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26화 (126/220)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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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업

“그럼 어쩌려고? 회사를 인수하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

상업성을 따지자면 충분히 가능성이 보이는 회사였다.

“여기가 거래는 얼마 되지 않지만 내가 볼 때는 장래성이 있어보여.”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자꾸만 이야기가 반복되게 만들 거야?”

짜증이 나는지 목소리가 높아진 규태의 모습에 마크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어. 30%를 50만 달러로.”

그제야 규태는 억지로 구겼던 인상을 풀었다. 마크는 다른 건 좋은데 말을 자꾸 반복해서 하는 습관을 가졌다.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고 짜증이 난척 해줘야 말이 간결해진다.

“그런데 이건 야후에서도 하지 않나? 비슷한 것 같은데? "

“야후 마켓하고 비슷하기는 하지만 다르지, 그건 판매를 기업들만 허용하는 마켓이잖아. 내가 생각하는 건 소비자도 판매자가 되는 거라고.”

“네말대로 다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비슷할 것 같은데 굳이 이걸 새로운 아이템으로 하기는 그렇잖아?”

“사실은 그래서 고민이야.”

규태는 잠시 턱을 만졌다.

마크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아이템은 아니었다. 잘하면······

머릿속에서 떠오른 기억 때문에 규태는 다시 한 번 옥션웹을 자세하게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기억 속에서 이름을 떠올렸다.

ebay, 산호세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하는 이베이가 옥션웹이란 낯선 이름을 달고 스타트업한 것이었다.

‘이게 얼마까지 회사가 커지더라?’

나중에는 아마존이나 다른 경쟁업체들에 밀려서 성장이 둔해지지만 2,000년까지는 반짝거리며 빛나는 닷컴기업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규태는 마크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조금 아쉽게도 뒤로 밀려난 머리가 오늘따라 예뻐 보였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자신이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자 한걸음 뒤로 도망간 마크를 보며 규태가 차가운 코웃음을 날렸다.

“멍청한 소리를 하려면 아예 입을 닫아라.”

여자를 멀리하는 규태 때문에 회사 내에서 규태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헛소문이 퍼지기도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었다.

가끔 제리나 마크 녀석이 이걸 주제로 규태에게 기어오르는 모습을 보이면 차분하게 자근자근 밟아주었다.

바쁜 와중에도 여자 친구를 사귀는 제리와 달리 마크는 아직도 솔로였다. 그래서 규태와 함께 에스코트 서비스를 즐기는 동료이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들이 몰려드는 곳이 있다. 바로 할리우드.

배우가 되겠다고 부푼 꿈을 안고 몰려드는 젊은이들이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배우지망자들을 유혹해서 성업 중인 산업이 에스코트 업이다.

당연히 규태는 이전부터 에스코트 서비스를 가끔 이용하기에 잘 알고 있었다.

가장 뒤탈이 없는 이가 누구인지도.

아무리 규태가 사귀는 이가 없는 솔로라고 해도 에스코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불법이었다. 들키면 벌금내고 말겠지만 소문이 좋지 않게 나는 건 피할 수 없다.

결혼이 싫은 것이지 여자를 만나는 게 싫은 건 아니었다.

그래서 몰래 조심스럽게 이용하는데 마크가 알아버린 것이다. 자신이 주로 이용하는 에스코트 서비스의 전화번호를 넘겨주면서 몇 번이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신분보장과 비밀유지가 제일이라고, 파파라치에게 걸리면 뭐된다는 걸 귀가 아플 정도로 교육시켰기에 마크도 이제껏 큰 소문 없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었다.

규태가 마크의 얼굴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너나 나나 빨리 그거 이용하는 걸 때려치워야 하는데.”

“그러게 말이야.”

이건 마크도 규태의 말에 이의 없이 동의했다.

규태나 마크나 화려한 생활을 즐기는 파티피플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에스코트 서비스가 한두 번까지는 할 만한데 자주 하다보면 질리기 마련이었다.

서비스가 어떤 건지를 알고는 신천지를 만난 것처럼 매주 이용하던 마크도 시들했는지 시애틀로 떠나고 나서는 거의 이용을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자꾸 그이야기를 하면 우중충해질 것 같다. 일이야기로 돌아가서 나쁘지는 않은데 반짝거리지는 않는단 말이야.”

“그건 나도 인정.”

“내가 볼때는 말이야. 옥션웹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를 만드는 일보다 나은 아이템이 있을것 같아."

"좋은 아이템?"

마크의 눈이 반짝거렸다.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젊은 사내놈의 눈빛을 보는것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규태는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사업아이템을 꺼내들었다.

"전자 상거래를 할 때 사용하는 지불수단이 뭐지?”

규태는 이미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된 시기를 지나봤기에 어떤 지불수단이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지 알지만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은 마크였다.

“카드가 제일 쓰기 좋지만 사람들은 지불수단으로 수표를 많이 이용하더군.”

전자상거래의 제일 고객은 20대와 30대였다. 제일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10대들은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려면 부모의 카드나 수표를 사용해야 하기에 번거로 왔다.

“그래서 말인데 자체적으로 카드를 만들면 어떨까?”

“카드?”

“그래 자체적으로 카드를 발급해서 전자상거래에 이용하게 하면 되잖아? 카드발급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더라고.10대에게 카드를 발급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 차라리 선불카드를 만들거나 하면 어떨 거 같아? 내 생각에는 다양한 지불수단을 제공하면 10대들도 전자상거래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레이트!”

규태의 말에 마크가 손뼉을 쳤다. 전자상거래가 발전하지만 지불수단에는 수표나 우편환 같은 제도를 이용해야 해서 제약이 많았다.

