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94화 (94/220)

#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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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태니커 백과 사전 인수

미국 정계에서 친한파 정치인은 극히 보기 드물었다.

한마디로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LA시장 자리에 오른사람들은 크게 성공하지 못한다. 전임인 톰 브래들리도 20년이상 LA시장자리에 있었지만 켈리포니아 주지사선거에서 번번히 물을 먹엇다.

리온단도 역사대로 라면 시장 연임후에 켈리포니아주지사 선거에서 떨어지고 정계에서 은퇴한다.

“공화당이란게 정말 아쉽습니다.”

켈리포니아는 미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민주당의 텃밭이다. 톰 브래들리의 실정탓에 30년만에 공화당소속으로 시장이 되었지만 공화당은 켈리포니아에선 영원한 야당포지션을 벗어나지 못한다.

“어쩌겟어요. 이제와서 당을 바꾸라고 할수도 없고. 활발하게 움직이는걸 보면 연임까지는 가능할 것 같아요. 그걸로 만족해야죠.”

***

팔로알토의 사무실 창밖으로 따스한 봄 햇살이 비추었다. 나른한 오후였다. 커피한잔과 함께 보던 서류를 다시 한 번 살폈다.

요즘 규태가 신경을 쓰는 일은 브리태니커 대백과 사전의 디지털 권리를 인수하는 것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1768년부터 발행된 역사 깊은 백과사전이다.

워낙 장대한 분량 탓에 새로운 판을 제작하는 제작비용만 3000만 달러가 넘는 출판물로서는 엄청난 고가의 비용이 소모된다.

방대하기까지 한 브리태니커 대백과 사전은 인터넷으로 활용도가 아주 높았다.

브리태니커 대백과 사전을 출판하고 판매하는 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전체를 인수를 하는 방법과 디지털 판권만 확보하는 것이다.

“디지털 판권을 넘기면서 요구하는 금액이 1,000만 달러라고?”

골치가 아팠다.

가격이 예상보다 비싸서 그런 게 아니라 판매자측이 너무 터무니없이 작은 금액을 바라기 때문이다. 디지털화가 끝나면 종이책으로 출판은 더 이상하지 않게 된다.

낮은 가격에 권리를 획득했다고 해도 출판사의 경영이 어려워지면 개정판의 출판이 어려워진다.

디지털화 되어가는 세상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었다.

턱을 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긴 규태였다.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브리태니커 대백과 사전은 더 이상 종이책이 팔리지 않으면서 직격타를 맞게 된다. 출판사가 어려워지자 영업조직을 대폭 개편해서 언어별로 출판사를 정해서 영업을 넘겨버린다.

대백과 사전을 펼치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는걸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으로 바뀌는 것을 예측하지 못하니 이런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마친 규태는 타이거 홀딩스의 투자로 브리태니커 대백과 사전을 인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브리태니커 대백과 사전 쪽의 일은 누구 담당하고 있나요?”

“앤서니가 담당하고 있습니다만? 문제라도 있나요?”

”그쪽에서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낮아서요. 그 가격에 팔면 나중에 회사를 유지하는 것도 힘겨워 할 겁니다. “

판매자가 싸게 판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우리 쪽은 디지털 권한만 인수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싼 가격에 인수한다고 문제가 잇다는 건 조금 과장이 아닐까 합니다. 이걸 주로 사용할 야후 쪽도 아직 이익이 크지 않습니다.”

“아무 상관없는 경찰관을 뽑는 일에도 기부를 하지 않았습니까. 이건 그것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만들어온 문화재가 허무하게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렀게까지야 되겠습니까.”

규태가 한숨을 내쉬었다.

“종이책이 얼마나 버틸 것 같습니까?”

백만이 넘는 밀리언셀러를 넘어 천만이 넘는 책의 판매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출판시장이었다.

“앞으로도 오래가지 않겠습니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꾸준하게 책을 사들입니다.”

“인터넷이 발전하면 종이책이 수요도 점점 줄어들 겁니다. 종이책을 보는 것보다는 컴퓨터 모니터로 책을 보는 게 더 편한 사람들이 늘어날 테니까요.”

