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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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케서린은 규태가 절대적으로 잡아야 하는 인재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벤처캐피탈 시장이 호황을 누리게 되면 케서린 그린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시가총액이 10억 달러를 넘는 유니콘들이 속출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야후 주식 1%면 와우! 엄청나네요?”
단순하게 따져도 5,000만 달러가 넘는 성과급을 지급받는 것이다. 앞으로 주가가 폭등하면 평가금액이 얼마나 늘어날지 몰랐다.
라이코스나 MSN같이 경쟁자들이 출현해도 야후의 시장점유율은 낮아지지 않고 80%가 넘는 독과점상태였다.
“팔지않고 가지고 있으면 점점 큰 부자가 될 거에요.”
“당연하죠, 이걸 미쳤다고 팔겠어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하게 대답하는 캐서린이었다.
“지난번에 보니까 야구장에 깃발 들고 가던데요.”
“그걸 봤어요?”
“TV에 스치듯이 나온 걸 봤죠.”
케서린은 SF 자이언츠의 광팬이었다.
“하아! 몇 년 전부터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정말 아쉬워요.”
다저스 구단주 앞에서 케서린이 자이언츠의 암울한 현실에 대한 한탄을 늘어놓았다.
“앞으로는 잘하겠죠.”
“다저스는 잘나가던데요. 매덕스는 정말...... 자이언츠에서 데려왔어야 했는데.”
“거기에서 매덕스의 몸값을 감당하지 못할걸요.”
자이언츠는 재정적으로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NFL팀과 같이 사용하는 캔들스틱 구장은 야구장으로서는 최악이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에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위치해서 경기장의 기온이 낮았다. 자이언츠 구단주 밥 루리는 새로운 경기장을 지으려 시도했지만 결국에는 포기하고 팀을 1억 달러에 팔아버렸다.
구단을 인수한 피터 매고안도 큰 부자가 아니라 10명이 넘는 투자자들을 모아야했다. FA 상태인 그렉 매덕스와 협의한 금액은 원래 계획대로 7년 7,0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
발표만 남은 매덕스의 몸값을 자이언츠가 감당할리 만무했다.
“에이, 얼른 내가 부자가 돼서 구단주가 되던지 해야지. 피터는 사람은 좋은데 돈이 많지 않아서 선수를 사오지를 못한다니까.”
“케서린이 자이언츠를 인수한다고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우리 한번 경쟁을 해보죠.”
규태가 케서린의 말에 동의했다. 어차피 몇 년이 지나면 케서린도 큰 부자가 될터, 같이 야구단을 운영하면서 경쟁하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케서린은 아마 5년 안에 원하는 구단 어디든지 인수할 정도로 큰 부자가 될걸요.”
“하아!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
상상만 해도 좋은지 미소를 짓는 케서린이었다.
“조 레이콥이라고 알아요?”
문득 생각이 나서 물어보았다. 조 레이콥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구단주였다. 2010년에 구단을 인수해서 만년 약체였던 골든스테이츠 워리어스를 해마다 NBA 파이널에 오르는 강팀으로 만들었다.
나이 먹고 업계에서 은퇴한 캐서린이 인수한 것은 우습게도 지금 열광하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아니라 골든스테이스 워리어스였다. 중간에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상하지 못한 이름이 규태의 입에서 나와서 인지 케서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규태가 조를 어떻게 알아요? 전 직장인 클라이너 퍼킨스에서 같이 일했어요. 스탠포드 동문이고요. 벤처업게에서는 제법 유명한 사람이죠. 나만은 못하지만.”
“그 사람 농구광인가요?”
케서린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어떻게 알았어요? 골든스테이츠의 광팬인데. 스탠포드 MBA과정에서도 농구광으로 유명했죠. 나한테도 농구장에 같이 가자고 얼마나 졸라대던지.”
“그럴 것 같더라고요.”
은퇴한 케서린이 골든스테이츠 워리어스를 인수한 이유를 어렴풋하게 알 것 같았다.
