 뭐라고, 이번에는 자네가 실수한 거야. “

리처드는 옛날 사람답게 인터넷을 통한 여론 조작에 대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에게 인터넷이란 게임이나 하는 어린애들이 노는 곳이란 인식이 강했다.

인터넷의 사용인구수가 많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10대와 20대가 대부분.

정치적인 문제가 논의되는 곳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들 여겼다.

또 해봤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큰 기대를 했지만 잔뜩 실망한 리처드를 보며 규태가 내기를 걸었다.

“그럼 나랑 내기할래요? 지금 엘 고어와 부시의 지지율이 거의 박빙이더군요.”

“여론조사를 해보면 조금 엘 고어가 앞서고 있네.”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규태가 비밀리에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는 1%의 격차로 엘 고어가 앞서고 있었다.

닷컴 버블이 터지기 전이었다면 더욱 격차가 컸겠지만 클린턴 행정부 8년 동안의 경제호황은 민주당 지지 세력을 많이 넓혔다.

“여론 조사결과가 대충 51: 49 정도 되죠. 이걸 앞으로 석 달이란 시간동안 격차를 더욱 늘려보죠. 그러면서 상대의 흑색전술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까지 보여줄게요.”

“내기를 한다고? 진짜 그렇게 자신이 있다는 건가?”

인터넷을 이용해 상대의 흑색선전을 제압하겠다는 말에 리처드는 반신반의 하며 선뜻 믿으려 들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큰소리를 친 규태는 비밀리에 인력을 모았다.

지금부터 하는 일은 외부에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하는 일이었다.

야후가 80%가 넘는 점유율을 가진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여론조작은 식은 죽 먹기였다.

나중에는 발전하면서 막는 기법들도 발전하지만 뚫는 방법은 더 발전한다.

정치인들은 아직 인터넷 검색이란 게 얼마나 커다란 폭발력을 지녔는지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한 여론에만 신경쓰고 익숙할 뿐이다.

“정말 네 말이 맞는데? 이렇게 이용할 수도 있구나.”

알바를 동원해 동일한 검색어를 자주 이용해 자동으로 신문기사를 포탈의 정치기사 상단에 올리는 수법은 제리도 크게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이었다.

“아직까지는 이걸 이용하는 놈들이 거의 없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거야.”

전문적으로 검색어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인터넷 포탈의 여론조작을 시도하는 놈들이 생겨난다.

포탈에서는 이걸 최대한 막으려고 하지만 막는 방법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언론의 자유라는 커다란 관문이 가로막기 때문이었다.

“막아야 하나?”

“이건 사회적인 의논이 더 돼야 하는 부분이야. 누구나 공감하는 반사회적이거나 반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포탈이 자체적으로 막는 것도 한계가 있거든.”

“흠, 과연 이게 선거에 효과가 있을까? 포탈을 통한 여론 조성은 젊은 층에 한정되잖아.”

노년층만 아니라 매일 인터넷을 이용해서 신문을 보는 젊은 층마저도 아직은 인터넷 여론의 폭발력을 인지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이걸 관리하는 포탈 쪽마저도.

규태는 마크와 제리에게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나중에는 댓글 알바를 동원한 여론조작 시도는 다양한 선거방법중의 하나가 되지만 아직까지는 전혀 미지의 세계였다.

「엘 고어는 동성애자? 동성애 지지자? 」

「티퍼 고어의 질투, 대선후보 부부의 삼각관계인가?」

순한 맛과 매운맛, 아주 강렬한 매운맛.

맛으로 따지자면 제법 매운맛 정도가 되는 공격이 날아왔다. 지역의 작은 신문사에서 올린 기사를 바탕으로 확대 재생산을 하려는 평범한 공격이 날아왔다.

신문이건 방송이건 자극적인 주제는 구독자와 시청률을 높이는 마법의 지팡이였다.

대선후보들의 정책적인 측면은 이걸 올리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선거일수록 정책대결보다 막장대결로 치닫는 건 언론의 속성 탓도 컸다.

기본적으로는 이걸 원하는 유권자들의 수준이 문제지만.

“이걸 포탈 뒤쪽으로 내려! 부시의 대학시절 마약복용 의혹기사 나왔지 그걸 포털 메인으로 올려.”

엘 고어의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면 상대 후보인 부시의 약점들을 파헤친 기사를 포털의 메인에 올린다.

언론이 저마다 논조를 가지고 중립을 표명하지만 신문의 구독자나 방송의 시청률을 좌우하는 건 자극적인 기사였다.

대중들의 흥미가 덜해 보이는 엘 고어를 공격하는 흑색선전 기사들은 크게 취급받지 못하고 부시를 공격하는 기사들은 시청률이 높아졌다.

선거운동이 진행될수록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호의적인 댓글을 말거나 지지 않는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을 다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었다.

사람들의 인식처럼 아직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이들의 연령은 어렸다. 투표권이 없는 10대들도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자유롭게 인터넷을 통해서 표출했다.

젊은이들이 보수적인 공화당보다는 진보적인 민주당을 더 지지하는 건 사실,

인터넷을 통해 집결되는 정치적인 의견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의 숫자가 많았다.

인터넷의 정치풍향계를 민주당의 엘 고어 지지자들이 쥐고 흔들자 부시의 흑색선전은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오히려 부시진영의 흑색선전 공격은 젊은이들의 공화당 염증 현상까지 불러 일으켰다.

선거가 불리하게 진행되자 부시진영의 극단적인 막장공격이 시작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예전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확대되어야 할 흑색선전 공격은 어물쩍하고 넘어가고 오히려 부시진영의 약점들이 신문과 방송을 메웠다.

상대가 날린 흑색선전에 절절매며 수비에 전념해야 이공격의 파괴력이 커지지만 엘 고어 측은 일절 부정적인 흑색선전에 대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반대로 부시의 대학시절 마약복용 의혹과 부시선거진영의 군수업체, 석유기업과의 밀착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상대의 공격은 철저하게 파장을 줄여버리고 실책은 현미경을 놓고 들여다보는 식으로 자그마한 것까지 파헤쳤다.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는 10월 달까지 엘 고어와 조지부시의 격차는 좁혀들지 않고 점점 벌어져 엘 고어가 3%이상의 우위를 보였다.

엘 고어의 선거진영까지도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해 의아하게 여길 정도였다.

그렇게 11월의 대통령 선거일이 될 때까지 격차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

대통령 선거일 당일.

TV를 통해 보이는 투표를 위해 투표장을 향하는 엘 고어부부의 표정을 밝았고 반대로 조지 부시부부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미 선거결과가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막바지에 몰린 부시진영에서 극단적인 흑색선전까지 나왔지만 선거에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자 선거 결과가 나왔다.

예정대로 동부와 서부에서 대승리를 거둔 엘 고어가 초반부터 앞서나가더니 중반부터 승세를 굳혔다.

대의원 표수 271 : 267 선거인단 숫자에서 밀리며 분루를 삼켜야 했던 원래 역사와는 다르게 323 : 215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는 양자의 표차이도 300만 표가 넘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TV를 통해 대선승리를 선언하는 엘 고어의 모습을 지켜보며 마크와 제리는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정신없이 나누었다.

“이게 진짜 되네? 이걸 막아야 하나?”

“어떻게 막을 건데?”

규태가 묻자 제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인터넷에서 댓글을 올리려면 실명으로 한다든가, 포탈 가입자만 댓글을 달게 바꾸던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포탈 가입할 때 여러 개로 가입하면 막을 수나 있고?”

인터넷 포탈 가입이 크게 어려운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여러 개의 명의로 포탈에 가입해버리면 이걸 막을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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