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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132화 (132/220)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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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벤처

식사를 마치고 한참동안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조여사가 돌아간 다음에 규태가 마음에 담아두었던 사정을 물어보았다.

“피터 강이 만든 회사는 사정이 어때요?”

“피터 강은 인텔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 출신입니다. 최근에 회사를 나와서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작은 회사를 차렸습니다.”

“최근에 나오는 뉴턴의 판매량이 형편없을 텐데요?”

애플의 사장 존 스칼리의 야심작이자 최초의 정보단말기인 뉴턴은 100만대를 넘게 팔 것이란 예상과 달리 699달러란 비싼 가격과 큰 덩치, 부족한 필기 인식기능과 같은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며 3만대를 파는 것에 그쳤다.

매킨토시의 판매위축, 야심차게 만든 뉴턴의 판매부진이 이어지며 애플은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이었다.

첨단 기술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규태와 타이거 펀드가 실리콘 벨리에서 유일하게 투자하지 않는 회사로도 유명해졌다.

“피터 강의 회사에서 만드는 게 어떤 종류의 부품인데요?”

“그건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회사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는데다가 저희가 애플과 거래를 하지 않아서요. 전공이 피터 강이 인텔에서 하던 일이 그래픽 카드 쪽이라 그 분야의 회사일 것 같습니다.”

“하필이면 애플이랍니까? 거기 한참 회사사정이 좋지 않을 텐데요.”

규태가 머리를 흔들었다. 최소 97년까지 애플은 성장하지 못하고 침체기를 이어간다.

파워북 100이나 매킨토시 퍼포마(Macintosh Performa), 파워 매킨토시6100(Power macintosh 6100) 등의 제품을 출시하며 실적을 이어나갔지만 연간 70억 달러 수준.

확실한 캐시카우를 찾지 못해고 만들어내는 제품마다 판매에 실패하면서 회사의 자금사정도 좋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를 몰라내고 사장자리를 차지한 존 스컬리가 거듭된 실적부진으로 쫓겨난 이후로는 제대로 된 지휘탑도 없이 애플은 거친 풍랑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잠시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규태가 물었다.

“현재 애플주가가 얼마나 합니까?”

“지난번에 확인했을 때 10달러 정도였습니다.”

한때 마이크로 소프트와 함께 나스닥을 주름잡던 애플의 시총이 30억을 조금 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젠 그동안 외면했던 애플의 주식을 사들여도 될 때였다.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애플이야기가 나오면서 새롭게 투자할 회사도 기억이 났다.

“이제부터 애플과 함께 ARM, 퀼컴의 지분도 함께 인수하도록 하지요.”

영국의 ARM은 저 전력 CPU의 대표적인 회사였다. 애플이 만든 PDA 뉴턴에 사용된 CPU는 전부 ARM에서 만든 것.

기대를 많이 했던 뉴턴이 실패 했지만 회사의 사정은 나쁘지 않았다.

주주로 참여한 아콘컴퓨터의 사정은 좋지 않았다. 한때 영국의 애플이라 불릴 정도로 교육용 컴퓨터 시장을 장악하며 기세를 올렸던 회사였지만 컴퓨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유율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중이었다.

회사사정이 좋지 않으니 ARM의 지분을 인수하겠다면 크게 어렵지 않게 사들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대주주 VLSI 테크놀로지 쪽은 한결 사정이 나았지만 역시 눈앞에 큰돈을 흔들면 넘어올 확률이 높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ARM이다.

피처 폰에서 스마트 폰으로 휴대폰의 메인프라임이 이동하면 자연스럽게 저 전력 CPU의 수요는 늘어난다.

“ARM은 모르겠지만 퀼컴을요? 거긴 지금 파산설이 나오고 있는데요?”

“퀼컴이 개발하고 있는 CDMA기술이 상당히 뛰어납니다.”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GSM에 밀려서 아직 한나라도 기술이 상용화 된 나라가 없습니다.”

개발하고 있는 CDMA는 기술적으로 뛰어나지만 아직 제대로 제품화 된 예가 없는 게 문제였다.

미국의 주요 핸드폰 생산업체인 모토롤라까지 GSM을 이용하면서 CDMA의 미국 내 사용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CDMA서비스를 하려면 기존에 깔아둔 망을 걷어내고 새로 망을 깔아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 산경텔레콤에서 내년에 상용화를 할 겁니다.”

한국이동통신이 이름을 바꾼 산경텔레콤이 CDMA를 이용한 휴대폰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한국에서 상용화에 성공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CDMA를 사용하는 회사의 숫자가 늘어난다.

미국정부의 입장에서도 유럽회사들이 주축인 GSM보다는 자국기업이 개발한 CDMA의 보급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과연 성공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규태를 보좌하기 위해 첨단기술에 대한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던 오선한이었다.

주변에선 하나같이 CDMA의 전망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한국에서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아서 삼정전자와 산경텔레콤 모두 퀼컴의 주식을 매입하지 않았다.

“성공합니다. 이건 확실해요.”

규태의 단언에 오선한의 눈에 반짝하고 불이 들어왔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규태의 미래전망은 절대적이었다. 다들 성공 가능성을 의심하며 높게 보지 않는 CDMA의 상용화가 성공한다면 퀼컴은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었다.

그렇지만 오선한도 애플의 주식매입지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다.

“애플도 이제 그만 흔들려야죠. 막강한 구원투수가 등판할겁니다.”

“구원투수요?”

“창업자가 있지 않습니까?”

“스티브가 돌아온다고요? 이사회에서 용납을 할까요? 존 스칼리를 도와서 스티브를 축출한 이사회멤버들이 아닙니까?”

