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선호작품 등록/취소
알림 등록/취소
뒷정리
새롭게 회사이름을 세이프 스위블로 바꾸고 난후에 성장이 멈추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에만 2억 5천만 달러의 매출이 생겼다니까.”
얼핏 보면 작지만 이제 막 전자결제가 시작된 초창기였다. 앞으로 시장의 규모는 계속해서 커질 것이었다.
그리고 매출의 대부분이 수익이라는 것이 세이프 스위블의 장점이었다.
닷컴 버블이 시작되면서 이정도 회사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IPO를 하자고 캐서린에게 꽤나 시달리는 중이었다.
“잘나가고 있으니 됐어.”
마크는 넷스케이프를 마이크로 소프트에 팔아서 많은 돈을 손에 쥐기는 했지만 한동안 무력감에 시달렸다.
이제 새롭게 만든 회사가 잘나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한 회사들도 잘나가고 있었다.
옥션웹에서 이베이로 이름을 바꾼 후에 오마르의 사업은 아주 잘나가고 있었다.
마크는 이 회사의 지분 30%를 보유 최대주주였다.
가을에 IPO를 준비하고 있었고 공모가는 55달러였다.
“제기랄 이베이가 잘나가면서 야후마켓에 막강한 경쟁자가 생겼어.”
제리가 자기 경쟁자를 키워준다고 투덜거렸지만 규태는 오히려 달랬다.
“앞으로 경쟁자들은 게속 나타날거야. 그때마다 불평을 늘어놀 생각은 아니겟지.”
“경쟁자가 늘어나는건 당연하지만 너희들이 앞장서서 키워줄 필요는 없잖아.”
“투자회사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 이베이는 스위블에게는 소중한 소비자잖아. 유망한 기업에 투자를 해서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최대한 소비자를 독점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그리고 이베이 투자를 권유한 마크의 제안을 거절한건 너야.”
제리가 운영하는 야후마켓의 시장점유율이 너무 높아서 서서히 경쟁자가 출현할 때가 되었다. 온라인 마켓은 진입이 어렵지 않아 앞으로도 경쟁자가 쏟아질 것이었다.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오히려 이럴 때는 선도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서 소비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게 해야 했다.
“끄응, 어쩐지 내가 실수를 한것 같아.”
투덜거리는 제리의 진짜 속마음은 이베이에 투자를 하지않은걸 후회하는 것이다.
“흐흐흐,내가 회사하나는 잘 골랐다니까. 회사 물건을 팔아줘 거기에 투자수익도 짭짤하다고.”
마크의 이죽거리는 말에 제리가 인상을 찌푸렷다.
“그래 잘났다.”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하냐. 주당 4.5달러에 투자했는데 IPO가격이 55달러야. 이게 다 얼마야?”
“나도 조금 더 투자를 했어야 했는데.”
규태의 말에 마크가 입맛을 다셨다. 추가적인 투자를 원했지만 창업주인 오마르에게 경영권문제로 거절을 당했다.
“점점 온라인거래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면서?”
“사기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쪽은 엄격한 검증을 거치고 있어서 크게 심각하지 않지만 이베이는 타격이 클걸?”
사업자등록을 하고 일정기간이 지나야 판매자로 받아주는 야후마켓과 달리 이베이는 경매방식으로 시작해서 태생적으로 온라인 사기거래에 대한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경쟁자가 타격을 입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야후도 뒷짐만 지고 있을 일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온라인 거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모두가 손해였다.
“최대한 판매자들을 걸러내고 있지만 이게 결코 쉬운일이 아니야. 판매자들의 신용도를 측정해서 표시를 하는 방법과 세이프 스위블을 중간에 끼워넣어서 판매대금 지급을 늦추는 방법까지 고심해봤지만 경쟁력이 떨어질까봐 서로 눈치만 보고 있어.”
판매자들이야 물건을 팔면 곧바로 자금이 입금되는 쪽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선도적으로 온라인 거래를 주도하는 야후라 하지만 판매자들에게 불리한 일을 벌이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점유율이 떨어지더라도 최대한 보완책을 만들어야지. 다른곳은 몰라도 야후가 먼저 치고 나가면 다른곳도 따라올 거야.”
“.....그래 그럼 그렇게 해야지.”
온라인 사기거래는 앞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난제다. 규태의 말에 시장 점유율 하락을 걱정해 망설이던 제리도 마음을 굳힌 모양이었다.
