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48화 (148/220)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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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마무리?

“독수리 두 마리가 둥지에 들어갔습니다.”

“OK 이제 계획대로 움직인다.”

NSA는 54년에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 설립된 기관이다. 통신안보와 도감청을 통한 정보취득에 따라 점점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외부에 널리 알려진 CIA보다 미국정부가 더 높이 취급하는 기관이기도 했다.

군과 연관이 많아서 보통 현역 장성이 최고책임자로 임명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현역 육군대장이자 NSA의 국장인 제럴드 G 알렉산더는 부하가 가져온 자료들을 흥미로운 얼굴로 살펴보았다.

“이게 취합된 자료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시간동안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은 열일곱이었습니다. 그중 용이점을 찾을 수 있는 인물들의 숫자가 이것 보다 한참 더 많았지만 특별한 자리에 있지 않았기에 현재 보고에서는 제외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들도 중점적으로 감시를 계속 할 겁니다.”

비밀작전을 담당한 이스마엘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차근차근 보고를 계속했다.

NSA의 비밀감청에 걸린 이들은 하나같이 미국을 쥐락펴락하는 인물들이 대다수.

심지어 알렉산더가 국장으로 있는 NSA의 인물도 명단에 포함되어있었다.

“대단하군.”

명단 가운데에 특별한 직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물들도 있지만 알렉산더국장은 그들도 보통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그만 나가보게.”

제럴드 알렉산더는 자기 의자에 깊숙하게 몸을 눕혔다.

NSA가 있는 포트미드 주변 풍광은 전혀 볼 것이 없다. 조직 자체가 극비로 유지되고 있어서 주변에 인가도 없었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알렉산더와 규태는 이미 공조를 약속한 사이였다. 그가 규태와 손을 잡은 이유는 간단했다.

어둠속에 숨어서 미국과 전 세계를 뒤흔드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그가 사랑하는 미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규태의 밑에서 일하는 해롤드의 직속상사이기도 했던 알렉산더 국장은 젊은 시절 월남전에서 사선을 오가며 수많은 전우를 잃었다.

그밖에도 수많은 비밀작전을 시행하면서 부하들을 잃은 알렉산더는 그들의 피가 협잡꾼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된다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중장으로 예편할 운명이었던 알렉산더국장이 NAS 최고위직을 차지한건 규태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처음 만났을 때의 약속을 지킬 때가 된 것이다.

알렉산더가 보낸 정보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규태의 손에 전달됐다.

***

“진짜 끝내줬다고요. 으으으, 이런 일이 또 있어야 하는데. 보스 그렇다고 말해줘요. 조만간에 할 일이 더 있다고.”

나이를 먹으면서 앤디와 셜리 커플의 미친 짓은 많이 줄었다.

아니 정정하겠다.

앤디의 미치광이짓거리는 많이 줄었지만 셜리는 달랐다.

주식이나 선물을 사고 팔면서 느끼는 스릴이 남자와 잠자리보다 짜릿하다는 셜리였다.

그게 한두 푼이 모르지만 보통 억대의 단위를 미친 듯이 굴려댄다. 셜리가 본격적으로 거래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리면 월가의 하이에나 떼들도 몸을 사린다.

호주출신도 아닌 셜리의 별명이 미친 캥거루였다.

셜리의 매매패턴을 보면 그런 말이 어떻게 붙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이리저리 포지션을 옮겨가면서 미친 듯이 사고 팔기를 거듭한다.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는 주식이나 선물을 보면 어지간한 담력을 가진 거래자도 넋을 잃고 그로기가 된다.

“그런데 아쉽습니다. 생각보다 수익이 많지가 않아요.”

셜리와 함께 왔지만 압도적인 주변 풍광만을 바라보던 앤디가 끼어들었다.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앤디는 트레이드의 자리에서 물러난다.

