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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102화 (102/220)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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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를 데려올까요?

노모 히데오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큰 화재를 일으키는 야구선수다. 90년에 프로로 데뷔해서 퍼시픽리그 신인왕과 MVP, 사와무라상까지 석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로도 93년까지 다승왕과 삼진왕을 놓치지 않는 특급투수였다.

사실 신문과 방송에 다저스가 노모와 접촉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선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크게 내켜하지 않았다.

다저스의 동아시아지역 담당 스카우터와 노모가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정도를 가지고 일본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것뿐이다.

“아가씨가 노모를 좋아하지는 몰랐네?”

“...그게요, 음... 있잖아요.”

금방 대답을 못하고 우물거리는 선영이를 대신해서 오빠 진영이가 날름 대답했다.

“잘생겼잖아요. 지난번에 도쿄 외갓집에 갔을 때 TV에서 보더니 빠져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네요.”

“그래서 다저스에 들러서 노모 선수 영입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염탐하려 했다?”

“아주 얼굴이 잘생긴 사람을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니까요. 노모가 뭐가 잘생겼다고.”

“이 바보가! 너보다 백배는 잘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던지는 게 재미있어서야. 이렇게 휙휙 하고.”

노모가 공을 던지는 독특한 폼을 흉내 내는 선영이를 보며 진영이 투덜거렸다.

“노모가 나보다 백배는 잘생겼다고 눈은 어디에 달고 다니냐. “

“내 눈에 그렇게 보인다. 바보 오빠야. 베에.”

“이걸 진짜 어이구 계집애라 손봐줄 데도 없고.”

혀를 내밀며 오빠를 약 올리는 선영이를 보며 진영이가 답답하고 화가 나는지 가슴을 쳤다.

남매가 토닥거리며 싸우는 모습을 보며 오장우와 히로스에가 따스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안타깝지만 노모를 영입하는 건 힘들겠는데요, 아가씨.”

“예? 왜요?”

“아직 일본프로야구 선수를 데려오려면 노모선수의 계약기간이 남았거든. 소속구단인 긴테츠 버팔로스에서도 놓아주지 않을 거고. 구단도 생각이 있다면 에이스를 쉽게 보내줄 리가 없지 않겠어.”

“그래도 TV에서는 가능할거라고 했는데.”

규태의 말에 풀이 죽은 선영이를 보며 규태가 말했다.

“일본사람들이야 자국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걸 지켜보고 싶겠지만 그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서 말이야.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들이 있단다. 하지만 가능하기만 하다면 나도 데려오고 싶지 실력하나 만큼은 확실한 선수니까.”

“그나저나 사무실에는 나가지 않으실 겁니까?”

조금 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오장우의 말에 규태가 정신을 차렸다.

“하하, 그러내요. 제리가 기다리겠는데요.”

“가보십시오. 저도 가족들하고 주변을 조금 돌아봐야겠습니다.”

“그럼 내일쯤에 연락을 한번 주세요.”

규태는 아이들과 손을 잡고 동네산책을 즐기는 오장우가족을 보내고 차에 올랐다.

“노모라 좋은 선수지, 주 무기인 포크볼도 충분히 70이상을 줄 수 있지만 하지만 폼이 너무 거칠어서 오래 던지기는 힘들지 않겠어?”

사무실에 출근한 규태가 제리를 만나 노모히데오에 대한 견해를 물었을 때 나온 대답이다.

이게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야구 전문가들이 보는 노모에 대한 보편적인 생각이었다.

뛰어난 실력을 보이기는 하지만 특유의 몸을 꼬아서 던지는 폼 때문에 전성기가 오래가기는 힘들 것이다.

“가능성은 어떨 것 같아?”

“데려오기는 힘들지, 구단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고 선수도 그렇게 간절하게 메이저리그를 원하는 것 같지 않다는 보고도 있고.”

실제로 스카우터의 보고서는 영입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었다.

“긴테츠가 막장 팀이잖아. 가능할 것도 같은데?”

