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60화 (160/220)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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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펀드

매제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말투가 퉁명스럽게 된다.

여느 때와 다름없으니 매제 녀석은 으레 그러려니 하고 여동생이 쌍심지를 켜고 규태를 노려보았다.

다른때같으면 살벌한 말싸움이 이어지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여느때 같으면 남매간의 다툼에서 중립위치를 고수하며 외면할 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네 생각에는 이 종목이 많이 올라가긴 할 것 같으냐?”

잠시 어떻게 대답을 할까를 생각하던 규태가 뺨을 긁었다.

“제가 투자한 회사 중에 가장 큰 회사가 야후인건 아시죠?”

“그래 나도 네가 야후라는 회사의 대주주라는 건 알고 있다. “

“제가 가지고 있는 지분이 58%정도 됩니다. 이걸 앞으로 팔 마음이 있냐고 물어보면 절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네요.”

“가만히 있어보자, 그 야후라는 회사 주가가 지금 얼마냐?”

“주식가격이야 시시때때로 변하니까 정확하게는 말하기 어렵지만 어제 시장에서 98달러에서 왔다 갔다 하더군요.”

야후 투자자들은 언제 주가가 100달러를 넘기냐 초미의 관심이었다.

약 110달러가 되면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가 넘어간다.

규태의 공개적인 재산도 야후의 주가움직임에 따라 출렁거렸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주식 23%, 오라클의 지분 48%도 무섭게 평가가치가 올라갔다.

AOL의 지분 25%까지 규태의 자산 중에 공개된 주식의 가치만 해도 1,200억 달러를 넘어서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1위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다.

“하여간 그래서? 그게 어쩠다고?”

“오라비 말은 얼마나 올라갈지 모르니까 안 팔고 들고 있겠다는 소리잖아.”

부친의 반응이 답답했는지 여동생이 끼어들었다.

“예, 이 녀석 말이 맞아요. 다음도 비슷한 업종이고 경쟁력도 있으니까 들고 있으면 상당한 투자이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거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되냐?”

부친이 고개를 갸웃했다. 요즘 시간이 남아서 주식투자를 조금씩 하고 있는데 회사를 처음 들어본 것이다.

“아버님, 이거 아직 상장 안 된 회사네요.”

“그렇지. 그래서 내가 이름을 처음 들어본 거로군.”

부친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여동생이 규태에게 투덜거렸다. 당장 투자할 여유금액을 머릿속으로 계산했는데 상장 안 된 회사라니 맥이 풀려 버렸다.

“오라비! 찍어 주려면 투자할 만 한걸 추천해야지 어떻게 상장도 안 된 걸 추천해!”

쌍심지를 켜고 목소리를 높이는 여동생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규태가 매제에게 물었다.

“매제 너 요즘 바쁜 일 없지?”

“아! 예, 뭐, 그렇죠.”

아버지의 눈치를 보는 것 보니까 함께 일하는 게 쉽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너! 나하고 일 좀 하자.”

“어떤 일이요? 제가 마땅하게 할 일이 있나요?”

반색을 하며 매제 녀석이 달려들었다.

“상택이한테 어떤 일을 시키려고?”

가만히 대화를 듣고만 있던 모친이 규태에게 물었다.

“가족 펀드 말이에요. 그걸 조금 더 확실하게 만들어서 투자를 하려고요.”

“그거 아주 짭짤했다.”

“그걸 말이라고 해요. 아들 것을 그냥 받아놓고!”

아버지는 엄지를 치켜들고 모친은 역정을 냈다.

규태의 이중 국적문제로 가족펀드가 KT창투와 기룡증권의 대주주가 되었다.

실제주인은 규태지만 여하튼 명의상의 지분 소유자인 가족들은 해마다 겨울이면 따뜻한 배당을 받았다.

“당신도 배당받을 때는 엄청 좋아하더만.”

“......”

한두 푼도 아니고 천억 단위로 배당이 나왔으니 모친이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됐다. 가장 지분이 작은 막내 남동생 녀석만 해도 백억 이상의 배당수입이 나왔다.

여동생은 이미 배당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이제 엄청난 자산을 가지고 있는 규태는 그런 것에 연연한 단계를 넘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잘 쓰면 좋은 거죠.”

“그래. 나도 그 돈으로 학교운영에 잘 섰다.”

