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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84화 (84/220)

#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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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랩

잠시 쉬는 시간동안 휴식시간을 가졌던 구단주 회의가 다시 열렸다. 잔뜩 굳은 얼굴로 돌아온 반대 측 구단주들이 이어진 회의에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분명 쉬는 시간동안 무슨 소리를 들었을 게 분명했다.

방금 전까지 절대 찬성할 수 없다고 길길이 날뛰던 스타인브레너까지 잔뜩 구겨진 얼굴을 한 채

꾹 입을 다문걸 본 커미셔너 버드 셀릭은 눈치 빠르게 안건을 진행했다.

“사치세 안건은 대충 논의가 끝난 것 같습니다. 이제 표결에 붙이겠습니다. 찬성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이미 자신들의 견해를 충분히 밝혔던 터라 다섯 명의 기권표가 나온 것을 빼면 스물이 넘는 찬성표가 나왔다.

“그럼 찬성 21표, 기권 5표로 사치세 안건이 통과 되었습니다.”

구단주회의에서 규태가 제안한 안건이 큰 반대 없이 빠르게 통과되었다.

처음 계획했던 셀러리 캡을 반대에도 밀어붙여서 결국에 1994년 시즌을 선수 파업으로 날려버렸던 것을 생각하면 극적인 결과였다.

격론을 벌일 것이라 생각했던 안건이 예상외로 빠르게 통과되자 버드셀릭은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새롭게 창단해서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팀의 특별 드래프트에서 몇 명까지를 보호선수로 인정할 것인가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이미 전부터 10인에서 20인까지 기존구단에서 보호선수를 지명하면 이를 제외한 선수가운데 특별 드래프트를 해야 해서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늦은 밤까지 마라톤협상을 하는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15인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기존구단은 안도의 한숨을 신생구단들은 다소 아쉬운 결과였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

밤늦게까지 이어진 회의는 사람의 진을 빠지게 만든다. 자신의 안건이 통과되었음에도 예의상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규태가 가까운 호텔에서 지친 몸을 쉬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곳은 다저스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이었다.

대부분 시간을 자리를 비웠어도 때마다 사람이 치우는지 책상 위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던 제리가 규태가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달려왔다.

“어제 구단주회의가 있었다면서?”

“간신히 자정이 넘기 전에 끝났다.”

“내가 듣기론 활약이 아주 대단했다던데? 스타인브레너 영감이 꼼짝도 못했다면서?”

“같잖은 소리를 해대 길래 뜨거운 맛을 보고 싶냐고 협박을 했지.”

“야아! 그 영감한테 협박을 했다고!”

“까불면 앞으로 FA로 나오는 선수들을 전부 긁어와 버리겠다고 했거든.”

“영감이 기겁을 했겠네. 지난번엔 나한테 전화를 해서 매덕스 연봉을 얼마나 주려고 하는지 꼬치꼬치 캐물어 짜증이 났는데. 잘했다.”

“미친! 그걸 왜 경쟁구단 단장인 너한테 물어.”

“그러게 말이다. 내가 볼 때도 그 영감 너무 안하무인이었는데 보기 좋게 한방 날려줘서 속이 다 시원하다.”

“매덕스 계약은 언질한 대로 잘 처리하고 있지?”

규태의 질문에 제리가 코를 찡긋거렸다.

“괜찮겠냐? 투수는 장기계약을 하기가 조금 꺼려져. 지금까지 투수 장기계약은 하나같이 실패였잖아.”

“내구성 때문에? 매덕스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도 아닌데 무슨, 쓸데없는 소리 말고 계약이나 확실하게 해.”

7년 7천만의 계약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금액이다. 91년 로저 클레멘스가 보스턴으로 이적하면서 538만 달러, 92년 라인 샌드버그가 시카고 컵스로 이적하면서 받은 710만 달러연봉이 최고였다. 원래대로 라면 1994년 메이저리그 파업이후로 선수연봉들도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해서 연봉 1,000만 달러 시대를 연 계약은 96년 앨버트 벨이 시카고 화이트 삭스로 이적하면서 부터였다.

