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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101화 (101/220)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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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선물은 주식과 다르게 철저하게 제로섬 게임이다. 내가 따는 만큼 상대가 잃는다.

공매도가 제도화되고 활발해지면서 주식도 비슷하게 움직일 테지만 주식가격이 올라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해진다.

하여간 규태가 계획하고 있는 금리선물투자에 성공하면 이젠 방탄차로 바꿔야 할 판이다.

돈잃고 속 쓰려 하는 건 당연하고 이젠 본격적으로 규태를 손보려는 세력들이 득시글거릴 것이다.

규태가 가진 회사들은 모두가 다 철저하게 규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경제전망과 주가전망, 투자결정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이는 규태였다. 지분관계도 명확하게 규태를 중심으로 짜여서 규태만 사라지면 엄청난 살찐 고깃덩이가 하이에나들에게 떨어진다.

‘제기랄 이젠 외국으로 나갔다가 잘못하면 정말 미사일을 맞을 수도 있겠네.’

규태는 타이거 펀드와 리만의 투자현황을 살폈다.

타이거 펀드의 자기자본은 2,400억 달러를 넘어선지 오래, 돈을 맡긴 고객들의 자금까지 합치면 3,000억 달러를 훌쩍 넘어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4%짜리 국채투자만 한다고 해도 100억 달러의 이자가 그냥 떨어진다.

주식시장 침체를 예상하고 다 팔아도 팔지 않는 게 있으니 첨단기술주에 투자한 지분이다. 이건 절대 손대면 안 된다.

팔아먹고 나중에 다시 사면되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이건 내년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개인투자자라면 몰라도 타이거펀드처럼 막대한 물량을 가지고 있는 펀드들은 다시 사기도 엄청나게 힘들다.

타이거 펀드가 가진 마이크로 소프트의 지분은 8%, 증시가 암울할 때가 오히려 매입의 기회였다. 최소한 10%까지는 지속적으로 매입할 계획이었다.

오라클은 5%, 이건 어쩔 수가 없는 게 규태가 개인적으로 40%의 주식을 보유하는 바람에 시장에서 물량이 씨가 말라버렸다.

덕분에 1회차보다 오라클의 주가가 두 배는 높았다.

전반적으로 지난 생보다 이번에 기술주의 주가는 1.5배에서 2배정도로 비쌌다. 그만큼 규태와 타이거 펀드, 타이거 벤처, 리만 브라더스까지 가세해서 물량을 확보한 결과였다.

샨 나링햄은 백악관으로 떠난 리처드의 뒤를 이어 타이거 펀드의 후임사장자리에 올랐다.

지난번 타이거 펀드를 발칵 뒤집은 직원매수사건의 여파로 직원 둘을 해고하고 난 후 처음으로 하는 미팅이라 그런지 규태의 눈치를 심하게 보았다.

“그렇게 미안해하지 말아요. 직원들이 잘못한걸 샨이 왜 신경 씁니까?”

“그래도 제가 사장으로 있는데, 아무래도......”

“쓸데없는 소리 말고요. 채권은 누가 사갔습니까? 덩치가 커서 아무나 사기 힘들었을 텐데?”

“일본하고 사우디 쪽에서 사갔습니다.”

“아이고! 일본어디요? 사우디야 당연히 이라크전쟁으로 돈벼락 맞은 석유자금일테고, 일본 어디가 그렇게 돈이 많아요?”

“일본 연금에서 사갔습니다.”

아이고!

이거 당장 내년이면 엄청난 손해를 볼 텐데 불쌍해서 어쩌나. 어차피 대부분이 장기국채니까 손에 꼭 쥐고 있으면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

사간 놈이야 당장 목이 떨어지겠지만.

아닌가? 일본 애들이 일을 벌여놓고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들었으니 실무진 몇 만 목이 날아가고 그칠 것도 같았다.

“10년 만기 국채를 0.2% 할인해서 3.9%에 넘긴다고 하자 좋다고 와서 350억 어치나 사가더군요.”

4.1%에서 0.2나 할인해줬다면 엄청나게 깎아준 것이다.

이게 내년에 8%까지 올라가서 문제지.

하여간 일본은 규태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비슷한 상황인 독일은 신중하게 움직이는지 규태가 던진 미끼를 물지 않았다.

연금에 목을 매고 사는 일본국민들의 정신건강이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어차피 규태에겐 남의 일이다.

규태가 일본의 연금 받는 노인네들까지 신경 쓸 오지랖은 없었으니까.

