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70화 (170/220)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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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에 투자하다

아직까지 중국은 외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외국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인터넷시장 역시 자국 법에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자유롭게 진출을 허가해 줬지만 역시 관시를 등에 업고 등장하는 중국기업의 등쌀을 배겨낼 수 없게 된다.

“중국시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관시가 이어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당연한 소리야. 어디를 가든지 비슷한 일은 비일비재하지. 한국하고 일본도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어느 나라나 비슷했다. 중국과 다르다고 큰소리를 치는 나라들도 속을 파보면 다 그게 그거다. 규태가 막대한 자금을 사용하며 정치인을 후원하는 게 다 이유가 있었다.

“인터넷은 정치적인 권력과 밀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자들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게 민심 아닙니까. 그걸 허술하게 내팽개쳐 둘리가 없지요. 지금은 뭘 모르니까 내버려 둔다고 해도 중국정부는 인터넷을 통제하려고 할 겁니다. 이걸 거부하는 기업은 퇴출시키려 들거구요.”

규태의 말에 손정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도 과연 어디까지 중국정부가 인터넷에 흘러 다니는 정보를 용인할 것인지를 고민했었다.

“그게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터넷을 완전하게 통제하는 게?”

“가능합니다. 어렵더라도 결코 자유롭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겁니다.”

실제로 중국정부는 인터넷을 통해 여론을 만드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황금방패라는 이름을 붙인 작업을 거쳐 완벽하게 인터넷을 통제하는데 성공한다.

공산당이 유일한 합법정당인 국가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투자하지 말자고?”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지금처럼 간접적인 투자를 계속해야겠죠. 손사장님이 이야기하신 알리바바 투자는 적극찬성입니다. 알리바바는 앞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언제라도 중국정부가 수작을 부릴 것에 대비해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야죠. 기업의 자유란 게 입으로는 가능해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거대기업으로 성장한다면 정부의 입김은 더 커지기 마련이죠.”

규태의 말에 손정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에서 자이니치로 태어나고 자란 그였기에 차별에도 익숙하고 정부의 간섭이 기업에 얼마나 치명적으로 작용하는지도 잘 알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그렇지 일본정부역시 기업경영에 개입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일리가 있는 소리로 들리는군.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지.”

뒤통수를 맞아도 준비를 하고 맞는 게 덜 아프고 상처도 적다.

“이번에도 펀드를 하나 만들죠. 중국투자 펀드를 만들어서 중국기업에 투자하면 좋겠습니다. 500억을 투자하겠습니다.”

투자하겠다는 액수를 들은 손정의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500억 달러라? 엄청나군. 그 펀드를 운영하는 건 당연히 내 쪽이겠지.”

“당연합니다. 중국투자펀드의 운영에 타이거 펀드는 관여하지 않을 겁니다.”

사실 그보다 더 투자하고 싶었지만 나중에 빠져나올 때를 대비해서 액수를 줄였다.

2010년 후반기쯤에 중국시장에서 투자금액을 대부분 털고 나올 계획이었지만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금액이 늘어나면서 완전하게 투자를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해결이 어려운 악재가 터질 것을 예상한다고 해도 투자 비중을 줄이는 정도에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게 되는 게 고작이다.

나중에 중국경제가 쉬지 않고 성장하면서 미국과 버금가는 경제력을 지닌 G2가 되어 큰소리를 치다 침체국면에 빠져들면서 온갖 무리수를 남발하게 되지만 그건 그때일이고.

때가 되면 중국을 휘청이게 만들 은밀한 계획은 이미 진행중이었다. 벌써 그게 드러나면 곤란했다.

규태는 한번 당한 건 꼭 갚아 줘야하는 쪼잔한 사람이다.

***

「소프트뱅크 위기에서 벗어나나 타이거 펀드 100억 달러지원 결정」

「괴롭히던 유동성이 해결된 소프트뱅크」

「소프트뱅크 중국시장에 과감한 투자결정. 타이거 펀드와 손을 잡다.」

손정의와 중국투자 문제를 논의한 규태는 과감하게 100억 달러의 지원을 결정했다.

자금지원을 할바에는 화끈하게 해주겠다며 처음 요청금액보다 40얼 달러를 늘여 자금지원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투자금액 반환을 요청하던 이들도 말을 바꾸었다.