비슷한 생각으로 지불수단을 다양화 하려는 시도가 생기고는 했지만 그들과 마크가 다른 게 하나 있다면 가지고 있는 자본의 차이였다.

카드를 발급하려면 자금이 엄청나게 필요한데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기업이 이걸 조달하기 힘들었다.

페이팔의 전신인 칸피니티(Confinity)가 이미 원래보다 빠르게 만들어졌지만 사업규모가 쉽게 크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다.

전자상거래의 규모가 크게 활성화 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회사의 규모가 작아서 신뢰를 얻지 못한 탓이었다.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는 벤처기업들 가운데 살아남는 기업의 숫자는 순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준비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 지불을 대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걸. 하지만 나중에 은행이나 카드회사와도 제휴를 하는 건 시간이 필요하겠지.”

마크의 말에 규태가 뺨을 긁었다. 이건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자본의 싸움이기도 했다.

처음 자본금을 얼마나 할지가 고민이었던 것이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규태였다.

“팀을 모아봐라. 너랑 같이 작업했다가 넘어온 친구들 놀고 있지?”

넷스케이프의 매각으로 마이크로 소프트로 넘어갔던 프로그래머들이 상당수 다시 마크와 함께 넘어왔다.

“OK 보스”

자신이 새롭게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마크의 목소리에 활기가 넘쳐흘렀다.

마크가 새로 만든 회사의 이름은 PGS(PGS; Payment Gateway Service)이었다. 전자결제지급대행이란 이름의 약자로 회사이름을 만들어 아주 직관적이었다.

뒤늦게 끼어 든 제리는 이름이 너무 성의가 없다고 불평을 터트렸다.

“너는 여기 왜 있는 거야?”

자신이 새롭게 시작한 스타트업에 제리가 끼어 든 것을 본 마크가 이마를 찌푸렸지만 제리의 말에 꼬리를 내려야 했다.

“PSG회사에서 만들 게 뭐지?”

“전자 지급결제대행서비스지.”

다 아는 이야기를 뭐 하러 다시 물어보느냐는 듯 마크가 시큰둥하게 반응하자 제리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게 만들어지면 제일 먼저 어디에 영업할거냐?”

“당연히 전자상거래 업체지! 그걸 말이라고!”

“지금 전자상거래 규모가 가장 큰 사이트는 어디?”

“제기랄 야후 마켓이지.”

“듣기 싫은 소리가 끼어든 것 같지만 하여튼 야후마켓이 제일 잘나가는 전자상거래 기업이지, 흐흐흐, 거기 대표가 누구일까? 누가 결정을 내려야 PGS가 만든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해줄까?”

제리의 말이 계속될수록 마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열심히 영업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라고.”

마크가 꼬리를 내리자 제리의 입 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잘들 논다.

마크와 제리가 투덕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규태의 속마음이었다. 두 녀석은 비슷한 시기에 규태와 함께 일을 해서인지 유달리 경쟁심이 높았다.

처음에 마크가 담당한 넷스케이프가 마이크로 소프트에 비싼 가격으로 팔려나가자 배 아파했던 제리였다.

지분 판매로 거부가 된 마크를 보며 제리는 경쟁심을 불태웠다. 그리고 야후의 상장이후로는 잘나가는 야후 때문에 둘의 입장이 바뀌었다.

회사의 판매로 시애틀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로 떠났던 마크가 돌아오면서 이 둘의 경쟁관계는 다시 시작이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영락없는 톰과 제리였다.

마침 제리의 이름도 같은 이름이 아닌가. 둘은 모르지만 회사 내에서도 둘이 함께 있으면 기대가 컸다.

규태의 눈에는 둘은 톰과 제리가 아니라기보다는 덤앤 더머에 가까웠다.

어차피 두 회사의 주인은 규태였다.

규태가 결정하면 자연스럽게 이용을 해야 하는데 뭐 하러 저렇게 싸울까 싶었던 것이다.

하여간 만나기만 하면 되지도 않는 일로 토닥거리는 사이지만 손발은 척척 맞았다.

처음 12명의 인원으로 시작한 PGS는 제리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회사를 만들고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이거 섭섭한데요? 우리만 빼놓고 이렇게 회사를 만들다니 말 이예요.”

규태와 마크가 함께 전자상거래 결제대행회사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달려온 사람은 캐서린이었다.

“빼놓긴 누가 빼놓았다고 그래요. 우리가 스타트업이지만 자본이 충분해서 벤처투자가 필요 없으니까 연락하지 않은 거지요. 10억 달러 자본금으로 시작하는 회사인데 외부투자가 필요하겠어요?”

PGS의 지분구조는 마크가 25%, 제리가 10%의 지분을 가져갔다. 나머지 65%는 당연히 규태의 몫이었다.

셋만의 자금으로 시작했기에 외부투자가 필요하지 않아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인데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캐서린이 냄새를 맡은 것이었다.

PGS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말도 되지 않게 규모가 커진다.

전자상거래 업체가 치열한 경쟁 때문에 수익성이 낮아져도 전자상거래대행업체는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이 올라간다.

IT버블이 붕괴되던지 말던지 회사의 장래는 탄탄대로.

당연히 이런 회사의 주식은 꼭 손에 움켜쥐고 풀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초장부터 경쟁자를 밀어버리고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자본금을 매우 높게 잡았다.

캐서린이 먹잇감을 바라보는 맹수의 시선으로 규태를 보았다.

“보스가 회사를 만들면서 10억 달러의 자본금으로 시작했으면 나중에는 100억 달러, 1,000천억 달러짜리 회사가 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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