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61화 (161/220)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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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버블의 본격적인 시작

「나스닥 주가 사상 최고치 경신」

「날개 단 나스닥 어디까지 갈 것인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AOL 시가총액 1,000억 돌파」

98년의 연말이 다가오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나스닥의 열기는 조금도 식지 않았다.

시총 천억 달러를 돌파한 대형주가 숨을 고르는 동안 IPO를 마친 신규상장 종목들은 상장하자마자 무섭게 주가가 솟구쳤다.

나스닥 지수는 11월 달에 벌써 1,900을 넘었다. 연말까지 2,000을 넘기는 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동안의 나스닥 지수가 45도의 경사로 올랐다면 이젠 한층 가파른 상승이었다.

회사이름에 닷컴이라고만 붙이면 주가가 공모가의 두 배, 세 배로 마구마구 올라갔다.

“규태! 여긴 세계에서 세 번째 전자소매업체야! 거기에 웹사이트에 입점하기로한 회사가 루이뷔통하고 베네통이라고!”

캐서린과의 의견충돌이 생긴 부닷컴(Boo.com)은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시작해서 유럽 전역으로 지사를 만들고 미국까지 영역을 넓혀왔다.

사이트를 만들고 거래를 시작하기만 하면 전자상거래 회사로는 야후와 아마존에 이은 세 번째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캐서린은 한사코 부닷컴의 투자를 만류하는 규태를 이해하지 못했다. 반대로 규태는 2000년 닷컴버블의 붕괴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파산하는 회사라만 기억하고 있었기에 캐서린의 투자를 만류할 수밖에 없었다.

“부닷컴에 꼭 투자를 해야겠어?”

“그래. 난 투자를 하고 싶어!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확실하게 하자. 브로드캐스트와 월드컴의 투자도 규태가 막았다면서?”

“그랬지.”

“도대체 왜? 그 회사들에 투자하는 걸 반대하는 거야?”

나스닥의 주가가 미쳐 날뛰면서 나스닥에 상장된 닷컴 관련주의 주가는 날개를 달았다. 그런데 한사코 규태는 몇몇 기업들의 투자를 막았다.

재무구조가 너무 부실하다는 이유였지만 지금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가운데 제대로 된 수익구조를 가진 회사는 몇 없었다.

아직 나스닥에 상장하지는 않았지만 부닷컴은 온라인 패션시장의 제일가는 강자였다. JP 모건의 투자를 받아 시작된 부닷컴은 이내 승승가도를 달리며 골드만삭스와 베네통 일가, 루이비통의 아르노회장의 자금투자까지 받아서 1억 달러를 조달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업경험조차 없는 29살짜리 창업자 언스트 맘스틴과 모델출신 카즈사 리엔더의 결합이 제대로 굴러갈리 없었다.

웹사이트 구축에 전혀 경험 없는 스웨덴 기업 에릭슨에 사이트 구축 의뢰를 맡기고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한다며 아침은 런던에서 오후에는 뉴욕5번가에서 화려한 쇼핑을 일삼는 철없는 행각을 벌이다가 결국 웹사이트 구축이 계속 지연되면서 닷컴 버블의 몰락과 함께 제대로 된 사업조차 해보지도 못하고 문을 닫는 회사였다.

이런 회사에 캐서린이 투자를 하겠다고 덤벼드니 당연히 규태가 반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부닷컴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을 해보자. 부닷컴을 만들겠다는 맘스틴은 전혀 사업경험이 없어. 그렇다고 유능한 멘토가 붙은 것도 아니고. 정신 못차리는게 눈에 보이잖아!”

“지금 나스닥에 상장된 벤처 기업 중에 제대로 된 벤처가 있다고 생각해? 부닷컴은 JP모건이 55%의 주식을 들고 있다고. 망할 걱정은 없는 회사라고! 투자만 하면 엄청난 성공이 기다리고 있어! 그걸 왜 반대해!”

초반부터 부닷컴이 떠들썩하게 출범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돈줄을 잡아 회사의 자금이 많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월가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벤처라면 실패할 리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부닷컴은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실패한다.

“JP모건 놈들보다 가진 현금이 더 많은 나라고 해도 그 둘 고집 센 애송이들을 데리고 회사를 경영하라고 하면 못할 거야. 잘나갈 때야 모르지만 위기가 닥치면 곧바로 손을 들어버릴걸. 반대로 생각해보자 캐서린이 둘을 데리고 벤처 인큐베이터가 된다면 과연 어디까지 케어할 수 있겠어? 막대한 자금을 투자받고나서 자만심으로 가득찬 두년놈들에게 캐서린의 말이 조금이라도 먹힐것 같아? 만약에 캐서린이 두사람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이상 투자를 반대하지 않을게."

