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53화 (153/220)

#153

선호작품 등록/취소

알림 등록/취소

애플 추가투자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었는지 팔로알토의 숲에도 단풍이 물이 들기 시작했다.

날씨가 그렇게 급변하지는 않지만 아침이면 느껴지는 공기가 달랐다.

오선한은 여느 때처럼 집에서 걸어서 회사에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모닝커피를 한잔 마셨다.

아침이면 늘 하는 그만의 루틴이었다.

이걸 빼먹으면 하루종일 개운치 않았다.

“굿모닝! 오.”

평소처럼 그가 느긋하게 커피를 마실 때 시간보다 일찍 출근한 비올라가 자리에 앉으면서 인사를 했다.

여느 때와 전혀 다르지 않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안녕! 비올라. 오늘 출근길은 막히지 않았어?”

조금씩 팔로알토도 교통체증이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뉴욕이나 LA같은 대도시엔 비길게 못되지만 출근길도 만만치 않았다. 회사 가까운 곳에 사는 다른 직원들과는

다르게 비올라는 외곽지역에서 애인과 함께 동거중이었다.

“그래서 조금 일찍 나왔더니 크게 막히지 않았어요. 예가체프죠? 저도 한잔 주세요.”

미리 내려놓은 커피를 사이좋게 비올라와 함께 마셨다.

커피를 한잔 마실 때가 되자 하나 둘 직원들이 출근을 시작했다.

하나하나 눈인사로 인사를 대신한 오선한은 평소처럼 컴퓨터를 켜서 전날에 있었던 일들을 세밀하게 살폈다.

타이거 펀드와 관련된 일이 신문에 나왔는지를 살피는 게 하루일과의 시작이었다. 크게 별일은 없었다.

LTCM이 워렌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경제신문들이 대서특필하고 타이거 펀드가 자금을 지원한다는 소식으로 금융시장이 완전하게 안정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들이 장황하게 쓰인 신문기사들을 잠시 살펴보다 다른 내용으로 넘어갔다.

대충 기사들을 검색하고 나자 아침회의 시간이었다.

아침회의의 첫 번째 주제는 단연코 LTCM의 처리문제였다. 다른 곳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말이다.

“LTCM말입니다. 우리가 먹어도 되지 않았을까요? 굳이 워렌에게 자금지원을 할 필요도 없었잖아요. 남 좋은 일만 시켜준 거잖아요?”

근무한지 몇 년 되지 않은 앤디 무어는 홀딩스가 직접 LTCM을 인수하지 않고 자금만 지원한 것에 회의적이었다.

그에 반해 조금 경험이 찬 프랜시스는 의견이 달랐다.

“보스의 생각처럼 일을 잘 처리한 거야. 그거 먹어봐야 큰돈도 되지 않고 적만 늘어나. 가뜩이나 월가에서 우리는 적이 많다고.”

직원들이 내놓는 의견을 들으며 오선한은 처음 뉴욕에서 시작했던 타이거 펀드의 초창기를 기억했다.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타이거 펀드는 철저한 무시를 당했었다.

펀드의 CEO이었던 리처드가 아니었다면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었다.

블랙먼데이로 대성공을 거두며 회사의 기반을 잡고 크게 성장, 이후에도 승승장구해 나갔지만 이런 시각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의 시선이 눈에 띄게 바뀐 것은 타이거 펀드가 리만을 인수했을 때부터였다.

돈 많은 이방인을 보는 시선에서 뭔가가 있는 펀드라고 바뀌었지만 아웃사이더란 건 변함이 없었다.

요즘 들어서는 타이거 펀드를 보는 외부의 시선은 감탄과 질시였다.

확실히 누가 말하지 않아도 타이거 펀드는 월스트리트의 중심에 들어갔다. CEO인 샨 나링햄의 일거수일투족을 월스트리트의 시선이 쫓아다녔다.

샨이 경제에 대해 한마디를 할 때마다 증시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실질적으로 타이거 펀드의 주인인 규태는 의도적으로 월스트리트와는 담을 쌓았다.

인터뷰의 요청에 응하는 것은 IT산업의 성장에 대한 주제로 할 때 만이었다.

그래서 인지 대중들은 보스를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뒤를 잇는 IT업계의 신성으로 평가할뿐 월스트리트와 크게 연관을 짓지 않았다.

모여서 격론을 벌이는 직원들에게 오선한이 질문을 던졌다.

