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11화 (111/220)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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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펀 효과

「FOMC 금리 인상결정 0.25%인상.」

「충격의 금리인상, 금융시장 패닉, 추가적인 금리인상도 예고.」

- 이게 무슨 난리야, 진짜 금리인상한거야?

- 지금 임원들 난리 났다. 모여서 회의하고 대책 회의한다고

- 0.25면 얼마 되지도 않잖아.

- 바보야, 이건 시작이니까 그렇지, 다들 경기활성화 때문에 금리인상 없다고 넋 놓고 있다가 두드려 맞았잖아 앞으로 얼마나 금리를 올릴지 모르니까 난리들이지

- 진짜 미치겠네, 아까 보니까 채권시장은 박살났다. T Note 5년짜리 지금난리도 아니야.

- 먼 난리?

- 틱 움직임이 장난 아냐, 채권선물은 엄청나게 보수적으로 움직이잖아 그런데 단숨에 3% 움직였다.

- 미친!!

- 이건 주식시장으로 따지면 20%정도 폭락한 거라고 보면 되는 거냐?

- 그래, 블랙먼데이가 채권 쪽에 다시 온 거지.

- 그래서 채권파트 애들 얼굴이 하얗게 질렸구나.

- 모르긴 몰라도 이번에 파산하는 은행들 수없이 나올걸.

2월의 정기 FOMC에서 전격적으로 0.25%의 금리인상을 결정하자 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회의 시작 전까지만 해도 전혀 금리인상의 기미가 없었다. 다들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방심하고 있는 틈을 기습적으로 찌른 것이다.

당연히 미국 금융시장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이 미친 듯이 반응했다.

더군다나 1회성의 금리인상이 아니라 추가인상까지 예고함으로서 충격의 강도는 더욱 거셌다.

가지고 있는 채권을 팔겠다는 매도가 해일처럼 밀려들었지만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거센 채권시장의 충격파가 주식시장으로 밀려들었고 폭풍처럼 주가가 치솟아 오르던 주식시장의 기술주들이 다이렉트로 직격탄을 맞았다.

타이거 홀딩스의 담당자들과 함께 오랜만에 뉴욕으로 달려온 규태가 회의를 열었다. 긴장된 표정으로 FOMC 회의 결과가 발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은 회의결과가 금리인상이 발표되자 서로 끌어안으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금리인상이다!"

“만세!”

“겨우 0.25%야 조금 더 쓰지.”

“앞으로도 계속 올린다잖아.”

석 달이 넘는 시간동안 밤을 낮삼아 포지션을 구축하느라 전력을 기울였던 직원들이다.

그동안의 투자가 헛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충격파는 예상보다도 컸다.

평온하던 주식과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긴박해졌다.

회의실에 몰려 있던 직원들의 귀에 미친 듯이 울리는 전화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부터 전쟁 시작입니다. 준비한 플랜에 따라서 행동하세요.”

타이거 펀드의 책임자인 샨의 말이 끝나기 회의실에 몰려 있던 직원들이 우르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직원들이 자신의 전화기를 들어 통화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샨이 머리를 흔들었다.

“보나마나 여기저기서 자신들의 채권을 사달라는 연락일겁니다.”

여유가 있어 보이는 투자자를 찾아서 채권을 떠넘겨보려 안간힘을 쓰겠지만 이젠 한발 늦은 움직이다.

“누가 사주기나 하겠어요. 돈을 들고 있어도 기다릴 텐데요.”

앞으로도 금리가 계속 인상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채권시장은 매수자를 잃고 험한 길을 가야했다.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채권을 빼면 나머지는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려고 할 것이었다.

“안면이나 연줄을 동원해서라도 가진 채권을 정리하려고 할 겁니다. 들고 있으면 있을수록 손해니까요.”

제일 간단한 방법은 만기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간단하다. 하지만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 분명한 지금에는 빠른 매수는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장기투자자들에겐 지나가는 태풍이지만 단기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를 하는 이들과 금융권에는 연쇄파동이 일어났다.

