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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금융재벌-59화 (59/220)

#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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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은행 지분투자

뉴욕에서 급한 일을 마무리했으니 다시 LA로 돌아갈까를 고민했던 규태는 머리를 쳤다.

‘이런 바보 녀석 진짜 더 급한 일이 있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잖아.’

규태는 해롤드를 불러 조용히 일을 맡겼다.

맡겼던 일의 결과가 나오자 규태는 리처드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맛있게 식사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리처드가 한숨을 쉬었다.

“일본투자는 히로시가 전적으로 맡기로 했으니 내가 할 일이 없군.”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리처드가 일본으로 가서 움직이면 싫어할 사람이 많을걸요. 게다가 리처드는 언론에서 사랑하는 스타가 아닙니까.”

“끔찍한 소리군. 기자들이 뒤를 쫒는다는 건 정말 골치 아픈 일이야.”

다저스의 인수와 함께 구단주의 자리에 오른 리처드는 한동안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대형은행들의 실적이 어떻다고 하던가요? 아시는 내용이 있습니까?”

“웰스파고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실적이 좋지 않더군. 은행의 업무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대출을 해주시는 게 아닌가. 부동산가격이 좋지 않아서 연체가 많이 늘었다고 하더군.”

웰스파고의 전직 사장답게 아는 게 많았다.

“시티은행이야기는 들으셨습니까?”

“작년에는 흑자가 나지 않았었나?”

87년까지 1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내던 시티은행은 88년에 흑자로 전환해서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를 들었다.

“최근 주가가 10달러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연방준비위원회(FRB)에서 특별 감사까지 나가서 난리가 났던 모양입니다.”

규태가 떠올렸던 정보는 바로 시티은행의 부실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해롤드가 조사해온 내용에 따르면 시티은행의 부실이 심각하단 사실이었다.

리처드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 정도로 심각하다던가? 연준에서 감사까지 나왔다면 이건 보통일이 아니야.”

“은행쪽 일에 정보가 빠른 리처드가 알지 못할 정도면 그쪽에서도 어지간히 정보를 통제하나 봅니다. “

“상황이 최악이라면 당연히 그럴 거야. 자칫 잘못해서 언론에 이 사실이 알려져 뱅크런이라도 일어나면 그대로 파산이니까. 내부사정이 좋지 않다고 해도 시티은행을 죽일 수는 없지 않는가?”

외부에서 막대한 자금을 수혈하고 자체적인 구조조정까지 거친 후에 시티뱅크는 회생하기 시작해서 95년에는 주가가 120달러를 넘는다.

“존 리드와 협상을 해보시지요.”

존 리드는 시티뱅크의 회장이었다. 유동성이 부족해 외부자금 수혈에 목을 매달고 있을 리드에게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는 타이거펀드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면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대형은행의 주식을 인수해 대주주가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 시티은행 사태는 FRB에서도 골머리를 앓는 일이다.

“투자조건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가?”

“10%의 지분투자와 200억 달러의 자금 대여라면 저쪽에서도 환영하지 않을까요? 이자율은 알아서 하시고요.”

대여하는 자금의 이자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게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 정도 인수조건이라면 리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군. 투자제안을 들으면 죽었다가 살아난 기분일걸세. 리드를 잘아니 내게 맡겨두게.”

10%의 지분을 인수하는 투자자금은 40억 달러정도, 주가가 1/3 토막이 나기 전에는 세계최대의 은행이었던 시티은행의 대주주가 될 기회였다.

수많은 연기금과 펀드들이 시티뱅크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법적으로 동일한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최대한도가 10%, 이를 넘어가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매각해야한다.

대주주라고 하지만 실제로 경영에는 참여할 수가 없는 셈이다.

리처드가 큰소리를 치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곧 경쟁자가 나타난다.

‘주식인수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대주주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난관은 시티은행 이사회였고 두 번째는 FRB의 관문을 통과해야한다.