규태의 반문에 캐서린이 코를 찡긋거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나오는 습관이었다. 다른 일 같으면 져주는 척이라도 했겠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규태의 반문에 한참동안 곰곰이 생각하던 캐서린이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보면 간단했다. 나스닥이 미쳐 날뛰기 전에 두 사람이 투자를 요청했다면 캐서린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둘은 벤처 창업자로서 벤처투자자인 캐서린의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베네통과 루이뷔통을 끌어들인 능력은 인정할 만 했지만 나머지 능력을 보면 꽝이었다. 주변 모두가 반대하는 걸 뿌리치고 웹사이트 구축을 에릭슨에 맡긴 것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벌써 350명의 직원을 뽑고 막대한 자금을 들여 광고를 시작했다.

제아무리 많은 자금을 들고 시작했다고 해도 자금이 바닥나는 건 한순간이다.

캐서린이 나스닥에 부는 광풍 때문에 마음이 들뜨지 않고 냉정했다면 결코 투자하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을 회사였다.

창업자가 투자받은 돈다발을 손에 쥐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벌써부터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성공한단 말인가. 그저 투자자들의 이름에 이끌려 부닷컴에 투자하려던 자신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

캐서린이 머리를 손으로 쥐어뜯었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규태의 말처럼 내가 그 둘을 케어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눈앞이 캄캄해. 스스로 벤처 전문가라고 생각했는데 으아아! 내가 갓 대학을 졸업한 애송이처럼 굴었어!”

자책하는 캐서린을 규태가 달랬다.

“캐서린의 잘못이 아니야. 시장이 미쳐가니까 지금은 누구라도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어.”

시장에 상장한 닷컴주식의 주가가 이유 불문하고 급등하니까 누구라도 제정신을 가지기 힘들었다.

책을 파는 대형서점도 장난감 회사도 앞 다투어 회사이름에 디지털이나 닷컴이란 이름을 붙이면 상장이 가능했고 또 상장후에 주가가 뛰는 미친 시대였다.

boo.com

broadcast.com

commerce one

e.digital

kozmo.com

이외에도 수많은 회사들이 나스닥에 상장하고 미친듯이 주가가 올라갔지만 닷컴 버블이 터지자마자 회사 문을 닫고 파산했다.

“그래도 월드컴에 투자 하는 것을 막은 건 실수라고 생각해.”

아직도 마지막 남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캐서린을 규태가 째려보았다. 생각 같으면 뒤통수를 한 대 시원하게 때려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힘으로 싸워봐야 승산이 없었다.

규태도 캐서린의 조급한 마음이 이해가 되긴 했다.

가지고 있는 자금은 많은데 투자할 곳은 부족했다.

타이거 벤처가 만들었던 투자펀드들이 높은 수익률로 청산되면서 일부는 주식으로 일부는 현금으로 들어오면서 타이거 벤처의 계정에 현금이 넘쳐났다.

손에 쥔 돈은 많은데 투자할만한 회사들은 더 이상 추가적인 자금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지분을 늘리려고 광분했다.

이러니 쓸만한 회사다 싶으면 덮어놓고 투자를 하려고 하는것이다.

“휴우, 정 투자할 곳이 없으면 야후의 지분을 더 사던지 아니면 마이크로 소프트의 주식에 추가로 투자해. 애플도 괜찮고. 아마존도 나쁘지 않아.”

“규태가 말한 회사들은 이미 많이 올라서. 투자수익이 좋지 않을거 같은데? 으응? 그런데 AOL에는 투자하란 소리를 안 하네? 거긴 앞으로 좋지 않다는 뜻?”

역시 촉이 빠른 캐서린이었다.

초기투자분에서 조금 더 주식을 사들이고는 공격적으로 추가투자에는 나서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지분을 늘려나갔던 마이크로 소프트나 야후, 애플에 비하면 한참 보수적인 투자였다.

“그래, 난 AOL의 전망을 그다지 좋지 않게 보고 있어.”

“도대체 왜? AOL은 벤처기업가운데 보기드물게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진 회사잖아?”

“앞으로도 그럴 거냐고 물으면 난 당연히 아니라고 봐.”

“앞으로? 유료회원 수가 감소할거라고?”

지금 이 시점에서 캐서린의 반문은 당연했다.

회원가입자가 예전처럼 급증하지는 않지만 매달 유료회원들이 지불하는 회비가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회사였다.

투자자들이 보기에는 이런 황금알을 낳는 회사도 없었다.

수익성은 컴퓨터 운영체제를 독점하는 마이크로 소프트보다도 나은 회사였다.

