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69화 (169/220)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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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에 투자하다.

이런 기조는 아이폰이 발매되면서 더욱 강해진다.

애플제품을 사는 것은 전자제품을 사는 것이라기보다는 명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여겨졌고 애플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게 된다.

“가격은요? 이걸 얼마에 파실 겁니까?”

“당연히 제값을 받고 팔아야지. 남들처럼 이런 명품을 헐값에 파는 건 죄악이야.”

다행스럽게 잡스는 예전과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투자하지요. 3억 달러만 있으면 제품개발이 가능하겠습니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초조했던지 잡스의 얼굴이 훤하게 밝아졌다.

“그래 그 정도 자금이 있으면..... 아니 조금 더 투자해주면 보다 완벽할 수 있겠는데.”

규태가 투자를 결정하자 금액이 적었다고 여겼는지 잡스가 말을 바꾸었다.

“정확하게 얼마면 되겠습니까?”

“5억 달러를 투자해주게. 2억 달러는 제품개발문제보다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네.”

생태계라?

“그 정도면 되겠습니까?”

“그래.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잡스는 요청금액이 조금은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여겼지만 규태는 굳이 그래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더러운 성질머리와 독단적인 태도로 인해 욕을 먹어도 잡스의 능력은 진짜였다.

“투자하겠습니다. 추가적으로 자금이 필요하게 되면 언제라도 연락을 주십시오. 10억이던 20억이던지 지원하겠습니다. ”

“정말인가? 잘생각했네. 이건 반드시 성공할수 밖에 없는 아이템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자금지원 요청을 받아들이것 보다도 MP3의 성공을 규태가 확신하는것 처럼 느껴지자 잡스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제아무리 안하무인인 잡스라고 해도 회사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벌이는 일이다. 반대를 무시하고 일을 벌이다가 회사를 쫒겨나던 악몽같은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리가 없었다.

규태가 충분한 자금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잡스는 아주 만족스런 얼굴로 돌아갔다.

***

잡스가 다녀간 다음에 눈에 띄게 수척해진 손정의가 오장우와 함께 규태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소프트뱅크의 사정은 말이 아니었다. 투자한 회사들은 상당수가 파산했고 살아남은 회사의 주가도 폭락했다.

한때 시가총액이 2000억 달러를 넘보던 소프트뱅크는 100억 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가지고 있던 현금도 투자금 반환 때문에 바닥이 나버렸다. 자칫하면 한순간에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처지까지 몰렸다.

지난해까지 나스닥의 총아로 군림하던 손정의로선 비참한 몰락이었다.

망설이다가 팔로알토로 찾아온 손정의는 규태의 나스닥의 조정전망에도 고집을 부리던 얼마 전의 자신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혹시 홀대라도 당할까 싶어서 오장우와 함께 찾아왔지만 손정의의 처지는 아주 좋지 못했다.

당장 50억 달러의 자금 조달이 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회사 문을 닫게 될 판이었다.

은행과 투자은행들에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자금여유가 없다는 싸늘한 소리만 들었다.

경제가 어려운데다가 나스닥과 뉴욕증시까지 흔들리는 지금 이런 자금을 조달해줄 회사는 규태가 대주주로 있는 타이거 펀드와 야후 홀딩스가 유일했다.

오장우사장의 펀드는 규태의 말대로 나스닥 폭락 직전에 가지고 있던 상장기업들의 주식을 전부 정리했다.

맨 처음에는 규태보다 친분이 있는 오장우에게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오장우는 자금여력이 없다고 거절했다.

손정의가 요구하는 금액이 크기도 했지만 이미 펀드 자금의 대부분을 에너지 기업과 인터넷 회선 업체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엔론의 파산이후로 가장 호되게 된서리를 맞은 건 비슷한 업종의 에너지 기업들이었다. 오장우는 주가가 폭락한 에너지기업들과 망한 인터넷 회선기업의 주식을 바닥에서 주웠다.

“오사장님도 오랜 만이예요. LA에선 바로 옆집인데도 이렇게 얼굴보기가 힘드네요.”

“둘 다 바쁘다 보니 얼굴보기가 힘들어.”

“투자하기로 결정한 에너지기업들의 지분인수가 대충 마무리 되었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그래서 찾아온 거야. 손사장하고 같이 온 이유는 자네도 알겠지.”

”말하면 뭐합니까. 하필이면 이때 오실게 뭡니까. 중요한 농구경기를 보러가야 하는데.“

규태의 타박에 오장우가 미소를 지었다.

