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72화 (172/220)

#172

선호작품 등록/취소

알림 등록/취소

미국 대선의 시작

중국에서의 일정을 대충 마무리하고 손정의는 규태와의 협의를 위해 팔로알토로 날아왔다.

“바이두와 텐센트 사장을 한번 만나봤는데 둘 다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지금 한다는 일도 그렇게 특출한 것이 없는 것 같고.”

손정의가 가진 불만은 충분히 근거가 있었다.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QQ도 이름만 바꾼 것이지 기존에 다른 인터넷기업들의 것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리엔훙의 바이두역시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말해서 그 회사들이 하는 서비스는 전부 다른 인터넷 기업들의 카피 판이죠. 자체적으로 특출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회사들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내게 투자 추천을 한 건가? 이정도 회사는 중국에도 널렸지 않나?”

”텐센트의 제품들이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범용성은 뛰어납니다. 바이두도 이제 막 시작했지만 앞으로 중국인터넷 검색시장을 장악할겁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두기업의 뒤에는 현재 중국의 정권을 손에 쥔 상해방이 자리 잡고 있죠. “

규태의 말처럼 정치적인 배경을 뒤로한 텐센트는 QQ로 중국의 PC 인터넷 메신저시장을 평정하고 바이두도 급격하게 커나간다.

“직접 만나보니까 어쩠던가요?”

“누구?”

“마화텅과 리엔훙 말입니다.”

“흠, 보통으로는 보이지 않더군. 두 사람 다 한눈에 보기에도 꽤 영리해 보였어.”

손정의의 사람 보는 안목은 꽤 뛰어났다.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녀서인지 그가 찍은 기업 중의 상당수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손정의가 많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것에는 그의 사람 보는 안목이 큰 힘을 발휘했다.

“텐센트의 QQ말입니다. 현재 서비스 가입자 수가 1,000만이라고 하지요.”

“그렀더군. 작년에는 100만이었다는데 아주 빠른 속도로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 모양이야.”

“그럼 내년에는 가입자 수가 얼마나 될까요?”

“텐센트에서 예상하기로는 3년 안에 1억을 넘길 거라고 하더군. 서버비용이 급증해서 골머리를 썩는 모양이야.”

닷컴 버블이전에 텐센트라면 누구나 두 손을 벌려 투자하려고 달려들 기업이었다. 텐센트는 중국의 야후라 불릴 정도로 가입자 숫자가 폭증하는 중이었다.

야후와 텐센트의 차이라면 야후는 이미 닷컴버블기를 거치면서 막대한 자금을 비축했다는 점이었다.

“자금 문제만 해결되면 텐센트는 빠르게 성장할겁니다.”

서버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텐센트는 남아공의 네스퍼스의 3400만 달러의 지분투자를 받으면서 자금을 확보하는데 성공하면서 날개를 달고 커나간다.

자금이 부족해서 절절매는 지금이 아니라면 텐센트의 지분확보는 실패한다고 봐야했다.

“한마디로 야후차이나는 실패할겁니다.”

규태의 발언은 야후차이나의 대주주인 손정의가 발끈할 소리였다.

“어째서? 지금 야후차이나의 시장 점유율이 현재 1위가 아닌가.”

“정치적인 문제라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산당이 언제까지 외국기업이 인터넷을 장악하도록 내버려 두겠습니까? 마원만 해도 뒤에 정치적인 연줄을 등에 업고 있을 거 아닙니까.”

아직 인터넷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중국공산당이 내버려두면서 야후차이나가 인터넷 검색시장을 장악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검열을 노골적으로 요구할 것이었다.

첫 번째 표적은 역시 야후 차이나가 될 것이다. 노골적으로 검열을 강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축출하려고 할 것이었다.

야후 차이나가 축출되면 그 열매를 따먹는 건 바이두였다.