“걱정되는 건 물량입니다. 아무리 금리선물시장이 크다고 해도 가진 현금을 전부 동원하면 시장이 깨질 겁니다.

금리 선물이 제일 활발하게 거래되는 시장은 시카고에 위치한 시카고 상품거래소(CME)다.

“준비된 현금이 전부 얼마죠?”

“펀드가 1,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쥐고 있습니다. 리만도 500억 정도는 만들었을 겁니다.”

“전부 2,000억이라? 이건 정말 자칫하면 판이 깨지겠는데요.”

거래상대방이 배 째라 파산해버리면 방법이 없다.

실제로 블랙먼데이때도 거래상대방이 파산해서 받지 못한 금액이 꽤 됐다.

잠시 고심하던 규태가 결정을 내렸다.

“펀드와 리만 모두 가진 현금의 반을 투자하죠.”

“나머지는 어떻게 할까요? 석유 쪽이나 금에 투자를 하면 어떨까요?”

샨의 말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지만 규태는 고개를 흔들었다.1900년대는 원자재 시장의 암흑기다. 금, 석유, 비철금속 할 것 없이 하나같이 가격이 장기간 바닥을 기었다.

원자재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건 2000년대 이후 중국이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부터다.

“아니요 원자재 쪽도 장기간 상황이 좋지 않을 거 같아요. 차라리 부동산에 투자를 하죠. 대형부동산 투자를 하고 자산유동화증권(Asset-Backed Securities)을 발행하는 방향으로 나가죠.”

“상업용이면 CMBS를 발행하면 되겠군요.”

막대한 자금을 부동산같이 현금화시키기 어려운 곳에 투자하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다. 이것을 보안하기 위해 하는 조치가 기초자산을 주식이나 채권처럼 만들어 쪼개 파는 것이다.

“장기간 침체되었던 부동산도 내년이후로 날아오를 겁니다. 그동안 투자하지 않았던 대형건물들도 이번 기회에 사들이도록 하지요.”

그동안 타이거 펀드는 자회사인 타이거 리츠를 통해서 부동산 투자를 했지만 커다란 매물은 손대지 못했다.

규태의 이번 지시는 그런 제약을 푼다는 소리.

“그러면 록펠러 센터는 어떻습니까?”

“록펠러 센터가 매물로 나왔습니까? 아무리 어려워도 미쓰비시가 그걸 내놓을 리가 없는데?”

1989년 미쓰비시가 2,200억 엔에 록펠러 센터를 인수하면서 크게 화제가 되었었다. 19개 건물이 저층으로 연결된 록펠러 센터의 인수는 재팬머니가 미국을 침공한 상징이었다.

“뉴욕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고 영업이 어려워서 조만간에 파산법원으로 갈 것 같단 소식입니다.”

아무리 커다란 금액을 투자했어도 제대로 영업을 해야 굴러간다. 들어와야 할 임차인이 없으면 부동산 투자자는 방법이 없다.

그만큼 미국인들의 재팬머니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소리였다.

“나쁘지 않네요. 한번 접촉해보세요. 적당한 가격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죠. 저쪽에서도 파산법원에 넘어가는 것 보다는 우리에게 넘기는 게 나은 선택일 테니까요.”

인수한 다음에 영업이 안 되더라도 손에 막대한 현금이 있는데 뭐가 걱정인가.

미쓰비시야 인수할 때 부채가 많아서 허덕이는 모양이지만 타이거가 인수하면 최대한 부채를 줄여버리면 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건물들도 알아보겠습니다. D-day는 언제로 잡을까요?”

“내년 2월이면 금리인상이 시작될 테니 12월부터 준비를 하도록 하죠.”

금리선물도 주식처럼 석 달짜리 3,6,9,12월물이 거래된다. 올해 12월물의 만기가 끝난 다음부터 물량을 매수해나가면 될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전력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샨 나링햄이 찾아올 때다 한결 밝아진 얼굴로 돌아갔다. 자칫하면 직원관리 문제로 짤릴 수도 있다는 각오로 찾아 왔던 것이었다.

***

오랜만에 LA의 저택에서 머문 규태였다. 제리와 논의 할 내용이 있어서 차를 타고 사무실로 가려고 집을 나선 그의 눈에 낯익은 가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어쩐 일이예요?”

“하하, 바로 옆집이라 금방 들켰네요. 나중에 놀래켜 드리려고 했는데요.”

