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49화 (149/220)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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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일상

전환사채로 교환한 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규태의 반응은 단호했다. 이건 앞으로도 절대 논의의 대상이 되면 안된다.

“그 문제라면 절대 양보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아직은 새로운 정부에서도 특별하게 정해진 게 없어 보였습니다. 취임식을 막 끝냈으니 정신이 없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다시 접촉을 해올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곳에 머무르실 생각입니까? 이젠 일도 마무리가 됐고 미국에서 할 일이 쌓여있지 않습니까?”

규태도 여기저기서 연락을 받고 있었다.

먼저 가족들과 캐서린에게 연락을 해서 안심시켰다.

“조금은 더 있을 생각입니다. 아직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마지막 일이 무엇인지를 오선한이 궁금해 했지만 규태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거기 여자 숨겨 놓은 건 아니죠? 이제는 위험하지도 않은 것 아니에요?”

일끝나면 빨리 빨리 돌아오지 않고 거기에 틀어박혀서 뭐하냐는 질책이 담긴 나른한 목소리였지만 캐서린과의 전화통화에 규태는 등골을 바싹 곤두서다.

여기서 말을 잘해야지 잘못하면 한동안 골치 아프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남자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게 여자마음이다.

“여기 앤디와 셜리도 와있어요. 두 사람이 고생한 것 같아서 휴가를 줬더니 여기로 오더군요. 함께 있다가 돌아가려고요.”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이실직고를 했다간 다시 걱정을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당장 스위스로 달려오겠다고 난리를 피웟다.

주변의 만류로 뜻을 접었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달려올 것 같았다.

“하긴 거기가 경치가 좋다고 그렇게 유명한 관광지라면서요.”

스위스의 관광지 중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곳은 인터라켄이지만 규태는 체르맛이 더 마음에 들었다.

“캐서린이 여기로 왔으면 좋겠네요. 보고 싶어요.”

어쩐지 닭살이 돋아나지만 이런 타이밍에 할 만한 최적의 단어를 규태가 내뱉었다.

“호호, 완전하지만 정답이에요. 그리고 아쉽게도 여기 할 일이 엄청나게 많네요.”

잔뜩 곤두섰던 캐서린의 목소리에 담긴 독기가 빠졌다.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앤디와 셜리까지 함께 있다면 다른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여긴 것이다.

거기에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들의 주가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가뜩이나 흔들리는 세계경제로 인해 움츠렸던 주가는 로켓을 쏘아올린 것처럼 위로 솟구쳐 올랐다.

지분을 일부 처분했던 IT기업들의 주식들을 다시 쓸어 담고 IPO를 앞둔 기업들의 공모가를 정하는 일과 같이 캐서린이 빠지면 안 되는 일이 한아름이었다.

“아쉽기는 하지만 열흘 뒤에는 돌아갈 겁니다.”

“그럼 그때 봐요. 좀 혼날 각오는 하고요.”

어쩐지 뒷말이 조금 무섭게 들렸다. 캐서린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끊고 나자 등에 땀이 그득했다.

어쩐지 투기세력과 싸우는 것보다 지금의 전화통화가 힘이 들었다.

규태는 확실히 이번 일을 겪으면서 자신이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느꼈다. 전에는 이성보다 감성이 먼저 움직였다.

‘전에는 아무래도 내가 놈들의 설계에 넘어간 것 같은데’

규태는 알렉산더가 보낸 명단에서 낯익은 이름들을 많이 발견했다.

이전에는 규태와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이름이 대거 포함된 명단에 한동안 충격을 받았었다.

규태가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마지막 사실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기다리는 사람은 앤디와 셜리가 휴가를 마치고 전용기를 타고 떠났을 때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완전한 실패는 아니었다.

“이 작자가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말이죠?”

“예, 카르텔의 중간보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는 사람입니까?”

‘너무 잘 알아서 문제지요.’

규태와 전생에 죽도록 치고받던 엘네스토가 명단에 들어있었다.

