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81화 (81/220)

#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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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의 가을

아침회의가 끝나고 일상이 시작되었다. 사장실 밖으로 여느 때처럼 직원들이 바쁘게 작업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규태가 오선한에게 물었다.

“요즘 한국은 어떻다고 합니까?”

한국집의 가족들과 통화를 하기는 하지만 일상적인 안부만 물을 뿐이었다.

제대로 된 한국 상황을 규태가 하나하나 체크하는 건 힘들었다. 오선한이 팔로알토에 자리를 잡으면서 다시 한국 상황을 쉽게 들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선바람이 불어서 시끄럽다고 합니다. 삼파전이지만 역시 YS가 이기겠지요?”

“박통이 그동안 얼마나 심하게 몰아붙였으면 많은 한국국민들은 아직도 DJ를 공산주의자로 알 고 있으니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지 못하면 어려울 겁니다.”

상대방에게 빨간색 물을 들이는 전략은 두고두고 먹히는 전략이었다. 우습게도 공산주의자 딱지를 붙여서 외면을 하던 사람들도 DJ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외국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공산주의자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한국이 빨갱이 천국이 되어버렸는데 말이다.

남북분단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진 상대방에 대한 혐오는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확대 재생산되었다. 남과 북,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하나같이 교묘하게 이를 이용해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그쪽에서 연락온건 없습니까?”

“여기저기에서 큰 사장님께 연락이 옵니다만 적당히 잘라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노리는 건 역시 부자로 소문난 규태의 주머니였지만 미국에 머무는 규태를 어쩔 수 없으니 만만한 부모님을 노리는 모양이었다.

“정 골치 아프면 다시 미국으로 와서 선거 끝날 때까지 지내시라고 하세요. 누가 당선되어도 큰 도움이 안 됩니다.”

한국에서 제대로 사업을 하자면 정권을 잡은 이를 등에 엎는 게 편하지만 대선자금을 지원하면 두고두고 문제가 된다.

돈을 받아 갈 때는 간이라도 꺼내줄 듯이 고개를 숙이지만 당선되면 금세 바뀌는 게 정치인들이다.

외환위기가 닥쳐올걸 생각하면 정권하고 친하게 지내봐야 별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아예 안면 몰수하고 지내는 게 속 편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한국정계하고는 굳이 인연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건 미국정치도 마찬가지 리처드를 앞세우고 뒤로 물러난 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클린턴과 친하게 지내봐야 나중에 뒷말만 나오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따지자면 지금 대통령의 아들이 출마하는 8년 후를 기약하며 친분을 쌓는 게 나았다. 아들 부시대통령의 마지막 임기해에 일어나는 경제위기를 이용하려면 말이다.

***

시즌초반 매덕스가 나오던 게임을 제외하고는 바닥을 기던 다저스의 상황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원래라면 바닥을 기고 있을 성적이 초반에는 조금 헤매더니 호전되기 시작해서 찬바람이 불자 이젠 가을에도 야구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까지 올랐다.

성적이 오르자 구단주가 너무 다저스에 무관심한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자 오랫만에 홈경기를 관전했다.

“그렇지! 나이스!”

선발로 나선 그렉 매덕스가 9회 말 마지막 타자를 잡아내자 숨을 죽이며 바라보던 규태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늘 승리로 18승을 거두었으니 남은 게임에서 반타작만 해도 20승을 넘는 페이스였다.

다저스는 오늘로서 5연승 중이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꼴찌를 기록한 원래 역사와는 다르게 92승 70패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뒤를 이은 2위를 달렸다. 게임차가 6게임, 31개 경기가 남았으니 한번 해볼 만했다.

경기가 끝나고 제리의 사무실에서 위스키를 마시면서 밀렸던 이야기를 풀었다.

“이젠 해볼 만하네. 꼴지를 하는 줄 알았는데.”

VIP석에서 함께 경기를 지켜보던 제리도 승리로 마무리가 되자 마음을 놓았다.

“초반에 선발진이 무너져 내릴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선발투수진이 붕괴되니까 정말 답이 없더라고. 욕먹는 토리보기도 미안하고.”

끔찍했던지 제리가 머리를 흔들었다. 시즌초반 구단이 끔찍한 성적을 보이자 해임된 라소다감독을 찾는 목소리가 높았었다.

당연히 새로 부임한 감독, 조 토리는 팬들에게 욕받이가 되었다.

