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56화 (56/220)

#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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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경고

규태는 구단주회의에서 다저스인수가 승인되면서 타이거 스포츠 회사를 새로 만들었다. 사장으로 리처드를 내세웠다. 자연스럽게 구단주의 자리에는 리처드가 올랐고 규태는 구단 사장으로 임명되었다.

구단 사장으로 부임한 규태는 정비작업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손을 댄 것이 단장의 교체였다.

신임 단장에 제리 빈을 임명하고 구단의 체질을 조금씩 바꾸어 나갔다.

20대의 젊은 아시안이 구단사장에 취임하게 된 일은 큰 이슈를 만들었고 규태는 여러 매체의 인터뷰를 해야 했다.

지역신문과 인터뷰를 마친 규태에게 제리가 찾아왔다. 제리는 그동안 얼마나 바쁘게 지냈는지 초췌한 몰골이었다.

“제리 준비는 잘 되가?”

“어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나마 랜디가 잘해주고 있으니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게다가 스카우트실이며 전력분석실까지 손을 대야 할게 너무 많아.“

제리는 머리를 흔들며 소파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랜디의 제구가 살아나면서 10승 포텐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아직 미완의 대기였다.

가장 큰 치명타는 역시 에이스 투수인 오렐 허샤이저의 부상이었다.

“올 시즌에 오렐은 힘들겠지?”

“어깨부상이 심각해서 수술대에 올라야 하니 그렇다고 봐야지.”

규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리라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니 골치가 아팠다.

“구단을 인수한 첫해인 이번시즌은 버린다고 생각해. 노쇠한 선수들을 대신해서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서 경험을 키워줘야지. 다저스는 그런 점이 너무 부족해.”

“언제나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하는 팀이라서 그런 거지, 우승을 원하는 팬들의 압박이 심하니까.”

“그렇다고 갑자기 에이스를 만들어 올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시즌이 끝나면 투수진을 보강하는 것으로 하고 지난번에도 이야기했지만 사올만한 선수는 언제라도 돈을 아끼지 말고 질러.”

제리가 진지한 얼굴을 하며 물었다.

“페이롤은 얼마로 생각하고 있어?”

“지금의 두배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어.”

규태의 말에 제리의 눈이 반짝거렸다. 지금도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페이롤이었다. 늘어난 페이롤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문제일 뿐이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5천만 달러는 감당할 수 있다는 소리네?”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LA지역 로컬 케이블을 인수할 생각이거든. 케이블과 장기 방송계약을 채결하면 페이롤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어.”

작은 지역케이블을 인수해서 다저스의 로컬경기를 방영하는 전문채널로 키울 계획이었다. 2002년 양키스가 이 방식을 통해서 매년 1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두었었다.

양키스의 패착은 케이블 지분을 20%만 남기고 Fox로 대부분 넘긴 것이다. 매년 양키스로 들어오는 수익이 급감했다.

규태는 돈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지고 있으니 인수하는 지역방송국 지분을 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리그 사무국에서 그걸 허락할까? 지금 중계권계약은 사무국에서 권리를 가지고 있잖아?”

“협의 해봐야지만 사무국도 싫어할 이유가 없을걸. 지금도 중계권 계약을 맺은 방송국이 구단의 모든 경기를 중계해 주는 건 아니잖아.”

방송국은 시청률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인기 있는 구단의 경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인기가 있는 구단이라도 모든 경기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생각해도 사무국이 싫어할 것 같지는 않아. 그런데 그게 과연 돈이 될까?”

“돈이 되게 만들어야지. 그리고 케이블 방송국의 일을 네가 왜 걱정하냐. 구단의 입장에서는 케이블과 장기계약을 체결하면서 얼마나 받는지를 걱정해야지.”

케이블 방송국과 장기계약을 할 때 비싼 가격을 받을수록 구단에 유리하다. 초반에는 장기계약을 체결한 케이블 방송국이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해마다 메이저리그는 규모를 키워나간다. 미국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스포츠는 미식축구(NFL)이지만 상업적으로 가장 큰 스포츠는 경기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메이저리그(MLB)다.

이런 방식으로 구단의 가치를 높인 선구자는 테드 터너다. 77년 만년꼴찌인 브레이브스를 인수한 후에 그가 소유하고 있는 TBS를 통해서 매일 브레이브스의 경기를 전국에 중계하면서 팀의 인지도를 높였다.

중계권계약의 규모가 커지면서 더 이상 불가능한 방법이지만 말이다.

“토레하고는 접촉해봤어?”

“아직, 라소다 감독하고 맺은 계약도 마무리를 해야 하고.”

“나이먹은 라소다 감독 보다는 젊은 감독하고 일하는 게 편하지 않아?”

제리가 추구하는 출루율을 중시하는 머니 볼을 하려면 젊은 감독으로 교체가 필요했다.

“다저스에서 라소다감독은 전설이야. 교체를 하려는 시도만 해도 난리가 날걸. 게다가 조 토레도 라소다의 후임 자리를 맡는 건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고.”

라소다는 스스로 자신의 몸에 다저스의 상징색인 푸른 피가 흐른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다저스의 레전드다. 76년부터 14년째 다저스의 감독 자리를 지켰다. 이건 축구로 따지자면 맨유를 인수하고 퍼거슨을 쫒아내는 일과 같다.

그런 인기있는 감독을 교체하려는데 반발이 없으면 이상한 일이다. 팬들뿐만이 아니라 선수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설 것이다.

“상대가 레전드이건 말건 상관없어. 이번시즌이 끝나면 새로운 감독을 임명할거야. 다저스에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해.”