이야기가 조금 산으로 가는 것 같았지만 규태는 부친에게 물었다.

“중고등학교에 그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요? ”

학생들에게 아무리 퍼주어도 그 정도 자금이 들어간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학을 하나 인수할 생각이다.”

그러면 말이 됐다.

“대학도 재정이 어려운 학교가 많죠?”

IMF에 영향을 받은 건 기업만이 아니라 대학들도 엄청나게 큰 타격을 입었다.

“많아. 그래서 여러 후보를 올려놓고 검토 중이다.”

“알아서 잘하시겠죠.”

이런 문제는 부친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그래서 오라비, 이 사람한테 뭘 시키려고.”

자꾸 이야기가 처음주제에서 벗어나자 여동생이 규태를 채근했다.

“지금 나스닥 주가가 미쳤거든. 하루자고나면 주가가 미친 듯이 오른다.”

“그래서 뭐?”

“이건 코스닥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가족펀드를 따로 하나 만들어서 코스닥에 투자를 하면 어떨까 해서 말이야.”

“이 사람한테 그걸 맡기겠다고? “

“그래 이런 종류의 펀드는 비밀유지가 제일 힘들 거든.”

규태가 만든 여러 펀드가 있지만 가장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펀드는 패밀리 펀드였다.

“그으래?”

여동생의 얼굴이 밝아졌다. 남편이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면서 힘들어 하는걸 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떨 때는 그냥 공직에 남아있으라고 할 걸 하고 후회를 하기도 했었다.

부친의 성정이 어지간히 밑에 사람을 달달 볶아야지.

“당분간은 일을 조금 배워야겠지만 나중에는 혼자서도 알아서 하겠지.”

펀드를 만들어도 크게 어려운 일도 없었다.

“잘할 수 있겠어?”

여동생이 남편을 채근했다.

“해봐야 알겠지.”

신중한 성격답게 당장 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규태는 매제를 믿었다.

부친이 대학인수문제로 일이 바쁘다고 투덜거렸지만 여동생의 눈총을 받고는 물러났다.

아이를 가졌다고 부친도 여동생에게는 많이 양보를 해주었다.

규태가 매제에게 시킨 일은 장외시장에 상장된 종목들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코스닥이 활성화되면서 장외시장 역시 같이 거래가 늘어났다.

“다음도 그렇고 여긴 게임회사인가요?”

“그래 너도 이 게임은 해봤지?”

규태가 찍은 회사는 혈통이란 악명 높은 게임을 만든 회사였다.

“하하, 하고는 싶은데 집사람이 워낙에 잔소리가 심해서요. 눈치가 보여서 못해봤습니다.”

“......너도 고생이 많다.”

IMF로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피씨방에서 하는 게임은 혈통이 아니면 우주전쟁이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이 두게임에 열중하던 시기였다.

나중에 한국의 민속놀이 취급까지 받는 우주전쟁과 함께 경쟁을 할 만큼 혈통의 인기는 높았다.

“내가 시켰다고 하고 마음껏 해봐라.”

“진짭니까?”

“그래. 미려가 뭐라고 하면 날 팔아. 투자할 회사의 게임을 직접 경험 해보겠다는데 뭐라고 하면 멍청이지.”

말로는 해보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 말을 순순히 믿기에 규태는 너무 닳고 닳은 사람이다. 규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매제의 눈에 빛이 들어왔다.

“감사합니다.”

얼마나 기쁜지 매제의 허리가 직각으로 숙여졌다.

“게임을 하는 건 좋지만 제일 먼저 내가 말한 회사의 주식들을 사들여야 하는 건 알겠지?”

게임에 정신을 팔다가 주식매입을 못하면 알아서 하라는 으름장에 매제녀석이 석고처럼 뻣뻣하게 굳었다.

“하하하, 알아 보니까 장외시장의 거래량이 많지 않던데요.”

“거래가 늘어났다고 해도 많은 물량은 아니야.”

상장이 조만간 있을 거란 소식 때문에 거래물량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이럴 때 많은 물량을 사들이려면 어떻게 해야겠냐?”

“.....대주주를 만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답이다. 그렇지만 나를 팔면 안 되는 건 알지?”

“예.”

규태의 이름이 떠돌아다니면 반드시 사기꾼들이 이것을 이용하려 들것이었다.