미국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리처드가 시티은행과 지분인수 협상에 바쁜 와중에 규태는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뉴욕보다는 LA가 낫겠다 싶었지만 규태가 나타나면 다저스에서 제리의 입지가 애매해진다. 시즌을 마치고 스토브리그, FA영입 문제까지 모든 협의를 마쳤기에 구단의 일은 전적으로 제리에게 맡겨두었다.

규태가 바라는 것은 철저하게 제리가 중심이 되어 단장야구를 하는 것이다. 세밀한 것 까지 참견하는 참견장이는 되고 싶지 않았다.

모처럼 롱아일랜드의 저택에서 책을 읽으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규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복일모와 함께 산호세에 떨구어 놓은 막냇동생 태진이 전화로 죽는 소리를 해댔다.

-형 살려줘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널 죽인다고?”

- 마크, 이 자식이 날 말려 죽이려고 들어.

“아주 잘하고 있구나. 내가 특별히 마크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너도 스파르타식으로 공부하는 걸 동의하지 않았냐?”

- 형! 형이 원흉이구나. 그러지 말고 나 좀 살려줘. 그때는 내가 잘못 생각한 거야. 진짜 미치겠어. 마크 녀석하고 떨거지들이 하루 종일 붙어서 수업을 하는 건 좋은데 산더미 같은 시험과 숙제는 잔뜩 안겨줘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있어. 이러다 죽을 것 같아. “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동생의 반응에 이상하게 막혔던 규태의 가슴이 사이다라도 마신 것처럼 시원해졌다.

“어린애처럼 징징대지 말고 죽으라고 버텨, 버티다보면 할만 할 거다.”

- 아 진짜 미치겠네. 형 진짜 이럴 거야! 나 한국으로 돌아갈 거야!

동생을 달래던 규태가 찔끔했다. 진짜 그냥 사라져서 비행기를 타면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누구 맘대로? 너 여권도 없잖아.”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 여권을 압수했다. 재발급을 받으면 된다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24시간 감시받는 기숙학교처럼 멀리 외따로 떨어진 집에서 마크와 친구들이 딱 붙어서 막내를 감시했다. 차도 없으니 도망가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너 어떻게 전화는 한거냐? 휴대폰도 압수했을 텐데.”

-아 몰라! 진짜 정말 이럴 거야.

“참아! 참다보면 시간은 흘러간다. 명문대학에 들어가려면 열심히 노력을 해봐야지. 네가 좋은 대학 들어가면 부모님도 얼마나 좋아하시겠냐. 너 머리도 좋은 놈이 버티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니? 조금만 참자. 나도 마크한테 전화를 해서 조금 수위를 낮추어 달라고 할게.”

-진짜 마크한테 조금 살살해달라고 할거지, 나 진짜 미치겠어.

“그래 내 전화한다니까. 형 말 좀 믿어라.”

당장 탈주할 것 같이 설쳐대는 동생을 살살 달래며 전화를 끊은 규태는 마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크, 잘 지냈어요?”

“보스, 당연하지요. 보스동생은 잘하고 있어요. 일모하고 다르게 기초가 너무 없어서 가르치느라고 친구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지만 말이죠.”

“알고 있어요. 녀석은 꽉꽉 조여서 기름이 나올 정도로 조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예전으로 돌아갈 거예요.”

“나도 그 말에 동감이에요. 태진이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전혀 하지 않더군요. 조금만 느슨하게 해도 딴 짓을 하는 통에 바싹 붙어서 밀착감시를 하고 있어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잖아요.”

고가의 보수를 약속하고 시작한 과외는 아쉽게도 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면 끝을 내게 된다. 가르치는 사람들도 자신의 공부를 해야 하니까.

“동생이 나한테 전화가 와서 한참동안 하소연을 하던데 잘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요. 막내가 좋은 성적이 나오면 친구들에게 약속대로 톡톡히 사례를 하겠다고 전해줘요. 마크도 기대하고요.”