규태는 다저스의 실질적인 구단주였다. 규태가 이미 감독 교체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제리도 딱히 나설 마음은 없었다.

“알았어, 토레가 싫다고 하면 다른 감독을 알아보지.”

“캔 그리피 주니어의 트레이드는 잘 진행되고 있지?”

“너무 요구하는 게 많아. 1대 3트레이드로 하기로 합의해 놓고 연봉보조 금액을 자꾸 올리는 통에 정말 힘들어 못해 먹겠다.”

규태가 쓰게 웃었다. 시애틀 구단주의 막장 행동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오백만 달러까지는 상관없어. 그냥 질러. 캔 그리피 주니어가 다저스로 오면 그 이상으로 뽑아 낼 테니까.”

이전 생에서 캔 그리피 주니어는 행크 아론의 홈런기록을 깰 유망한 후보였지만 결국에는 실패했다.

펜스에 부딪히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열정적인 수비 때문에 발생하는 고질적인 부상과 90년대 대약물 시대에 튀어나온 괴수들과의 홈런왕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슈퍼스타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대약물 시대가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지금 규태는 그걸 막아버릴 마음이었다.

규태는 제리와 함께 힘을 합쳐 차근차근 다저스의 시스템을 바꾸어 나갔다. 전력분석실의 인원을 대거 확충해서 통계전문가를 받아들였고 스카우터들도 대규모로 모집했다.

***

규태와 그가 세운 타이거펀드는 월스트리트에서 신참이다. 어느 곳이나 텃세가 있기 마련이다. 월가터주대감들의 텃세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생에서도 몇 차례 겪어 보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나였다.

리처드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뉴욕으로 달려온 규태는 손으로 마른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러니까 저쪽이 원하는 건 국채매입이란 말이죠.”

“프랭크 라이트의 요구는 이번에 발행하는 500억 달러의 미국채를 사란 소리야.”

침중한 얼굴을 한 리처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역시 이번 요구는 사뭇 충격적이었나 보다.

뉴욕연방은행 총재이자 FRB의 부의장인 그의 요구를 무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의장을 임명하는 것은 미국 대통령이지만 실질적인 업무를 하는 뉴욕연방은행총재가 부의장이 되어 실무를 총괄한다.

FRB(미국연방 준비 위원회)의 진짜 주인은 월가의 은행들이다. 주주들의 지분은 비밀로 되어있어서 쉽게 접근하지 못하지만 시티뱅크와 JP모건, 체이스 맨해튼, 하노버, 케미칼은행이 전체 지분의 53%를 가진 민간기관이다.

그리고 그 뒤에 로이드가문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프랭크 라이트가 로이드가문의 대리자인가 보군요. 만기 몇 년짜리요? 설마 30년짜리를 구입하라는 겁니까?”

“아니 10년짜리.”

“그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로군요. 국채 발행금리는 얼마인가요?”

“4.5%”

규태는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연준의 기준금리가 8%가 넘었다.

“이건 우리를 향한 경고로군요.”

“우리가 그동안 너무 설치고 다녔다는 거지. 덩치가 커졌으니 한번은 누르겠다는 시도네. 월가의 신참들에게 흔히 써먹는 수법이지.”

“경고를 무시하면 어떻게 될까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압박을 시작하겠지. 알겠지만 저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려가지가 있네. 우리에게 제일 타격이 큰 건......”

“제 정체가 외부로 드러나는 거겠지요.”

규태의 정체가 외부에 드러나면 파장이 크다. 가지고 있는 재산의 자산형성과정까지 파헤쳐지면 언론의 표적이 될 것이 분명했다.

가뜩이나 미국을 휘젓고 다니는 일본 때문에 아시안에 대한 인식이 좋지가 않았다.

블랙먼데이에서 큰돈을 벌었다는 사실까지 외부에 까발려지면 국민 욕받이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아직 블랙 먼데이의 악몽이 채 사라지지 않았다.

수많은 주식투자자들의 피눈물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이 시점에 까발려지면 그 다음부터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연준을 암중에서 조정하는 월가의 세력은 규태에게 경고를 날렸다. 그것도 펀드의 주인인 규태를 제처 두고 대리인인 리처드를 만나서 월가의 뜻을 표시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졌다.

한마디로 규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예전 같으면 그러거나 말거나 규태는 마이웨이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최대한 적을 만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한참동안 마른세수를 하던 규태가 결단을 내렸다.

“받아들이죠. 억울하지만 어쩌겠어요.”

“정말인가?”

“아직은 싸울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 정도라면 펀드에 무리가 가는 금액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봐야지.”

“어차피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어서 국채를 사려고 했는데 잘됐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죠.”

“하긴 가지고 있는 현금을 전부 주식을 매입하는데 사용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지.”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대로 여름에 원유시장에 투자할 금액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채권매입에 사용하지요.”

“알겠네. 하지만 의외로군. 자네가 너무 쉽게 저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건 말이야.”

어두웠던 리처드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잘못하면 대판 큰 싸움이 붙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규태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 것이다.

“아직은 싸울 때가 아닙니다. 동양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군자의 복수는 십년도 이르지 않다. 기다리다 보면 때가 올 겁니다.”

이 정도는 잽에 불과했다. 진짜로 날아올 어퍼컷을 한 대 제대로 맞으면 버틸 체력이 아직은 부족했다.

“정확하게 자네 말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뉘앙스는 이해가 되는군.”

규태는 복수의 시기로 IT버블이 끝나는 2000년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전 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가 시작되는 2008년이 되면 월가를 자신의 손에 움켜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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