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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137화 (137/220)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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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올까요?

“네가 볼때는 어떤 것 같아?”

“100%야, 저 녀석 속마음을 숨기려고 했지만 내 눈을 쉽게 피하기는 힘들지.”

다른 일에는 몽상가에 허당끼가 넘쳐흐르지만 규태의 말 하나하나를 분석하면서 속뜻을 알아내려는 너드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게 몇 년째던가.

마크도 인정하는 규태 전문가가 제리였다.

“흐흐흐, 이거 내가 찍은 정치인이 대박인거 맞지?”

“그래, 규태 녀석이 어떻게 아는지 몰라도 네가 찍은 정치인이 나름 쓸 만하기는 한 것 같다. 오바마라는 말이 나오니까 엄청나게 흥분하던데.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인물인데 말이야. 이번에는 나도 정치인을 후원해 볼까? 캘리포니아에 있는 정치지망생을 알아봐야겠어. “

“너도 한번 주위에서 추천해주는 사람을 알아봐라, 나하고 뜻이 맞는 정치인을 키우는 것도 재미가 있는 것 같아.”

두 사람은 젊은 나이에 돈이라면 벌만큼 벌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부가 자신들에게 들어올지도 대충은 감을 잡고 있었다.

성공한 젊은 벤처기업가들로 유명세를 타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쪽으로 흘러갔다.

“민주당에서 쓸 만한 신인이 나와서 반가운 데다 앞으로 전망까지 밝다니 후원할 맛이 나겠는데.”

실리콘 벨리의 정치기류는 아무래도 공화당보다는 민주당편이다.

제리도 정치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수중에 돈이 쌓이니 나름 정치가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자주 티격태격하기는 하지만 마크와 제리의 정치적인 성향은 비슷했다.

아쉬운 건 마크가 추천한 정치지망생이 캘리포니아 주의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제리가 규태에게 가진 불만은 공화당의 인물까지도 후원한다는 것이다.

“저 자식은 왜 아들 부시를 지원하는거야. 난 별거 아닌 걸로 보이던데.”

“나도 정확하게는 몰라. 그래도 사람은 괜찮아 보이던데.”

호기심에 규태와 함께 텍사스로 가서 부시를 만나고 온 적이 있는 마크였다.

“정치적인 배경이 크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녀석도 장래성은 있어 보이지?”

“아마도. 나도 석유기업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모르지.”

이미 텍사스 주지사의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에게 장래성이라니까 우습게 보일수도 있지만 두 사람은 진지했다. 아무래도 정권이 공화당으로 바뀐다면 후보 중의 하나가 조지 부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짐작해보는 정도였다.

사업이 커지면서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서 막대한 이익을 볼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서 민주당이 조금 더 실리콘 벨리 쪽에 친화적이었다.

제리와 마크도 민주당의 지지자들이었다.

“이번 선거에도 클린턴이 이기겠지?”

“당선확률이 제일 높긴 하지.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에도 마땅한 상대가 없잖아?”

빌 클린턴은 정치적인 운을 타고 난 사람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하고 기세를 높이던 아버지 부시를 물리치고 대통령이 자리에 오른 것도 모자라 재선가도를 달릴 때는 상대편에 마땅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서 손쉬운 재선이 예상되었다.

이상하게도 잘생긴 얼굴에 젊은 클린턴은 난봉꾼 이미지이지 이면서도 대중적인 인기가 높았다.

그가 대통령이 된후 미국경기는 오랫동안의 불황을 끝내고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중이었다.

시간을 내서라도 마땅하게 지원할 정치인이 없는지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치이야기를 잠시 나누던 두 사람은 이내 자신들의 나이와 어울리는 주제를 찾아냈다.

“이번이 처음이지? 규태가 여자와 사귀는 거 말이야.”

“내가 알기로도 처음일걸? 한국에서도 여자랑 사귄 적이 없다고 했으니까.”

“내가 알기로도 그렇다. 이상하게 규태 녀석은 노인네 냄새가 난단 말이야.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만날수록 나이 먹은 할아버지처럼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

제리의 말에 마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규태가 그런 면이 있지. 그래서 난 두 사람이 어울린다고 생각해. 불같은 성격의 캐서린을 감당할 사람은 규태밖에 생각나지 않더라.”