BAT라 불리는 알리바바와 바이두, 텐센트의 창업주들은 모두 정치적으로 상해방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 기업은 초기 시장장악을 통해 점유율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한번 사용하기 시작한 인터넷 서비스를 좀처럼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상해방의 도움을 받은 세 기업이 중국인터넷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도 나중에는 이들 기업의 대주주들이 홍얼다이로 교체되는 것도 중국의 특징이었다.

정치적인 연줄을 등에 업고 성장하는 텐센트지만 창업주인 마화텅은 기업을 보는 안목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2020년을 전후해 이들 기업의 창업주들이 외부의 강요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지만 그전에 투자지분을 정리하면 그뿐이다.

두 기업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는 손정의를 규태는 차분하게 설득했다.

결국 중국으로 돌아간 손정의는 바이두와 텐센트의 지분 40%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바이두는 몰라도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나중에 1조 달러가 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한다.

원 역사에서도 손정의는 알리바바에는 투자를 성공했지만 텐센트는 놓쳤었다.

이외에도 손정의는 막대한 자금을 무기로 중국부동산 투자에 나서며 상해와 광둥성의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

2,000년은 미국 대선의 해였다.

8년간 대통령의 자리에 있던 빌 클린턴의 임기가 마무리 되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11월로 예정되어있었다.

민주당은 이미 현직 부통령인 엘 고어가 경쟁자로 나선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을 가뿐하게 제치고 후보로 전해졌다.

빌 클린턴의 재임동안 끝없이 성장한 미국경제 때문에 르윈스키 스캔들 같은 추문이 벌어졌음에도 민주당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과반을 훌쩍 넘었다.

이에 대항하는 공화당은 조지부시와 매케인이 팽팽한 공방을 벌이며 좀처럼 승부를 점치기 힘들었지만 아버지 부시의 흑색선전을 동원한데다 자금까지 부족한 매케인이 중도경선을 포기하면서 부시가 공화당 후보로 결정되었다.

규태는 조지 부시와 엘 고어 양쪽에서 선거자금 지원을 요청받았다.

“엘 고어쪽이야 그러려니 하겠는데 왜 이렇게 부시 쪽에서 질척대는 거야?”

엘 고어와는 전에 몇 번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인터넷 망문제로 도움을 받은 것도 있으니 외면하기가 그랬지만 사적으로는 큰 친분이 없는 부시 측의 선거자금 지원요청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규태가 투덜거리자 한쪽에서 이야기를 듣던 마크가 뻘쭘하게 반응했다.

“크흠, 그건 내가 그쪽에 선거자금을 지원해서 착각한 모양이야. 내가 개인적으로 자금후원을 했더니 네가 지원하는 걸로 착각한 모양이야.”

“넌 민주당의 오바마를 지원한다면서? 이번 대선에서는 공화당의 부시를 지원하는 걸로 마음이 바뀐 거냐?”

“난 아직도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공화당에서 그나마 부시는 마음에 들거든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있는데 이야기가 잘 통하더라고. 그때부터 후원을 해왔지.”

오지랖 넓은 마크 탓에 골치 아픈 일에 말려들어가게 생겼다. 이번선거에서는 누구도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곤란하게 됐다.

“나도 부시는 좋아하지만 부시 주변에 있는 인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부시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면서 여러 가지 문제로 욕을 먹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면 무척 좋은 사람이었다.

규태도 부시가 싫은 게 아니라 그와 함께 선거에 나선 부통령의 자리에 오른 딕 체니나 국방장관 자리를 차지한 럼스펠드 같은 강경파가 못마땅해서 지지를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들은 레드넥이라 불리는 남부의 가난한 백인농부와 노동자를 정치적인 기반으로 극우성향을 가져서 유색인종인 규태가 자연 싫어할 수밖에 없는 정치세력이었다.

“그럼 이번에도 민주당을 지원할거야? 넌 엘 고어하고도 친하잖아. 이전에 사업적인 도움도 받았었고. 리처드는 이미 지원에 나선 것 같던데.”

“개인적으로 엘 고어와 친하다고 하기는 조금 그렇지. 진짜 재미없는 사람이잖아.”

