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82화 (82/220)

#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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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셀러리 캡

“나도 약물문제에는 단호하게 대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게 쉽지가 않은 모양이야.”

“돈문제하고 엮여있으니까.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두 가지 문제로 시끄러울 거다.”

“하여튼 그 문제에서 나는 빼줘. 난 월급쟁이 단장에 불과하니까.”

골치 아픈 문제에서 빠져나겠다는 의도가 너무 뻔해 보였지만 그의 말처럼 이 문제는 규태가 다루어야 했다.

너무 폭발성이 컸다.

“올해는 힘들어도 내년에는 우승할 수 있을까? 한두 명만 영입하면 될 것 같은데?”

처음 계획을 잡기로는 95년부터 우승전력을 만드는 게 목표였지만 규태가 보기에 FA로 한두 명을 더 영입하면 내년부터 우승전력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러면 그렇지 제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FA로 한두 명만 영입하면 우승전력이지 하지만 우승을 노리는 것 보단 팜에서 키우는 선수들로 우승을 하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해. 마이크 피아자나 페드로 마르티네스도 아직 조금 더 굴려야해. 둘 다 올해가 메이저 첫해야. 아직 경기수가 적어서 신인상대상도 아니니까. 내년에는 제대로 굴려서 신인상 가져와야지.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

제리의 말에 규태도 동의했다. 원하는 것은 한번 우승하고 마는 게 아니라 장기간 왕조를 만드는 것이다.

“구단의 장래를 생각하면 급한 욕심을 버려야겠지. 블라디미르 게레로는 어때?”

규태가 신경 써서 계약을 해서인지 나이가 어린 블라디미르를 제일 챙겼다.

“조금 더 마이너에서 단련을 시켜야지. 루키 리그를 초토화 시키고 있어서 이젠 싱글 에이로 올려야지. 나이가 문제라 그렇지 실력은 확실하니까. 정말 그 녀석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니까.”

블라디미르 게레로는 75년생으로 아직은 어린 십대의 선수였다. 이런 선수를 지켜보고도 계약해주지 않아서 몬트리올도 보냈으니 정말 이전 스카우트 진은 잘려도 할 말이 없었다.

제리가 단장자리에 오르면서 하나같이 짐을 싸야했다.

“92년은 어차피 리빌딩을 하는 해니까 가을은 신경 쓰지 마, 하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 거지.”

“사장자리에 있으면서 너무 관심이 없는 것 아니야.”

“구단주는 돈만 주고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좋은 거 아냐? 내가 나타나봐야 좋은 게 없다고.”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경기장에 한 번도 모습을 안보이냐?”

서운하다는 표정을 한 제리였지만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는 속내를 모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누구를 잡아야 하는데?”

“어찌해서 이번에 드래프트 1픽을 손에 쥐었거든 내가 누구를 지명하고 싶은 지 알아?”

규태는 속으로 경악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선 역사상 가장 뛰어난 유격수라 불릴 인물이 나온다. 약물로 커리어가 망가졌지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였다.

“누굴 지명하고 싶은 건데? 계약이 큰 건가봐?”

“알렉스 로드리게스라고 마이애미에서 발견한 장래가 유망한 유격수야. 당연히 이름이 퍼져서 1픽으로 지명될 선수라 무리를 좀 했지.”

역시 선수 보는 눈이 예리한 제리다운 솜씨였다. 원조 사기꾼답게 시애틀을 등쳐먹은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면 캔 그리피를 데려올 때도 그렇고 랜디존스도 그렇고 전부 시애틀에서 선수생활을 꽃피우기 시작한 선수들이다. 지금의 다저스에게 시애틀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그런 선수들을 가지고 있었으니 시애틀이 바닥에서 벗어나 용틀임을 할 시기 였지만 이젠 전부 다저스의 선수들이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만 해도 13년 연속으로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는 강타자. 수비에서 제일 힘든 포지션중 하나인 유격수를 보면서도 50홈런을 넘기는 홈런타자를 영입한다면 최소 10년 이상 올 스타급 유격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 이상은 알렉스가 약물의 유혹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잘 모르겠지만 네눈을 믿으니까 잘 처리해봐.”

“알았다. 나중에 지갑이 비었다고 죽는 소리를 하면 안 돼?”

“내 지갑이 비는 걸 보려면 다저스를 몇 개 더 사야할거다.”

“그런데 배리본즈는 어때? 실력은 확실하잖아.”

93년에 FA로 나오는 선수들 가운데 제일 유망한 타자를 제리는 입에 담지 않았다.

“나는 별로야. 실력은 있어도 너무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놈이라 팀 케미에 해가 될 거야.”

배리본즈는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자신만 아는 성격 때문에 뜨거운 감자였다. 다저스는 유명한 스타급 선수들을 다수보유하고 있지만 밑에서 치고 나오는 신인 선수들도 많았다.

제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 케미에 마이너스의 영향을 미칠 선수를 굳이 데려오고 싶지 않았다.

“OK 가을야구에 진출하면 꼭 보러와라.”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겠다는 소리는 못하겠나보지?”

“내후년에 보자고! 올해나 내년에는 몰라도 내후년에는 우승할거야.”

야구계의 당면한 문제는 두 가지였다. 치솟는 선수연봉을 감당하지 못한 중소형 구단들이 결국 연봉을 제한하는 셀러리 캡을 들고 나오는 것, 또 하나는 약물문제였다.

너무 폭발성이 큰 탓에 선수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만 무성했다.

이걸 빨리 잡아내지 못하면 하지 않던 선수들까지 유혹에 빠져든다. 전문적으로 부진한 선수들만 노리는 약물 에이전트까지 나타났다.