“저는 상상이 되지를 않는데요. 책은 역시 종이책으로 봐야 제맛 아닙니까. 모니터로 읽는 책은 어쩐지 책을 읽는 기분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은데요.”

좀처럼 규태의 말을 믿지 못하는 오선한이었다.

“하여간 이쪽은 문화기부라고 생각하고 자금을 충분히 지원하는 방향으로 접근하세요. 앤서니한테도 그렇게 이야기 하고요.”

“얼마나 재량권을 주면 되겠습니까?”

홀딩스의 직원들이 엘리트라도 오너가 금액은 정해주어야 일을 하기 편하다.

오선한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규태가 결정을 내렸다.

“1억 달러 선까지는 앤서니에게 재량권을 주도록 하지요.”

***

LA시청에 들려 기부금을 전달하는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규태는 입맛을 다셨다.

자기 돈을 쓰면서 이렇게 귀찮은 일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리오단시장이 간곡하게 부탁을 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피곤하네요.”

“리오단이 아주 단단하게 마음을 먹은 것 같습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보스가 나서니까 더 이상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겁니다. 시의회 의장인 리오넬이 전화로 보스의 의사를 물어왔습니다. 넌지시 의사를 전달했으니 알아 들었을 겁니다.”

미 대선 뿐만 아니라 선거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민주당에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는 규태를 의식해서라도 리오단의 경찰 개혁안을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이것으로 끝을 내도록 하죠. 아무리 리오단이 한국전 참전용사라고 해도 도움을 주는 건 이정도선이 마지노선인 것 같네요.”

“눈치를 보아하니 더 이상은 요구하지 않을듯합니다.”

“그러면 다행이고요. 더 이상 요구를 하면 서로 낯붉힐 일만 남은 것 같으니까요.”

“미셀을 통해 조심스럽게 주의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 나서서인지 심신이 피곤했다. 깊숙하게 기대 편하게 자세를 잡은 규태가 물었다.

“이제 홀딩스 쪽의 직원은 다 넘어 온 겁니까?”

뉴욕의 사무실에 열다섯 명의 직원이 근무를 했지만 규태가 주로 팔로알토에 머물면서 대부분이 이곳으로 이주했다.

홀딩스의 주 업무는 주로 규태가 벌리는 사업들의 뒤처리였다.

다저스의 인수 작업 실무처리나 지금처럼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인수 작업 같은 경우는 홀딩스 직원들이 실무업무를 처리했다.

“타이거 펀드와의 협의업무가 있어서 둘만 남겨두고 전부 넘어왔습니다. 남은 둘도 뉴욕과 팔로알토를 왔다 갔다 할 겁니다.”

낯선 곳에 이주를 해야 하니 불만이 잇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었다. 워낙 고액의 연봉을 지불하는 직장인데다가 업무 스트레스도 급여에 비하면 월등하게 적었다.

회사가 생기고 처음에는 한두 명 정도의 이직자가 나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직희망자는 나오지 않고 입사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

넷스케이프와 야후가 떠난 사무실로 입주한 것은 타이거벤처의 팔로알토 사무실과 타이거 홀딩스였다.

하나하나가 인재들인 만큼 회사가 해주는 대접도 각별해서 주거비용까지 회사가 대부분 부담해 주었다.

직원들이 주택을 구입하는 비용까지 지원했다. 팔로알토의 집값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으로 올라가는걸 아는 규태였기에 가급적이면 직원들이 집을 사기를 바랐다.

팔로알토로 이주한 직원들의 만족도는 생각보다 높았다. 팔로알토의 생활은 전원생활에 가까웠다.

지진위험 때문에 고층빌딩도 없고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면 가까운 곳에는 언제나 전원의 풍경이 가득했다.

물론 대도시의 라이프를 누리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잇지만 주말이면 가까운 샌프란시스코나 LA로 나가면 된다.

LA까지 차를 끌고 가면 여섯 시간, 비행기를 타면 1시간 반 거리였다.

