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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76화 (76/220)

#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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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트

“사장과 편집장은 어떻게 할 텐가?”

“당분간은 그대로 둘 생각입니다. 두 사람 모두 기자출신으로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봅니다. 사주가 바뀐다고 회사에 급격한 변화를 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시스템만 손을 볼 생각입니다.”

지분을 넘겨받는다고 해도 신문사의 논조는 바뀌지 않을 거라는 신호였다. 나이를 먹어서 손을 떼지만 그녀가 만든 회사체계를 엉망으로 만들지는 않겠다는 소리였다.

“좋네요. 리처드도 회사를 판다면 규태가 좋을 거라고 추천을 하더군요. 워렌도 규태라면 나쁜 선택이 아니라고 했고요. 내가 믿는 두 사람이 모두 당신을 추천했으니 따라야겠죠. 휴우! 회사를 잘 부탁할게요.”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규태가 그녀의 말에 일어나서 덥석 그녀의 손을 잡았다.

“무례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회사는 잘 키워 나가겠습니다.”

이전 생에서 워싱턴 포스트는 2000년대 이후에 적자를 거듭하다가 주인이 계속 바뀐다.

적자를 지속하는 회사를 버티지 못한 것이다. 이런 운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워싱턴 포스트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인수를 마무리한 규태는 사장 에밀 브라운과 윌리엄 타운젠드는 신문사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싹 긴장했다.

“사주실에서 볼까하다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소리를 들어서 여기로 찾아왔습니다.”

전 사주인 케서린이 짐을 가져가야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회사의 조직축소? 아니면 자신들의 거취문제?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한 표정을 한 두 사람을 보며 규태가 미소를 지었다.

“두 분 다 기자출신으로 여기까지 오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거취문제는 임기를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문제가 나오면 다시 생각을 해보겠지만 지금까지 잘 이끌어 오신 분들을 밀어내고 외부에서 새로운 사람을 찾을 필요는 없겠지요.”

어떤 조직이건 주인이 바뀌면 흔들리기 마련이다.

규태가 언론 쪽에 챙겨줘야 할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생판 처음으로 진입하는데 굳이 기존에 일을 잘하고 있는 사람들을 자를 필요는 없었다.

둘이 일을 잘한다면 챙겨줘도 모자랄 판이다.

걱정하던 거취문제가 해결되자 긴장했던 두 사람이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앞으로 워싱턴 포스트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실 생각이십니까?”

사장 에밀의 질문에 규태가 생각해둔 것들을 풀었다.

“오면서 보니까 아직 타자기를 쓰던데요. 직원들이 컴퓨터 사용하는 것을 망설입니까?”

“기존에 쓰던 것을 버리기 싫어하는 기자들이 많아서요. 직접 손으로 쓰거나 타자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기사가 써지지 않는다고 하소연 하는 기자들이 많습니다.”

컴퓨터가 활발하게 보급된 이후에도 손으로 글을 쓰는 맛을 잃어버리기 싫다고 한사코 버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간에 기자들에게 컴퓨터와 노트북을 지급하세요. 가지고 있으면 사용하는 빈도도 올라가고 그러다보면 익숙해질 겁니다.”

“알겠습니다. 모든 직원들에게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전산실은 지금 어떻게 운영하고 있습니까? 누가 담당을 하고 있나요?

“직원 한명이 담당하고 있읍니다만?”

제대로 된 인원은 뽑지 않고 컴퓨터를 다루는 직원을 뽑아서 담당으로 임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문의 디지털화는 고사하고 전산 시스템부터 갈아엎어야 할 판이었다.

“새로 책임자를 뽑지요. 앞으로 워싱턴 포스트의 앞날은 얼마나 종이신문을 디지털화 시키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가야할 길이 멉니다.”

언제까지 워싱턴에 머무를 수는 없었기에 부서의 책임자들과 만나 회사의 주인이 바뀌었음을 알리고 규태는 팔로알토로 돌아왔다.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하면서 규태는 머릿속으로 계획해둔 작업을 대충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미국의 주류사회는 올라갈수록 복마전이다.

규태와 같은 외부인들의 대책은 아예 무시하고 살거나 적당히 어울리면서 살거나였다.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

***

팔로알토 사무실로 돌아온 규태는 역사에 무슨 복원성이라도 있나 싶었다.