“대중들에게 설문조사를 돌리면 보스의 이미지가 어떻게 나올 것 같나?”

“보스의 이미지요? 아마 첫 번째 말이 세계최고의 부자란 말일걸요?”

“아마 혁신가라는 말이 그 다음에 나오지 않을까요? IT산업이 요즘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 않습니까? 회사이름 뒤에 닷컴만 붙어도 IPO가 어렵지 않아요. 닷컴기업들을 선도하는 기업이 야후가 아닙니까. 그런데 제리 사장보다는 보스의 이름이 사람들 입에서 제일 먼저 나와요.”

그동안의 노력이 힘을 발휘하는지 몰라도 규태의 미국 내 이미지는 빌 게이츠와 비슷했다.

이제 막 애플의 경영자로 돌아와서 회사재생에 힘을 쏟고 있는 스티브의 이미지가 그동안 많이 망가지기도 했지만.

부자이지만 혁신적인 벤처기업들을 다수 거느린 경영자이자 투자자라고 할까.

“그렇지 않아도 한동안 야후의 시장 독점문제로 시끄러운 판국인데 당분간 월스트리트에는 끼어들지 않겠다는 뜻이야. 가뜩이나 부정적인 시선을 모을 필요도 없지.”

“확실히 LTCM을 먹는 건 적을 늘리는 행위이기는 해요. 야후에 부정적인 의견이 더해지면 곤란하죠. 야후에 독점금지법이라도 적용하겠다고 하면 끔찍합니다.”

프랜시스의 말처럼 라이코스니 엠파스니 경쟁기업이 나타났지만 검색 시장점유율 80%를 유지하는 야후의 성장에는 지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과다한 독점으로 인한 다른 소리가 나올까봐 일정한 경쟁자의 출현은 용인해주는 분위기였다.

야후의 주가는 120달러.

또 주식분할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치솟아 올랐다.

“마크의 SS(세이프 스위블)가 상장하면 공모가가 얼마나 될까?”

“지금 분위기라면 100달러는 거뜬할 것 같은데요? “

아무 실적도 없는 닷컴 벤처들도 40~100달러를 넘는 가격으로 공모가가 형성되는 판이다. 분기매출과 이익이 각각 3억과 1억 2천만 달러를 기록한 SS가 상장되면 시가총액이 곧바로 100억 달러를 넘을 분위기였다.

시장에서는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으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오선한이나 프랜시스같은 홀딩스직원들도 개인적으로 투자를 한 SS의 주주였다. 다들 하나같이 SS가 빠르시일안에 상장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기업들은?”

“말하면 뭐합니까. 다들 주가가 미쳤죠. 앞으로도 게속 올라갈겁니다.”

야후홀딩스에서 다루는 종목은 상장되었거나 비상장이거나 전부 데카콘 이상의 기업들이다.

야후는 말할 것도 없고 AOL, 마이크로 소프트, 오라클, 선마이크로시스템, 인텔 같은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시장이 나빠질 걸 예상했을 때조차도 이들 주식의 비중을 크게 줄이는 일은 하지 않았다.

이런 장기투자의 결실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내놓은 전망은 계속 상승이었다.

나스닥의 삼총사라 불리는 야후 820억 달러, 마이크로 소프트 890억 달러, AOL 780억 달러를 시총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와중에 조금 주가가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빠르게 원래의 주가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즈음 홀딩스가 격별하게 신경을 쓰는 회사는 애플이었다.

주식지분의 절반을 야후 홀딩스에서 쓸어 담았다.

나머지 회사들도 천천히 보유비중을 올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애플의 주가가 바닥을 탈피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올랐다.

스티브가 애플로 복귀하면서 만들어낸 아이맥은 그럭저럭 성공을 거두어서 나락으로 빠져들어 가던 애플을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

시장에서는 과연 스티브가 어떤 새로운 제품을 보여줄지 기대가 한층 높아졌다.

“앞으로 애플이 어떤 제품을 만들 까요? 스티브라면 제법 기대가 되지 않아요?”

“모르지, 하여간 스티브가 보스를 만나러 온 걸 보면 무슨 일을 하긴 할 것 같은데 말이야.”

회의를 하면서도 아까부터 오선한의 시선은 규태의 방을 향해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예고 없이 찾아온 손님 때문이었다.

규태는 눈앞의 인물을 만나는 게 썩 달갑지 않았다.