한때 미국시장의 마약을 쥐고 흔들던 카르텔의 보스 엘 차포의 밑에 중간보스였다.

“이자에 대한 정밀감시는 힘들겠죠?”

“카르텔 소속을 감시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합니다. 가능은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듭니다.”

제아무리 카르텔이라고 통신은 사용한다. 첨단 기술을 동원하면 어렵지 않게 도감청을 할수 있었다.

“들어가는 비용은 걱정하지 말고요.”

더 자세히 엘네스토에 대해 알아야 했다. 전에도 자신이 직접 쏴죽여 버렸지만 이번에는 크기 전에 미리 싹을 잘라버릴 생각이었다.

“결국 아무도 오지 않았군요.”

명단을 확보한 이들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규태를 찾아올 것이라 여겼지만 저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조직력이 튼튼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못하는군요.”

“이익을 위해 뭉친 놈들인데 조직력은 무슨! 엉성한 집합체같은 걸 겁니다.”

규태가 코웃음을 쳤다. 어둠속에 숨어있는 칼은 무섭지만 밖으로 드러나게 되면 상대하기가 쉬워진다.

정말 자신들으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어둠속에 숨어 있지도 않을 테니까.

“아마 아직도 저들은 정체가 드러난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 맞는 추측 같았다.

아직도 규태에게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자신을 하니까 꼬리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나 규태는 이들의 처분 방향을 잠시 고심했다.

차례로 처리를 해버릴까?

아니면.....

한참동안을 고심하던 규태는 이내 마음을 정했다. 2008년의 빅이벤트가 남아있으니 그때 한꺼번에 처리를 하면 될 것 같았다. 아직 그때까지 시간은 많았다.

금융위기가 지나갔어도 그여파는 막강했다.

홍콩의 금융그룹 페레그린이 넘어졌고 프랑스에서는 크레디 리오네가 파산했다.

규태가 크레디 리오네 인수를 위한 대리인으로 선정한 사람은 마르세이유의 구단주로 유명한 베르나르 타피였다.

프랑스에서 들끓는 반 타이거 펀드의 정서를 잠재우고 크레디 리오네의 알맹이를 빼먹어도 될 정도로 로비력이 좋았다.

아디다스를 인수하면서 조달한 자금을 갚지 못해 결국 크레디 리오네의 부실화를 앞당긴 인물이기도 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프랑스 정계와 금융계에 엄청난 인맥이 있다는 소리.

이미지 포장도 잘해서 프랑스의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프랑스의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인물이었다.

“타이거 펀드가 크레디 리오네를 인수하고 싶어 한다고 들었습니다.”

“반드시는 아닙니다만 인수하면 좋겠지요.”

추진력이 엄청난 인물답게 단숨에 스위스로 달려온 타피를 마주한 규태는 이와 비슷한 인물을 하나 알고 있었다.

당장 말을 하는 어투나 행동이 루드 터너와 판박이였다. 그만큼 다루기도 쉬웠다.

마르세이유의 승부조작 스캔들, 아디다스인수자금 불법대출등 여러 문제로 교도소까지 갔다 온 터라 빈털터리 상태였다.

규태를 만나러 달려온 타피의 모습은 절실해 보였다.

“당연히 가능합니다. 제게 맡겨만 주신다면 꼭 인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베르나르 타피가 몰락했어도 프랑스의 정계와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들어가는 자금은 얼마 나가 되도 상관없습니다. 한번 맡아보시겠습니까?”

이미 규태와 만나기전에 얼마나 후하게 성과보수를 지급하는지 들은 타피였다.

성공하면서 부호로 유명해지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흙수저출신의 자수성가한 전문경영인인 타피였다.

죽어가는 아디다스를 인수해 스포츠 웨어 사업부문을 크게 성장시켰다. 무리한 일을 벌이다 보니 악명이 높아졌지만 자본만 충분하다면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줄 사람이었다.

“맡겨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디서 들은 게 있는지 타피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타피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오선한이 걱정을 늘어놓앗다.

“잘할까요? 뒷말이 너무 많은 인물입니다.”