그러니까 나스닥을 이끄는 세 회사의 하나이자 시가 총액이 1,000억 달러를 가장 먼저 넘어선 AOL의 전망이 어둡다니 캐서린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무료로 가입하는 포털 사이트에서도 손쉽게 더 많은 정보들을 구할 수 있게 되면 어떻게 되겠어. 지금도 AOL의 콘텐츠는 말이 많잖아.”

“AOL에서 제공하는 독점 콘텐츠가 저질에 자극적이란 비판은 초창기부터 있었잖아?

유료회원을 유지하고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콘텐츠들을 제지하지 않고 은근슬쩍 조장했다.

AOL의 입장에선 회원가입자를 늘려주는 콘텐츠라면 어떤 종류이던 상관하지 않았다.

“이젠 AOL보다 더 자극적인 사이트들이 많이 생겨났잖아.”

인터넷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사이트가 유료 포르노 사이트였다.

앞으로도 인터넷 포르노 산업은 인터넷 시장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며 계속 성장해 나간다. 유료 포르노 사이트와 비교하면 AOL에서 보여주는 수준은 어린아이 장난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AOL이 포르노 사이트처럼 본격적으로 이쪽을 보여줄 수는 없는 일.

AOL의 유료회원 감소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회원감소를 막으려고 가진 콘텐츠가 풍부한 회사와 합병을 추진한 게 타임워너와의 합병이었다.

이 합병은 닷컴 버블을 상징하는 마지막 불꽃이 된다.

너무 다른 두 회사의 인적자원과 기업문화의 차이는 격렬한 불협화음을 일으켰고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AOL은 유료회원수가 급감하면서 몰락을 거듭, 결국에는 버라이즌에 44억 달러에 매각된다.

3,000만 가입자를 거느리고 한때 시가총액 2,000억 달러를 넘보던 기업의 몰락이었다.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할 때 AOL을 팔면 듀폰과 GM, 엑슨모빌을 사고도 거스름돈으로 300억 달러가 남았다.

“규태가 보기엔 점점 유료가입자숫자가 줄어들 거란 말이지?”

“당연하지. 돈을 안내고도 정보를 공짜로 볼 수 있는 사이트들과 경쟁을 하는데 어떻게 이기겠어.”

이건 시간의 문제였다.

무료로 정보를 검색하는 포털 사이트인 야후의 주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올라가고 AOL의 주가는 하락한다.

규태가 AOL을 공격적으로 매입하지 않는 것은 주가 폭락이 예상보다 빠르게 올 수 있다는 불안 탓이었다.

너무 많은 AOL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서 닷컴버블 붕괴 전에 제때 빠져나가기가 힘들었다.

“월드컴은? 거긴 재무구조도 나쁘지 않고 수익구조도 안정적이잖아.”

“거긴 분식회계야. 열심히 회계장부에 분칠을 하고 숫자를 조작하는 회사라고.”

“정말? 증권거래 위원회(SEC)에서 그걸 가만히 보고 있다고?”

진짜 캐서린의 눈이 동그래졌다.

회계장부를 손대는 일은 보통 중죄가 아니다. 걸리면 늙어 죽을 때까지 교도소에서 나오지 못할 중범죄지만 사기꾼들이 어디 그런걸 따지던가.

월드컴은 버나드 에버스가 CEO에 취임한 85년부터 2000년까지 60개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기업규모를 키웠다.

이 인수 작업의 화룡점정은 98년에 MCI 커뮤니케이션즈를 사들인 것이다.

월드컴은 MCI를 인수하며 국제전화와 국내통신망을 모두 갖춘 회사로 거듭나면서 매출이 100억에서 400억으로 늘었다.

문제는 늘어난 매출에 비해서 수익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수대금을 전부 차입금에 의존한 월드컴은 현금이 부족한 사태에 빠져든다. 다행히 닷컴버블 시기에는 월드컴에 대출을 해주겠단 은행들이 줄을 섰다.

회사가 발행한 회사채도 전액이 팔려나갔다.

닷컴버블이 붕괴되면서도 겉으로 드러난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었기에 살아남았던 월드컴은 결국 엔론의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에 연관되면서 분식회계가 발각된다.

나중에 밝혀진 월드컴의 분식회계규모는 110억 달러.

1070억 달러의 자산을 가진 채로 파산하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다.

나중에 이걸 갱신하는 회사가 6,700억 달러의 자산을 가지고 파산한 리만브라더스였다.

“바보가 아니니까 잘 숨겼지. 내부에서 폭로가 나오지 않는 한 증권거래 위원회는 모를 수밖에 없어.”

제아무리 막강한 권한을 가진 SEC라고 해도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기업을 뒤집을 수는 없다.

세계적인 회계 법인까지 공모해서 벌인 사기극을 사전에 알아차리기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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