한참동안 못보던 기간동안 밀렷던 이런저런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던 두사람이 자리를 떠나자 규태는 의자에 몸을 깊숙하게 눕혔다.
이미 책상위에는 검토해야 할 서류들이 빼곡했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팠지만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맨 위에 있는 서류를 하나들어 내용을 읽었다.
***
“이젠 한숨을 돌릴 수 있겠군.”
아침부터 다우와 나스닥의 지수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을 보며 리처드는 안도의 말을 내뱉었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다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금융시장이 이에쟈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유럽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미국금융시장도 다시 한 번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자칫하면 대공황이 올지도 모르는 위기상황까지 몰렸던 것을 생각하면 대반전이었다.
떠나려는 리처드를 잡은 건 클린턴이었다.
그가 전해준 명단에 백악관의 정책 보좌관들도 있었다.
대부분 아시아 경제위기를 조장하고 강경한 대처를 주장하던 매파 쪽의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누구나 알만한 이름도 그 안에 포함되어있었다.
쇄신의 필요성을 느낀 클린턴은 문제가 있는 인물들까지 전면 교체를 단행했다. 누구나 교체될 것이라고 짐작했고 본인도 사퇴의사를 밝혔던 리처드는 클린턴의 만류로 자리를 지켰다.
리처드는 비서에게 오늘일정을 물었다.
“오늘 약속 잡힌 게 뭐가 있지?”
“점심에 알렌과 식사약속이 있습니다.”
재무장관이 연준의장과 만나서 식사를 하는 게 간단할 리가 없었다. 식사를 하면서 여러가지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눌 계획이었다.
“알았네, 그다음은?”
“KT가 워싱턴에 사업차 들렀다고 약속을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래? 언제 왔다고 하던가?”
스위스에 머물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더니 언제 돌아왔다는 말인가?
“일 주일됐다고 했습니다. 지금 켄이 보고를 위해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고마워 애니.”
비서와의 인터폰을 끊고 잠시 숨을 골랐다.
일이 하나 끝나나 싶으니 또 다른 일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켄의 보고를 들으면서 또다시 바쁜 하루가 시작됐다.
재무부로 찾아오겠다는 규태를 리처드는 애써 막았다. 굳이 직원들에게 규태와의 만남을 광고할 필요는 없었다.
“빌이 자네를 만나면 한소리 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네."
“저를요? 왜요?"
“그래, 이번에 진짜 심각했었다고. 자칫하면 국가반역자로 몰릴 수도 있었네.”
리처드의 말대로 백악관을 비롯해 정부분위기가 심각했었던 건 사실인 모양. 유럽의 금융위기가 벌어지면서 매파들은 연일 강경한 주장을 펼쳤었다. 물론 클린턴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해 버렸지만.
“아이고! 큰일 날 뻔 했네요. 국가반역자라면 FBI가 잡으러 오나요?”
과장되게 호들갑을 떠는 규태를 보며 리처드가 피식하고 웃었다.
“이해할 수가 없어. 자네가 클린턴을 왜 그렇게 못마땅하게 보는지 말이야. 능력도 있고 친화력도 대단한 사람이 아닌가. 이번일도 클린턴이 적극적으로 막아주었네.”
“못마땅할 것까지야 없죠. 그냥 맞지 않는 것 같다 정도로 해두죠.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클린턴을 후원하지 않은 거도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너무 바라는게 없다는것도 이상해 보여.”
클린턴의 대선자금을 제일 많이 지원한 사람이 규태였다.
보통 이 정도라면 이권을 하나라도 노리기 마련인데 규태는 정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오히려 클린턴 행정부가 자신이 하는 사업과 직접 연관되는걸 피하기까지 했다.
정치인들을 후원하는 이들은 보통 이권을 바라기 마련이다.
“적들이 많아서 그래요. 지금 제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두 눈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을걸요. 잘못한 게 없어도 만들어내는 세상인데 트집은 잡히지 말아야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정치인과 함께 움직였다가 공연스레 역풍을 맞을 이유가 없다.
“그래 이번에도 타이거가 많이 벌었겠지?”
행정부로 옮겼지만 타이거 펀드의 지분은 팔지 않고 손에 쥐고 있는 리처드였다.
당연히 자신의 지분이 잇는 만큼 수익의 규모에 관심이 많았다.
“상상하는 것 정도는 벌었을걸요. 이번 투자는 수익보다는 다른 목적이 더 커서 생각보다는 많지 않지만요.”