“안녕하십니까? 앞으로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규태를 본 오장우의 아내 히로스에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타고 가던 차에서 내린 규태도 히로스에에게 인사를 했다.

“여기로 이사를 하신 겁니까? 애들 학교는요?”

“하하, 이번에 큰놈이 중학교를 졸업하게 되어서요. 몇 번 데리고 왔더니 LA를 아주 좋아하더군요. 집사람도 뉴욕보다는 LA를 좋아하고요.”

“날씨도 그렇고 사람들도 뉴욕보다는 개방적이지요.”

“하여간 고등학교를 이곳으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학교는 어디로 정했나요?”

“웨스트레이크에 편입허가를 받았습니다.”

“와우! 거기 명문이잖아요. 들어가기 힘들 다던데 진영이가 공부를 잘하나 보네요.

자식가진 부모에게 최대의 찬사는 자식을 칭찬하는 것이다.

규태의 말에 오장우가 뿌듯해했다.

저쪽에서 주뼛거리고 있는 오진영을 본 규태가 머리를 흔들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조그마한 녀석이 몇 년이 지났다고 훌쩍 커서 이젠 덩치가 규태만 했다.

“오진영, 이젠 컸다고 아는 척도 안하는 거냐?”

“아니요, 그냥 오랜만에 봐서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를 몰라서요.”

쭈뼛거리다가 다가와서 규태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는 오빠를 보며 옆에서 여동생이 투덜거렸다.

“오빠, 그렇게 어리바리 하지 말라니까. 내가 속이 터져요. 아저씨 오랜 만이예요. 오씨 집안의 장녀 오선영, 저 기억하시죠?”

”그래 네가 오빠보다 낫구나. 이젠 중학생인가? “

“호호, 예, 이제부터 저도 중학생 이예요. 저도 웨스트레이크에 입학허가 받았어요.”

둘의 부친인 오장우도 일본에서 게이오대학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공부한 수재다. 어머니 히로스에는 한술 더 떠서 동경대 법대와 버클리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였다.

아이들을 키운다고 가정에만 충실하지 않았으면 히로스에도 전문직여성으로 손쉽게 경력을 쌓았을 것이었다.

둘의 자식들답게 오진영과 오선영 모두 3개 국어에 능통한 인재들이다. 허가를 받은 학교가 공부하기 힘든 명문 중고등학교라지만 둘은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선영아, 너 외국어 공부한다고 했었지?”

“예, 스페인어를 공부했는데 이젠 조금 할 수 있어요. 저 참 머리가 좋은가봐요. 오빠는 독일어를 배웠는데 잘하긴 해요. 흥, 딱딱한 독일어가 뭐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배운담.”

기가 막히지만 두 녀석 다 이젠 사개국어를 잘하는 모양이었다.

“그래 장하구나. 그런데 가족들끼리 어딜 가는 길이야?”

“오늘 이사 와서 아빠가 동네를 한 바퀴 돌자고 해서요. 그런데 아저씨 집구경해도 되요?”

“우리 집?”

“예! 이 동네에서도 제일 큰집이잖아요.”

“글쎄 제일 큰집은 아닐걸? 하여간 집 구경은 해도 좋은데 지금 아저씨가 사무실로 나가는 중이라서 말이야.”

오선영의 눈이 반짝였다. 아빠에게 들어서 규태가 다저스의 구단주 대행이란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요? 다저스 사무실로 가는 길이에요?”

“응, 급한 일은 없는데 오랜만에 한번 들러볼까 해서 나가는 길이었지. ‘

“아저씨 근데요. 음······ 있잖아요.”

바라는 게 있으면 오선영은 말이 길어지고 목소리가 애교스러워 진다. 오장우가 몇 번이고 이야기를 해서인지 규태는 금세 오선영이 자신에게 바라는 게 있다는 걸 눈치 챘다.

“예쁜 아가씨께서 나한테 무엇을 바라시는 건가? ‘

“저도 아저씨를 따라가면 안 될까요?”

“네가? 왜?”

“제가 다저스 팬이거든요. 사무실을 보고 싶어요. “

눈치를 보니 선수들이라도 있으면 사인이라도 받고 싶은 모양이지만 선수들은 전부 원정경기중이다.

“지금가도 선수들은 아무도 없을걸.”

엄마인 히로스에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가 생각하기엔 딸의 행동은 참으로 경우가 없는 부탁이었다.

“선용,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했지.”

“엄마! 이건 진짜 중요한 일이라니까. 노모 선수가 다저스로 올지도 모른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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