사진으로만 보면 얼굴이 떡하니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야?”

작업에 열중하다가 규태를 보고 인사하는 마크에게 물었다.

“아! 제리요. 이번에 박사과정에 들어간다는데 포탈 사이트 쪽에 관심이 많은가 봐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서 한번 일을 맡겨보고 있죠.”

“일은 잘해?”

“맡기면 맡기는 대로 척척 처리하던데요.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가기 전까지 일을 한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죠.”

잡아 두어야 하나 잠깐 고민 했지만 제리가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아내를 만나는 것을 기억했다.

오랜만에 출근한 규태에게 여기저기서 직원들이 인사를 했다.

하나하나 받아주던 규태가 제리가 일하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갔던 일은 잘됐어요?”

“며칠 후에 발표가 날거야. 인수하기로 했어.”

“와우! 포스트면 알아주는 신문사잖아요. 잘됐네요. 이제 포털의 내용을 채울걸 고민할 필요가 없겠어요.”

“그래 포스트와 뉴스위크 정도면 쓸 만한 내용이지. 이걸 기반으로 다른 곳하고도 협상을 하면 포탈을 채우는 건 금방이야.”

“서버는요?”

“일단 적당한 곳을 하나 인수하는 중이야. 당장은 그렇게 넘어가고 장기적으로는 데이터센터를 세워야지.”

“듣기만 해도 돈이 엄청나게 깨지겠는데요?”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얼굴로 마크가 머리를 흔들었다.

“투자니까. 인터넷 포탈이 커지면 서버에 주는 부하가 엄청날 것 같단 말이야. 이걸 잘 처리를 해야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어.”

한번 포탈을 정한 이용자는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초반부터 치고나가서 이용자가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추가하면 시장 점유율을 뒤집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야후가 치고나가자 후발주자들이 엄청난 광고비를 동원해 뒤따르려고 해도 따라가지 못했다. 그랬던 야후도 성장 동력이 되어줄 추가사업들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 구글에 밀려난다.

“검색엔진이 문제란 말이야.”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규태의 말에 마크가 귀를 쫑긋거렸다.

“왜 그래? 누구한테 무슨 말이라도 들은 거야?”

“제리도 그런 말을 하던데요? 검색엔진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요.”

확실히 제리는 중요한 게 뭔지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중에 구글에 밀렸다니.

“그럼 마크가 나서서 제리를 리쿠르트를 해봐. 검색엔진을 만드는 인력도 필요하니까.”

“제가요?”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는 얼굴로 마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마크가. 웹브라우저의 유지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다른 쪽으로도 인력을 계속 뽑아야 하는데 마크가 나서서 해주면 입지가 올라가지 않겠어.”

어차피 넷스케이프는 한계가 분명했다. 자체적인 수익모델을 만들어내는데 한계가 있으니 마이크로소프트에 넘기는 게 최선이었다.

마이크로 소프트도 뒤늦게 인터넷의 시장성을 알고 윈도우에 자체 웹브라우저를 끼워 팔기 하면서 넷스케이프를 죽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여파가 마이크로 소프트의 앞길을 막았다.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마이크로 소프트를 악의 축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자유로운 실리콘 벨리의 영혼들에게 마이크로 소프트가 어떻게 비쳤을지는 뻔했다.

인재가 몰리지 않고 독점에만 연연하는 회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2000년 IT버블이 꺼지면서 마이크로 소프트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규태는 넷스케이프의 창업자지만 마이크로 소프트의 대주주이기도 했다.

자신이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업이 그렇게 몰락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파이가 커질 테고 업무가 다양해지면 분사를 계속할 생각이야. 마크도 한자리를 차지하려면 사람을 영입하는 방법을 배워야지. 계속 실무만 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규태가 흔든 미끼에 홀랑 넘어간 마크가 어떤 수단을 발휘했는지 제리는 일본으로 가는 교환학생을 포기하고 회사에 남았다.

제리가 미래의 아내를 만날 기회가 사라진 것 같아서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마날 사람은 만나게 되는 법이다.

***

그렇게 생각했었다.