“하하, 알겠습니다. 보수도 많이 들어오고 재미있는 경험인데요. 아쉬운건 금방 끝내야 한다는 거죠.”

마크와의 통화를 끝낸 규태는 해롤드에게 연락을 해서 막내가 공부를 하고 있는 주변에 경호원을 배치했다.

혹시라도 동생이 마음을 잘못먹고 도망이라도 치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었다.

도망치는 동생을 잡을 목적은 절대 아니었다. 절대.

***

이라크군의 침공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8월 1일 새벽 탱크와 전투기를 앞세운 공화국수비대 3개 사단이 국경을 넘으며 동시에 특수부대가 쿠웨이트 왕궁을 타격했다.

CNN을 비롯한 방송들이 이라크의 침공전쟁을 알리는 사이에 삽시간에 허를 찔린 쿠웨이트는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이라크군에 의해 점령되어버렸다.

제대로 된 교전다운 교전한번 일어나지 않은 일방적인 전쟁이었다.

TV화면으로 불타오르는 쿠웨이트 군대의 잔해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쟁이 마무리되었다.

국왕일가는 헬기를 타고 이웃한 사우디로 도망을 쳤고 상당수 왕족들이 전투 중에 목숨을 잃었다.

전쟁소식과 함께 수년째 바닥을 기던 유가는 급등하기 시작했고 반대로 주가는 급락했다.

미국정부는 안보리를 열어 이라크를 침략국가로 지정하고 이라크군의 국경너머로 철수를 주장하였으나 이를 거부하자 8월 12일 이라크해상을 봉쇄했다.

TV에서 보여주는 불타는 쿠웨이트군의 탱크를 보며 규태가 머리를 내저었다.

“정말 난리도 아니네요. 사람들이 어디를 가나 온통 전쟁이야기밖에는 하지를 않으니 말이에요.”

예상하고 있었던 전개지만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어서 이라크군이 어떻게 움직일지 미국이 정말 전쟁에 개입할지에 대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베트남전의 악몽이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하게 박혀있었다.

이라크와 전쟁이 임박했다는 위기감에 TV나 뉴스나 온통 그이야기뿐이었다. 슬그머니 흘러나오던 시티은행의 위기와 관련된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롱아일랜드의 저택에서 칩거아닌 칩거를 하고 있는 규태를 찾아온 리처드가 투덜거렸다.

“젠장, 시티뱅크 이사회에서는 승인을 했는데 연준에서 마냥 뭉개고 있어.”

리처드가 진행하던 시티은행 지분인수는 예상처럼 난관에 부딪혔다. 다급한 시티은행의 이사회에서는 지분인수를 쉽게 허락했지만 연준의 생각을 다른지 쉽게 승인 떨어지지 않았다.

“시장에서 지분을 사서 모으는 건 계속하고 있나요?”

“전쟁이 벌어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면서 그나마 어렵지 않게 주식을 사들였네만 이젠 눈치를 챘는지 매물이 마르고 있어.”

급락하는 주식들 사이에서 시티은행의 주식가격만 내리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눈치 빠른 이들이 알아차린 것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사들였나요?”

“시장에서 1.6%정도 사들였네. 더 이상 사들였다간 주가가 크게 오를 거야.”

“좋지 않군요. 주가가 오르면 지분인수가격도 올라갈 테니까. 사장매입은 멈추어야겠네요.”

“이상해, 시티의 상황이 아주 좋지 않은데 연준에서 이렇게 배짱을 부릴 이유가 없는데 말이야.”

“경쟁자가 나타난 거 아닐까요?”

“누가 이런 시국에 시티은행의 지분인수에 뛰어들었단 말인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후로 미국 경제상황은 엉망이었다. 가뜩이나 좋지 않던 시티은행의 사정도 더욱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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