예전 같지가 않다나. 면도날이라 불리는 앤디답지 않게 약한 소리였지만 규태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초스피드를 다루는 트레이더의 삶을 이젠 견뎌낼 수가 없다는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임원으로 올라가기로 한 것이다.

“원래 계획이 그렇습니다. 너무 많이 벌어도 문제가 커져요.”

규태가 미국정부의 의지와 다르게 일본과 유럽을 타격하면서 벌 수 있는 최대한으로 벌려고 했으면 이번에 엄청나게 많은 적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시장 흔들기에 주력할 뿐 수익을 내는 일은 등한시했다.

손해를 보지 않았으면 만족이었다.

진짜 수익은 이제부터 시작될 미친 닷컴 버블로 얻으면 된다.

하지만 규태의 마음과는 다르게 셜리가 투덜거렸다.

“보너스가 줄어들었잖아요. 이익이 줄면 보너스도 줄어든다고요.”

“그게 문제였습니까? 제가 따로 지급을 하도록 하죠.”

“에이, 그냥 한번 해본 소리인데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어떻게 해요. 앤디와 내가 그동안 얼마나 벌었는데요.”

워낙 엄청난 규모의 거래를 진행하다보니 앤디와 셜리가 그동안 가져간 성과급만 10억 달러가 넘어갔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한동안 푹 쉬다 가도록해요. 당분간 바쁜 일은 없을테니까.”

“그래야겠어요. 나도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요. 잠을 자도 피곤이 풀리지를 않는다니까요. 여긴 정말 좋네요. 함께 있는 사람들의 인상이 조금 무섭기는 하지만.”

주변에 득시글거리는 검은 안경을 쓴 경호원들을 보며 셜리가 엄살을 부렸다.

“말은 전해 들었습니다. 보스가 여러 번 습격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큰돈을 움직이다 보면 적이 생기기 마련이죠.”

걱정하는 앤디에게 규태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는 사고 파는 일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일이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습니다. 하여간 무사하시니까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사실 앤디를 납치하려는 시도도 여러 번 있었다. 주변에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이 미리 처리하지 않았다면 앤디도 위험했을 것이다.

이젠 앤디에게도 사실을 알려야 했다.

앤디는 주식거래를 하면서는 면도날이라고 불릴 정도로 날카로운 면모를 보였지만 실생활에서는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이제까지는 규태가 파견한 경호원들이 원거리에서 지켜 주었지만 앞으로는 더욱 위험이 높아질 것이다.

“앞으로 내 걱정보다는 앤디를 걱정해야 할걸요. 납치시도가 있었다는 것 몰랐죠?”

“나를요! 도대체 누가 말입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앤디가 화들짝 놀랐다.

“납치할 사람은 많죠. 거래 때문에 손해를 본사람, 앤디의 능력을 탐내는 사람, 그냥 미치광이들.”

“.....”

“나는! 나는요? 난, 나는 납치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어쩐지 신나 보이는 셜리였다.

“셜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경호담당자가 셜리의 행동반경이 예측할 수 없고 너무 넓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경호원들이 제일 대처하기 힘든 게 경호대상자의 돌발행동이다.

“아! 그럼 주의해야겠네요.”

말은 그렇게 해도 앞으로 전혀 주의할 것 같지 않은 셜리에게 규태가 단호하게 말했다.

“잘 들어요! 셜리, 이제부턴 행동을 조심해야 해요.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경호책임자에게 꼭 미리 말하고 가고. 자칫해서 경호팀이 셜리를 놓치는 순간에 적이 나타날 겁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어디를 가던 경호원이 따라붙을 겁니다.”

심각하게 말하는 규태의 얼굴을 보며 셜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귀찮은데. 그렇게까지 해야 해요?”

‘부자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합니다. 미국은 그나마 낫지만 중남미같이 치안이 불안한 나라에서 제일 번창하는 사업이 부자를 납치해 몸값을 받아내는 겁니다. 이제 예전 같은 자유를 느낄 수가 없을 거예요.“

“전에는 상관없었잖아요?”

