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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146화 (146/220)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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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경제위기? 같이 죽자

“니케이지수 17,000엔이 붕괴 되었습니다.”

“막아! 추가적인 하락이 계속되면 자칫 대공황으로 갈수도 있어!”

80년대의 전성기가 지난 일본 경제는 점차 활력을 잃고 있었다. 버블 붕괴이후로 소비심리도 극단적으로 위축되어 갖은 방법을 다 써도 내수 진작 어려움을 겪는데다가 동남아 위기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니케이지수의 하락은 그렇지 않아도 경제사정이 어려운 일본인들의 심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동남아의 위기가 깊어지면서 일본경제도 타격을 받았다. 워낙 아시아에 물려있는 자금이 많았다.

이미 니코 생명이 파산했고 야마이치 증권도 위태로웠다. 제1의 투자은행이 되겠다며 기세를 올리던 노무라마저도 휘청거리는 판국.

자칫하면 일본도 동남아처럼 금융위기의 파도에 휘말릴지 몰랐다.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시아의 위기는 찬바람이 불면서 대만과 한국을 거치며 더욱 커져만 갔다.

히로시 대장성은 방금 전에 통화한 서머스재무차관과의 통화를 떠올리며 이마를 찌푸렸다.

급박한 한국의 자금지원을 요청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협박성의 전화였다.

‘빌어먹을 놈들, 이번 일을 주동한 월가의 배후에 미재무부가 있다는 건 분명해.’

안면이 있는 티모시 가이트너 국제금융국장도 전화를 걸어서 자신에게 압력을 넣었다.

보고도중에 생각에 잠긴 상사를 말없이 기다렸다.

“아! 내가 잠깐 다른 생각을 했군, 그래 사와무라군 대책은 마련했는가?”

보수적인 일본의 관료들 가운데 그나마 히로시 대장상은 트여있는 사람이다.

“미국과의 연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

이건 히로시 대장상도 즉답을 할 수가 없는 사인다. 총리가 미국대통령과 담판을 해야 결론이 나올 일.

“무제한 엔 달러 환률 스왑이라 자네는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가능합니다. 미국은 일본까지 경제위기가 전염되는 것을 막고 싶어 합니다. 이미 상당부분 내락을 받아냈습니다.”

좀처럼 큰소리를 내지 않는 일본 관료답지 않은 사와무라의 말에 히로시 대장상이 이마를 찌푸렸다.

“자네가 가이트너국장과 미국대학 동창이라고 했지? “

“그렇습니다. 어제도 연락을 해오더군요. 일본경제의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일본까지 경제위기에 휩쓸리면 다음은 미국차례가 될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거래 상대자를 어르고 달래는 건 일본도 많이 쓰는 수법이다.

이번일의 배후에 월가가 있고 그들의 주구노릇을 하는 놈들은 미재무부의 관료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의 비위를 맞춰주고 도움을 받아야 했다.

“알았네. 내가 총리께 말씀을 드려보지. 성사될 가능성만 높다면 다른 말은 안할 거야.”

사와무라의 말처럼 엔화를 무제한으로 달러화 교환하는 협정만 맺을 수 있다면 일본은 경제위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떤 폭풍이 밀려와도 막을수있는 든든한 방파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리처드와 규태는 그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

경제위기에 서로 연락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어떤 루머가 돌지도 모르기 때문에 서로 연락을 자제했다.

하지만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는 규태의 걱정을 리처드는 대수롭게 않게 받아넘겼다.

“미친놈들이야. 한국에 대한 금융지원은 한사코 막더니 일본에는 무제한 퍼주기를 하자고 하더군.”

“월가 놈들이 양털깍기를 한국까지 하기로 서로 정했나보죠.”

"그러려면 똑바로하던가! 지금 일본이 생각보다 많이 휘청거리니까 놈들도 당황한 모양이야. 루빈이 앞장서서 일본과의 통화스왑을 주장하고 있네."

리처드의 전임인 루빈은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다가 작년말부터 백악관 경제정책 보좌관의 자리로 돌아왔다.

어지간히 짜증이 났는지 리처드는 한참동안 부하들을 씹어댔다.

재무차관인 서머스나, 국제금융국장인 가이트너가 루빈과 짝짜궁이 되어 리처드의 지시도 듣지 않고 따로 노선을 걷는 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러기에 내가 뭐랬어요. 전에 둘을 정리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전까지 둘은 리처드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라왔다. 루빈의 사람인걸 알면서도 능력을 보고 경질을 하지 않았더니 위기가 닥치니까 본색을 드러냈다. 규태는 이미 한참 전부터 그 둘이 전임 재무장관인 루빈과 같이 친 월가 세력의 중심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지만 리처드도 친 월가 쪽이긴 마찬가지 입장이라 두사람을 방치했다.