누가 뭐라 해도 초반부진의 원인은 선발진의 붕괴였다. 대놓고 리빌딩시즌이라고 공표를 했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욕을 먹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예전 에이스인 허사이저의 부상이후로 기량이 올라오지 않았다. 매덕스와 랜디의 1,2선발까지는 괜찮아도 3선발부터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구단에서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페드로의 성적이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다는 것. 내년에 선발로 완전하게 자리를 잡으면 5선발자리에서 기회를 주며 꾸준히 키울 예정이었다.

고질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이던 타선은 켄 그리피 주니어가 중심을 잡아주고 포수이지만 장타력을 보유한 마이크 피아자가 타선에 힘을 보탰다. 경기마다 얻어내야 할 점수를 꾸준하게 뽑아 주었다.

타자로서는 훌륭한 모습을 보였지만 포수능력은 주전으로 활약한 소시아에 비교하기 힘들었다. 항상 지적받던 대로 도루를 저지하기에는 어깨가 약한 게 문제였다.

은퇴를 앞둔 노련한 소시아가 한해 더 머물렀으면 해서 조건을 협의 중이었다.

“따지고 자시고 할 게 뭐 있어. 아직 피아자 혼자로는 불안해. 소시아를 붙잡아.”

“그래야할까?”

마이크 소시아는 조 토리이후에 감독 감으로 찍어두었다.

제리의 경력이 쌓이면 노련해지겠지만 아직 애송이 단장답게 어설픈 면이 보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서툰 모습을 보였다.

“소시아가 성격이 조금 있기는 하지. 고집도 강하고. 하지만 네가 하려는 야구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야. 나중을 생각해서도 친하게 지내는 게 좋아.”

단장이나 감독이 베테랑을 다루는 일은 까다롭다.

마이크 소시아도 성질나면 욕부터 입에서 나오는 급한 성격 탓인지 단장인 제리와 사이가 원만하지 않은 것이다.

“참고하도록 할게.”

떨떠름한 표정을 한 제리에게 규태가 못을 박았다.

“십년 넘게 감독하던 라소다를 잘랐으니 내부적으로 불협화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어. 잘 조율해야지. 구단의 레전드가 성적이 나오지 않고 마음에 안 든다고 은퇴시키거나 트레이드로 내보낼 필요가 없어. 레전드는 레전드답게 대우를 해야지. 부상이후에 실력이 떨어졌으면 기다려도 주고 다시 기회도 줘야지. 그게 오랜 팬들을 위한 길이야. 절대로 내보내면 안 돼. 이건 경고야. “

연봉 값을 못하는 허사이저와 소시아를 못마땅하게 여겨 시즌이 끝나면 트레이드할 생각만하고 잇는 제리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노장들이라 연봉부담이 큰데.”

“너한테 연봉 걱정을 시킬지 않을 테니까. 페이롤이 1억 달러를 넘긴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어. 구단운영으로 돈을 벌 생각이 없으니까.”

규태가 보고 싶은 건 나중에 명예의 전당으로 들어갈 선수들이 다저스에 모여서 플레이 하는걸 보는 것이다.

제리가 입으로는 죽는 소리를 하지만 다저스의 경기를 중계하는 로컬 케이블 방송국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5천만의 페이롤 가운데 절반이상을 케이블 방송국의 중계권 계약으로 채웠다.

투타의 기둥인 매덕스와 캔 그리피의 장기계약은 당연했다.

“둘 모두 장기계약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네 말대로 둘 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 매덕스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니까. 7년에 7천만 달러로 이야기가 끝났고 캔 그리피도 비슷한 수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매덕스의 15승은 세금과 죽음처럼 당연한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꾸준한 성적을 보여준 선수다. 92년에 다저스로 들어와서 사이영상후보로 오를 정도로 역투하며 팀성적을 견인했다. FA를 앞두고 있지만 미리 입이 벌어질 금액을 제시했으니 딴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

앞으로도 매덕스를 중심으로 투수진을 운영할 계획이라 장기계약은 당연한 소리였다. 7년에 7천만 달러의 계약은 지금까지 메이저 리그 역대 최고의 금액이었다.

“계약이 끝나면 다른 구단주들이 볼멘소리를 하겠군.”

가뜩이나 선수 연봉의 인플레이션이 심하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 양키스나 다저스같이 연고시장이 큰 구단들이 지불하는 선수 연봉이 엄청났다.

“무시하면 그뿐이야. 정 안되면 의견을 모아서 셀러리 캡이라도 도입을 하던가.”

그렇지 않아도 양키스와 다저스가 지불하는 연봉이 너무 크다며 셀러리 캡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판국이었다.