코스닥은 이미 흙탕물이었다.

“하여간 알아서 잘해봐라. 이번 기회에 네 능력을 한번 보여준다고 생각하고.”

규태의 엄포에 기가 죽은 매제를 돌려보내면서 규태는 복일모를 불러들였다.

“아휴! 바쁘신 분이 어인일로 저를 다 찾으십니까?”

들어서자마자 이죽거리는 복일모의 뒤통수를 규태의 손날치기가 강타했다.

“어억! 이거 직장 내 폭력입니다. 신고할 겁니다.”

“그으래? 한 대 때리고 직장 폭력으로 신고한다고 하면 여러 대 때리고 조사를 받는 게 낫겠지.”

“어어억!”

팔을 둥둥 걷어붙인 규태의 연타에 머리통을 움켜쥔 복일모가 항복을 했다.

“항복, 항복입니다.”

“자식이! 너 자꾸 기어올라서 한번 날을 잡아야 한다고 내가 이를 갈았다.”

“아이! 왜 그러십니까.”

어울리지 않게 달라붙는 복일모를 보며 규태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자식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다 보스가 좋아서 그런 거 아닙니까. 좋아서.”

“이제 장난은 그만하고. 너 요즘 뭐하냐?”

어쩐지 억울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던 복일모가 규태의 눈매가 다시 가늘어지자 재빨리 대답을 했다.

“뭐하긴요. KT창투에 복귀해서 일을 하고 있죠. 에헴! 이젠 복부장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스탠포드에서 유학을 마치고 타이거 벤처에서 일한 경험까지 가진 복일모는 KT창투의 입장에선 보통 귀한 인재가 아니다.

복귀한 이후로 즉각 부장자리까지 승진했다.

“복부장보다는 복부인이 친근하지 않냐?”

“이름을 가지고 하는 농담은 삼가 해주십시오. 이건 성희롱입니다.”

“너 그걸 농담이라고 한거냐?”

“안 웃깁니까?”

“하나도 안 웃겨.”

한국에 돌아와 노인네들하고만 어울리더니 농담의 수준이 아주 낮아졌다.

“너 요즘에 하는 일이 뭐냐?”

“유망한 투자종목 발굴이요. 코스닥이 뜨겁지 않습니까.”

“마침 잘 됐네. 일 좀 더 해라.”

“일이요? 제가 요즘 바쁜데요.”

복일모가 규태의 말에 썩 내키지 않는 얼굴을 했지만 싹 무시해 버렸다.

“바빠도 해!”

“......알겠습니다.”

규태가 알기로는 복일모의 업무는 바쁘기는커녕 아주 한가했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장가가겠다고 연애에 신경을 써서 바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너도 코스닥 못지않게 장외시장이 뜨겁다는건 알지?”

“요즘 핫하다고 해서 신경을 쓰고는 있습니다.”

“매제 녀석이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데 네가 도와줘라.”

“상택 형님이 장외시장 주식을 산다고요?”

복일모의 발언에 규태가 기가 막힌 얼굴을 했다.

“언제 녀석하고 호형호제하기로 했냐?”

“제가 태진이랑 친구 아닙니까. 태진이의 형님이면 저한테도 형님이죠.”

규태가 머리를 흔들었다.

항상 생각하던 일이지만 복일모는 대단한 마당발이었다.

“그래 형님이고 나발이고. 보나마나 그녀석이 헤멜테니까 네가 좀 도와줘라.”

“당연하죠. 상택형님이 공무원 생활을 조금 하다보니까 세상물정을 모르고 조금 어수룩하긴 하죠. 장외시장의 대주주들 가운데는 타짜들이 많아요. 얼마나 약은 놈들인데요. 사기꾼들도 많고요.”

닳고 닳은 놈들한테 자칫하면 매제가 휘둘린 다는 소리.

“그래.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그러니까 네가 슬쩍 도와주라고.”

“그렇게 말씀하신다고 해도...... 제가 당연히 도와 야죠. 암요.”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규태가 다시 팔을 걷어붙이는 걸 본 복일모가 재빨리 말을 바꿨다.

이걸 다시 한 번 두드려 패서 사람을 만들어야 하나 잠시 고민한 규태였다.

규태는 한국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미국의 사정이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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