규태가 실리콘벨리에서 제일 싫어하는 인물하면 첫손에 꼽히지 않을까?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약속도 잡지 않고 자신을 만나야겠다며 달려온 인물을 그냥 되돌려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만큼 이름값은 높은 인물이었다.

“약속도 잡지 않고 아침부터 무슨 일입니까?”

“그만큼 내가 마음이 급해서일세.”

“천하의 스티브가 급한 일이 어디있다고요? ‘

“자네가 나를 다시 애플의 경영자로 복귀시켜준 건 고맙게 생각하네.”

“그거야 지금의 애플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 잡스 당신이니까요.”

사람을 싫어하는 것과 제자리에 사람을 돌려놓는 것은 다르다.

규태가 애플의 주식을 사 모은 것도 스티브가 다시 CEO로 복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였다.

절반이상의 주식을 확보한 다음에 추가 확보는 하지 않았지만 스티브 잡스는 규태와 연결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오만하고 독선적이고 자기밖에 모른다는 평판을 가진 스티브로서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

애플로 복귀한 다음부터 규태를 만나려고 했지만 좀처럼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

만나봐야 피곤한 일이었다. 어차피 내버려두면 알아서 잘 굴러갈 회사였다.

“회사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 것도 고마운 일이네.”

“당신보다 애플을 더 잘 알지도 못하는데 간섭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추가로 투자를 해줘야겠네.”

“추가투자요? 지금도 회사상황이 많이 나아졌지 않습니까?”

“전임자들이 싸놓은 똥을 치우고 있을 뿐이야. 내가 원하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면 자금이 필요하네.”

아이맥의 성공으로 회사의 사정이 나아졌다고 해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기존에 삽질을 거듭하던 부분들을 대거 잘라냈지만 스티브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애플의 완전한 재기를 노리고 있었다.

그게 어떤 제품일지 규태도 궁금했다.

“어떤 제품인지는 말해줄 수 있겠죠?”

“아이팟이라고 이름을 붙였네.”

“아이팟이라고요?”

규태는 화들짝 놀랐다. 스티브의 말을 듣고 설마 했지만 2001년이 되어서야 나오는 제품을 벌써부터 생각하고 있을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 아이맥에 이은 내 야심작이지. MP3 플레이어라네.”

정말 원역사 그대로의 아이팟을 벌써부터 만들려고 하고 있으니 조금 빠르지 않나 생각했지만 이미 다른 MP3제품들이 하나둘 시장에 나오고 있었다.

“진짜 문제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작업이야. MP3 플레이어를 만들어 파는 것만이 아니라 생태계를 만드는 게 진짜 중요한 작업이야. 안되면 3대음반사라도 인수할 생각이네.”

자체적인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확실하게 일리가 있었다. 스티브가 굳이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건 음반업계를 설득하는 작업에 막대한 자금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정안되면 음반업계라도 인수할 마음을 먹었는지 스티브의 제안은 거창했다.

초반에 25억 달러를 지원해 달라는 요구였다. 추가로 필요하다면 음반업체중 하나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소리에는 천하의 규태도 조금 망설이게 만들었다.

소니뮤직과 유니버설, 워너뮤직의 삼대 음반사 중에 하나를 애플이 먹겠다는 소리는 새우가 고래를 먹겠다는 말이었다. 제일 작은 음반회사의 시총이 200억 달러를 훌쩍 넘어갔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제리가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은데요?”

“경쟁이 필요하지 않나.”

제리의 야후도 이미 비슷한 분야를 개척해 나갔다. 규태가 가진 아리스타 레코드에 소속된 가수들의 음반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작업을 했다.

야후도 스티브의 계획을 듣는다면 당장 레코드사 인수에 나설 것이다.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야후가 훨씬 많았다.

“그게 문제야. 그래서 자네에게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거네.”

규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생태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스티브를 보았다. 이미 확신에 가득 차 있는 그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스티브 잡스의 성격은 실리콘 벨리에서도 아주 유명했다.

이미 규태라는 든든한 물주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스티브 잡스는 원래보다 몇 년 빠르게 자신의 머릿속 구상을 펼쳐나갈 계획이었다.

이전에는 아이팟의 성공으로 자금을 충분히 비축한 다음에 시작했던 계획을 빠르게 진행하려고 하고 있었다.

규태는 충분히 스티브의 의견에 공감을 했다.

그의 주장대로 생태계를 만들면 나중에 얼마나 많은 자금을 빨아들이는 캐시카우가 되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막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이미 비슷한 사업을 시작한 야후와의 공존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