규태의 지원으로 한방에 위기에서 벗어난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는 중국투자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

“손사장에게 너무 일방적으로 퍼주는 것 아닙니까?”

업무떄문에 팔로알토에 들린 샨과 함께 오장우가 규태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오장우와 사적으로 친해지면서 개인적인 자리에선 반말을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선 어김없이 존대를 해줬다.

오장우의 의견처럼 야후 홀딩스나 타이거 펀드 내부에서 나오는 불만은 소프트뱅크에게 너무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중국시장에 투자하면 돈이 들어올게 눈에 보였다.

규태의 결정에 좀처럼 반대의견을 내지않는 오장우였지만 이번 건은 조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결정이었다.

“샨은 이번 자금지원 결정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중국시장에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해도 우리가 직접 나서게 되면 일이 너무 많아집니다.”

“왜 없습니까. 기룡증권도 있고 제가 경영하는 블랙홀 펀드도 있습니다. 굳이 소프트뱅크를 중국투자에 끼워넣을 필요가 없지않습니까?”

오장우도 소프트뱅크의 주주지만 타이거 펀드와 블랙홀이 직접 중국투자를 하자는 입장이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규태는 잠시동안 머릿속에 떠오른 내용을 가다듬었다.

“중국정부를 제대로 신뢰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일본이나 한국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한국만 해도 권력자와 손을 잡지 않으면 사업하기가 불가능한 곳이었습니다. 지금도 권력자의 눈에 잘못보이면 사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습니다.”

일본시장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굴리는 타이거 펀드지만 이름을 재대로 내걸지 못했다. 워낙 일본시장을 여러 번 털어먹었더니 밉보인 것이다.

최근에도 타이거 펀드의 자금이 투자된 일본의 지방은행인수가 거절되었다.

“엄연하게 다르죠. 뻔뻔함의 정도가 다릅니다. 일본이나 한국은 그래도 여론이란 것을 완전하게 무시하지는 못하지만 중국은 그런거 없습니다. 언제라도 입장을 바꿔버리면 하소연 할 곳도 없단 소립니다. 막말로 중국에 투자한 기업의 경영권을 탈취해가는 일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겁니다.”

“설마 그렇게까지야 하겠습니까? 미국자금이 투자된 기업을 탈취한다고요?”

최소 2010년까지의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자신들의 능력이 충분해졌다고 여긴 순간부터 돌변해서 자국중심의 대외정책을 펴나간다.

중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을 탈취해가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2020년까지는 양반이었다. 나중에 중국의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 더욱 막나간다. 그래서 규태가 중국이라면 치를 떠는 것이다.

“그럴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 두 분도 제 말에 따라주세요. 반대의견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사적인 친분이 있더라도 엄연하게 상급자는 규태였다. 반발하던 오장우도 규태가 강하게 나오자 자신들의 의견을 접었다.

이런 분위기는 규태가 소유한 기업의 전체적으로 퍼져나갔다.

중국의 직접투자는 불가하고 간접적인 투자만 허용한다는 규태의 결정에 더 이상 불만을 토로하는 이는 나오지 않았다.

싫으면 나가면 된다.

타이거 펀드나 블랙홀 컴퍼니, 야후 홀딩스 같은 기업에 들어오고 싶어서 이력서내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판이었다.

그만큼 규태가 경영하는 기업들은 입사하기가 힘든 곳이다.

***

며칠되지않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이 벌어졌다.

애플과의 문제도 해결했고 소프트뱅크를 통한 중국투자문제까지 해결한 규태는 캐서린과 함께 편하게 LA에서 벌어지는 NBA파이널 경기를 보러 스테이플스 센터를 찾았다.

약속한 대로 오장우의 가족도 초대를 했고.

오랜만에 만난 오장우가족과 만난 캐서린은 히로스에와 오선영과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들어서 미술품 콜렉터인 히로스에는 홍콩을 방문하는 일이 잦았다.

일본 쪽에서 나오는 물건보다 중국에서 거래되는 미술품의 거래량이 압도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보는 얼굴도 있었다.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던 규태에게 낯익은 얼굴이 다가왔다.

“어이구! 정말 오랜만이야. 자네가 그렇게 내 얼굴을 피한다면서.”

“피하기는 뭘 피해요. 이젠 더 이상 정치할 마음도 없는 사람이. 정치인은 무조건 걸러내는 것 알잖아요.”