“레이커스가 파이널까지 올라갔지. TV로 봐도 경기가 재미있더군. 6,7차전은 LA에서 한다면서?”

“시간이 되면 저랑 같이 경기장에 한번 가시죠. 진영이하고 선영이도 함께 데리고요.”

“두 녀석이 좋아하게군. 진영이는 몰라도 선영이는 레이커스 팬인 것 같던데.”

“둘 다 이제 꽤 컸겠네요.”

“말도 마 선영이는 이제 시집을 보내도 될 것 같아. 남자친구도 생겨서 이젠 아빠는 쳐다보지도 않는다네.”

애지중지하던 딸을 이젠 품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아픔이 오장우에게서 느껴졌다.

“벌써 선영이가 그럴 나이가 됐나요? 아이고! 이젠 대학생이겠네요?”

처음 봤을 때 또랑또랑하던 눈매를 가졌던 귀여운 꼬마여자애가 벌써 그렇게 컸다는 것에 규태는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느꼈다.

“UCLA에 다니고 있네. 히로스에도 자주 집을 비우는데 동부로 대학을 가지 않아서 고맙지.”

“선영이가 똑똑 하잖아요. 공부를 잘했나 보네요.”

“그럼 동부의 대학에서도 입학허가를 받았는데 LA를 떠나기 싫다고 UCLA에 들어갔다니까.”

말이 나오기 무섭게 한참동안 오장우는 자식 자랑을 늘어놓았다. 규태도 장단을 맞춰주자 오장우는 한층 신이 났는지 자식들의 자랑을 쏟아냈다.

두 사람은 아예 손정의를 없는 사람 취급해 버렸다.

사실 손정의에게 화가 난 것은 오장우가 규태보다 더했다.

일본까지 쫒아가서 소프트뱅크의 나스닥 투자지분을 정리하라고 권유까지 했지만

고집을 부리며 한사코 거절한 사람이 예쁘게 보일 리 없었다.

나스닥이 폭락하기 전까지 소프트뱅크의 주식을 꾸준하게 매입해서 오장우와 규태의 지분을 합치면 35%가 넘는다.

커다란 경영실책을 범한 손정의를 쫒아내려면 얼마든지 가능한 지분이었다.

한참동안 둘의 대화에 끼지 못하고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던 손정의에게 규태가 차갑게 물었다.

“여기에는 왜 오신 겁니까? 지난번에는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말하지 않았습니까?”

집요하게 나스닥에 투자한 자금을 빼라 설득하는 규태에게 모진 말까지 해가며 고집을 꺾지 않던 손정의였다.

천장을 올려보며 크게 한숨을 내쉰 손정의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살려주게. 회사에 여유자금이 바닥났네.”

당장 무릎이라도 꿇은 것처럼 절실해 보이는 손정의였다.

기분 같으면 거친 소리라도 입에 담을까했지만 손정의는 건강이 좋지 못해서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고집이 말도 못하게 강하지만 이번의 위기만 넘기면 세계적인 투자자로 살아남는 사람이었다.

“......얼마가 필요합니까?”

“정확하게 50억 달러가 있어야 하네. 회사의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소식이 퍼지자 투자금 반환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야.”

“투자금액을 반환하고 나면 회사에 얼마나 자금이 남는 겁니까?”

손정의의 성정을 보면 굶어죽어도 비전 있는 회사의 지분을 팔 사람은 아니었다.

규태의 도움 없이도 끝끝내 살아남아 은퇴하기 전까지 보유한 자산의 평가액만 해도 5천억 달러를 넘는다.

“......20억 달러가 남네.”

말은 그렇게 해도 아마 더 남을 것이다.

규태가 투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퍼진다면 자금반환을 요청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거짓말처럼 사라질 터였다.

그렇게 되면 40억 달러의 여유자금을 보유하게 된다. 보나마나 그 자금들로 바닥까지 떨어진 유망기업의 지분을 쓸어 담을 사람이다.

뒤로 넘어져도 길에 떨어진 돈을 줍고 일어날 사람이 손정의다.

더 차가운 반응을 보여줄까하다가 마음을 달리먹었다.

“하아! 조금 더 무게를 잡아 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네요.”

“에이, 재미없게 벌써 용서하는 거야.”

이미 오장우와 규태는 서로 말을 맞췄었다. 손정의의 자금지원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을 내렸지만 조금 놀려주기로.