엘 고어는 잘 생기고 능력도 있는 정치인이지만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어 대중적인 친화도가 떨어지는 정치인이었다.

엘 고어가 빌 클린턴의 반이라도 되는 대중친화력을 갖추었으면 이미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도 올랐을 사람이었다.

하지만 외면할 수도 없는 게 고어가 부통령의 자리에 있으면서 추진한 정보고속도로는 규태의 사업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리처드도 엘 고어와 친하게 지냈으니 당연히 민주당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그랬다.

민주당이 8년을 집권했으면 이젠 공화당이 집권할 차례였다.

만에 하나 엘 고어가 대통령이 된다면 조지부시 다음에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되는 오바마의 스텝이 엉킨다.

이미 규태는 조지부시 다음을 대비해서 오바마에게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었다.

엘 고어와 조지부시 누구를 지원해야 할지 아니면 지금처럼 방관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던 규태였지만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엘 고어와 만나는 자리에는 리처드가 규태와 함께 했다.

자신과 거리들 두고 빌 클린턴처럼 화끈한 지원을 해주지 않는 규태의 태도 때문에 엘 고어가 애간장을 태웠던지 곧바로 만남이 이루어졌다.

대선 여론조사는 이기고 있지만 상대방이 워낙 만만치 않은 배경을 지닌 사람이다 보니 엘 고어도 바싹 긴장한 눈치였다

같은 당인 매케인과 벌인 후보경선에서도 거침없이 흑색선전을 동원해서 주저앉히는걸 보면 대통령 선거에서 아버지 부시와 똑 같은 선거 전략을 들고 나올게 뻔했다.

약속장소에서 얼굴을 마주하자 엘 고어가 급하게 입을 열었다.

“하도 연락이 없어서 이번 대선에선 중립을 지키는 줄 알았네. 내가 조금 섭섭했던 건 알지?”

“뭐 죽는 소리를 해요. 당내경선에서 큰 힘 안들이고 승리했잖아요.”

민주당 후보경선은 현직 부통령인 엘 고어가 인기 많은 대통령인 빌 클린턴의 지지를 받으면서 처음부터 내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끙, 후보경선은 손 쉬웠지만 대선은 다른 거 알지? 상대방이 만만치가 않아.”

“죽는 소리를 하는걸 보니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소리로 들리네요.”

“대선에 많은 자금이 소모되는 건 사실이지.”

누가 정치자금을 화끈하게 지원받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갈린다.

대선 레이스를 하면서 한두 푼 자금이 소모되는 게 아니니까.

엄격하게 정치자금을 규제한다고 해봐야 우회하는 구멍은 숭숭 뚫려 있었다.

빌 클린턴도 규태의 화끈한 자금지원에 힘입어 대선레이스를 여유 있게 펼쳤었다.

상대와 격전을 벌일 때에 실탄이 부족하면 그것만큼 힘든 일이 없었다.

“리처드와 이야기를 해서 자금을 지원할게요. 이번 선거를 치르기에 충분한 자금을 지원할겁니다.”

“그게 정말인가?”

“그래 이번에도 기대를 해도 좋을 거야.”

규태의 옆에 앉아서 느긋하게 포도주를 마시던 리처드의 말에 조금 피로한 얼굴이던 엘 고어의 안색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플로리다 주선거 말입니다. 거기 주지사가 젭 부시잖아요.”

“그렇지, 사실은 그게 나도 조금 걱정이야.”

플로리다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대세인 주였는데 99년의 주지사선거에서 조지부시의 동생인 존 엘리스 젭 부시가 주지사로 선출되었다.

플로리다는 대의원이 25명이나 선출되는 큰 선거구였다. 플로리다 선거에서 1표라도 많은 투표수를 획득한 후보가 25표 전부를 가져간다.

원 역사에서 엘 고어가 5099만 표를 얻어 5044만 표를 얻은 부시에게 이겼지만 플로리다를 1,700표 차이로 놓치면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