“제리가 하고 싶어 하는 게임 판권 인수는 어떻게 생각해요?”
“제 생각은 어렵다고 봐요.”
“왜요? 나쁜지 않은 생각이라고 판단했는데.”
규태의 말에 케서린이 검지손가락을 흔들었다.
“노노, 그렇지 않아요. 버전이 맞지 않는 게 문제라고요. 쓸 만한 오래된 게임은 요즘 나오는 윈도우 버전에서 굴러가지 않는다고요. 버전을 맞춰 컨버전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작업이에요. 차라리 잘나갈 것 같은 게임의 판권을 구해서 온라인으로 파는 게 나은 선택이죠.”
“최근 게임의 판권을 인수한다고요?”
“게임사는 대부분 재정상황이 좋지 못해요. 어마어마한 메가 히트를 치고도 그걸 유지하는 회사가 흔한 게 아니거든요.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개발비가 드는데 한번 실패하면 그대로 휘익 하고 넘어가는 거요.”
규태가 생각해도 그건 케서린의 말이 맞았다. 패키지 게임의 시장은 한정되어 있어서 메가 히트를 친다고 해도 들어오는 자금은 한정적이었다.
게임은 케서린이 제리보다는 전문가였다. 규태가 나서기 보다는 두사람이 알아서 처리하는게 맞는 일이었다.
“온라인 게임은 상황이 어때요?”
“MUD게임이요?”
규태는 케서린의 반응에 이마를 두드렸다. 인터넷 회선의 한계와 이용요금 때문에 이 시기의 온라인게임은 대부분 그래픽 나오지 않는 텍스트위주의 머드게임이었다.
본격적으로 온라인 게임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초고속인터넷망이 안착되면서부터였다.
기억을 더듬어서 한회사의 이름을 떠올렸다.
“우리가 오리진 시스템스의 주식을 매입했던가요?”
“로버트와 게리엇 형제가 만든 게임사 말이죠? 그거 50%가 넘는 지분을 사들였는데요? 왜요?”
그 말에 규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원래는 오리진 시스템스의 경영권이 92년에 EA로 넘어간다. 규태는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케서린이 놓치지 않고 주식을 사들인 모양이었다.
울티마 시리즈와 윙 커맨드를 발매한 이 회사에서 몇 년 후에 만들어지는 게임이 울티마 온라인이다.
“잘했어요. 그곳에서 온라인 게임을 만든다는 말은 하지 않던가요?”
게임하나를 만들려면 수년이 걸리는 게 보통이다. 거기에 아직 제대로 된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온라인 게임의 개발기간이 짧을 리가 없었다.
“글쎄요? 그것까지는 모르겠네요. 울티마 시리즈를 만들다가 실패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회사라 싸게 주식을 사들이기는 했는데.”
“한번 알아봐 줄래요?”
“그럴게요. 어려운 일도 아니고.”
보너스를 넘치도록 받아서 기분좋은 케서린이 쿨하게 규태의 주문을 받아들였다.
울티마 온라인을 역사보다 이른 시간에 만들어서 배포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오리온 시스템스가 유망한 게임사를 인수해서 망하는 게임으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EA로 넘어가지 않았으니 울티마 온라인이 망가지는 삽질을 할 것도 아니었고.
울티마 온라인의 문제는 서버쪽에 대한 운영경험이 부족해서 유저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임이 만들어지면 규태가 나서서 고객관리에 관여할 생각이었다.
MMORPG는 한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인터넷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롤플레잉 게임(RPG)이다.
최초의 상업적인 MMORPG는 한국에서 발매한 바람의 나라가 최초였다.
2021년 애플의 시가총액이 2조 달러를 넘어서지만 나중에 그 열배인 20조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회사가 2037년에 등장한다.
그게 가상현실, VRMMORPG회사인 라한이었다.
처음에는 자그마한 벤처회사로 출발한 라한은 회사가 만들어진지 5년 만에 가상현실 게임을 구현하고 온라인 시장을 평정한다.
