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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138화 (138/220)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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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올까요?

팔로알토의 겨울이 찾아왔다.

그래봐야 한국으로 따지자면 가을 날씨였지만 연말로 달려가는 주변 분위기는 여느 해보다 밝았다.

“올해는 어떻게 하신 답니까?”

매년 겨울이면 어김없이 가족들이 함께 로스앤젤레스에서 보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연례행사처럼 정해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문제가 없지만 할머니의 건강이 문제였다.

장시간 비행기를 탈 체력이 되지 않으면 전용기라고 해도 모셔올 수가 없다.

“오신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행이네요. 할머니 건강은?”

“할머님의 건강이 나쁘지가 않답니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서 의사와 간호사들과 함께 오신다고 합니다.”

“에효, 골치가 조금 아프겠네요.”

“그러기에 거기서 왜 둘이 사귀는 사실을 들킵니까.”

캐서린과 함께 LA레이커스의 경기를 보러간 것이 원흉이었다. 매직존슨과 카림압둘 자바의 시대가 끝나면서 빛나던 LA레이커스의 영광도 저물었다.

LA다저스를 사들여 커다란 성공시대를 이끌어낸 규태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레이커스 팬들은 저마다 사심을 들러냈다.

혹시라도 규태가 레이커스를 사들여서 리빌딩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으로 들떴던 팬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경기를 구경했지만 내용은 좋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파파라치들이 캐서린과 규태가 경기장에서 손을 잡은 모습가지 찍으면서 일이 커졌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로 알려진 규태의 연인이라는 타이틀로 보도가 나가면서 삽시간에 주요언론에서 캐서린과 규태의 사이를 다루었다.

한국도 이때다 싶었는지 미국신문들의 보도를 그대로 지면에 올리면서 두 사람의 연애를 가족들이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 가족들이 모두다 이번 LA행에서 캐서린을 만나보길 기대했다.

사귄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사코 거부했지만 할머니가 캐서린을 너무나 보고 싶어 한다는 말에 규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할머니가 살아계실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꾸준히 주치의에게 건강을 체크받고 있지만 수명이 다해가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가 없다.

“들키기는 누가 들켰다고 그래요. 둘이 있는 사진을 찍어가는 파파라치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못한거죠.”

규태가 투덜거려봐야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좀처럼 여자관계에 대해서는 말이 나오지 않았던 규태의 애정문제였기에 황색신문들이 신이 났다.

“그래도 좋은 건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영화에 투자하면서도 여배우들과 스캔들이 나지 않으면서 성정체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번기회에 모두 해결이 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뒷말 많은 동네가 월가하고 할리우드다.

이 두 곳에서 규태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

이상한 소문이 나는 것은 고사하고 본적도 없는 연예인들과 염문설이 나오기도 하는 아니 땐 굴뚝에서도 연기가 폴폴 나는 동네가 이 두 곳.

“레이커스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레이커스의 경기가 있는 더 포럼을 데이트 장소로 선택하면서 규태의 레이커스 인수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왔다.

규태도 마음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80년대 5번의 파이널에서 승리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던 레이커스지만 이제 플레이오프도 버거운 상태까지 몰락했다.

하지만 이제 내년에 코비 브라이언트라는 신성이 출현하면서 서서히 리빌딩의 가닥이 잡혀나가기 시작한다.

“제리 부스가 팔겠데요?”

“1억 5천만 달러 정도면 매도할 뜻이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의외였다. 제리 부스는 79년에 레이커스와 킹스를 7,000만 달러에 인수해서 죽을 때까지 구단주로 있는 사람이었다.

다저스를 인수한 가격을 생각하면 부스가 팔겠다는 가격은 상당히 비싼 값이기는 했다.

킹스야 규태가 아이스하키를 좋아하지도 않으니까 열외로 친다고 해도 80년대의 영광 어쩌구해도 현재는 시카고 불스에 밀려 과거의 영광에 연연하는 팀이 되었다.

“더 포럼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거기는 슬럼가잖아요. 부르는 가격을 다주기는 그러니까 1억 2천까지 조정 해봐요. 그 가격이면 사겠다고.”