“야후의 상장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분기 수익이 조금 늘었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3200만 달러의 수익이 예상 치였는데 결산을 해보니 5천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예상보다 주가가 많이 올라가겠는데요.”

“너무 공모가를 낮게 잡은 거 아닌가 하는 말도 나옵니다.”

“주가가 많이 올라갈 것 같으면 장내에서 매입을 해도 되니까요.”

가지고 있는 주식의 20%를 공모에 내놓은 규태였다. 50%수준까지 주식 보유가 떨어지지만 경영권을 쥐고 있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IT버블이 온다고 해도 야후 주식의 40%까지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요량이었다.

“제리가 케서린에게 추가 보너스를 지급해야겠는데요.”

빠른 이익의 상승은 게임의 매출이 급증한 탓이다.

게임을 주문하면 우편으로 보내는 온라인 판매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케서린이 추천한 게임들이 판매량이 좋았다.

지금까지 2,400만 달러를 투자해 게임의 판매권을 취득했고 앞으로도 추가로 2000만 달러가 들어가지만 판매량만 계속 유지된다면 엄청난 이득이었다.

개별게임에는 버그들이 꽤 많은 채로 팔리던 게임들도 철저한 제품관리로 인해 상당수 버그를 잡아냈다. 기존에 게임을 구매했던 게이머들도 소문을 듣고 다시 게임을 구매하는 이들도 많았다.

대표적인 게임이 듄2였다. 92년에 발매된 게임도 엄청나게 팔렸지만 새롭게 캠페인을 추가하면서 발매된 게임도 백만 카피가 넘게 팔렸다.

10달러 게임의 제일가는 성공작이었다.

성공에 고무된 제리가 심혈을 기울여 또 다른 성공작을 찾아냈다. KOEI에서 발매한 삼국지 시리즈였다.

92년에 발매된 삼국지 3에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 예상하지도 못하게 히트를 친 것이다.

일본에서의 판매는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엄청났다. 그것도 대만이 아니라 중국본토에서의 판매량이었다.

아직 중국은 개방개혁이 정착되지 않아서 가난한 나라라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개혁개방의 혜택을 다이렉트로 받은 심천 같은 경제특구의 경제력은 이시기에도 엄청났다.

“삼국지 3을 중국 사람들이 이렇게 나 많이 사들일 줄은 몰랐습니다. 야후 중국어판도 없는데 정말 상상이상입니다.”

“홍콩 쪽을 통해서 주문이 들어왔다니까요.”

폭발적으로 야후가 성장하면서 일본 야후는 손정의에게 넘겼지만 홍콩만큼은 직접 지사를 만들었다.

아직 중국어로 된 야후는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중국정부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를 알고 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중국정부의 언론통제에 대한 집착은 광적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인터넷 시장이 작을 때는 내버려두지만 결국에는 중국정부의 통제가 가능한 자국회사를 키울 것이었다.

‘그게 바이두란 말이지.’

중국 인터넷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는 하지 않을 테지만 소프트 뱅크를 통한 간접투자는 할 생각이었다.

중국의 3대 인터넷 기업인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에 대한 투자는 모두 간접투자로 들어갈 계획이었다.

직접투자로 들어가서 중국정부에게 목줄을 잡힐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북한이나 베트남이나 중국이나 공산당을 믿는 것처럼 어리석은 투자가 없다.

아쉬울 때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고개를 숙이지만 조금만 자신에게 유리해도 안면을 바꾸기 일수였다.

직접적인 투자는 들어가도 단기에 치고 빠져나와야 한다.

93년이면 한창 상해 푸동지구 개발에 목을 맬 시기였다. 90년대 이전까지 푸동지구는 논밭만이 가득했다. 푸서에 비해 낙후된 푸동지구를 개발하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한 개발은 부족한 자금으로 인해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등소평의 뒤를 이어 당 총서기의 자리에 오른 강택민이 자신의 정치기반인 상해개발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는 규태가 잘 알고 있었다.

이전에 규태는 상해지역에 투자하는 투자펀드의 실무담당자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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