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71화 (171/220)

#171

선호작품 등록/취소

알림 등록/취소

BAT에 투자하다

“진짜 왜 이렇게 안풀리는거야.”

경기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고 계속 끌려만 가자 캐서린은 초조하게 전광판에 남은 시간을 보았다.

코비가 던진 3점 슛이 또다시 링을 맞고 튀어 올랐다. 다행스럽게도 골밑에서 버티던 샤킬 오닐이 뛰어올라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3쿼터도 이제 2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10점이 넘는 점수 차는 한 치도 줄어들지를 몰랐다.

그래도 원사이드하게 밀리던 경기장의 분위기는 가라앉았지만 외곽 슛이 난조를 보이고 있어 쉽게 벌어진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렇지. 그거야 급하게 서둘지 마!”

공격리바운드를 잡은 샤킬이 날아오르며 호쾌하게 덩크슛을 성공시키자 규태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고함을 질렀다.

1,2,3쿼터동안 레이커스의 경기내용이 워낙 좋지 않아서 잔뜩 긴장한 채로 얼마나 고함을 질렀는지 벌써 목이 쉬었다.

옆에 앉은 캐서린도 샤킬의 덩크슛이 터지자 얼굴이 달아오른 채 팔짝거렸다.

인디애나의 공격을 막아내고 다시 한 번 코비의 3점 슛이 링을 통과해 점수가 5점차까지 좁혀지자 가뜩이나 달아올랐던 스테이플스센터는 아비규환의 현장이 되었다.

단번에 점수가 뒤집힐 것 같았지만 인디애나의 공격도 만만치 않았다.

일진일퇴.

이후로도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다. 레지밀러의 슛이 성공하면 코비와 샤킬이 점수를 뽑아냈다.

3쿼터가 마무리가 되면서 양 팀의 점수는 79:84, 5점차를 그대로 유지했다.

19,000석의 스테이플스 센터를 가득 메운 팬들은 목청을 높여 레이커스를 응원했다. 85년부터 레이커스의 응원가로 사용되는 ‘we built this city on basketball'을 소리 높여 불렀다.

규태와 캐서린도 함께 목청을 높여서 노래를 불렀다.

경기를 중계하는 카메라가 끈질기게 둘의 모습을 쫓아다니며 대형전광판에 비췄다.

“4쿼터엔 뒤집겠지?”

“당연하지. 이길 수 있어. 문제라면 저쪽에서 4쿼터 들어서 지금처럼 샤킬하고 코비를 적극적으로 막아설 거란 말이야. 다른 선수들이 잘해줘야하는데.”

“잘하겠지.”

인디애나의 감독인 래리버드는 레전드 출신 감독답게 3쿼터까지 샤킬과 코비를 잘 막아냈다. 다른 선수들이 터져주지 않으면 지금처럼 둘은 집중수비에 시달려야 했다.

초조하게 다시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던 ㄷ사람은 4쿼터에 들어서자 그동안 부진하던 레이커스의 외곽 슛이 차례로 불을 뿜기 시작하자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했다.

데릭 피셔, 로버트 오리, 릭 팍스가 던진 3점 슛이 연달아 인디애나의 골대를 통과하면서 동점을 만들 더니 종료 5분을 남기고는 론 하퍼와 제일런 로즈의 패스를 연속해서 가로채며 역전에 성공했다.

스틸한 공을 받아 덩크를 성공시키고 고함을 지르는 샤킬 오닐의 모습에 관중들도 함께 소리는 질렀다.

그때부터 남은 시간동안 줄 곳 우세를 지키던 레이커스는 마침내 5점차의 점수를 6차전을 승리하면서 2000년 파이널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종료 벨소리가 울리기 전부터 벤치에서 뛰쳐나갈 준비를 하던 선수들이 함께 뒤엉켰다.

1988년 매직존슨과 카림 압둘 자바가 이끈 우승이후로 12년만의 우승이었다.

LA 레이커스의 우승으로 LA시내가 떠들썩해졌다.

열광하는 선수와 팬들과 뒤섞여서 규태도 오랜만에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술에 취했다. 이렇게 아드레날린이 치솟고 광적인 흥분에 빠져든 것도 오랜만이었다.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캐서린과 열광적인 밤을 보낸 규태였다.