“마사요시는 환자잖아요. 조금 더 스트레스주면 언제 다시 병이 날지 모른다고요.”

“하긴......”

한 때 시한부 판정까지 받았던 손정의였다.

“뭐야! 두 사람! 짜고 날 괴롭힌 거야.”

어쩐지 억울해 보이는 표정을 하는 손정의에게 규태가 냉정하게 말했다.

“처음이라 이렇게 가볍게 용서하고 넘어갈 테지만 두 번째는 없어요.”

“.......”

“솔직하게 말해 봐요. 내가 생각했던 금액보다 투자 요청금액이 많은데 어디 인수하려고 하는 겁니까?”

뼈를 때리고 들어오는 규태의 말에 손정의가 움찔 놀랐다.

“......중국 쪽에 투자할 회사들이 눈에 들어와서.”

진짜 못 말리겠다는 얼굴로 오장우가 고개를 내저었다.

“당장 망하니 마느냐하는 판국에 그게 눈에 들어와?”

다 죽어가면서도 투자할 회사들이 눈에 들어왔다니 손정의는 정말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중국회사요? 보나마나 벤처기업일 텐데 회사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제리가 소개시켜준 회사인데 알리바바라고.”

역시 그 이름이 나올 줄 알았다.

“미쳤군. 미쳤어! 아니 회사가 망하니 마느냐 하는데 벤처기업에 투자할 마음이 들던 가?”

“회사가 왜 망해. 내가 이렇게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어이고! 정말 못 말리겠군.”

“조금만 더 자세하게 말해 봐요. 투자하겠다는 알리바바가 뭐하는 회사인가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인데 장래 전망이 아주 밝아.”

밝지. 아주 밝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럼 중국 IT기업에 투자하는 김에 몇 개 회사에 투자를 더 해보면 어때요?”

“유망한 회사라고? 중국에 투자할 만한 회사가 있었나?”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손정의가 뼈저리게 느낀 바지만 규태가 추천하는 종목이나 주가전망은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

상해 인터내셔날 투자펀드에서 거둔 이익 없었다면 벌서 소프트뱅크가 날아갔을 것이었다.

그나마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지분가운데 제값을 받고 처분 할 수 있는 투자가 중국투자였다.

사내에선 이걸 팔아서 위기를 넘기자는 소리가 나왔지만 한사코 손정의는 거부했다.

“텐센트라고 들어봤어요?”

“텐센트라고? 처음 듣는 이름인데? 뭐하는 회사야?”

“인스턴트 메신저(OICQ)를 제공하는 기업인데요.”

잔뜩 기대했던 손정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쪽은 지금 난장판인걸 알아? 중국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만 100개가 넘을걸!”

“알아요. 하지만 마지막 까지 살아남는 회사는 텐센트가 될걸요.”

단언하는 규태의 단호한 태도에 손정의의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마사요시는 왜 알리바바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겁니까. 중국에서 오라인 쇼핑몰을 만든 회사가 알리바바만이 아닌데요?”

“그거야 IT기업은 경영자가 중요하니까 그렇지.”

“그렇죠. 벤처의 핵심은 아이디어를 제대로 굴릴 창업자가 아닙니까. 손사장님의 눈에는 알리바바의 창업주가 그렇게 보였고요.”

“텐센트의 창업주가 그렇다고?”

“예. 카피캣의 귀재죠. 돈이 되는 사업을 귀신처럼 찾아내는 사람입니다.”

텐센트는 인스턴트 메신저를 카피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게 특허문제에 부딪히자 이름을 QQ로 바꾸면서 성공가도를 달린다.

회사가 커지면서 서버문제가 생기자 외부에서 400만 달러의 투자자금을 받으면서 성장에 가속을 받는다.

회원 수가 급증하지만 수익이 없는 외화내빈의 상태가 계속되자 사이월드에서 만든 아바타서비스를 카피해서 회사의 수입원으로 삼아 위기를 넘겼다.

나중에는 한국에서 게임을 가져와서 대성공을 거두며 막대한 수익을 거두게 된다.

‘가만 바이두까지 투자를 해볼까? 바이두가 지금 만들어졌나?’

아마 2,000년이면 리엔훙이 회사를 만들었을 것 같았다.

바이두까지 투자하면 나중에 BAT라 불리며 중국 IT업체를 선도하는 3개의 기업에 모두 투자하게 된다.

지금 중국 인터넷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야후 차이나였지만 이게 잘 안 되는 것은 불을 보듯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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