그렇게 미래까지 가려면 한참 시간이 남았지만 하여간 앞으로 만들어지는 온라인 게임회사들의 주식은 닥치는 대로 인수를 할 생각이었다. 이시기 한국은 묘하게도 게임 산업에서 변방이면서도 온라인게임에서만큼은 강자가 된다.
황규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황이사님 오랜만입니다.”
- 대표님 연락을 자주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니요, 황이사님이 전화연락이 없어야 마음이 편해요. 자주 연락하면 골치 아픈 일이 생겨다는 뜻이니까. 오히려 불편하죠.
- 그렇기는 합니다.
한국에 남은 황규철은 규태가 소유하고 있는 한국 회사들의 감찰을 맡았다. 황규철이 정기적인 보고 외에 따로 연락하는 경우는 회사들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 오히려 자주 하는 연락이 반가울 리가 없었다.
한국회사들이 말썽 없이 빈틈없이 돌아가는 것도 황규철의 힘이 컸다.
“한국회사들은 상황이 어때요?”
-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직원들의 숫자가 늘어나서 조금 골치가 아프기는 합니다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요즘 창투사는 투자를 제대로 하나요?”
-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고 구사장이 매일같이 울상입니다.
“그럴 테죠, 한번 황이사님이 게임회사들의 상황을 알아보세요.”
- 게임회사라고요? 다들 너무 작고 고만고만해서 몇 번 조사를 하다가 접었습니다만.
한국 게임시장의 규모라고 해봐야 터무니없이 작았다. 쓸 만한 게임이 나와도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게 아니라 해적판이 쏟아져 나와서 돈이 되지 않았다.
만들어지는 회사의 숫자도 많지만 또 그만큼의 회사들이 망해서 폐업을 했다.
그래도 자본 없이 창업하는 벤처회사들이 많이 나오는 사업이다 보니 조사를 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컴퓨터 게임을 패키지로 만드는 회사 말고 온라인게임을 만드는 회사들을 찾아보세요.”
- 온라인 게임이요? 그게 뭡니까?
규태는 황규철의 반문에 이마를 긁적였다. 확실히 이시기에 온라인 게임이란 용어조차 황규철과 같이 나이 먹은 세대에겐 익숙하지가 않았다.
“자세한건 전화로 설명하려면 너무 기니까 메일로 확인하도록 하세요.”
- 끄응, 알겠습니다. 제가 메일을 확인한 다음에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황규철이 다시 연락을 한 것은 보름이 지나서였다.
메일로 보내온 한국 게임회사들의 사정은 여전했다. 패키지 게임을 만드는 회사들의 자금사정은 바닥을 기었고 특별하게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쥐라기 공원을 만든 삼정데이타와 단군의 땅을 만든 마리텔레콤 둘 이었다.
쥐라기 공원이란 온라인 머드게임을 천리안에서 서비스하는 삼정데이타는 92년에 자본금 1억으로 만들어진 회사였다.
분당 이용요금이 20원인 쥐라기 공원은 텍스트기반의 단순한 게임인데도 폭발적인 마니아층을 만들며 순항 중이었다.
“이걸 재미가 있어서 미친 듯이 한다고?”
현실보다 화려한 그래픽이 번쩍거리는 가상현실 게임까지 모두 경험한 규태였기에 텍스트만으로 진행하는 게임이 뭐가 재미가 있다고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동접자수가 200명이 넘는다니 규태로선 도저히 납득불가였다.
거기에 집에서 이 게임을 한다면 한 달 후에 100% 전화요금 폭탄이 날아올 것이었다.
혼자서는 투자 판단이 어려웠기에 도움을 구할 전문가를 찾았다.
캐서린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세상에 이런 게임이 있다고요! 판타스틱!”
한글로 된 텍스트 게임이라 이해하지도 못할 텐데 대충 보고도 캐서린은 흥분해서 방방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