“케서린도 그래서 규태한테 끌리는 건가? 너도 처음에는 캐서린 외모만 보고 좋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진저리를 쳤잖아.”

마크가 제리의 말에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제리의 말처럼 처음 캐서린을 보고는 반해서 온갖 호들갑을 떨었던 마크였다.

“넌 그 여자하고 잘돼가냐? 이름이 뭐더라? 야마카키?”

제리는 일본출신의 여직원과 한참 잘 되고 있는 중이었다.

“야마자키! 사람이름을 함부로 바꿔 부르지 말라고.”

“일본이름은 어려워. 규태 이름도 어려웠다고. 이젠 제대로 부를 수 있지만 한참 헤맸다니까.”

“그래서 아시안들이 영어이름을 새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지. 내 원래 중국이름도 넌 들으면 기억 못할걸. 알려줄까?”

어림도 없다는 듯 마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필요 없어, 나한테 넌 그저 제리야. 하여간 둘이 잘 되는 거 맞지? 둘이 다정하게 팔로알토시내를 지나가는걸 봤다는 증인들이 쏟아지고 있어.”

“내가 범죄를 저질렀냐? 증언씩이나. 하여간 잘 되는 건 맞아. 조만간 일본에 인사를 드리러 갈 생각이야.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아서 그렇지.”

작년 한해 주춤하던 야후의 사업은 미친 듯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ISDN으로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용인구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광통신을 전국에 까는 사업은 아직 사업비 문제로 지지부진했다.

“속도를 높였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높아지겠지. 규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니까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계속 나아질 거야.”

그렇게 한참을 떠들던 두 사람이었지만 시계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고는 뿔뿔이 흩어졌다.

돌아가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캐서린과 사귀기로 했다면서?”

규태와 캐서린이 만나기로 했다는 소문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워싱턴에서 한창 바쁠 리처드까지 전화를 걸어왔다.

“엄청나게 한가한가 보네요? 재무장관이 이렇게 한가하게 남의 연애이야기나 하고 말이지요.”

비서를 통해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가 리처드가 늘어놓은 첫 번째 말에 규태가 슬쩍 짜증을 냈다.

“아하하, 그렇지 뭐, 자네도 알다시피 미국경제가 나쁘지 않게 흘러가고 있지 않나.”

“아주 잘 나가고 있지요.”

“그래서 크게 바쁠 일이 없다네.”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주변 환경이 얼마나 도와주느냐에 따라 고위직을 평판이 갈린다.

리처드가 재무장관 자리에 앉은 이후로 경제는 혼란에서 벗어나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그가 재무장관의 자리에 오른 다음 분기마다 발표하는 경제지표가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젠 충분하게 업무파악도 끝냈겠다 경제는 잘나가고 있겠다. 전화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여유가 느껴졌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왜 전화한 거예요? 안부전화를 한건 아닐 테고요.”

“하하하, 그래 사실은 클린턴이 한번 보자고 하더군.”

리처드의 말에 전화의 목적을 금세 알아차렸다.

“돈 달라는 소리로군요. 1년이나 남지 않았나요?”

“당사자 입장에선 1년밖에 남지 않은 걸세. “

규태는 혼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음 대선은 이제 1년 남짓 하게 남았으니 현직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서서히 준비하는 게 옳았다. 리처드가 재무장관의 자리에 있으면서 타이거 펀드가 직접적으로 본 이익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간접적으로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해야 했다.

“시간은요? 그쪽에서 정해주나요?”

“자네가 편한 시간을 알려주게. 되도록 맞춰보도록 하지.”

“그런데 꼭 대통령과 만날 필요가 있을까요?”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대충 알겠는데 클린턴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 않나?”

“여자에 미친 망나니죠.”

“끄응.”

캠프에 참가해 핵심 자리를 차지한 리처드다 보니 클린턴의 여자문제를 모를 리가 없었다.

타고난 친화력으로 대중정치인으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클린턴은 아칸소 주지사시절부터 여러 가지 여자문제를 일으켰다.