레이커스의 홈구장인 더 포럼은 부동산가격이 낮은 잉글우드지역에 위치해있고 주변에는 슬럼가가 형성되었다. 나중에 2010년이 넘어서야 개발이야기가 나오는 LA에서도 땅값이 싼 곳에 지어진 더 포럼의 자산 가치도 낮았다.

거기에다 조던이 돌아오면 또다시 시카고 불스가 98년까지 파이널을 독점하게 된다.

이득을 생각하면 절대 사면 안 되지만 제리 부스가 팔겠다면 못 살 것도 없는 정도.

시카고 불스의 인수를 원했지만 구단주가 절대로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기에 팔의사를 비친 레이커스의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

가족들이 LA로 오는 날은 마침 하늘이 맑았다. 기온도 적당해서 가족들을 반겨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 오늘 어때요? 괜찮아요?”

“좋아요. 예쁘다니까요. ‘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자신의 옷매무세를 살피는 케서린의 모습을 보며 코치를 해주던 규태는 가족들이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환하게 웃으며 달려갔다.

호기심이 가득한 가족들의 시선에도 캐서린의 태도는 당당했다.

캐서린은 처음 보는 할머니와 다정하게 끌어안고 볼 인사를 나누었다.

키가 큰 캐서린에게 할머니가 안기는 모양새여서 당황스러울 법한데도 할머니는 캐서린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도 볼 인사를 하자 두분은 꽤나 당황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눈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 캐서린이 가족들이 내린 전용기를 타고 떠날 시간이 되엇다.

규태와 가볍게 포옹한 캐서린이 게이트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규태도 가족들이 미리 타고있는 차로 들어갔다.

가족들과 함께 벨에어 집으로 향하는 차안이 떠들썩했다.

“우리 손자며느리 후보가 참 곱구나.”

만족해하시는 할머니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영 탐탁치 않은 표정이었다.

“엄마는 캐서린이 안 좋아?”

“내가 전에도 이야기 했잖니, 난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이 좋다고. 내가 영어도 잘못하는데 미국여자라니.”

“어쩔 수 없지. 여기서 아들 녀석이 살고 있는데 미국 땅인데 한국여자만 고집하면 쓰나.

캐서린을 보자마자 슬그머니 엄지손가락을 든 아버지는 규태의 편이었다.

“난 찬성! 오라비가 어디 저런 여자를 만날 수나 있겠어.”

“나를 어떻게 보고, 나좋다는 여자가 할리우드에 널렸어. “

버럭 규태가 화를 냈지만 여동생은 코웃음을 쳤다.

“할리우드에서 오빠 좋다는 여자라고 해봐야 머리가 빈 애들이지 뭐. 오라비가 뭐 볼게 있다고 돈을 보고 좋아하기는 하겠다.”

오랜만에 만나는 여동생이 규태의 뼈를 때렸다.

“막내가 보내준 자료에 의하면 캐서린이 스탠포드를 나왔데.”

“어머나 정말이니?”

어머니는 캐서린이 나온 대학이름에 껌뻑 넘어갔다.

“그렇다니까 오빠 주제에 어디서 저런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미녀와 사귈 수나 있겠어. 막내가 그러는데 벤처업계에선 알아주는 투자자래.”

남매지간은 전생에서 원수가 만나는 사이라더니 여동생의 행동이 딱 그랬다. 여동생의 깐족거리는 모습에 불뚝 화가 치밀어 오른 규태였다.

“야! 넌 네 남편이나 보고 말해.”

“아니 형님, 왜 가만히 있는 저는 걸고 들어가세요.”

엄한데 불똥이 튄다고 처음으로 전용기를 타고 미국 땅에 도착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매제가 펄쩍 뛰었다.

“야! 김미려, 말을 똑바로 하라고 너 결혼할 때 힘이 돼 준 나한테 뭐? 주제?”

여동생이 결혼할 때 집안에서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가장 힘이 돼 준 사람이 규태였다. 집안에서 목소리가 가장 큰 규태가 찬성하자 어렵지 않게 여동생이 결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뒤통수를 때리다니!