이걸 다저스가 내년에 FA가 되는 매덕스에게 지불하면 이전보다 3년을 앞당겨 연봉 1,000만 달러 시대를 개막하는 것이다.

“마지막이 아쉽긴 하지?”

다섯 경기를 앞두고 3경기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애틀랜타가 승리를 거듭하며 다저스가 가을 야구를 하게 될 희망이 거의 사라졌다.

“어쩔 수 없지. 초반에 너무 바닥을 기었어. 4월과 5월 성적이 조금만 나왔어도.”

매덕스는 사이영상을 받을 성적을 거두었지만 그 뒤를 받쳐줘야 할 랜디의 성적은 2선발이라고 하기엔 13승으로 조금 부족했다.

허사이저가 부상의 악몽을 딛고 후반기에 힘을 보테며 14승을 거두었다는 게 위안이었다.

90년 20승을 거두며 허사이저의 뒤를 이을 차기 에이스로 각광받던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형, 라몬 마르티네스도 걸핏하면 쓰러지는 유리 몸이 되어버렸다.

“역시 애틀랜타는 투수진이 강력해.”

“루드는 매덕스까지 욕심을 내더라고.”

“와! 시카고에서 그냥 FA로 풀렸으면 애틀랜타로 갔을 것 아냐. 매덕스까지 그 투수진에 합류하면 정말 사기네 사기야. 톰 글래빈하고 존 스몰츠는 이미 사이영상을 받은 투수진 아냐? 거기에 매덕스까지 합쳐지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이 제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이영상 듀오인 톰 글래빈과 존 스몰츠의 조합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해서 매년 애틀란타를 월드시리즈까지 끌고 간다. 같은 리그에서 경쟁중인 다저스로서는 두고 볼 수만 없는 위협적인 상황이었다. 규태가 매덕스의 연봉을 후하게 게약하려는 것도 혹시나 애틀랜타에서 가로채갈까 싶어서였다.

“애틀랜타가 우리하고 같은 리그인데 매덕스를 노리게 둘 수 없지.”

“리그가 새로 생겨난다는 논의는 어떻게 될까? 계속 애틀랜타하고 싸우려면 피곤한데.”

“93년 시즌이 끝나면 결정될걸. 아마도 리그마다 중부지구를 만들어서 팀을 분산하겠지.”

“내년 리그가 끝나면 계산기 두드려서 유리한쪽으로 리그를 정하려고 피 튀기겠군.”

“네 말대로 서로 이익을 보려고 난리를 치겠지.”

대충 어떻게 팀이 나뉘게 될지 감이 잡혔지만 모르는 척 했다.

“네가 말한 선수는 스카우터를 보내서 살펴보고 잇는데 조금 더 살펴보아야 하지만 실무진 반응은 긍정적이야.”

“박? 쓸 만할 걸. 문제는 병역문제 때문에 어떻게 빼올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거지.”

이전에도 최동원과 선동열의 메이저리그 입단 논의가 있었지만 병역문제로 무산되었었다.

박찬호와 계약을 하게 되면 새로운 선수공급처가 열리는 것이다.

“고민해봤는데 일단 유학생 신분으로 만들어서 미국에 입국시키고 메이저리그에 비미국인 선수에게 일자리를 주는 제도가 있거든. 그걸 이용하면 될 것 같아.”

이전에 있던 스카우터들을 전부 물갈이 해버려서 박찬호가 다저스와 계약을 하지 못할까 걱정한 규태가 제리에게 한국 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찬호를 추천했다. 사장의 추천을 무시할만한 배짱까지는 없는지 제리는 한국에 스카우터를 파견해서 면밀하게 살폈다.

“내가 자신 있게 권하는데 아주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선수야. 두말 말고 계약해.”

“네 말 대로면 좋겠어. 실력만 좋다면 아시아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

한국선수가 뛰어난 활약을 펼쳐 LA의 한국교민들이 경기장에 자주 와준다면 관중의 숫자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시즌 초와 비교하면 올스타전이 끝나고 시작한 후반부에 성적이 오르면서 관중수도 늘었지만 그것으로는 아직 부족했다.