하루 밤이 지났어도 우승의 열기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새벽 시간에 바쁘게 팔로알토로 돌아온 규태에게 중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 레이커스의 우승 축하하네. 나도 직접 경기를 봤어야 하는데 못본게 아쉽군. 이번 일만 아니었으면 나도 함께 했을 텐데 말이야.

“축하 고마워요, 마사요시는 농구 별로 안 좋아 하잖아요. 야구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무슨 소리를 내가 버클리에 다닐 때 얼마나 열심히 농구경기를 쫒아 다녔는데.

“그래요? 그건 몰랐네요.”

손정의가 나중에 일본에 프로야구팀을 만들어서 야구만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농구도 좋아하기는 하는 모양이었다.

-하여간, 이야기는 잘됐어. 마윈이 1억 달러에 지분45%를 넘겨주기로 했네.

“제리도 추가로 투자를 하고 싶어 하던데요.”

-여기서 더 이상은 어려워, 마윈도 그렇고 중국정부에서도 허가를 안할 걸세. 법적으로 간당간당하거든.

“알았어요. 그럼 계속 부탁드릴게요. 다른 곳들은요? “

-그래 자네가 말한 텐센트하고 바이두까지 투자하겠다고 연락을 해놨으니까 제정신을 가진 놈들이라면 나한테 연락이 오겠지.

손정의는 투자제의를 거절할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그가 한 투자제의는 받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투자대상기업들은 하나같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도 못한 회사들이었다.

카피캣으로 시작해서 간신히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회사에 손정의가 투자한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었다.

손정의는 투자할만한 중국의 IT기업을 샅샅이 훑었다.

하이얼과 같은 가전 기업들처럼 제대로 수익이 나는 기업이 아닌 IT기업의 투자는 굉장히 모험적인 투자였다.

미국에서도 닷컴버블이 터지면서 닷컴기업들이 문을 닫는 판국이었다. 중국 IT기업에 대한 투자는 리스크가 너무 큰 것으로 간주되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

“됐어. 손정의가 투자하겠다고 연락이 왔어!”

회사를 만들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텐센트가 만든 QQ가 히트를 치면서 회원 수는 단기간에 천만을 넘어서 점유율 선두기업 야후 차이나를 빠르게 뒤쫓았다.

얼마나 빠르게 회원이 증가하는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텐센트 쪽에서 오히려 기겁을 할 정도였다.

회원 수가 늘어나면서 계속 서버에 문제가 생겼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버를 증설하는 수밖에 없는데 엄청난 자금이 들어간다.

주변에 자금지원을 요청 해봐도 마땅하게 돈이 나올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데이터 센터를 만드는 게 한두 푼 가지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었다.

돈 문제로 고심하던 마화텅에게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식은 그야말로 긴 가뭄에 닥친 단비였다.

그의 방으로 장즈둥이 뛰어 들어왔다.

“마사장, 마사장! 손정의가 우리한테 투자를 하겠데!”

“무슨 소리야. 차근히 설명을 조금 해봐!”

동업으로 창업한 장즈둥은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이마에 땀이 숭숭했다.

무더운 선전의 기후에 에어컨을 필수지만 돈이 없으니 제대로 냉방을 하지 못한 사무실은 늘 후덕 지근했다.

“젠장 빨리 돈을 벌어서 에어컨 빵빵 틀고 만다.”

“다른 소리 말고!”

“이것보라고 방금 팩스로 들어온 거야.”

“그게 뭔데.”

마화텅이 장즈둥이 내민 팩스를 받아 읽었다.

“젠장! 손정의가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을 잡아들라는거로군. 이거 정말이야? 사기 아냐?”

뜬금없이 손정의가 왜 투자를 하겠다고 나온단 말인가.

재일조선인이라는 손정의는 마화텅도 이름은 들어 알고있는 거물 벤처투자가였다. 닷컴버블로 고생하다가 이번에 대규모의 투자를 받아서 기사회생했다고 들었다.

“얼마나 투자를 한다고 할까?”