아시아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루빈과 서머스, 가이트너가 자신들의 배후에 있는 월가의 이익을 위해서 뛰고 있었다.

“그이야기는 해서 뭐해, 그놈들이 일본하고 무제한 외환 스왑을 하자고 하더군. 어이가 없어서. 클린턴하고는 대충 교감을 끝낸 모양이지만 내가 나서서 반대했네.”

이건 절대적으로 막아야 했다.

조만간 일본은 커다란 위기에 휘말린다. 자칫하면 미국도 그 침몰하는 배에 같이 휘말릴 수도 있었다.

“리처드는 통화 스왑에 반대인가요?”

“내가 왜 그 일을 찬성하겠나. 너무 위험해. 일본이 어쩐지 불안해.”

역시 리처드에게 미리 귀뜸을 하지않았지만 오랫동안 월스트리트에서 잔뼈가 굵은 리처드 답게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일본은 파산할수밖에 없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 계획이었으니까. 이걸 지금 말해줄까 잠시 고민했지만 규태는 이내 마음을 정했다. 아무리 리처드가 미국의 재무장관의 자리에 충실하다고 할지라도 더이상 숨기는건 곤란했다.

“......일주일이내에 일본경제가 크게 흔들릴 겁니다. 반년이내에 일본은 파산을 하게 될겁니다. 그뒤를 이탈리아가 따르게 될거고요.”

“...... 그게 무슨 소리야! 일본이 파산을 한다고! 그 다음은 이탈리아!"

리처드가 놀라건 말건 규태는 다음 말을 이어갔다.

“타이거 펀드가 가지고 있는 자금들을 전부 빼낼 계획이거든요. 그렇게만 알고 계십시오.”

도청방지 장치를 가동한다고 해도 전화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위험했다.

규태의 대답에 충격을 받았는지 잠시 리처드가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동안 전화기를 통해 숨소리만 들려왔다.

“...... 무슨 말인지 알겠네.”

이정도만 이야기를 했어도 리처드는 규태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일본에 남아 있는 타이거 펀드의 자산은 대략 1500억, 이걸 한꺼번에 빼내면 일본의 현 금융상황에선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그동안 일본의 상황이 긴박해지면서 눈여겨 보지 않았던 이탈리아까지 거론했으니 리처드도 정보력을 동원해서 돌아가는 정황을 알아보게 될것이다.

“이제 마지막 준비를 하도록 하시죠.”

리처드가 재무장관의 자리에서 물려날 타이밍이 되었다. 오랜 장관 생활로 피곤을 호소하던 리처드를 잡아둔 건 규태였다.

지금처럼 아시아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최측근이 재무장관자리에 있어야 이번처럼 쓸데없는 짓을 막아 줄 수 있었다.

“다행이로군. 그래 이젠 그만둘 때도 됐지.”

“나가기 전에 가이트너는 확실하게 날려버려요.”

차관인 서머스는 몰라도 실무책임자인 가이트너는 이번 기회에 정리를 하는 게 좋았다.

가이트너는 국제금융국장 자리에서 물러나 뉴욕은행 총재를 지내다가 재무장관 자리까지 오른다.

그의 출세경로를 보면 대충 배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규태와는 앞으로도 좋은 사이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알았네. 그녀석만은 꼭 손봐주도록 하지."

규태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그러자고 하는걸 보면 이번 일에 얼마나 리처드가 가이스너를 못마땅하게 여겼는지 알만했다.

"일이 끝나면 다시 만나죠."

"그래 이번 일이 잘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군. 더이상은 곤란해."

***

임장렬 재무장관이 IMF의 자금지원을 요청하면서 한국은 IMF의 관리체제에 들어갔다. TV로 발표를 듣고 있던 규태가 기다리던 신호를 보냈다.

“GO”

다음은 일본? 아시아위기의 증폭

「일본이 위험하다!」

「물린 자금이 천억 규모,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자금은?」

「터무니없는 일본의 요구, 무제한 엔 달러화 스왑요구 재무부 거절」

다음날부터 미국의 일간 신문들이 하나같이 일본의 금융위기를 떠들었다. 일본까지 경제위기에 몰리지 않을 거라 낙관하던 백악관이 발칵 뒤집혔다.

그와 동시에 일본에 투자되어있던 해외자금들이 일제히 탈출을 시작했다.

니케이 지수가 전후 최대 폭인 670엔이 하락하며 15,000선이 달랑거렸다.

일본발 세계공황의 우려가 지면을 장식했다.

일본지원을 앞장서서 주장하던 재무부 강경파의 목소리가 거짓말처럼 소멸했다.