‘정확하게 얼마나 나왔나? “
“정산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서 정확한 금액은 말하지 못하겠지만......”
“왜 그래 다 알면서 내가 어디 가서 말을 옮기는 사람은 아니진 않나?”
리처드의 너스레에 규태가 수익을 밝혔다.
리처드의 얼굴이 환해졌다.
“대충 예상했던 대로구만.”
“그렇게 좋아요? 대번에 얼굴빛이 달라지네.”
“당연한 소리! 돈을 버는 일이 즐겁지 않다면 거짓말이지.”
“메릴린치는 어때요?”
이번 유럽 금융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투자은행이 메릴린치였다. 자본금 210억 달러에 전 세계에서 3천억 달러가 넘는 자신을 운영했지만 이탈리아 채권투자에 크게 물렸다.
“좋지는 않지만 버틸 만은 한 걸로 알고 있네.”
소매금융에 강점을 보이는 메릴린치는 막대한 연봉으로 유능한 인력을 다수 가지고 있어서 규태가 욕심을 내고 있었다.
“아쉽네요. 조금만 더 흔들었으면 넘어 갔을 텐데.”
“왜 메릴린치를 노리려고? 반대가 많을 걸세.”
“훗, 누가요? 재무부에서요?”
윗대가리를 쳐냈지만 실무진까지 손을 대지 않은 후폭풍이었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야죠. ‘
“그걸 누가하나? 내가? “
“그럼 장관이 해야지 제가 할까요.”
규태가 바쁜 시간을 쪼개서 왜 리처드를 만나러 왔겠는가. 이후에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 재무부를 완전하게 장악하는 게 필요했다.
하지만 리처드는 오래 장관자리를 지켜서 이제 말년이라고 생각하는지 벌써부터 설렁설렁이었다.
그가 물러나기 전에 최소한 실무책임자들이라 할 수 있는 국장, 과장급들은 중립적인 인사들로 자리를 교체해야 했다.
규태의 요구를 리처드는 의아하게 여겼다.
“이러는 이유를 알 수가 없네.”
“최소한 앞으로 10년을 보고 있거든요. 지금 같은 추세라면 10년쯤 지나면 큰 일이 생길 겁니다.”
“그래서?”
“지금 그 사람들이 나중에 재무부의 최고자리를 차지할 텐데 미리 인맥을 쌓아둬야죠.”
규태가 노리는 시점은 정확하게 리만사태가 벌어지는 2008년쯤이었다. 그때가 되면 월가장악작업이 대충 마무리될 것이었다.
조금씩 사들이는 지분이외의 투자은행의 대주주지분을 가져가려면 주변상황이 최악이여야만 가능했다.
리처드장관에게 이제부터라도 친 타이거 펀드세력을 재무부의 실무진에 심어두는 작업을 주문했다.
처음에는 난감해 하던 리처드도 규태의 거듭된 설득에 마음을 돌렸다.
“그리고 클린턴은 언제 만날 생각인가? 대통령도 대통령이지만 고어부통령도 자네에게 관심이 많아.”
이건 규태도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판단하지 못했다.
역사처럼 부시의 집권 쪽에 배팅을 걸어야 할지 아니면 현 정부의 성공을 등에 업은 고어의 집권을 도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대선에서 실제 얻은 표는 엘 고어가 더 많았다.
승부처는 플로리다였다. 극히 미미한 표차로 플로리다를 부시가 가져가면서 대선승리를 부시가 가져갔다.
좌우간 만나고 싶어 하던지 아니던지 아직 임기가 많이 남은 클린턴에게도 더 이상 소홀할 수가 없었다.
예상외로 클린턴과의 면담은 곧바로 잡혔다.
일분일초를 따져가면서 스케줄을 잡는 대통령의 일과를 생각하면 아주 의외였지만 그만큼 규태와의 만남은 클린턴도 바라던 것이었다.
“얼굴보기가 아주 힘이 드는군. 이번에는 아주 잘했더군.”
이게 칭찬인지 비꼬는 건지 알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감사한 일입니다.”
“농담이 아니고 진짜야. 처음엔 자네가 벌인 일 때문에 골치가 아팠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네. 결과적으로 국익에 해가 되는 일도 아니었고.”
규태의 투자로 유럽경제가 흔들리면서 말을 듣지 않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피우던 프랑스와 독일의 기세가 눈에 띄게 꺾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