“금리가 인상되면 채권가격이 떨어지는 군요.”

전문가들 틈새에 낀 오선한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식시장은요? 주시시장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금리인상발표의 충격파가 채 가시지 않아 달아오른 얼굴을 한 직원들의 시선이 주가 단말기로 향했다.

“미쳤군요!”

“제기랄!”

블룸버그 단말기에서 쏱아내는 주식정보는 빨간색 일색, 주가를 보는 직원들이 머리를 움켜쥐고 비명을 질렀다.

미리 금리인상을 눈치 채고 준비하던 타이거 소속직원들의 반응이 이 정도였다.

모르고 당한 이들은 아예 반응도 못했다.

한마디로 아비규환.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된 기술주에 국한 한다면 이건 블랙먼데이 때보다도 주가하락추이가 더 가팔랐다.

초반에는 매수세가 조금 붙었지만 금세 팔겠다는 세력만 남아서 주식하락을 부추겼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팔겠다는 의지가 담긴 매도 세력의 물결에 그나마 남아 있던 매수 세력은 태풍 앞의 촛불이었다.

“FOMC에서 금리인상이 결정됨에 따라 나스닥 100이 7%가 빠졌습니다. 87년의 블랙먼데이 이후로......”

“서킷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만 다시 하락추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TV 속 CNN뉴스를 통해 전하는 주식시장의 상황은 긴박하기 그지없었다. 매도하려고 아우성을 치는 시장대리인들의 모습이 여과 없이 방송을 타면서 TV속 뉴스의 관심은 온통 주식시장에 쏠렸다.

가장 심대한 타격을 받은 것은 채권시장이지만 채권시장은 일반인이 아니라 대형투자자들이 주로 거래하는 시장이다.

시청률이 지상과제인 TV뉴스의 중심이 개인투자가가 몰려있는 주식시장이 되는것은 당연했다.

소동은 한참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규태는 사무실에 앉아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루드 터너의 전화속 목소리는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어지간히도 고함을 질러댄 모양이었다.

가뜩이나 다혈질인 루드 터너가 이런 대규모 뉴스에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 이것 때문에 FOMC에 기자들을 보내라고 한 건가? 재미있을 뉴스가 나올 거라더니 진짜로 그렀더군.

“작년부터 루빈하고 앨런이 힘싸움을 좀 했거든요. “

- 루빈이 금리인하를 압도적으로 밀어붙였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5개월 동안 금리를 계속해서 내려 저금리를 유지했다.

“그동안 너무 일방적이었다고 생각안해요? 앨런이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 같더라고요. 거기에 연준내부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고요.”

뒤로는 어떤 말을 해도 실제로 금리 결정권한은 FOMC에 있다. 연준의 최고의 목표는 경기부양이 아니라 물가안정이었다.

- 이거 혹시?

“내부정보요? 아마 백악관의 리처드도 발표 전까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을 걸요.”

- ...하긴 내가 들은 정보로도 그렀더군.

“금리 인상은 전적으로 앨런의 결정이에요. 행정부의 압박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죠.”

- 앞으로 어떨 것 같나?

“추가적으로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6%선까지는 올릴걸요.”

- 이런 빌어먹을! 거기까지 올린다고?

“내 예상으로는 추가적으로 올 한 해 동안 계속해서 올릴 겁니다.”

한 두 번정도 금리인상으로 그칠 것으로 알았었는지 루드의 목소리가 심각하게 변했다.

- 진짜라면 앨런이 미쳤군.

“주도권이 자신에게 완전하게 넘어왔다고 느낄 때까지는 밀어붙일 겁니다.”

- 알겠네.

***

“마쓰오카! 엔화 매도는 계속할거야?”

달러 엔 환율이 1:100이 깨지면서 도쿄 외환시장매수세가 밀려들었었다.

1달러에 98엔까지 강세를 보이던 달러 엔 환율이 느닷없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뒤집어져버렸다.

빠르게 100엔을 회복한 것은 물론이고 거침없이 속도를 높여 110엔 선까지 치솟아 올랐다.