월가도 일본까지 금융위기에 휘말린 것을 당혹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디까지나 아시아에서 제한된 금융위기를 만들어서 이익을 보자고 시작한 일이지 지금처럼 세계가 공황에 빠져들 위험까지 감수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일본에 투자한 자금이 많은 대형투자은행들의 처지가 아주 곤란해졌다.

“이게 자네들이 말하던 제한된 금융위기란 건가?”

잔뜩 화가 난 대통령이 백악관에 소집된 참모들에게 호통을 쳤다.

일본의 사정은 시시각각 악화되었다. 문제는 자칫하면 미국도 일본의 위기에 함께 묻혀갈 뻔 했단 사실.

경제보좌관 루빈과 그를 추종하던 재무부의 일각에서 주장하던 일본과의 무차별 스왑이 이루어지기 망정이지 잘못하면 정말 골치 아픈 상황으로 빨려 들어갈 뻔했다.

미국정부의 의견은 아시아의 경제위기를 대처하는 방법에 따라 정확하게 두 쪽으로 나뉘었다.

비둘기파의 대표 격인 재무장관 리처드가 대통령의 호통에 입을 어렵게 열었다.

“문제는 이게 일본에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거네. 이탈리아가 흔들리고 있어.”

규태가 언질해준 이탈리아의 상황을 살핀 리처드는 경악했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일본 다음에는 이탈리아였다.

“......”

“제기랄! 또 뭐가 문제인데?”

“정치적으로 총리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리라화 매도가 강해지고 있네. 알다시피 이탈리아는 공공부채 문제가 심각하지 않나. 이런 식으로 상황이 악화되면 위기가 유럽으로 건너갈 수도 있단 말이야.”

“그건 안 돼! 유럽이 흔들리면 미국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어! 무슨 수를 쓰던 이번일은 빨리 마무리를 하도록 해!”

대통령의 말은 단호했다.

“불장난을 시작했으니까 끄는 것도 시작한 사람들이 알아서 하게. 이일을 책임지지 못하면 각오들 단단히 하라고! 다시 말하겠네. 이번일을 끝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누구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나오자 처음에 월가의 뜻에 따라 총대를 메고 나섰던 경제보좌관 루빈이 두 눈을 감았다.

「피의 월요일! 일본 이탈리아 증시 동반 폭락, 뉴욕증시의 하락세도 지속」

「블러드! 블러드! 블러드! 세계증시 폭락,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도 위태!」

「아시아에서 유럽, 그다음은 미국?」

***

느긋하게 제한된 불을 질러 아시아를 털어먹겠다는 월가의 시도는 뜻밖에 불길이 유럽과 미국을 향하자 난리가 났다.

“이제 어떻게 할 거요? 이탈리아에서 우리가 본 손해가 얼마인지 아시오.”

모를 수가 없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이야 이탈리아 투자비중이 작지만 프랑스와 영국, 독일의 은행들은 달랐다.

유럽통합이 다가오면서 각국정부의 은밀한 독촉에 따라 은행들은 이탈리아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프랑스의 대형은행인 크레디리요네가 휘청 이면서 이탈리아 경제위기가 프랑스로 옮겨갔다.

이를 막아야 할 프랑스 정부는 알렝 쥐페 총리의 부정자금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어서 여야가 차기총리 지명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제기랄 일이 왜 이렇게 번지는 거야! 분명히 한국까지 털어먹고 마무리를 짓자고 하지 않았소.”

“이렇게 판이 흘러가면 우리는 빠질 수밖에 없소이다.”

도이치방크의 부총재 놀팅이나 파리국립은행의 투자담당 부사장인 쟝 로랑은 당장이라도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 것 같아 안절부절못했다.

“조금만 참아봅시다. 아직 위기가 시작된건 아니지 않소.”

투자자금을 당장 뺄 것처럼 구는 유럽계 투자자들을 월스트리트를 대표하여 자리를 한 퀀텀 펀드의 CFO 빌리 아이스너가 달랬다.

그역시 속으로는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유럽자금의 이탈은 치명적이다. 아직 제대로 수익을 거두지도 못했다.

막 식탁을 차려놓고 식사를 맛있게 시작하려고 하는 판인데 집에 화재가 난 꼴이다.

이 자리에 나오기 전에 드라켄밀러에게 단단히 주의를 받앗다.

혹시라도 투자자금을 빼려는 뜻을 보이면 반드시 막으라고 말이다.

홍콩에 물려있는 자금을 빼면 퀀텀 펀드에는 엄청나게 손해였다.

드라켄밀러와 소로스는 다른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일이 계획대로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아이스너도 의문이었다. 그만큼 주변의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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