“그건 골치 아픈 문제인데. 돈없는 구단주들이야 찬성하겠지만 선수들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테고.”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셀러리 캡의 도입은 절대 찬성할 수 없었다. 구단주들과 선수노조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어차피 구단주회의에서 그렇게 정해질 거야. 말이 구단주들이지 거지들이 많잖아.”

리처드도 가끔 참석하지만 구단주회의의 분위기는 샐러리캡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었다.

“너랑 말을 하고 있으면 할 말을 잃는다.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이 거지라니.”

제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규태는 달랐다.

“세상이 바뀌고 있어. 이제는 돈 많은 가문에서 적당한 돈을 가지고 메이저리그 구단을 경영하려면 선수연봉 감당못해서 코피 터지는 거야. 세상에 스포츠가 메이저리그만 있는 게 아니잖아. NFL도 있고 NBA도 있어. 메이저리그도 이젠 정신을 차려야해.”

“미식축구야 예전부터 압도적으로 인기가 있지만 설마 농구한테까지 뒤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슈퍼스타가 나오면 그 종목은 인기를 끌 수밖에 없어. 시카고의 마이클 조단이 얼마나 농구인기를 끌어올렸는지 알아. 다저스 대신에 시카고 불스를 살수만 있었다면 내가 사버렸을거야.”

“네가 다저스대신에 시카고 불스를 노렸다고?”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었다. 제리는 규태가 MLB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깝게 지내면서도 농구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들어보지도 못했다.

“농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마이클 조단의 플레이를 좋아하는 거지.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예술처럼 아름답거든. 그래서 시카고 불스를 사려고 했지. 거절당했지만.”

“네가 노리던 걸 포기했다고? “

규태는 오버페이를 감수하며 원하는걸 얻어냈다.

사고 싶은 게 있으면 결코 물러나지 않았다.

“내년에는 다시 한 번 인수제안을 해볼 생각이야. 혹시라도 인수제안 때문에 팀이 흔들릴까 싶어서 자제를 한 것뿐이라고.”

91,92,93년 3년에 걸쳐서 우승을 하지만 마이클 조단의 은퇴와 함께 팀이 흔들린다. 94년 프로야구선수 생활을 하다가 복귀해서 96,97,98년의 트리플 우승을 또 해낸다.

규태는 중간시기에 시카고 불스를 인수할 생각이었다. 시카고 불스는 마이클 조단이라는 역대급 선수를 가지고 뛰어난 성적을 거두지만 선수들의 연봉을 주는 것에는 인색했다.

마이클의 수입은 대부분은 연봉이 아니라 나이키 신발판매 수입이었다. 뛰어난 선수인 스코트 피핀과도 연봉 때문에 다툼이 많았다.

규태가 인수하려는 목적은 역대급 선수들을 가지고도 한심하게 운영하는 팀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였다.

“하여간 놀랍긴 하다. 네가 NBA팀까지 노리고 있을 줄이야. 충격적이긴 한데. 과연 NBA 인기가 MLB를 넘을 수 있을까? 팬들에게 야구는 생활이잖아.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시즌 중에 거의 휴식일 없이 이어지는 야구경기는 생활의 일부분이나 마찬가지였다.

경기수가 적은 농구가 야구 인기를 추월할 수 있다고 말하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난다. 94년 셀러리 캡 반대로 선수들의 파업으로 경기가 중단, 1년을 쉬게 되면서 미국에서 농구의 인기는 야구를 추월한다. 미국의 국민 스포츠인 미식축구의 인기는 넘기가 예전부터 힘들었고.

“그럴 것 같지 지금처럼 운영하면 야구의 인기가 점점 줄어들 걸. 뭐 이렇게 따지는 게 많은지. 전부 불문율이래. 배트 플립도 마음대로 못하고 점수 차이가 크게 나면 도루도 못해. 솔직하게 따져서 야구는 너무 정적인 운동이야. 나이 먹은 사람들만 좋아하는 스포츠가 되기에 까 적당해.”

“하이고 우리사장님이 야구에 불만이 많으시구먼. 그런 분이 왜 야구단을 인수하셨을까?”

“비꼬지 말고. 야구 판이 심각한 거 안보이냐? 자칫하면 내분이 일어나서 경기가 중단될 수도 있어. 거기에 너도 알잖아 약물문제말이야. 다른 스포츠들은 국제스포츠 규정에 따라서 엄격하게 규제를 하는데 야구는 슬렁슬렁 넘어가잖아. 나중에 이게 얼마나 커질지 몰라.”

야구 판에 있는 사람들이 쉬쉬하며 입을 다물어 서 그렇지 약물문제가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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