할리우드에선 일상으로 벌어지는 파티였다. 규태도 할리우드와 연관이 되면서 줄기차게 파티초대를 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았었다.

케빈이 주최한 파티였지만 여느 때처럼 거절하려던 규태가 참석자 명단을 보고는 생각을 바꾸었다.

초대장에 적혀진 파티장소에 찾아가자 얼큰하게 취해서 파티 장을 누비던 케빈이 규태를 발견하곤 손을 번쩍 들었다.

“어이! 케이티 왔구나.”

늑대와 춤을, JFK, 로빈훗, 보디가드까지 연타 석으로 안타도 아니고 홈런들을 뻥뻥 터트린 케빈은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주가를 달렸다.

이게 그의 캐리어 최정점이었다.

“나 파티 싫어하는 것 알면서 왜 부른 거예요?”

케빈과 규태가 만나는 모습에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렸다.

느닷없이 할리우드에 나타나서 보디가드와 원초적 본능을 제작했다는 소문이 났는지 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규태가 팔로알토에 처박혀서 파티에 나타나질 않았으니 더욱 신비감이 높아졌다.

“네가 너무 실리콘 벨리에 틀어박혀 있으니까. 사람들이 궁금해 하잖아. 요번에 워싱턴 포스트도 인수했다면서. 너를 소개시켜달라고 난리다 난리.”

할리우드에서 규태와 안면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거물들이다. 그나마 케빈이 만만한 상대였는지 어지간히 들볶인 모양.

싫고 귀찮았지만 케빈의 체면을 보아서 적당히 어울리다가 사라질 생각이었기에 적당히 어울려 주었다.

케빈이 규태와 함께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소개를 시켜주었다. 케빈의 옆에서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시간을 보낼 뿐 유혹의 눈길을 보내는 아가씨들의 접근에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시끄러운 파티의 뒤에 무엇이 존재하고 또 어떤 감정을 느낄지는 수도 없이 경험해 보았으니까.

접근하는 헐벗은 여자들을 보고도 끌리지 않는 표정을 한 규태를 보고 케빈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너 그쪽이야?”

케빈의 말에 규태가 펄쩍 뛰었다.

“사람을 뭐로 보고 그래요. 나 스트레이트입니다. 스트레이트.”

“화를 내는 거 보니까 확실히 그쪽은 아닌 것 같고. 아가씨들이 접근하는데 왜 그렇게 시큰둥해?”

“그래봐야 영화투자에 끼워달라거나 영화에 출현시켜달라거나. 두가지중에 하나를 노린 접근이니까 그렇죠.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줘야 하는 게 이 바닥 아닙니까.”

“내가 봐도 뻔한 접근이지만 너도 여자를 만나야지.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서 수군거리더라.”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득시글거리는 동네였다. 이래서 규태가 할리우드의 파티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다.

실리콘 벨리에서 일에 몰두하고 있을 직원들이 들으면 규태를 때려주고 싶어 하겠지만.

“별로요. 내가 앞으로 제작할 영화도 많지도 않지만 제작자랍시고 캐스팅에 관여할 생각도 없어요.”

“그래도 돈줄은 잡아야지.”

케빈의 말에 규태가 피식 웃었다.

할리우드가 돈을 많이 벌고 쓰기도 하는 동네라지만 월가에 비하자면 푼돈이나 마찬가지.

루드 터너가 MGM을 인수하지 않았다면 규태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팬심 때문에 음반제작사까지 인수를 했으니 조금 많이 나가기는 했다.

“여기처럼 미신에 민감한 동네가 없지. 성공한 제작자에겐 아주 많은 유혹이 달라붙는다고.”

“그건 그렇고 톰 행크스는 못 봤나요? 나 여기,그 사람 만나러 왔는데.”

“야! 이젠 나는 버리고 톰이랑 같이 놀려고?”

“연거푸 영화에 출현해서 이젠 쉰다면서요. 톰은 내가 인수한 영화사에서 제작하는 영화에 출현할 사람이니까 이야기는 해봐야죠.”

90년부터 시작된 케빈의 영화출현은 너무 많았다. 톰 행크스는 80년부터 영화에 출현하고 꾸준히 이름값을 높였지만 소위 말하는 묵직한 한방이 터지지 않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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