“나도 팀보고서를 읽었을 때는 뭐 이런 팀이 있나 했다니까. 하긴 메이저리그에도 그런 팀이 없는 것도 아니고.”

89년 긴테츠가 퍼시픽리그에서 우승했을 때 구단주가 좋아하기는커녕 선수연봉이 오른다고 불평만 했다.

당장 규태가 선수들을 빼온 시애틀만 해도 긴테츠와 비등했다.

“노모도 개인 히스토리가 파란만장하잖아. 미국사람들이 이런 스토리를 좋아하지 않아?”

“히스토리를 보면 보통선수는 아니지. 들어오면 워크 에식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오사카출신인 노모는 야구명문인 PL고등학교 야구팀에 들어가려했지만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세이조우공고에 들어간다.

약팀에 들어간 탓에 고등학교시절에 단 한 번도 고시엔에 출전하지 못하고 프로야구선수로 지명 받지도 못했다.

할 수 없이 들어간 팀이 사회인 야구팀인 신일본제철이었다. 여기서 선배투수한테 배운 구질이 노모를 상징하는 포크볼이었다. 포크볼을 작창한 노모는 사회인 야구단에서 대활약을 거듭하며 마침내 일본 대표팀에 선발된다.

그리고 서울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이 되면서 언론의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올림픽 다음해인 89년에 드레프트를 신청, 초유의 8개 구단의 지명을 받아 제비뽑기에서 이긴 긴테츠에 입단한다.

전해에 우승한 긴테츠가 제일 마지막 순번이었는데 앞에서 뽑은 이들이 하나같이 꽝을 뽑아서 마지막으로 남은 팀인 긴테츠가 선발권을 가져간것이다.

그리고 첫해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18승, 287 탈삼진, 방어율 2.91을 기록하며 그해에 모든 투수와 관련된 상을 휩쓴 다.

독특한 그의 투구 폼으로 이름 붙여진 토네이도 같은 데뷔였다.

“노모를 데려와서 어느정도 성적만 거두면 일본시장을 넓히는 효과도 있고 말이지.”

일본마케팅이란 말에 제리의 표정이 달라졌다. 이제는 은퇴했지만 스크루볼을 던지는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를 시작으로 중남미 마케팅에 맛을 들인 다저스였다.

일본시장은 경제력만 따지면 세계 2위의 국가다. 성공하면 돈이 들어오는 속도가 중남미와 비교하기가 힘들 정도엿다.

“네 말처럼 돈이 되기는 하겠지만 정말 노모 히데오를 데려오는게 가능하기는 할까? FA로 일본선수를 영입하려면 10년을 뛰어야 하는데?”

제리는 박찬호를 영입하면서 한국에서도 살짝 돈맛을 보았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 출신이자 이미 완성된 투수인 노모의 영입에 성공하면 이들과 다른 커다란 경제효과를 불러올 것이었다.

부자 구단주 탓에 돈 걱정은 하지 않고 구단을 운영하지만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구단사장이자 구단주 대행인 규태야 어떤지 모르지만 단장인 제리의 입장에서는 노모의 영입을 바라는 게 당연한 노릇이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게 문제였다.

“지금이야 선수도 시큰둥하지만 내년에는 달라질걸.”

“뭐가 내년에 무슨 일이 생기는데?”

제리가 물었지만 규태는 쉽게 답해주지 않았다. 내년에 감독이 바뀌면서 지금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큰둥하게 여기는 노모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하게 된다.

아예 야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었다니까 지금부터 미끼를 던져놓고 있으면 낚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참동안 제리에게 시달린 끝에야 규태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게 가능해? 아무리 일본프로야구지만 에이스에게 폼을 바꾸라고 강요한다고?”

“일본프로야구니까, 아무리 에이스라도 감독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분위기거든.

거기에 다음 감독이 그 팀 출신으로 317승을 거둔 레전드라 할수 있는 일이겠지만.”

일본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덕장으로 불리는 오기가 지금 긴테츠의 감독으로 있지만 내년에는 팀을 옮기고 뒤를 이을 감독으로 스즈키 케이시가 이미 내정되어 있었다.