LA시장 리오단이 투덜거렸지만 가볍게 받아넘겼다. 이미 앞으로 크게 성장할 정치인들의 명단은 비서실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비서실로 먼저 찾아오는 정치인들의 전화는 차단이 원칙이었다.

그리고 리오단은 93년 시장에 당선되었을 때 나이가 63세였다. 이제 70살, 재선까지 해먹었으니 더 이상 정치적인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도 까다롭게 굴어서 농담 한번 해봤네. 올해는 레이커스가 우승할 수 있겠지?”

“월드시리즈를 할 때는 야구장은 한번 찾아오지도 않는 사람이 농구에는 열심이네요.”

“그거야! 내가 레이커스 열성팬이라 그런 거지. 올해 다저스는 성적이 아쉽더군.”

92년부터 월드시리즈를 밥 먹듯이 제패한 다저스였지만 99년에는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NL 서부지구 우승은 어렵지가 않았지만 그 이상으로 올라가기에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장기간 월드시리즈를 우승한 것도 어지간한 팀이라면 이루기 힘든 위업이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게 그런가.

올해는 지구우승도 힘들어보였지만 규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장기간 연속으로 우승했으니 한번쯤은 정비를 해줘야 했다.

그래도 레이커스가 우승에 한 발짝 남겨두고 홈경기를 치르게 되면서 LA 시내가 떠들썩해졌다.

LA 시민 대부분 레이커스의 우승을 기정사실로 여겼다.

“쉬었다가 갈 때도 있는 거죠. 내년부터 다저스도 달라질 겁니다.”

레이커스가 파이널까지 올라가면서 다저스를 운영하는 제리의 독기가 바싹 올라갔다.

운동종목은 달라도 레이커스와 다저스는 LA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프로스포츠 팀이다.

사실 리오단은 그리 열성적인 레이커스 팬은 아니었다.

레이커스의 우승이 가까워지니까 슬쩍 한 발을 걸치려고 경기장에 나타난 것일 뿐이었다.

어디를 가나 정치인들은 생색나는 자리에는 꼭 한발 걸치려 드는 습성이 있었다. 리오단 정도면 애교로 봐 줄만 했다.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 리오단이 돌아가자 선영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캐서린이 규태의 옆자리로 돌아왔다.

“저 사람 LA시장이지. 난 정치인이 싫어. 겉은 뻔지르 하지만 실속은 없거든.”

“캐서린도 정치인들하고 자주 보잖아. 리오단정도면 아주 점잖은 거야. 가진 돈이 많으니까 내숭은 떨지 않거든.”

리온단시장은 사업가로 성공한 사람이라 이권에는 초연했다.

“정치인들이야 업무적으로 보는 거지. 사적으론 그다지. 그나저나 오늘 이길 수 있겠지?”

기대에 찬 캐서린이었지만 규태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미 레이커스가 이긴다는 걸 알고 있기에 긴장이 덜했다.

“이길 확률은 높지만 경기는 해봐야 아는 거니까.”

“구단주가 뭐 이래! 당연히 이긴다고 해야 하는 거 아냐! 레이커스가 오늘 이겨야 하는데. 7차전까지 가면 모른다고.”

운동을 좋아해서 야구에도 관심을 보이지만 캐서린이 제일 좋아하는 종목이 NBA경기였다.

“아마 오늘 이길 거야.”

“진짜! 꼭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제리는 안보이네?”

오늘 경기를 가장 기대할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캐서린이 물었다.

“가슴이 떨려서 못보겠다더군.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심장에 좋지 않데. 아마 그래 놓고 경기장 안에서 보고 있을걸.”

레이커스의 사장인 제리 웨스트는 건강문제 때문에 고생하고 있었다.

큰 제리(제리 웨스트)나 작은 제리(제리 빈)나 모두 어째서 그런 징크스가 걸렸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경기를 직접보고 있으면 패한다는 징크스 때문에 고생하는 중이었다.

1쿼터부터 경기는 인디애나의 우세로 흘러갔다. 3쿼터에는 양 팀의 점수 차가 12점까지 경기가 벌어지면서 승패가 갈린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성질 급한 사람이라면 7차전을 생각할 정도였다. 한경기만 지면 모든 것이 무너지는 인디애나는 결사적으로 덤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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