“그전에는 원거리에서 경호를 했습니다만 이젠 너무 위험합니다. 알잖아요?”

셜리는 규태의 말에 한동안 의기소침했지만 이내 기운을 회복하고 싫다는 앤디를 억지로 끌고 체르맛으로 달려갔다.

“참 셜리는 한결 같습니다. 이런 날씨에도 기운이 넘치는군요.”

그동안 떨어졌던 오선한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날씨가 좋잖아요?”

“지금 날씨가요?”

변덕 심한 알프스의 날씨탓에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아까까지 눈앞에 웅장한 자태를 뽐내던 마테호른이 이젠 자취를 감추었다.

“흠흠, 샨은 잘 돌아갔습니까?”

“예, 초죽음이 되어서 가면서 어지간히 투덜거리던데요. 악덕상사를 만났다고요. 자기도 스위스에서 쉬고 싶다고 한참동안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진짭니까? 워커홀릭인 샨이 그렇게 말했다고요?”

“이번에 어지간히 힘들었나 봅니다. 샨이나 아라타 모두 녹초가 됐습니다.”

규태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럽을 공격하는 것 때문에 스위스에 머물렀지만 실제로 가장 큰 규모의 자금을 동원했고 많은 수익을 거둔 곳은 일본이었다.

진짜 일본은 국가부도 일보직전까지 몰렸었다.

그곳만큼은 규태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사정을 봐줬다고 좋은 소리를 할 놈들도 아니었고.

잠시 두손을 비비며 규태가 물었다.

“그래 일본투자로 전부 얼마나 벌었습니까?”

“이익금이 전부 1,200억 달러입니다. 정확하게는 1,212억 달러입니다.”

역시 일본이었다.

프랑스에서 250억, 이탈리아에서 180억 달러를 벌었는데도 곡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런데 일본을 탈탈탈 털었는데 아직 나라가 버티고 있다니 신기할 정도였다.

“휘유! 기대이상이네요.”

저절로 규태의 입에서 휘파람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본은 골병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을 겁니다. 대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하나같이 휘청휘청합니다.”

“그래도 버틸 겁니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남아 있으니까요.”

아마 한동안 일본 때리기에 열중하던 미국도 사정을 봐줄 것이다. 아니면 말고.

“한국에서 작업도 끝이 났습니다. 전환사채로 전환해서 전부 주식으로 바꾸었습니다.”

달러화와 원화의 환율이 2,000원을 넘어갔다가 규태가 자금을 투입하면서 1,400선에서 안정이 되었다.

한때 30%가 넘던 미친 금리도 안정이 되어서 15%까지 내려앉았다. 앞으로 천천히 1200선까지 추가로 하락시킬 계획이었다.

“정부에서 미친 듯이 나를 찾지 않았습니까?"

규태의 말에 학을 뗬다는 듯 오선한이 머리를 내저었다.

“정말 말도 마십시오. 온갖 곳에서 보스를 찾아왔었습니다. 제가 일본에 왔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오사장님도 저한테 모든 걸 떠 밀고는 도망을 치셨다니까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는 얼굴로 오선한이 머리를 내저었다.

다급해서 달려왔겠지만 오선한은 문전박대도 못했다. 하나하나가 엄청난 중량급의 인물들 평소라면 얼굴도 쉽게 마주하지 못할 사람들이었다.

“제일 힘든 건 대통령 당선자쪽 사람들이었습니다.”

IMF의 와중에 한국에서 벌어진 대선에서는 김중대후보가 여당 후보를 꺾고 신승을 거두었다. 원래 역사보다도 더 박빙이었다.

10만 표의 차이로 당락이 갈렸으니 얼마나 치열했는지 말도 못했다.

"뭐라고 하던가요?"

"특별히 할말이 있겠습니까. 앞으로 위기극복을 위해 도움을 바란다는 말 정도였지만 실제로는 지분 문제 때문에 간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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