91년에 이미 메이저리그도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을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문제는 이걸 따로 검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으로는 금지를 시켰지만 그걸 지키는지는 따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선수들도 이걸 알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선수들이 많았다.

어라? 저놈은 약물을 해서 성적이 좋게 나오니까 대접을 받네?

성적에 따라 대접받는 게 달라지는 프로야구선수가 약물의 유혹에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이와 비슷한 말이 영어로는 A stitch in time saves nine 한번 제대로 꿰매면 아홉 번 일할 걸 던다는 뜻이다.

그 말처럼 미리 막으면 간단하지만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게 일이 커진다.

98년 마크맥과이어와 새미소사가 홈런왕 경쟁을 벌이며 메이저리그의 인기를 올렸지만 그게 약물의 힘을 빌렸음이 밝혀진 다음에 메이저리그는 약물리그라는 조롱을 받으며 인기에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규태는 조용하게 커미셔너 권한 대행과 약속을 잡았다.

91년에 MLB 커미셔너였던 페이 빈센트는 스테로이드를 비롯한 불법적인 약물의 사용과 거래를 금한다. 라는 문구가 포함된 문서를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에 배포했다

그리고 손을 놓아버렸다.

사임한 페이 빈센트를 대신해서 밀워키 브루어스의 구단주인 버드 셀릭이 커미셔너 대행이란 듣도 보도 못한 이름으로 커미셔너권한을 행사했다.

정식으로 커미셔너가 되지 못하는 건 그가 밀워키 브루어스의 구단주이기 때문이었다.

“처음이네요 이렇게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하는 건.”

“서로 관심사가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다저스의 경기도 못 볼 정도로 바쁘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이렇게 찾아오셨습니까?”

MLB 사무국으로 직접 찾아온 규태를 맞이한 버드셀릭은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한 얼굴이었다.

구단주회의는 리처드가 참석했고 그나마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참가하지 않았다. 사장인 규태도 크게 구단주회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무슨 일을 찾아왔는지 의아하게 여겼다.

따로 찾아올 만큼 급한 일도 없었던 것이다.

구단주들 사이에서 로칼 케이블을 인수하고 막대한 연봉을 지불하며 스타를 쓸어 담는 다저스의 동향은 뜨거운 관심사였다

이제 막 커미셔너의 자리를 차지하고 메이저리그의 인기를 끌어올려야할 책임을 느끼던 버드셀릭도 다저스의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요즘 뜨거운 셀러리 캡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 문제라면 저도 할 말이 많습니다. 선수들의 연봉이 지나치게 급하게 올라가고 있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양극화가 너무 심해져서 프로야구의 인기가 떨어집니다.”

셀러리 캡은 전적으로 약팀들이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 시도하는 작품이다. 상대적으로 시장이 협소한 밀워키에 기반을 두고 있는 구단을 가진 버드셀릭도 셀러리 캡을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이걸 반대하는 대표적인 구단이 미국을 대표하는 대도시에 기반을 둔 양키스와 다저스였다.

“필요성은 인정합니다만 그걸 그대로 시행하려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거란 것도 짐작할 수 있겠지요?”

“반발이 있을지언정 밀어붙여야지요. 큰 구단이 막대한 연봉으로 스타를 쓸어 가면 중소구단들은 전부 죽으라는 소리가 아닙니까? 당장 다저스만 해도 올해 페이롤이 5,000만 달러라면서요?”

들으면서 기겁한 금액이었다. 1970년에 밀워키를 인수하면서 버드셀릭이 지불한 금액이 1,100만 달러였다. 세월이 흘렀다고 하지만 1년 연봉총액이 구단 인수금액의 몇 배를 뛰어넘다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다저스만 그런 게 아니라 양키스나 보스턴도 비슷하지 않습니까? 돈을 버는 만큼 쓰는 거죠. 미국은 자본주의 사회가 아닙니까.”

“그게 험험.”

이건 양키스나 다저스가 중소형 구단주들의 입을 막는 전가보도의 소리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버는 돈이 있으면 맞게 쓰는 것이다. 이걸 막는 건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셀러리 캡이 도입된다고 해도 다저스나 양키스가 제소하면 법원에서 누구 손을 들어줄지 모른다. 사무국의 변호사들도 승패를 점칠 수가 없다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래서 다저스와 양키스의 구단주들과 미리 협의를 해야 하는데 양키스의 구단주 스타인브레너는 독불장군이라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나마 말이 통할 사람으로 다저스의 구단주라고 보았는데 이건 처음부터 강수를 던지는 것이다.

“게다가 선수노조가 가만히 있을까요? 사무국에서 밀어붙이면 당연히 파업을 시도 할 겁니다. 파업을 하지 않으면 그들도 선수들에게 쫒겨날테니까요.”

셀러리 캡을 강행한다면 선수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었다. 어린시절부터 FA가 되면 엄청난 돈을 버는 꿈을 꾸며 살아온 선수들이다. 그 꿈을 박살내겠다는 셀러리 캡을 선수들은 필사적으로 반대하며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었다.

선수노조의 힘이 막강한건 하루 이틀의 일도 아니고 자칫 잘못하면 메이저리그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선수들이 반대한다고 해도 강행할 생각입니다. 이건 절대 포기할 수 없어요.”

버드셀릭은 이미 마음을 정한 듯 했다.

절대다수의 구단주들을 포섭하고 대도시에 프랜차이즈를 둔 구단들도 하나둘 끌어들여 셀러리 캡을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속셈이다.

“문제가 많은 셀러리 캡보다는 사치세를 도입하는 게 어떨까요?”

연봉총액을 한정하는 셀러리 캡은 야구처럼 소속된 선수가 많은 종목보다는 프로농구같은 소속 선수가 적은 종목에나 어울린다.

“사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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