“120엔 선까지는 버텨 보겠습니다.”

“거기까지는 무리가 아닐까?”

“일본은행에서 너무 급작스런 환율변동 때문에 개입하려고 했다가 대정성에서 연락을 받고 시장개입의 보류결정을 내렸답니다.”

타이거 홀딩스의 일본지사 소속의 마쓰오카 고마키치는 도쿄대 법학부 출신으로 대장성을 비롯한 인맥이 풍부했다.

그의 죽마고우가 일본은행에 있다더니 빠르게 정보를 전달 받은 모양.

“진짜로 개입하지 않는다고? 경제계에서 난리를 칠 텐데?”

자국 환율이 약세 던지 강세 던지 예측불가의 움직임이 크게 일어나는걸 달갑게 여길 사업가는 없다.

“대장성에서는 이번 기회를 그동안의 경기침체를 탈피할 기회로 보는 것 같습니다.”

플라자 합의 후에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버블이 생겨났다.

부동산버블의 붕괴 여파로 일본경제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장기불황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생긴 일이다.

대장성으로선 이번 기회에 그동안 일본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던 엔화강세를 벗어

나고 싶어 했다.

마침 빌미는 미국 쪽에서 주지 않았나. 모처럼의 엔화 약세를 굳이 막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대충 일본정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이 가는군. 역시 보스의 예상대로야.”

타이거 재팬의 사장인 아라타 히로시는 규태에게 직접 받은 지시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엔화가 강세를 보일 때 그의 지시에 따라 타이거 재팬은 엔화를 지속적으로 매도했다.

은행과 투자은행들이 엔화강세를 하나같이 예측하고 엔화를 사들이는 판국에 유일하게 타이거 재팬만이 엔화를 매도하는 세력이었다.

솔직하게 아라타도 달러 엔 환율이 97엔까지 내려가자 엔화를 사들여 포지션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했었다.

워낙 엔화 매수세가 강해서 당장이라도 90엔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일 정도로 엔화가 강세를 보였던 탓이다.

달러 엔 환율에 투자된 타이거 재팬의 자금은 350억 달러, 여유자금으로 200억 달러를 남겨둔 것은 자칫하면 마진콜로 이어져서 반대매매라도 당할까봐 아라타가 조심스럽게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본사에서는 투자의 방향만을 지도할 뿐 구체적인 투자내역은 지사장의 몫.

조금 더 공격적으로 엔화를 매도했어야 했나 아라타가 후회를 했다.

“일단 110엔 선을 넘어가면 포지션을 조금씩 청산해 나가겠습니다.”

“내가 봐도 전고점인 130엔 선까지는 가지 못할 것 같아. 자네가 볼 때는 어때?”

“장기적으로 볼 땐 엔화 약세가 120엔 선에서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그이상은 일본은행이나 대장성으로서도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울 겁니다.”

환율은 정부의 의중이 절대적이다.

***

“리처드 그쪽은 어때요?”

“난리도 아니야, 앨런이 강펀치를 날렸군.”

금리인상이 발표되자 그동안 연락을 끊다시피 했던 리처드와 연락을 했다.

“잔뜩 벼르고 있었나 보죠.”

“제기랄 루빈이 멍청하게 당할 사람은 아닌데 너무 급작스러웠어.”

“그래서 어떻게 한답니까?”

“별수 있나, 미리 이야기가 된 것처럼 발표해야지. 연준과 백악관이 엇박자가 난 것처럼 보이면 그 땐 더 큰 후폭풍이 밀어 닥칠 걸세.”

“역시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는군요.”

“자넨 알고 있었나? 아니 연락을 하지 않은 걸 보면 확실하게 짐작은 하고 있었겠군.”

“전화로 할 이야기는 아니니까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를 하죠.”

가볍게 리처드와의 전화를 마친 규태는 미친 듯이 움직이는 채권금리선물과 주가를 보며 뇌까렸다.

‘이젠 가볍게 준비가 된 거 같네, 더욱 규모는 숨겨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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