“힐러리가 보통여자가 아니니까 참고 있는거지. 하긴 힐러리도 야망이 넘치는 여자죠.”

규태가 혀를 차는 소리를 들으며 리처드가 변명을 늘어놓았다.

“대통령이 되면서 일으킨 문제는 없지 않나.”

“그랬으면 벌써 쫓겨났겠죠.”

“.......”

리처드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반론이 없었다. 사실 클린턴의 바람기가 언제 도질지 조마조마할 것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참겠지만.....”

더 이상은 말할 수가 없어 규태는 입을 다물었다.

재선에 성공하고도 르윈스키 스캔들에 휘말려 탄핵위기까지 몰리게 되는 클린턴이다.

규태가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클린턴에게 크게 끌리지 않는 이유였다.

그보다는 차차기에 과연 현부통령인 엘 고어를 밀어야 하는 건지가 고민일 뿐.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이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확실히 떨어지는 엘 고어였다. 사람이 너무 진지하고 재미가 없었다.

“그냥 캠프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할게요. 리처드가 적당한 금액을 말해주세요.”

이편이 규태의 입맛에는 보다 맞았다.

“그러지 말고 한번 만나보는 것도 좋아.”

자신의 멘토나 마찬가지인 리처드의 권유에 규태는 이마를 긁었다.

“클린턴이 뭐라고 하던가요? 특별하게 할 말이 있다고 하던가요?”

“최근 들어서 월스트리트에서 조금씩 압박을 주고 있네. 그쪽 사람들도 챙겨줘야 할 것 아니냐고 말들이 많아.”

월스트리트에서 전력을 기울이고 입법에 관심이 많은 법은 하나였다.

자신들을 제약하는 금산 분리법인 글래스 스티걸 법을 무력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될 것 같나요? 내가 볼 때는 힘들 것 같은데.”

“후원자들이 입을 모아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밀어붙이면 바뀔 수밖에 없지 않겠나.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저도 법이 바뀌면 좋죠. 타이거 펀드도 투자에 제약이 많잖아요. ‘

규태의 투자회사도 글래스 스티걸 법 때문에 많은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중에 월가가 휘청거리는 큰 해일이 밀려오려면 이법은 개정 돼야 했다.

상원과 하원에서 대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찬성한다면 개정가능성이 낮지 않지만 아직까지 여론은 법의 개정에 반대 입장이 강했다.

“여론이 문제지, 만약에 이 문제를 들고 나오면 반대여론이 들끓을 거야.”

“저는 나설 생각이 없습니다.”

현재 법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간절하게 원하는 것도 아닌 입장이다. 피해갈 방법은 널려있었다.

“당연한 소리, 그래서 나도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중립적인 위치를 잡고 있네. 하여간 한번 만나서 야기를 해보도록 하게. 특별한 일도 없지만 최소한 4년은 더 대통령의 자리에 있을 사람 아닌가. 엘 고어도 자네를 한번 보고 싶다고 하고.”

리처드가 강하게 말하자 규태도 더 이상 회피할 수가 없었다. 클린턴은 몰라도 엘 고어와는 초고속 인터넷망 사업 때문에라도 만나야 했다.

리처드와의 전화통화를 끝낸 규태가 곰곰이 생각했다. 클린턴과의 만남보다 그의 머리에 가득한 생각은 인터넷망 건설의 진행속도였다.

생각보다 초고속통신망의 연결속도가 느렸다.

‘그러보니 이제부터 월드컴이 날뛰는 시즌이로군.’

올해에 월드컴으로 이름을 바꾼 LDDS사는 미친 듯이 동종업계의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며 규모를 키웠다.

버나드 에버스가 월드컴의 대표로 취임한 해의 400만 달러 매출이 4억 달러까지 올랐다. 그리고 1999년까지 400억 달러로 매출이 올라간다.

겉으로는 잘나가지만 속 알맹이는 형편이 없었다.

외부에 발표된 재무제표만 믿은 은행의 대출과 투자은행의 회사채 인수로 규모만 불려나가는 좀비기업이었다.

실제로 해마다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고 기업 내부에 남은 현금은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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