독특한 몸을 비틀어 던지는 폼을 교정할 것을 요구하는 감독과 정면충돌, 노모가 야구 은퇴를 선언하고 메이저리그로 건너오게 된다.

규태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건이 올해 발생한다. 일본프로야구의 대표 덕장이라 불리는 오기지만 혹사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연투와 완투를 많이 하는 노모가 어깨통증을 상담하자 지금까지는 부모가 준 어깨로 던졌으니 이제는 네 어깨로 던지라는 희대의 X소리로 하고 넘어갔다.

규태에게 일본야구에 대해 대충 들은 제리가 머리를 거칠게 흔들었다.

“진짜 어메이징하다. 어쩐지 60년대 이후로 일본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오지 않는 게 다 이유가 있었구나.”

노모가 온다면 64년에 샌프란시스코 자인언츠에서 뛴 무라카미 마사노리이후로 30년 만에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가 된다.

FA가 가능한 연수가 10년, 거기에 혹사를 밥 먹듯이 하는 일본프로야구의 특성상 투수는 전성기가 짧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시장은 탐나지만 현실적으로 쓸 만한 선수를 데려오는 게 불가능하기에 관심을 접어둔 상태였던 제리는 알면 알수록 마굴 같은 일본프로야구의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여기는 다를 것 같냐? 일본프로야구나 미국 프로야구나 다 똑같은 놈들이야.”

“뭐가 똑같아! 여긴 선수혹사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데드볼시대가 아니라고.”

발끈하는 제리를 보며 규태가 혀를 찼다.

“마이너리그는?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선수들을 꿈이라는 것 하나를 미끼로 착취하는 리그지?”

“선수들은 고생을 해봐야 한다고 그래야 워크 에씩이 살아나서 오래가지.”

“그게 무슨 구닥다리 소리냐. 쓸 만한 선수가 나오려면 잔뜩 고생을 해봐야 한다고? 실제로 통계를 내보면 쓸 만한 놈들은 일 이년이면 메이저로 올라가지 않아. 나머지가 올라올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냐?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는 승자승, 승자독식의 원리가 적용된다.

스타가 되면 엄청난 연봉을 받지만 마이너리그에선 저 연봉에 시달려야 했다.

규내는 이게 싫어서 마이너 리그 선수들도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 시설에 투자하고 복지에도 신경을 썼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복지가 너무 취약했다. 특히 의료비 문제가 심각해서 마이너 리그 선수 가족 중 누구라도 하나 아프면 선수 인생이 꼬인다.

“그이야기는 그만하자, 휴우! 내가 그걸로 다른 구단 단장들한테 시달리는 걸 생각하면.”

“다른 구단에서 그렇게 눈치를 주냐?”

“말도 말아라. 나를 아예 대놓고 역적 취급이다.”

규태의 지시에 따른 죄밖에 없지만 제리는 단장회의에서 왕따 취급이었다. 당연히 선수 트레이드에도 영향을 미쳐서 쓸 만한 선수를 데려오려고 해도 그쪽에서 거부하기 일쑤였다.

제리의 엄살에 규태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데려올 쓸만한 놈은 있고?”

“어...그게”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실 이제 다저스의 포지션은 거의 찬 상태였다.

모자란 부분은 산하의 마이너리그에서 쓸 만한 선수를 끌어와서 채우면 그뿐.

제리가 아쉬워하는 건 특유의 머니 볼을 하는데 원활하지 못해 아쉽다는 정도였다.

머니 볼이란 게 다른 게 아니라 타율이나 홈런같이 클래식 스탯이 높은 선수들은 비싸니까 출루율이라는 다른 기준으로 몸값이 낮은 선수들을 트레이드 해오는 것이다.

“사기꾼 같은 놈, 단장 질을 몇 년이나 했다고 이젠 구단주한테까지 사기를 치려고 그러네.”

“사기꾼이라니! 그게 친구한테 할 소리냐!”

한참동안 제리와 투덕거린 규태가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LA에서 제리와 이야기를 나눌 때 마음이 제일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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