“안되면 어쩔 수 없지요. 반드시 크레디 리오네를 가져야 한다고는 판단이 들지 않지만 노려볼 만은 하니까요. ‘

“BNP나 크레디 아그리콜은 절대 프랑스 정부가 놓으려고 하지 않을 테니 크레디 리오네밖에는 없기는 합니다.”

BNP는 국립상공업은행과 국립파리 할인은행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은행이다. 태생부터가 국립은행으로 출발한 은행으로 92년에 민영화가 되어서도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가는 곳이다.

크레디 아크리콜은 한국의 농협 같은 곳으로 당연히 정부가 경영에 깊숙하게 관여했다.

프랑스 3대은행중 두 곳을 제외하면 그나마 이빨이 들어갈 만한 곳이 크레디 리오네였다.

규태는 이번 일을 기회로 유럽에 대형은행을 하나 인수했으면 했다.

이탈리아은행들 가운데 매물이 더 많았지만 관리가 힘들다.

이탈리아 특유의 방만한 경영에다가 마피아니 관료, 정치인들까지 복마전처럼 엵혀있는 이해관계를 조율하려면 머리가 쪼개진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크레디 리오네였다.

프랑스도 비슷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마피아들이 함부로 끼어들지는 못한다.

자크 시락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장기간 집권, 정치적으로도 안정되었다는 것이 강점이라면 강점이었다.

“제일 좋은 건 영국은행을 하나 더 인수하는 것이지만 영국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겠죠? "

“당연합니다. 지금도 경계의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규태의 공격에 시달리지 않았지만 이전에 소로스가 해 놓은 게 있다 보니 투기자본이라면 일단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영국정부다.

전에 인수한 베어링스도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었다.

“이제 진짜 끝이 났군요.”

규태는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끼며 길게 기지개를 폈다.

참으로 파란만장했던 97년과 98년이었다.

멀리 보이는 마테호른의 웅장한 자태를 보며 규태는 한껏 몸을 조였던 긴장을 풀어냈다.

어쩐지 몸이 으슬거리는 것이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즐겨 마시는 커피대신 생강차를 머그잔에 가득 담아들고 창밖에 모습을 드러낸 마테호른을 구경하며 규태는 모처럼의 망중한을 즐겼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조금은 휴식을 즐겨도 됐다.

***

팔로알토로 돌아온 규태를 직원들은 박수로 환대했다.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지만 굉장한 일을 벌이고 돌아왔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회사로 출근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제리와 마크가 꿀 만난 개미처럼 규태에게 들러붙었다.

잔뜩 기대에 찬 두 사람의 눈빛공격에 규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언론에 나온 이상은 나도 해줄 말이 없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남이냐?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놓아봐라. 스위스에서 무장 공격까지 받았다면서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

“그래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실리콘 벨리에 틀어박혀있어도 들은 건 다 들었나 보다.

언론에 나오지 않은 소식까지도 둘은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이번에 일을 크게 벌였잖아? 손해를 본 사람들이 나를 손봐주려고 했던 모양이야.”

이정도로 대충 넘어가는 게 좋았다. 두 사람에게 굳이 음모의 세력이 숨어 있다가 자신들의 뜻과 다르게 움직이는 규태를 습격했다는 말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었다.

지금부터 사서 걱정을 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

대충 얼버무리며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 규태에게 둘이 엄청나게 실망한 표정을 했지만 규태는 얼른 말을 돌렸다.

“내가 없는 사이에 회사들이 엄청나게 성장을 했더라? 요즘 둘이 아주 잘나가고 있어.”

닷컴버블이 부풀어 오르는 와중에 마이크로 소프트와 야후, AOL의 주가가 앞장서서 폭등하는 중이었다.

조만간 세 회사의 시가총액이 1천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어떤 회사가 가장 먼저 천억 달러의 시총을 달성할 수 있는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제일 확률이 높다고 보는 회사가 야후였다.

마크의 회사도 매출이 순조롭게 폭증하면서 IPO압박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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