“그 사람 이번에 미국에서 대규모로 투자를 받아서 엄청난 투자펀드를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가뜩이나 닷컴버블 붕괴로 어려움에 처한 건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돈줄이 바싹 말라서 하나같이 죽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런데 이런 거물이 투자를 하겠다면 금액이 적지는 않을 것이었다.

아바타를 팔아서 조금 수익을 내고는 있지만 인건비를 해결하기도 벅찼다.

“우리가 필요한 자금이 전부 얼마지?”

“당장 웨쳇을 만드는데 필요한 자금이 100억 위안이야. 거기에다가 여유자금까지 하면 250억 위안은 있어야 한다.”

“전부 합쳐서 350억 위안은 있어야 한다는 소리로군.”

“그 정도가 최소한이야. 서버비용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휴우, 미치겠군. 완전히 여유를 가지려면 얼마나 필요하지?”

자체서버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임대를 하고 있었다. 그 비용이 매달 엄청나게 들어갔다.

자체적인 데이터 센터를 만드는 게 최선이지만 비용문제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데이터 센터를 하나 만들려면 400억 위안은 훌쩍 넘게 들어간다.

텐센트와 같이 이제 막 시작한 벤처기업으로선 엄두를 내지 못할 투자였다. 1년만 일찍 사업을 시작했다면 닷컴 버블을 트타서 막대한 투자자금을 끍어모아서 이런 어려운은 겪지 않아도 됐을텐데.

마화텅은 올초부터 시작된 닷컴버블의 붕괴가 못내 원망스러웠다.

“회사의 지분투자를 원하겠지. 얼마나 달라고 할까?”

“적어도 40%이상은 요구할 것 같은데.”

“그럼 우리 경영권은? 문제가 없지?”

자금이 마르면서 이리저리로 조금씩 지분을 팔아서 회사운영자금을 만들었다.

“쉬천에와 천이단, 쩡리칭하고 너하고 나, 이렇게 다섯이 가진 지분 가운데 40%를 넘겨도 우리지분이 50%를 넘으니까 큰 문제는 없어.”

마화텅은 가만히 회사의 지분구조를 다시한번 살폈다.

아무리 투자자금이 급하게 필요하기는 하지만 쉽게 지분을 넘길 수는 없었다. 얼마나 받아야 후회를 하지 않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40%에 10억 위안이면 될까?”

“그건 너무 많은 거 아냐?”

장즈둥이 고개를 갸웃했다. 40%에 10억 위안이라면 회사의 가치가 25억 위안이란 소리.

아직 제대로 된 사업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돈만 들어가는 텐센트를 너무 비싸게 부르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니 그 정도는 돼야, 자금에 여유가 생긴다며 더 이상은 자금 때문에 고민하기 싫으니까 그렇게 하자.”

다른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마화텅은 결심했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최대한 투자를 받는 것을 미루는 것으로. 미루다 보면 더 좋은 조건을 가진 투자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잖은가.

알리바바에 1억 달러를 투자하고 지분 45%를 확보한 손정의는 규태가 콕찍어 말한 회사에서 연락이 오자마자 약속을 잡았다.

산전수전을 겪은 노련한 투자자인 손정의에게도 마화텅은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마화텅은 마윈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한참동안 마화텅의 회사소개를 들은 손정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텐센트에서 만든 QQ는 야후 차이나보다는 모든 서비스가 뒤떨어지지 않습니까? 중국내의 경쟁도 치열하고요. 앞으로도 수익구조가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요?”

노골적으로 카피캣이라는 말은 입에 담지 않았지만 절대 독창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텐센트의 사업구조였다.

“그렇게 않습니다. 텐센트가 개발 중인 위쳇만 완성되면 사업구조가 크게 달라질 겁니다.”

“웨쳇이라면? 어떤 종류의 프로그램입니까?”

“자체개발중인 메신저입니다.”

손정의는 마화텅의 말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 역시도 전혀 참신하지 못했다. 미국에선 이미 메신저 프로그램이 여럿 개발된 상태. 야후만 해도 독자적으로 야후 메신저를 개발해서 서비스 중이었다.

야후 차이나도 한자자판에 맞추어서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어째서 규태가 텐센트와 바이두를 눈여겨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화텅이 당당하게 40%의 지분투자에 1억 달러를 원한다는 소리를 들은 손정의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