“니들은 오랜만에 만나서 또 왜 싸우고 그러니. 조용히 하지 못해!”

어머니의 호통 한방에 차안이 조용해졌다.

젊었을 때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집안에서 제일 크더니 세월이 흐르면서 가정의 주도권은 어느 사이 어머니에게로 넘어가 있었다.

시집간 여동생도 재벌이 된 규태도 어머니의 호통 한방에 목을 움츠렸다.

“호호호, 이제 어멈이 소리치니까 아이들이 꼼짝도 하지 못하는구나.”

할머니의 웃음소리까지 나오자 규태와 여동생 미려는 더욱 싸울 수가 없었다.

눈치를 보며 서로 옆구리를 치며 조용히 싸우는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머니가 혀를 찼다.

“두녀석 다 나이는 어디로 먹는 건지. 이제 다 큰 놈들이 뭐하는 짓이니. 잘하는 짓이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은 자식들의 사이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어머니의 얼굴에는 미소가 맺혔다.

그러다가 생각이 난건지 규태에게 물었다.

“캐서린은 어디로 간거니?”

“오늘 벤처사 경영진과 미팅이 있어서 뺄 수가 없었다나봐요. 공항에 나온 것도 조금은 무리한 거예요. 타고오신 전용기를 타고 텍사스로 갔거든요.”

“바쁘게 사나 보구나.”

“벤처투자자들은 할 일이 많습니다.”

월스트리트보다 벤처투자자들이 할 일이 많았다.

주로 상대하는 벤처기업들은 대부분 자금이나 영업이 달리는 회사가 많았다. 돌발 상황도 많이 생겨나서 300개가 넘는 회사들을 하나하나 상대하기가 버겁다.

캐서린의 업무는 옆에서 지켜보는 규태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업무강도가 높았다.

일이 많아지면 파트너들에게 넘기고 업무를 조절하는 게 보통이지만 캐서린은 달랐다.

투자한 회사들마다 캐서린을 찾는 기업들이 많아서였다.

“바쁘게 살면 좋은 거지. 그런데 결혼해도 바쁘면 어떻게 하니? 아이도 낳아야 할 텐데.”

“엄마! 이제 막 사귀기 시작했는데 무슨 결혼이야기야.”

“이 계집애가 네 오빠 나이를 생각해봐라 이젠 서른도 넘었어. 거기에 캐서린은 나이가 네 오빠 보다 많잖니! 빨리 결혼해서 애를 낳아야지.”

어머니도 어쩔 수 없이 사귀기만 하면 결혼과 아이 문제와 결부시키는 전형적인 90년대의 부모였다.

“결혼은 천천히 할 생각입니다.”

규태가 딱 잘라 말하자 어머니와 할머니도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셨다.

벨에어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들 먼 길을 날아오느라 힘이 들었는지 쉬러 들어갔지만 매제는 달랐다.

“왜 나한테 할 말 있어?”

순하게 생긴 매제를 보았다. 여동생과 동갑이라서 규태를 친근하게 형처럼 따르던 녀석이었다.

7급 시험을 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서 자리를 잡았지만 행정고시 출신도 아닌 탓에 어머니가 결혼할 때 반대를 했었다.

“아니, 그게......”

“지금 있는 자리가 힘들어? 그러니까 내가 말한 자리를 받아들이라니까.”

매달 받는 급여가 많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직장이었다.

돈이야 규태가 여동생 모르게 찔러 주어서 크게 부족함이 없을 터였다.

전생의 경험으로 볼 때 매제는 딴 짓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같은 공무원 출신인 부친의 도움을 받아서 큰 어려움이 없는데 이렇게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는걸 보며 규태가 의아하게 생각했다.

“직장이야 다 그렇지 않습니까. 지난번에 형님이 저한테 한 제의는 아무래도 거절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돼서요. 저한테 자리를 만들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아직은 제 역량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거? 걱정하지 마. 하지만 언제라도 생각이 바뀌면 이야기하라고.”

원래 생에서 규태가 살면서 몇 안 되는 믿을 수 있던 사람이 매제였다. 그래서 황규철의 밑에서 일을 배워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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