쫒겨나기 전에 스티브 잡스의 전횡은 실리콘 벨리에서도 아주 유명했다. 리사시리즈의 실패도 남의 말은 전혀 듣지 않고 자기고집만 부리던 잡스의 경영실패였다.

전횡을 막는 존 스칼리를 퇴출하려다 오히려 역으로 이사회에서 퇴출을 당한 건 스티브 잡스였다.

애플 이사회 멤버들이 스티브 잡스를 죽어라 싫어한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였다.

“애플은 난파선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물에 빠져 죽기 싫으면 아무리 잡스가 싫어도 다시 받아들여야죠.”

애플의 대주주들은 하나같이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는 상황, 블록딜로 대주주들과 접촉을 해서 사들이면 20%까지는 어렵지 않게 매입이 가능했다. 이 정도 지분이라면 애플 이사회를 장악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는 97년 되어서야 애플로 복귀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당겨볼 생각이었다.

“보스는 스티브를 싫어하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굳이 잡스를 애플 사장으로 복귀시키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빌 게이츠와 함께 IT산업 최고의 스타였지만 이 즈음에는 한물간 경영자로 여겨졌다.

애플을 나간 후 창업한 NEXT나 픽사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때는 전재산을 쏟아부은 픽사가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파산설에 휩싸이기도 했엇다.

막판까지 몰렸던 잡스가 되살아난 것은 95년 개봉한 토이스토리가 대성공을 거두면서였다. 토이 스토리 개봉 1주일이 지나면서 픽사가 기업공개를 하며 픽사의 지분 80%를 가진 스티브 잡스의 재산도 극적으로 불어났다.

이렇게 빛이 바래가던 스티브의 이름값이 토이스토리의 성공으로 올라가기는 했지만 굳이 다시 애플의 사장으로 올릴 필요가 있을지 싶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오선한을 보며 규태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야 했다.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후로 애플이 얼마나 눈부신 성장을 일궈내는지 설명할 수가 없었던 탓이다.

이럴 때는 그냥 강하게 나가는 게 제일이다. 직원들에게 하나하나 이유를 설명하려면 너무 피곤한 일이었다.

“나중에 세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라고 지시하는 이유는 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한인 벤처투자회사를 따로 하나 만들도록 하죠.”

“그건 필요성이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벤처 창업자가 투자를 받으려면 여러 가지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사람들은 성공한 벤처들만 보다보니 벤처의 성공률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성공률이 낮았다.

한인이 창업한 벤처 투자 자금을 받으려면 여러 가지로 불리했다.

“한인벤처투자는 오 실장이 담당하도록 하세요. 타이거 벤처는 덩치가 너무 커져서 제대로 지원을 받기 힘들 겁니다.”

타이거 벤처는 자잘한 회사에 까지 신경을 쓰기엔 너무 커져 버렸다.

규태의 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 오선한이었다. 성공가능성이 조금 낮더라도 한인들이 만드는 벤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라는 뜻이었다.

벤처펀드를 만드고 운영하는 실무는 오선한도 잘 모르지만 친한 강현에게 도움을 받으면 된다.

강현은 팔로알토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지만 캐서린처럼 미국전역을 돌아다니느라 좀처럼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지시를 받았으니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

95년 메이저리그에서 강팀은 세 곳이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단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앞서나갔다.

반대쪽인 내셔날리그에선 신시내티와 애틀랜타가 눈에 뜨이는 성격을 거두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다저스의 첫 번째 상대인 신시내티는 70년대 빅레드 머신이라 불리는 강력한 타격으로 월드시리즈를 두 번이나 제패한 강팀.

프랜차이즈 강타자인 피터로스가 도박에 관련되어 영구제명 당한 후에 침체를 면치 못하다가 90년대 들어서는 내스티보이스라 불리는 놈 찰튼, 랍 디블, 랜디 마이어스가 이끄는 불펜진의 맹활약으로 다시 한 번 부활했다.

랍 디불의 부진과 랜디 마이어스의 이적으로 내스티보이스가 해체되면서 예전의 위용을 잃었어도 어찌어찌해서 포스트 시즌까지는 진출했지만 막강한 전력을 갖춘 다저스의 상대는 아니었다.

1차전 선발로 나선 그렉 매덕스의 현란한 코너워크에 농락당하며 8:1로 승리.

2차전은 랜디 존슨의 강력한 슬라이더가 위력을 발휘하며 5:0으로 승리.

3차전은 서서히 완성형의 모습을 갖추며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패드로의 체인지업에 힘없이 7:2로 다저스가 승리를 거두었다.

마지막 타자를 특유의 커터로 잡아내며 두 손을 번적 치켜올리는 리베라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난 규태가 박수를 쳤다.

시리즈 스윕을 거둔 다저스의 다음상대는 원 역사에서 클리블랜드와의 월드시리즈에서 승리한 애틀랜타였다.

매덕스가 빠지면서 애틀랜타 판타스틱 3의 선발진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다저스와 마찬가지로 사이영상 수상자인 스몰츠와 글래빈을 완투펀치로 하는 강력한 선발진과 필요할 때마다 점수를 뽑아내는 타선을 갖춘 강팀이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가장 가까운 우승이 57년이었다. 이미 몇 차례 월드시리즈까지 올라갔지만 토론토의 전성시절과 부딪히면서 우승에 실패했다.

절치부심, 터너의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팀을 키웠지만 이번에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보기 드문 레전드 팀을 구성한 다저스가 앞을 가로 막았다.

콜로라도 로키츠를 3승 1패로 물리치고 올라온 애틀랜타는 타도 다저스를 부르짖으며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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