결국 다저스는 시즌이 종료되며 애틀랜타와 2게임차로 1위자리를 놓쳤다. 와일드카드도 없는 시절이니 더욱 아쉬움을 곱씹을 수밖에.

단장실에서 제리와 함께 마지막 경기를 본 후에 규태가 루드에게 전화로 축하를 해주었다.

“1위 축하해요.”

“아하하, 봤지, 우리가 1위야. 이제 월드시리즈로 가야지!”

“피츠버그부터 이기고 말하시죠.”

내셔날 리그 동부지구에서 1위로 올라온 피츠버그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지만 진짜는 전년도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토론토가 문제였다. 우승전력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서 결코 쉽지 않은 상대였다.

“상대가 누구든지 상관없어 이번에는 반드시 이길 테니까.”

애틀랜타는 막강한 투수왕국을 건설했지만 이상하게 월드시리즈에서는 맥을 못 추었다.

“예예, 이번에 꼭 우승하세요. 다음부터는 다저스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닐 테니까요.”

“이기고 나서 말을 해야지. 승부에 지고 다음에 보자고 해도 전혀 두렵지 않다니까.

하여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면 식사나 한번 하자고.”

“그래요 하여간 계속 이기길 바랄게요.”

사업적인 관계로 엮여서 사적으로도 친한 사이가 되었지만 승부에서 만큼은 지기 싫었다.

올해의 성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막상 루드 터너와 통화를 하고 나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내년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승해.”

“지원만 화끈하게 해준다면야.”

“원하는 게 뭐야?”

“프랭크 조브클리닉과 함께 랩을 만들 생각이야.”

“랩이라니? 프랭크 조브클리닉은 토미 존 수술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잖아?”

“토미 존 수술말고도 재활과 연관된 수술도 많이 하지. 내가 말하는 건 선수들의 재활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랩을 구단안에 만들자는 말이야. 지금까지는 구단에서 부상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했거든. 부상을 당하고 나서 재활하는 것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건 선수들의 최대한 부상을 당하지 않게 관리하는 거지. 구단에 스포츠의학과 관련된 인원을 추가로 고용하고 첨단장비를 들여놓을 생각이야. 그래서 말인데 LA대학병원에도 관련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걸 지원했으면 해.”

부상을 당하기 전에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니.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축구에서 나이 많은 선수들을 많이 보유한 AC 밀란이나 뮌헨 구단이 스포츠의학에 집중투자해서 도움을 많았다는 기억이 났다.

몸싸움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야구도 선수들의 부상이 많았다. 특히나 공을 신체의 한계까지 던져야 하는 투수들의 경우 선수 자신도 모르는 부상을 달고 산다. 제리가 바라는 건 규태가 대학병원에 기부금을 내라는 소리였다.

“좋아 원하는 금액을 말하면 보내줄게.”

“시원해서 좋네.”

시원시원한 규태의 허락이 떨어지자 제리도 좋아했다. 구단주들 대부분이 선수연봉을 가지고도 짜게 굴었지만 선수들의 재활이나 부상치료에 드는 돈은 더욱 아깝게 생각했다.

“리처드 말이야.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아마도 구단주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거야.”

공직에 나서면서 구단주의 자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신문을 보니까 클린턴이 이길 것 같던데? 행정부로 들어가 한자리를 차지하면 구단주의 자리에 앉아 있기 힘이 들기는 하지. 그러면 네가 하면 되잖아.”

“말처럼 쉬운 게 아니야. 한국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라서 재산문제가 불거져 나올 거거든.”

지금까지는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구단주의 자리에 오르면 국적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이다.

“정리할게 있으면 빠르게 정리해야지. 미루다간 골치 아플걸.”

“그래 정리할건 빨리 정리해야지.”

규태도 제리의 말을 순순히 인정했다. 한국에 있는 재산 정리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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